정진균

리암그룹 CIO/CEO·서울시립대학교 경영학과 겸임교수

한국이 당장 받는 영향은 미미할 겁니다

원유 가격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습니다. 작년 하반기 이후 각국 경제 성장이 지속되고 비축한 원유 물량이 부족해지면서 유가가 오르는 중입니다. 석유 생산량을 늘려달라는 아우성에도 OPEC(오펙·석유수출국기구)이 미지근한 태도만 보이는 것도 이 흐름에 한몫합니다.

그러나 이번 EU의 조치가 국내 유가 상승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진 않을 것 같습니다. 한국의 러시아 수입 원유 규모는 전체 수입액의 5% 미만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 이외 원유를 찾아나서면서 간접적으로 다른 유가들을 올리게 될 수는 있습니다.) 국내 유가엔 수입액의 약 70%를 차지하는 중동 지역 OPEC 국가들의 원유가 더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들의 향후 태도도 유심히 살펴야겠습니다.

윤정현

산업연구원 통상정책실 전문연구원

😥 7월쯤 닥칠 ‘식량 재앙’도 대비해야

원유 수입 금지가 가장 강력한 대러 제재로 꼽히지만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상대적으로 오랜 시일이 걸렸습니다. 그만큼 러시아의 자원 무기화가 강력히 작동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원유 외에도 무기화되고 있는 영역이 바로 식량입니다. 현재 러시아는 밀 수출 대국인 우크라이나의 항구를 봉쇄하고 곡물 창고를 폭격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의 평시 수출량 절반인 2200만톤의 곡물이 저장고에 묶여있습니다. EU는 육로 수송으로 수출길을 열어보려 하지만 선박과 비교하면 물류량이 터무니없이 작아 대안이 되지 못합니다. 밀 가격은 올해 초 대비 약 60% 상승하면서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습니다. 각국 곡물 재고가 소진되는 7월쯤엔 ‘세계 식량 재앙’이 현실화할 거란 전망도 나와 우리도 대비가 필요한 실정입니다.

김웅

하나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부동산전문위원

😕 금리 상승이 월세화 부추기고 있네요

전세 공급이 부족해진 건 임대차 3법 중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를 주요 원인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전세 공급 부족이 8월 전세 대란으로 귀결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최근 국토부 실거래가 데이터를 보면, 갱신 계약 가격과 신규 계약 가격 간 격차가 컸던 부분이 좁혀지고 있고, 주간 아파트 전세가 데이터도 최근 약보합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8월 신규 매물이 쏟아진다고 해도 주변 시세에 수렴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최근 금리가 전세의 월세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봐야 합니다. 은행 대출 금리가 연 5% 전후로 상승해 전월세 전환율인 4.2%를 추월했습니다. 임차인이 자발적으로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임차인 스스로 월세화를 택하는 비율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배상영

대신증권 애널리스트·전(前) 건국대 부동산도시연구원

금리보단 세금이 더 큰 원인 아닐까요?

전세 제도는 결국 주택이 갖고 있는 자산가치와 사용가치를 임대인과 임차인이 나누어 갖는 것입니다. 주택 가격 상승기에는 임대인에게, 주택 가격 하락기나 정체기에는 임차인에게 유리한 제도지요.

그런데 왜 갑자기 전세가 사라지고 월세가 늘었을까요? 금리 상승이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하지만 그건 주효한 게 아닐 겁니다. 지난 금리 상승기에도 전세는 유지됐습니다. 주요 원인은 아마 세금일 것 같습니다. 집주인과 세입자가 나눠갖던 편익에 세금이라는 큰 비용이 나타난 이후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됐죠. 월세는 전세보다 손쉽게 가격을 올릴 수 있어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이 높아진 임대인들이 월세를 받아 이를 충당하려고 나서면서 월세 거래가 늘어난 것입니다. 전세의 월세화로 집주인도 임차인도 울상인 지금 오히려 부동산 세수 증가로 나라 곳간은 풍족해지는 것이 오늘날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아이러니입니다.

최대경

신한은행 부동산금융부 선임매니저

🏡 내 집 마련 사다리였던 시대 끝일 수도

전세 제도는 서민들에게 내 집 마련의 사다리 역할을 톡톡히 해줬습니다. 목돈으로 갭투자를 해서 내 집을 마련해놓고, 돈을 더 모아서 그 집에 들어가는 식이었죠. 매달 월세를 내야 하는 걱정 없이 내 보금자리를 몇 년 동안 마련하는 유용한 수단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갭투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지면서 최근 각종 대출과 정책 제한으로 전세 시장의 왜곡이 급격히 생겼습니다. 금리 인상도 겹치면서 불에 기름을 부은 모양새가 됐죠. 현 상황이 유지된다면 초고가 주택처럼 단기간 내 집주인이 전세금을 전부 돌려줄 수 없는 지역을 제외하고는 전세 시장 자체가 몇 년 안에 소멸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강종구

한국은행 국장

금융기관 사이의 경쟁 유도해야

예대금리차가 너무 크면 실물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예대금리차를 공개한다고 실제 대출 소비자의 이익이 늘어날까요? 은행이 예금금리 인상이나 대출금리 인하 경쟁을 벌일 거라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이 정책의 유탄을 피하기 위해 은행들은 그간 관행대로 암묵적 협력 행위를 할 겁니다. 현재로선 이를 막기도 어려워 보입니다. 

다른 획기적 조치가 필요합니다. 한국 금융산업의 문제는 금융기관 사이의 경쟁이 미흡하다는 점입니다. 은행과 은행은 물론, 은행과 제2금융권 사이 경쟁도 확대되도록 해야합니다. 예를 들어 예금보험의 예금 한도가 20년 넘게 5000만원으로 묶여있는데, 이 한도를 높여주면 은행에서 제2금융권으로 향하는 예금액이 늘어날 겁니다. 그럼 은행도 예금 유치를 위해 스스로 개선책을 내놓겠죠.

류상철

한국은행 국장

🤔 예대금리차 공개가 유용할지 의문

이번 개편을 기사에 나온 것보다 좀 더 세밀히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신용등급별로 공시하던 대출금리 정보를 개인신용평점 기준으로 공시하기로 했는데요. 이는 은행의 실제 신용평가 상황을 제대로 반영해 정보의 유용성을 높일 겁니다. 대출금리 세부 구간도 5구간에서 20구간으로 확대함으로써 정보의 정밀성은 높아지겠죠. 

반면 예대금리차 정보 공개는 얼마나 유용할지 의문입니다. 대출 받는 사람한테 필요한 정보는 대출금리와 관련된 정보입니다. 하지만 예대금리차는 대출금리와는 큰 연관이 없습니다. 은행이 예대금리차로 과도한 이익을 거둔다는 대중적인 인식에 영합해 이를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배상영

대신증권 애널리스트·전(前) 건국대 부동산도시연구원

세금 올리는 효과밖에 없었던 정책

공시가격 현실화의 골자는 결국 증세였습니다.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백지화에 따라 부유층에 혜택이 집중된다고 기사는 꼬집지만, 뒤집어 보면 공시가격 현실화로 인한 부동산 보유세 부담 증가도 특정 계층에만 집중되기도 했습니다. 공시가격 현실화를 백지화한다는 건 세율 인상을 통하지 않은 ‘꼼수 증세’를 되돌리겠다는 방침으로 보입니다. (‘꼼수 증세’가 아니려면 현실화 이후 세율을 낮춰 이전과 비슷한 수준의 세금을 부과했어야 하겠지요.)

김영곤

강남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 공시지가→조세표준지가로 명칭 바꿉시다

어느 정부에서건 부동산 가격이 올라갈 땐 공시지가를 빨리 올렸지만 가격이 내릴 때는 그 하락을 반영하는 데 소극적이었습니다. 애초에 공시지가가 시장가보다 낮다는 이유도 한몫했겠지만 공시지가 자체가 시장 상황과 너무 동떨어져 있었다는 얘기도 됩니다. 어느 정책이든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을수록 시장과는 멀어지는 정책이 되는 법이죠.

이제부턴 공시지가의 명칭을 아예 ‘조세 표준 지가’로 바꾸는 것을 건의합니다. 공시지가가 실제 거래가와 분명히 다르다는 점도 쉽게 알릴 수 있고, 무엇보다 세금의 기준이 된다는 것도 명확히 드러나 좋을 겁니다. 이후 이 지가를 시장 상황에 연동시키고 세율 조절을 그에 맞춰 탄력적으로 하게 하면 좋겠습니다. 공시지가를 정치적 목적에 따라 올렸다 내렸다 하지 말자는 얘기입니다.

최대경

신한은행 부동산금융부 선임매니저

공시지가 현실화가 사회정의였을까요?

부동산은 이론적으로 3가지 단계에 세금이 집중됩니다 : 1️⃣ 주택을 취득할때 2️⃣ 주택을 보유할 때 3️⃣ 주택을 매도할 때. 각 단계마다 세금을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따라 국가가 부동산 세금을 사회적으로 어떻게 인식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취득세가 강하다면 주택 보유자가 사회에 부의 일부를 환원해야한다는 시각도 강하다는 겁니다. 보유세가 높다면 주택을 보유한단 이유만으로도 부의 일부를 뱉어내야한다는 시각이 강하다는 것이고, 양도세가 세다면 매각 시점의 차익을 본 사람이 그 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돌려놔야한다는 입장이 확고하다는 얘깁니다.

몇 년 새 한국은 3가지 단계 모두에서 세금을 세계 각국과 비교해 높게 책정한 상태입니다. 3가지 단계 세금을 모두 합하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합니다. 이게 사회정의나 시장주의에 부합하는지 고민해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