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성과급 지급을 실현하는 방법

공정한 성과급 지급을 실현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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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말에도 기업 성과급에 관한 언론 기사가 넘쳐났습니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역대 최대 실적을 낸 반도체와 배터리, 정유, 철강, 바이오 업종 회사 직원들은 남들이 부러워하는 후한 성과급을 받았습니다. SK하이닉스는 기본급의 1300%,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부문은 연봉의 50%에 추가 기본급 500%, SK이노베이션과 LG이노텍은 기본급의 1000%, CJ 제일제당 바이오 사업부는 최대 연봉의 82%까지, LG에너지솔루션은 작년의 2배가 넘는 기본급 450%를 지급했습니다.

하지만 성과급 시즌이면 불거지는 삼성전자 vs 삼성후자 논쟁, 엄청난 규모의 공정위 과징금으로 작년 영업적자를 기록, 이번에 성과급을 한 푼도 못 받게 된 삼성웰스토리 직원들의 트럭시위, 기본급의 850%나 되는 성과급을 받고도 LG에너지솔루션의 IPO 흥행 속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LG화학 직원들의 성과급에 대한 집단 반발, CEO에게 영업이익과 성과급 규모 간의 관계를 공개적으로 게시판에 질의해 화제가 된 삼성디스플레이 4년차 직원 ‘삼다르크’에 관한 기사도 있습니다. 심지어 성남 FC에 대한 후원금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받은 성남시 공무원들의 성과급이 대선후보 TV 토론에서 핫이슈가 되는 세상입니다.

공정한 성과급 지급, 어떻게 실현하나 
얼마 전 매일경제신문과 사람인이 공동 실시한 성과급에 관한 직장인 설문조사 결과를 봅시다. 이익 대비 적은 보상규모, 불명확한 보상기준, 성과와 무관한 금액 결정이 성과급에 불만족하는 가장 큰 이유로 거론됐습니다. 응답자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개선방안으로 보상규모의 확대, 합당한 평가체계의 마련, 성과기준의 투명한 공개, 성과에 따른 차등지급 등이 필요하다고 답변했습니다. 잘못된 보상체계가 미치는 가장 중요한 부작용으로는 업무 의욕의 저하를 꼽았습니다.

성과급 재원 결정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성과급을 어떻게 주면 좋을까요? 먼저 성과급의 재원을 어떻게 결정할 것인지 숙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기업이 초과이익을 내면 그 초과이익이 투자든 내부유보든 자사주 매입이든 주주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 주식회사의 목적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ESG 경영,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대두로 회사의 목적이 재정의되면서 경영성과를 협력업체, 직원, 주주, 고객 등 여러 이해관계자들에게 공정하게 배분하는 것이 첨예한 이슈가 됐습니다.

최근 MZ세대 직원들의 공정한 경영성과 배분에 대한 불만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지금도, SK하이닉스는 작년까지 경제적 부가가치(EVA)의 20%를 성과급 재원으로 삼았습니다. LG그룹의 경우 2006년까지 EVA의 1/3을 성과급 재원으로 정했습니다. SK 하이닉스는 현재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하고 있고 삼성전자 노사협의회 근로자 대표들은 무려 영업이익의 20%를 성과급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경영성과급을 근로의 대가로 평균임금에 산입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딱 떨어지는 답이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MZ세대 직원들이 보다 많은 경영성과의 공유를 요구하고 있고 인재의 영입과 유지를 위해서 경쟁력 있는 보상을 HR에서 고민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더 많은 보상이 곧 인건비 부담으로 연결되는 것을 감안할 때 전사재원의 배분관점에서 그리고 부가가치의 창출 측면에서 회사가 ‘인력’ 혹은 ‘노동’이라는 자원에 얼마의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지, 인력자원이 비용을 상회하는 부가가치와 생산성을 내고 있는지, 초과이익의 어느 정도를 임직원에게 지급할지, 회사의 최고경영진들은 이해관계자 간 배분 비율Sharing rule을 이제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성과급 제도 설계 
성과급 재원 산정방법이 결정되면 성과급을 설계해야 합니다. 성과급을 설계할 때 크게 다음의 3가지를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첫째, 얼마만큼의 성과를 달성할 것인가, 둘째, 목표 설정과 성과를 어떤 지표로 측정할 것인가, 셋째, 보상을 측정된 성과에 얼마나 연동할 것인가 알아야 합니다.

첫째, 얼마만큼의 성과를 달성할 것인가의 문제는 언뜻 생각하면 간단합니다. 전년 실적 대비 5% 증가, 10% 증가 등 전년도 성과실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회사에서는 종종 미래목표의 설정을 위해 과거의 실적치를 사용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런 회사의 목표 설정 방법을 알게 되면 당기의 뛰어난 성과 때문에 차기의 목표가 높아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직원들이 올해 목표 수준을 달성하고 나면 더는 추가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 소위 톱니 효과The Ratchet Effect가 나타납니다. 과거 실적이 미래목표의 베이스가 되는 관행이 바로 회사원들이라면 모두 공감하는 ‘올해 잘하면 내년에 피곤해요’의 원인입니다. 특히 엄청난 노력으로 탁월한 성과를 낸 경우 혹은 업황이나 시황 등 통제 불가능한 요소에 의해 성과가 예상치 않게 좋아진 경우를 모두 반영해 미래의 목표를 높여버리면 보상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직원들의 동기부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성과지표(KPI) 선정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성과는 눈에 보이지 않아 결국 성과지표를 통해 간접적으로 측정해야 합니다. 좋은 지표는 노력하면 좋아져야 하고 지표가 좋아지면 회사가 좋아져야 합니다. 그런데 종종 둘 사이에 상충관계가 생깁니다. 예를 들어 CEO 성과를 평가할 때 주가수익율이 좋은 KPI일까, 회계이익이 더 좋은 KPI일까요? 이익을 많이 내면 주가가 오를 것 같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주가는 경제성장률, 인플레이션, 금리, 고용 같은 거시 경제지표나 쇼크에 민감합니다. 그런 면에서 회계이익지표는 주가수익률보다 경영자의 노력을 더 잘 보여줍니다. 그런데 주식회사는 무엇보다 주주가치를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이기 때문에 주주의 목적에 얼마나 부합하느냐를 놓고 보면 이익보다는 주가가 더 중요한 것입니다.

셋째, 전략, 과정 같은 미래지향 지표와 실적, 결과 같은 과거지향 지표의 믹스도 중요합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우리나라에도 길리어드 사이언스, 모더나,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사의 이름이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이들 글로벌 제약사에게는 신약개발이 생명이지만, 신약개발의 과정은 길고도 지난합니다. 개발후보물질 탐색부터 규제당국 승인으로 이어지는 길고 긴 시간을 인내해야 합니다. 리스크 테이킹을 하지 않고서는 성공할 수 없다. 신종플루 치료제 타미플루, 에이즈 치료제, 코로나19 치료제 렘데시비르로 알려진 제약사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2019년도 연구개발비 지출액은 약 10조원에 달했습니다. 이 회사의 매출액은 약 24조로 삼성전자 매출액의 10분의 1인 데 비해 연구개발비 지출액은 삼성전자의 절반이나 됩니다. 화이자나 노바티스와 같은 글로벌 제약사의 2019년 연구개발비 지출 규모도 길리어드 사이언스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모더나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에만 2조원의 연구개발비를 지출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렇듯 성공확률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대규모의 연구개발투자를 해야 하고 제품개발에도 매우 오랜 시간을 투입하는 제약회사의 경우, CEO의 성과에 대해 이사회에서 어떻게 평가하고 보상해야 할까요? 세계 최고의 바이오 제약기업인 암젠은 CEO 현금 보너스 결정을 위해 사용되는 성과지표(KPI)에서 약 30%의 가중치가 ‘신약 파이프라인 성과’에 부여됩니다. 10년에서 15년이 걸리는 신약개발과정을 감안할 때 현재 암젠이 최고의 매출과 이익을 올리고 있다면 그 씨앗은 누가 뿌린 것일까요? 미국 CEO들의 재직연수는 보통 7년 정도가 중위값입니다. 그렇다면 현재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는 제품에 대한 연구개발은 현직 CEO 재임 기간이 아닌 전임, 혹은 전전임 CEO에 의해서 결정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재무성과만으로 보상한다면 평가 기간의 미스매치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이처럼 전문경영인 경영체제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단기성과주의Managerial myopia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미래를 위한 숙제를 얼마나 잘 수행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미래지향지표’를 세밀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정한 보상방안 
앞서 설명한 다양한 지표를 바탕으로 성과를 측정했다면, 이제 어떻게 보상해 줄 것인가가 남습니다. 가장 강력한 성과보상 도구로 실리콘밸리 혁신의 엔진으로 불렸던 스톡옵션을 한번 살펴봅시다.

우리나라 서학개미들이 가장 좋아하는 회사 테슬라의 2018년도 공시자료를 보면 머스크의 보상구조를 잘 알 수 있습니다. 머스크의 기본급은 56,000불에 불과하지만(지금은 기본급을 한푼도 받지 않는다), 2018년에 부여받은 스톡옵션의 공정가치는 약 23억 달러(한화로는 무려 2조 6천억원)로 공시돼 있습니다. 2018년 초 테슬라 이사회는 테슬라의 미래를 이끌 머스크에게 사상 최대의 스톡옵션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2018년에 부여된 막대한 성과보상은 2020년 8월 말 액면분할 이후 수치로 조정하면 최대 10년 기간 동안 최대 약 1억주의 테슬라 보통주를 구입할 수 있는 스톡옵션으로만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스톡옵션은 12개의 개별 차수로 나뉘어 있는데 각 차수마다 840만주의 주식을 행사가격 70불에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머스크의 스톡옵션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행사 가능해지는 게 아니라 단계별 시가총액 목표, 그리고 매출액과 조정 현금흐름EBITDA 목표까지 달성해야만 비로소 행사가 가능해지는 성과연동형 옵션입니다. 장기간, 단계별로 성과를 내야만 행사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경영능력과는 상관없는 행운으로 주가가 상승하고 그 덕에 머스크가 보유한 스톡옵션을 행사해 막대한 차익을 얻는 상황을 이사회가 미리 막은 것입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최근 큰 문제가 되었던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스톡옵션 행사와 매각은 완전히 다른 경우입니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전 대표가 카카오페이 상장 후 단 1달만인 2021년 12월 초, 부여받은 스톡옵션 23만주를 행사, 매각한 후 무려 457억원을 벌어들여 국민들의 공분을 샀습니다. 457억원은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 9,160원을 적용하면 한 사람이 하루 8시간씩 쉬지 않고 1709년 동안 일해야 벌 수 있는 큰 돈이고, 주몽이 고구려를 건국할 때 일을 시작한 사람이 조선 숙종 말기까지 일을 해야 다 벌 수 있는 금액입니다.

작년 11월 카카오페이 기업공개 후 9만원의 공모가는 한때 23만원까지 치솟았습니다. 류 대표는 12월 8일 5,000원의 행사가격으로 스톡옵션을 행사한 후 20만 4천원에 무려 23만주를 매각했습니다. 기업공개 후 거의 따상을 기록한 카카오페이의 주가상승은 경영진의 경영 노력과는 별 상관없는 외부적 원인에 기인한 것입니다. 당연히 불어오기로 되어 있던 바람에 바닥에 떨어진 열매를 ‘줍줍’한 것입니다. 주주들의 카카오페이 기업가치에 대한 밸류에이션이 기업공개 후 주가에 반영된 것이니 자신의 경영 노력과 능력에 기인한 것이라고 카카오페이 경영진은 항변하고 싶겠지만, 누가 CEO로 있었더라도 아마 주가는 똑같이 올랐을 것입니다.

스톡옵션은 기업공개 후 최고경영진의 주식 의무보유기간 적용을 받지 않는 점을 이용해 류 대표와 다른 경영진들이 상장 1달 만에 스톡옵션 행사로 취득한 주식을 매도, 현금화한 후 카카오페이 주가는 1달간 거의 반토막이 났습니다.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일부가 사퇴하는 것으로 마무리됐지만 이 사례는 성과와 보상을 강력하게 연계하는 성과보상의 첨단 도구가 얼마든지 경영진의 탐욕을 위한 불공정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MZ세대가 원하는 성과 측정 방식과 보상
기업 사례는 아니지만 작년도 삼성라이온즈 야구단의 새로운 연봉체계를 흥미롭게 봤습니다. 과거 5년 동안 삼성이 가을 야구, 즉 플레이오프전에 진출하지 못했는데 작년 정규시즌 2위를 차지하고 6년 만에 가을야구에 진출했습니다. 새 연봉제의 핵심은 ‘스스로 자신의 연봉체계를 선택한다’는 것입니다.

연봉제를 적용받을 수 있는 23명의 선수에게 카페테리아처럼 메뉴를 줬는데 메뉴가 기본형, 목표형, 도전형 3개라고 합니다. 기본형은 말 그대로 연초 결정된 고정연봉 그대로 가는 것, 목표형은 고정연봉의 90%를 기본급으로 주고 나머지는 개인별 성과목표 달성 후에 덜 준 10%의 몇 배를 보너스로 주는 것, 도전형은 고정연봉의 80%만 주고 개인별 성과목표를 달성하면 덜 준 20%의 몇 배를 보너스로 주는 것인데, 절반 이상의 선수들이 2와 3을 골랐습니다.

프로야구에서 연봉 제도는 한번 결정되고 나면 시즌 중에는 동기 부여할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팀의 최종 성적에 의해 선수 개인 보너스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 별로 전체 팀 성적과 직결되는 구체적인 3~4개의 개인성과목표(예를 들어 포수의 도루방어율 등)를 부여하고 그 달성 여부에 따라 성과 보너스 금액이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이 사례는 첫째, 획일적인 보상 제도가 아닌 개인 선호가 분명한 MZ세대 직원 개별 맞춤형 보상 제도를 자율적으로 선택하게 한 점, 둘째, 팀 성과와 연동된 보상이 아닌 팀 성과에 대한 개인의 기여도를 측정하는 성과 지표를 선정하고 목표 달성 여부를 보상에 연동한 점에서 MZ세대가 원하는 개인 성과의 측정을 보상에 연계하는 시도가 돋보이며 기업에서도 벤치 마킹할 수 있는 흥미로운 사례라고 봅니다. 최근 핀테크 스타트업 핀다에서도 연봉 중 고정급과 성과급 비율을 직원들에게 자율적으로 선택하게 함으로써 보상의 수용성과 동기부여를 높인 사례가 있습니다.

MZ세대 직원들과 회사 경영진의 직원 보상과 성과급을 바라보는 첨예한 시각차를 감안하면 이제 매년 1월 말, 2월 초면 논란이 되는 성과급 논란은 회사 이름만 바뀔 뿐 연례 행사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내 마음 같은 사람은 없습니다. 지혜, 역지사지, 양보, 소통, 타협 같은 가치가 중요해지는 시점입니다.

✍🏻 작성자 신재용 :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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