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OMC 의사록은 왜 시장을 웃게 했을까
이효석의 주식으로 보는 세상

확실한 긴축 의지 밝힌 연준, 그런데 왜 시장은? : 26일 새벽,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의사록이 공개됐습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1년에 8번 FOMC 회의를 진행하고, 3주 후에 어떤 내용이 오갔는지 의사록을 공개하는데요. 공개된 회의록을 보니, 연준이 확실하게 긴축 정책으로 무게 중심을 옮겼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수차례에 걸쳐 0.5%p씩 금리를 인상하겠다, 연준의 정책을 ‘완화’에서 ‘긴축’으로 옮겨야 한다는 표현이 자주 등장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긴축 기조가 확실해지자 오히려 나스닥을 중심으로 시장은 반등했습니다. 긴축 기조가 분명해졌는데 왜 시장엔 화색이 돌았을까요? 이번 글에선 FOMC 의사록의 의미와 시장이 안도한 이유에 대해 설명해보겠습니다.

먹구름 낀 미국 경제, 운에 기대야? : 최근 글로벌 금융 환경이 정말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우선 미국을 중심으로 경제 성장 전망치가 빠르게 하향 조정되지만, 물가 전망치는 내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은 자연스럽게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로 연결됩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제가 안 좋은데, 인플레이션도 잡히지 않아 중앙은행이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는 곤란한 상황을 의미합니다.

이 상황을 가장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건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의 발언이었습니다. 옐런 장관은 최근 “경제가 연착륙하는 것을 상상해볼 수는 있다”면서 “이를 위해 기술과 운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미 재무장관이 경기침체는 당연하고, 운이 없다면 경착륙도 가능하다는 말을 한 것인데요. 그만큼 미국의 경제 상황이 빠르게 안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죠.

CEO들의 경고 : 기업 경영자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는 않아 보입니다. 거시 경제를 분석하고, 이에 기반해 정책을 결정하는 연준 또는 정부 관료들보다 기업 CEO들이 하는 이야기가 실물 경제와 조금 더 맞닿은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최근 우버 CEO가 직원들에게 “이제 우버는 성장보다는 현금 흐름과 수익성에 신경 쓰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말에는 2가지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1️⃣ 우버와 같은 성장 기업이 더 이상 신규 투자를 받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것입니다. 그동안 넘치는 유동성은 성장성이 있는 (또는 성장이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곳으로 흘러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조금 더 엄격한 잣대가 필요한 상황이 됐죠. 2️⃣ (투자를 덜 하겠다는 이야기도 되지만) 낮았던 가격을 정상화하려는 시도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가격을 인상하기 어려운 후발 업체에는 더욱 힘든 경영 환경이 조성될 수 있습니다. 

우버뿐만이 아닙니다. 월마트, 타겟과 같은 회사의 CEO들도 최근 실적 발표를 통해 각기 다른 이유로 늘어난 재고에 대해 설명하면서 향후 소비 경기가 좋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달라진 연준이 무서웠던 시장 : 이처럼 미국 경제는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안 좋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연준에서는 긴축 의지를 강하게 보여주고 있었죠. 사실 과거에는 주가가 하락하는 등 시장에서 힘들 때마다 연준을 쳐다보면서 부양책을 써주기를 요구해왔고, 연준은 그 기대에 부응해 주가를 방어할 선물을 주곤 했습니다. 연준풋(연준이 주가 하락을 막아준다)이란 용어도 생겼을 정도니 말입니다. 

그런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인플레에 대한 수식어로 “일시적”이라는 단어를 빼고, 인플레 억제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면서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자산 가격이 상승하면 오히려 연준이 이를 막는 역할을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연준이 인플레를 통제하기 위해 강력한 긴축 정책을 펼칠수록, 국채와 주가 등 자산 가격이 영향을 받기 때문에 시장은 점점 연준을 무서운 존재로 인식했습니다. 

5월 FOMC 의사록에 숨겨진 두 가지 의미 (시장은 왜 안도했을까!) : 물론 이번에 발표된 5월 의사록에도 차가운 이미지의 연준이 부각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미묘하게 시장이 안도할 수 있었던 포인트도 있었는데요. 2가지 키워드로 설명해 보겠습니다.

1️⃣ Pause(잠깐 멈춤) : 이번 의사록에는 “상황에 따라서”라는 전제 조건이 있긴 했지만, 긴축을 덜 공격적으로 펼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심지어 잠깐 멈출 수 있다는 표현도 등장했는데요. 시장은 연준이 앞으로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인플레를 잡기 위해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요. 연준이 상황에 맞게 정책을 조절할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시장에 안도감을 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는 것 자체가 연준이 인플레뿐 아니라 경기 둔화도 걱정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죠.

2️⃣ Vulnerability (취약성) : 사실 두 번째 키워드가 더 중요할 수 있는데요. 연준은 채권 시장의 유동성과 관련해 취약성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쉽게 말해, 통화 긴축이 국채 시장의 유동성에 미칠 어떠한 영향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죠. 이를 두고 시장은 이렇게 해석했을 겁니다. “인플레를 잡기 위해 연준이 긴축을 하긴 하겠지만, 이런 식으로 세게만 나가지는 않겠구나? 시장 상황을 걱정하긴 하네?”라고 말이에요. 

그림으로 이해하면 : 아래 그림은 Treasury market depth(재무 시장 깊이)를 보여주는 그래프입니다. 쉽게 말해, 채권이나 주식, 부동산 등 자산을 시장에 팔려고 할 때 이를 사줄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를 나타내는 용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살 사람이 줄을 서 있으면 깊다고 하고, 반대의 경우에는 얇다고 할 수 있는데요. 보시는 것처럼, 미 국채 시장의 깊이는 코로나 위기 직전 수준까지 내려가고 있습니다. 물론 파란색(30년물)처럼 아직 문제가 없는 채권도 있지만, 5년물과 10년물은 상당히 얇아졌습니다. 이렇게 호가가 얇아진 시장은 외부 충격이 왔을 때 심각한 가격 조정이 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해요. 연준이 매우 예의주시하는 포인트이기도 합니다.

빠르게 식고있는 미국 경제 : 결론적으로 미국 경제는 연준이 급브레이크를 밟으면서 매우 빠른 속도로 식고 있습니다. 심지어 재무장관이 경착륙을 걱정할 정도로 말이죠. 하지만, 이번 의사록을 통해 연준 역시 급브레이크로 인한 부작용을 경계하고 있다는 게 드러났습니다. 연준이 앞으로 글로벌 경제를 어떻게 운전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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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만 3번째 금리 올린 한국은행! : 어제(26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75%로 인상했습니다. 연 1.5%에서 0.25%p 올렸는데요. 올해만 3번째 인상입니다. 한은은 코로나 위기 이후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연 0.5%까지 낮췄다가 작년부터 다시 올리고 있습니다. 최근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5%에 육박하는 등 인플레가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고, 달러 대비 원화 가치도 상대적으로 약세가 뚜렷하기 때문입니다. (원화 가치가 지나치게 떨어지면 외국 자본 이탈 우려가 커지죠.) 일단 선제적 금리 인상으로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는 적절히 벌려놨지만, 한은은 연내 2~3차례 추가 인상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인플레 고착화를 초래할 수 있는 ‘인플레 기대 심리’가 점점 강해지는 등 인플레를 적절히 제어할 통화 정책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 나이로 인한 임금피크제 무효! : 연령만으로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가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대법원이 임금피크제를 적용할 수 있는 여타 합리적 기준을 제시한 건 처음인데요. 통상적으로 기업들은 연령을 기준으로 임금피크제를 적용해왔기 때문에 일각에선 산업계 혼란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번 판결이 개별 기업을 대상으로 한 판결이었기에 주요 기업에 모두 적용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한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 정권 바뀌니 해볼만? 재건축 안전진단 신청 러시! : 재건축 규제 완화를 공약한 윤석열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재건축 사업의 가장 큰 난관으로 꼽혀온 안전진단 신청이 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안전진단은 재건축 시행 여부를 판별하는 첫 관문으로서, 문재인 정부에서 진단 통과 기준이 크게 강화됐습니다. 진단 통과에서 작년까지 탈락했던 단지들의 통과도 새 정부 들어 늘고 있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