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종구

한국은행 국장

중국 경제가 2년 전과는 다를 이유

중국이 코로나 경제 위기를 상대적으로 잘 선방했던 비결은 ‘제조업’에 있었습니다. 중국을 포함한 각국 봉쇄 조치로 서비스업 수요가 크게 줄었지만, 봉쇄의 영향을 덜 받는 제조업 상품이 그만큼 잘 팔렸습니다. 중국은 막강한 제조업 수출 강국입니다. 덕분에 전 세계 대부분이 마이너스 성장한 2020년에도 중국은 플러스 성장을 했습니다.

그러나 현 시점의 중국 제조업에는 2년 전과 같은 파워가 없습니다. 각국이 위드 코로나 정책을 펴면서 서비스업 수요가 다시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각국의 제조업 상품 수요가 2020~2021년만큼 탄탄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입니다. 정치·의료 측면의 부담은 있겠으나 중국의 점진적 위드 코로나 시행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윤정현

산업연구원 통상정책실 전문연구원

더 심화할 세계 물류대란

중국의 장기화된 봉쇄는 글로벌 기업들의 생산에 막대한 타격을 입히고 있어요. 앞서 폭스콘 공장 가동 중단으로 화제가 된 애플 등 해외 업체뿐 아니라, 배터리·의료 기기 등 중국 내 신성장 기업들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당장 봉쇄가 풀린다 해도 문제입니다. 상하이항 주요 부두에 선박이 500척 넘게 대기 중입니다. 지연된 화물 처리도 쉽지 않을 겁니다. 여기에 수도 봉쇄까지 이어지니… 관련 전문가들은 중국발 물류 대란 현상이 7월까지는 이어질 걸로 보고 있습니다.

양주경

키움투자자산운용 글로벌채권팀 부장

중앙은행들 긴축 경향도 더 거세질 것

중국의 물류 대란이 심화하면 결국 전 세계 인플레이션은 재차 압력을 받게 됩니다. (현재 인플레는 생산 부진에 따른 공급 부족이 원인이거든요.) 이미 매파적인 주요 중앙은행들이 더더욱 긴축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겠습니다. 3연임 앞둔 시진핑 주석이 그전까지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포기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류상철

한국은행 국장

🇺🇸🇨🇳미중 과잉 정치화가 인플레 근원

최근의 인플레이션은 공급 부족에 있다고 하죠. 뿌리를 더 거슬러 가보면 거기엔 세계화를 이끌었던 미국·중국 등의 ‘변심’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세계 무역 질서를 주도해 온 미국과 더불어 중국은 1990년대 이후부터 잘 훈련된 저임금 노동력을 제공하며 전 세계 물가 안정과 경제 성장에 기여했습니다.

그러나 이젠 두 나라 모두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가 득세하고 있죠. 트럼프 시절의 리쇼어링 압박이나 현재 중국의 극도로 엄격한 봉쇄 정책도 모두 세계 경제보다 자국 정치를 중시하면서 나타난 현상입니다. 효율적인 세계 경제가 퇴진하고 과잉 정치화된 고비용의 세계 경제가 대두하면서 고물가가 새 표준이 돼 가고 있습니다.

정영준

그레이웨일 대표·전(前) 블라인드 공동대표

천국도 지옥도 ‘구매’할 CEO, 머스크

머스크의 트위터 계정 자체가 하나의 거대 미디어와 맞먹습니다. 팔로워는 8400만으로 독일 인구보다 많고, 날리는 트윗마다 전 세계 언론들이 받아쓰며 확대 재생산합니다. 본인의 다양한 사업을 알리는 훌륭한 뉴스룸이며 트윗 한 방에 도지코인이 786%나 오릅니다! 비트코인을 널뛰게 만드는 가상화폐 시장의 ‘블룸버그’입니다. 그뿐인가요? 머스크 개인에겐 사회적 문제나 특정인 겨냥 발언도 서슴없이 내뱉는, 유행하는 밈이나 팔로워들의 시시콜콜 트윗에도 반응해주는 놀이터이기도 합니다.

이 공간에서 본인을 제재·통제할 수 있는 건 트위터가 유일했는데… 이번 인수로 그마저 본인의 통제하에 둬버렸네요. 긍정적으로 보면 트위터는 세계 최대의 온드미디어(Owned-media·기업이 직접 소유한 미디어)를 가진 회사가 됐고 현 시점 세계 최고의 경영자를 얻었습니다. 부정적으로 보면 트위터는 세계에서 가장 바쁜 경영자와 통제 불가한 오너 리스크를 얻었습니다. 🤣

최인욱

인터파크 플랫폼기획팀 팀장

테슬라 인공지능 역량 끌어올릴 트위터

머스크의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 우주 기업인 스페이스X는 환경·우주 등 가치를 공유해왔습니다. 이번에 인수한 트위터는 인공지능의 진화란 측면에서 번영에 기여할 겁니다. 트위터가 설립된 지 올해로 16년인데요. 지금 인류가 멸망한다면 트위터는 아마도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은 인류의 텍스트를 모아놓은 사상 최대 기록 유산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트위터에 축적된 어마어마한 양의 인간 교류 빅데이터는 인공지능의 딥러닝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울 겁니다.

그런데 제 지인 개발자는 이런 질문을 던졌어요. ‘트윗은 비공개 처리된 게 아니면 전부 다 크롤링(자동화된 정보 수집)이 가능한데, 굳이 저 돈을 주고 살 이유가 있나? 이해가 안 간다!’ 글쎄요, 머스크가 프로필 사진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머스크가 투자한 코인의 가격이 꿈틀거리는 상황입니다. 트위터에 이 질문을 던지면 무슨 반응들이 나올까요?

강종구

한국은행 국장

국가 넘어선 글로벌 차원의 여론 독과점

괴짜 머스크의 깜짝 투자로만 바라보기엔 생각보다 무서운 뉴스입니다. 세계 최대 부자와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의 결합은 ‘여론 독과점’이란 문제를 질적으로 격상시키기 때문이죠. 여론 독과점은 보통 한 국가 수준에서 벌어지는 일이었습니다. 정치·경제는 물론 결정적으로 언어가 달라 전 세계 차원의 여론 독점은 벌어지기 힘들었죠. 그러나 사진과 동영상, 비교적 짧은 텍스트로 무장한 트위터의 등장은 강력한 소통 편의성을 무기로 글로벌 차원의 여론 독과점도 가능하게 만듭니다. 한국도 국내 여론 독과점·중소기업 보호 등에 지나치게 얽매여 자생적 소셜미디어들을 단속만 하지 말고 지원 전략을 구축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김영곤

강남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시간 흐른다고 재건축 안 유리해집니다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이 선호되고 있다는 건 매우 긍정적인 뉴스입니다. 사실 우르르 재건축이 된다고 다 같이 사업성이 좋은 건 아닙니다. 이미 건폐율*과 용적률*이 높은 주택들은 추가될 신규 분양 물량이 적어 사업성이 떨어집니다. 구축, 특히 너무 오래돼서 이미 1~2차례 재건축이 된 아파트들은 건폐율과 용적률 상향이 더는 어려운 곳도 많습니다. 재건축해봐야 바라는 것에 비해 남는 게 별로 없는 것이죠.

정부에서 규제를 조금 풀어줘도 문제입니다. 건폐율·용적률이 올라가면 주택 밀집도가 증가해 주거 쾌적성은 나빠집니다. 이 맥락에서 ‘내가 원하는 구조, 신식 설비와 함께 쾌적하게 살겠다’고 나선 리모델링 수요가 늘었다는 건 반길 일입니다. 낭비되는 비용과 사업성 고려 없이 재건축에만 목매는 건 안 됩니다.

📌 건폐율과 용적률 : 건폐율은 바닥 면적이 건물 대지에서 차지하는 비율. 용적률은 지하층을 제외한 지상층들의 바닥 전부를 합한 면적이 건물 대지에서 차지하는 비율. 정부는 이 비율들에 상한을 걸어 재건축 규모를 규제함

김웅

하나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부동산전문위원

리모델링과 재건축 고르라면 십중팔구

아파트 소유자에게 리모델링과 재건축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십중팔구는 재건축을 택합니다. 단순 리모델링보다 자유로운 평면 설계·최신 커뮤니티 시설 배치 등 자산 가치 상승 요소가 많기 때문이죠. 이런 재건축 선호 시장의 변화 계기는 현 정부의 재건축 규제 강화입니다. 재건축 자체가 너무 어려워 대안으로 리모델링을 검토하는 단지들이 늘어난 겁니다.

그러나 차기 정부의 공약 방점이 리모델링보단 재건축 활성화에 찍혀있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리모델링 추진 단지가 더 늘 것 같진 않습니다. 오히려 리모델링에서 재건축으로 선회하는 단지들이 더 늘지 않을까요.

이동윤

신한금융그룹 해외부동산투자 수석매니저

💨 리모델링 바람, 한풀 꺾이는 2기 市

역시 ‘입지’네요. 입지가 주거 부동산 투자에 있어 여전히 가치를 절대적으로 결정하는 요소임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뉴스입니다. 2기 신도시인 동탄과 광교는 주변에 삼성·LG 등 대기업이 캠퍼스를 형성하면서 직주 환경의 장점을 바탕으로 실수요와 집값 상승을 견인했습니다. 그러나 서울에 더 인접한 1기 신도시들에 리모델링 바람이 조금씩 불고 투자 이목이 집중되면서 2기 신도시 투자의 활력이 꺾여버린 듯합니다. 서울과 가깝다는 1기 신도시의 지리적 이점이 다른 변수를 강력히 커버하는 것이죠.

김영곤

강남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얽히고설킨 서울과 1·2기 신도시 관계

거주 기능을 서로 보완해야할 서울과 신도시들이 집값을 둘러싸고 얽히고설켰습니다. 이 구도를 만든 건 시장이 아닌 역대 정부입니다. 시장은 오를 만한 곳의 가격을 올리고, 내릴 만한 곳을 내립니다. 시장 기준으론 강남 등 서울 일부 지역의 집값이 훨씬 오르겠죠. 정부는 이를 막아야 하니 규제 강화로 살벌히 시장 분위기를 잡아왔습니다. 나비효과로 주택 구매 조바심이 자극돼 아직 오를 이유가 없는 곳의 집값들이 올랐습니다.

이제 규제 완화와 공급 증대 시그널이 작동되는 만큼 이 구도가 정상화되는 기간에 접어들 겁니다. 그러나 집값 하락을 단언하기엔 변수가 남았습니다. 유가와 건자재 등의 가격이 끝모르게 오르며 건설 원가가 오르는 것이죠. 자재 수급이 어려워 공급 진행에 차질이 생길 수준이니  공급 부족에 따라 가격이 추가로 오를 요인도 있습니다.

정진균

리암그룹 CIO/CEO·서울시립대학교 경영학과 겸임교수

♻️ 돌고도는 게 자금 시장

자금 시장은 물과도 같습니다. 물이 빈 곳을 치고 들어가듯, 쉽게 이동할 수 있는 곳으로 자금도 빠르게 이동합니다. 그러나 자금이나 물이나 총량이 불변한다는 법칙은 똑같죠. IPO 시장의 침체를 피해 기업들이 스팩을 통한 우회 상장을 하게 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금 총량은 불변이라 양쪽 모두 어려운 상태가 되는 건 동일합니다. IPO 시황이 어렵다고 그게 스팩 시장에 다 몰리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죠. 정도만 다를 뿐 어려운 건 매한가지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