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 Insight] 두 번째 성장의 기회, 사내공모

두 번째 성장의 기회, 사내공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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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저와 관련된 5개의 법인이 소속해 있던 BU의 HR책임자를 맡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룹에서 독립된 하나의 사업부로 관리되던 BU의 강점은 다양한 법인이 모여 있어 인재 구성에서도 다양성을 가지고 있고, 그룹의 핵심 인재가 적어 많은 젊은 직원들에게 기회를 주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특히 2개의 법인 대표는 30대 중반에 발탁돼 기회를 받고 있던 곳이었기에 더 많은 젊은 인재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환경이라는 점도 큰 장점이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법인들과 다르게 서비스 업종으로 분류돼 있어 남들 일할 때 쉬고, 쉴 때 일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BU 내에서 기회를 줄 수 있는 포지션은 많았지만, 정작 기회를 받을 수 있는 인재가 적었던 상황이 반복되고 있었고, 이때 마지막으로 사용했던 방법이 바로 ‘사내 공모’였습니다.

사내공모, ‘성장의 기회’라는 인식 전환에서 시작해야
스포츠와 같이 직장에서의 트레이드 또는 FA제도라고도 불리우는 사내 공모 제도는 직무 전환의 용도 또는 이미 회사의 문화와 일하는 방식, 히스토리를 아는 조직에 가장 적합한 인재를 주요 포스트Post와 포지션Position에 재배치하여 과업을 수행하게 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HRD 용어 사전에서는 ‘기업 내 주요 포지션을 외부 경력으로 채우기 전 사내 구성원들에게 먼저 오픈하고, 직원들을 대상으로 먼저 인하우스 경력 채용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정의를 내리고 있습니다. 이 제도는 외부에서 영입한 인재가 탁월한 역량과 경험을 활용하지 못하고,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식에 적응하지 못해 빠르게 이탈하는 모습을 보거나 조직문화를 해치는 경우를 자주 목격하는 부서와 스타트업에서도 활용 가능한 HR제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잘못된 목적과 방법으로 사내 공모를 실행하면 구성원들에게 큰 어려움을 주는 난감한 제도가 되어 버리기도 합니다. 지원 여부가 노출된 직원에 대한 동료 및 리더의 추후 감정적·평가적 보복이 가장 흔한 일이며, 때로는 합격한 직원의 이동을 리더가 거부하기도 합니다. 단순 부서이동을 넘어 직무 전환이 진행될 경우에는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이탈할 수 있고, 남은 사람들은 ‘부서를 떠나지 못하는 우리는 실패자인가?’라는 생각과 함께 사기가 꺾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사내공모는 조직 내에서 성장을 원하는 구성원들에게 두 번째 기회를 제공할 때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제도를 바라보는 리더와 구성원들 사이에 다음과 같은 인식 전환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사내공모는 개인의 성장과 성공을 위해 개인이 하고 싶은 일과 일하고 싶은 팀 문화를 갖춘 곳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팀의 성공보다, 회사 전체에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인재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이동하는 직원이 빠르게 적응하고 기여할 수 있도록 회사와 이동한 부서의 리더가 함께 지원해야 한다.

어떤 HR제도도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단지 더 좋은 목적을 위해 활용하는 것이고, 이를 통해 파생되는 약점의 영향이 적도록 운영해 나가야 합니다.

사내 공모 제도의 장점
사내 공모 제도의 장점은 너무 뚜렷합니다. 구성원들에게는 불확실성이 높은 이직을 하지 않고도 내부에서 자신에게 맞는 과업, 부서를 찾아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조직 관점에서는 핵심 포스트를 조직문화를 이해하고 있는 직원으로 세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 예기치 않은 인재를 발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는데, 이러한 활동이 반복되면서 회사는 지속적으로 직원들의 성장과 성공에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직원들에게도 장점을 가져다줍니다. 사내 공모의 기회를 얻게 된다면 이직을 하지 않아도 새로운 경력을 개발할 수도 있고, 자신에게 맞는 문화를 가진 팀과 사업장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이동한 직원들은 이직과 같은 동기부여 효과를 얻으며 새로운 포지션에서 일에 몰입할 수 있게 됩니다.

이 과정과 결과는 당연히 회사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숨어있는 효과도 하나 있는데, 그것은 리더가 자신의 팀원들에게 조금 더 관심을 갖게 되며 그 팀원의 성장과 성공을 위해 사내 공모를 개인의 CDP(Career Development Plan)에 적용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필자 또한 HR, 마케팅, 유럽 브랜드 MD 등의 직무를 경험하길 원하는 팀원들에게 사내 공모를 제안하며 그들의 CDP를 재설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내공모제도의 단점과 보완법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직원들이 선호하는 일부 포지션이 열렸을 때 우르르 몰려가며 기존 조직들의 문화가 일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고, 직원들이 이동하면서 연쇄 이탈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특히 핵심 포스트가 사내 공모 제도로 이동이 시작되면 소수인 다른 핵심 인재들이 줄줄이 이동하게 됩니다.

필자 또한 그러한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과거 사업부에서 직원들이 선호하는 브랜드의 상품기획 팀장 포지션이 오픈된 적이 있었습니다. 이때 수많은 직원들이 지원했고, 리테일 사업부의 A가 합격해서 이동을 하게 됐는데, 바로 이어서 리테일 사업부는 A직원의 포지션을 사내 공모로 올렸고, 이 포지션에는 해외 사업부에서 주재원으로 근무하던 B직원이 이동을 하는 등 3~4개월 동안 온 사업장이 시끄러웠습니다.

이러한 단점을 방어하기 위한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사내 공모가 긍정적인 문화로 자리잡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첫째, 직원들이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리더십과 조직문화를 구축해야 하고, 둘째, 성장한 구성원들에게 언제든지 자리를 맡길 수 있도록 석세션 플래닝을 준비해야 합니다. 실제 한 회사에서는 주요 포지션에 한해 핵심인재와 성장 가능성이 있는 인재를 1 on 1 매칭해 도제식으로 해당 포지션의 후계자를 양성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학습과 성장 그리고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문화가 있었던 조직의 특징이 사내공모의 강점을 키우고, 약점을 줄이는 효과를 내고 있었던 것입니다.

사내공모제도 운영을 위한 5가지 팁
그 외에 몇 가지 운영 팁을 공유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사내공모와 함께 외부 경력 채용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더 좋은 인재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전 직원에게 오픈되는 JD를 조금 구체적으로 작성해서 많은 지원자를 모집하기보다는 극소수의 최적화된 인재만이 도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포지션 이동 시 얻게 되는 장점과 함께 약점을 솔직하게 노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됩니다.

2️⃣ 내부 인재들이기 때문에 평가와 태도, 평판 등에서는 HR에서 다양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단 ‘해당 인재가 잘 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고민해야 합니다. 이유는 사내 공모를 지원하는 경우 중 많은 부분이 직무 변경 또는 법인 변경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변화가 크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때 전략서라는 과제를 부여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포지션에서 수행할 과업에 대해 가지고 있는 구체적인 정보가 없기 때문에 허무맹랑한 내용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전략서를 작성해 보면서 어떤 강점이 있는지, 얼마나 열정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전략서를 잘 준비하기 위해서 자기 시간을 사용해야 하기에 진짜 지원자를 선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3️⃣ 비밀이 잘 지켜져야 합니다. 사내 공모를 지원한 직원들도 경력 채용과 동일한 코스로 검증 절차를 경험하게 되는데, 면접을 볼 때는 회사에서 진행하면 안 됩니다. 이유는 ‘OOO이 이번에 사내 공모에 지원했다’고 소문이 나서 현재 소속된 부서에 노출되면 배신자라고 낙인 찍힐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비밀을 준수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합니다. 특히 서류와 면접은 사내 회의실이 아닌 외부 커피숍 등에서 캐주얼하게 만나보길 권하고 싶습니다. 가능한 퇴근 이후의 시간을 활용해서 말이죠. 면접 기간에 연차를 쓰게 된다면 바로 소문이 날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많은 직원들이 사내 공모에 지원해서, 당해년도 평가에서 보복성 C를 받기도 하고, 소문이 나는 바람에 사내 공모에서 탈락하고 리더와의 관계에서도 갈등이 생기며 퇴사를 하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4️⃣ 기존 부서와 리더가 이동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막는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합니다. 사내 공모에 합격한 인원을 조직의 리더가 놓아주지 않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필자는 개인에게 나름의 협박도 하고, 성장과 기회를 주겠다고 회유도 하고, HR 부서나 임원을 만나 ‘핵심 인재라서 보내지 못한다’ ‘OO을 이동시키면 나도 퇴사하겠다’라며 지저분한 행동을 하는 리더들을 많이 봐왔습니다. 그래서 모든 사내 공모 절차가 끝나고 합격자 발표가 되면 기존 조직은 빠르면 1주, 늦어도 1개월 내 인수인계를 하고, 무조건 이동을 강제하는 장치가 있어야 합니다.

5️⃣ 마지막으로 조직문화 관점에서 이렇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 과업, 부서로의 이동을 축하하고 격려하는 문화가 필요합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개인의 성장이 조직의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마인드셋이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지금은 성장의 시대입니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직원은 ‘지금 이 회사에서 내가 더 성장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찾지 못하게 될 때 이직을 결심합니다. 회사와 리더십에 대한 정보가 넘치는 대퇴사의 시대, 직원들은 언제든 자신이 원하는 기업의 정보를 구해 이직할 수 있는 시대이기도 합니다. 이때 사내 공모가 우리 핵심 인재들에게 조금 더 성장의 기회를 주고, 회사를 긍정적으로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HR 제도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 작성자 백종화 : 그로플 CEO&Coach이자 <일 잘하는 팀장의 대화력 ‘원온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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