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 Insight] 가족 같은 회사에 대한 오해와 진실

가족 같은 회사에 대한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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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올라온 칼럼 중 필자의 눈길을 끄는 제목이 하나 있었습니다. <당신의 일터를 ‘가족 같은 회사’로 브랜딩할 때의 부정적인 면The Toxic Effects of Branding Your Workplace a ‘Family‘>. 내용 또한 흥미로웠는데, ‘당신이 채용공고를 보았다면 “우리는 가족입니다” “우리는 ○○○ 가족입니다”와 같이 ‘가족’이라는 단어로 자기 회사의 문화를 표현하는 글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라는 글로 시작하여 가족 같은 회사 문화가 갖는 부정적인 면들을 언급하고 있었습니다.

《규칙없음No Rules Rules》의 저자 에린 마이어Erin Mayer도 최근 국내 모 경제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는 ‘가족 같은 회사’ 마인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발언을 했는데, ‘가족 같은 회사’에 내포된 부정적인 요소들은 전 세계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가족 같은 회사가 낡은 문화로 인식되는 이유
앞서 언급한 칼럼의 필자이자 리더십 컨설턴트인 조슈아 루나Joshua Luna나 에린 마이어가 ‘가족 같은 회사’에서 벗어나야 하는 이유로 본 것은 ‘가족’이라는 관점에서 동료와 부하, 리더와의 관계를 인식하게 됨으로써 발생하는 이슈들이었습니다. 관계를 망치게 될 것에 대한 우려나 불안으로 인한 필요한 피드백의 자제나 리더들이 구성원에게 필요 이상으로 간섭하게 되는 행위, 심지어 ‘가족’이기에 때로는 자신이 하지 않아도 되거나, 해서는 안 되는 업무나 역할을 수행하게 됨으로써 발생하는 번아웃과 같은 부정적 현상들이 그것입니다. 또한, ‘가족 같은 회사’를 강조하던 일부 기업에서 발생된 ‘진정 가족 간이라면 그러지 않을’ 여러 부정적인 사건들이 겹쳐, ‘가족 같은 회사’는 과거 ‘군대식 문화’의 개념과 비슷하게 구시대적이고 낡은 문화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가족 같은 회사의 개념
일단 먼저 가족 같은 회사라는 개념이 무엇인지 봅시다. ‘가족’은 인간이 가장 높은 수준의 심리적 편안함과 안전함을 느끼는 집단이자, 서로의 감정이나 심리를 이해하거나 공감하기 쉽고, 서로의 일상 활동을 자연스럽게 경험하는 집단입니다. 그리고 ‘가장’의 역할을 하는 일원이 있고, 가장으로부터 성장 과정 동안 보호받고, 성장 방향을 가이드 받는 일원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가족 같은 회사’ 차원의 조직문화가 조성된 집단이 성과를 내기 적합한 경우는 오랜 시간 근무하는 과정에서 함양되는 노하우, 경험 차원의 휴먼 팩터Human Factor가 중요한 사업을 다루는 경우입니다. 통상 이러한 사업이나 업무는 대체로 수행하는 방식 자체는 정형화되어 있으나 해당 업무에서 높은 수준의 퍼포먼스 발휘를 위한 개인적인 노하우나 기술의 숙련과 전수가 요구되는 경우로 볼 수 있죠. 또한 안정적인 직장생활이 보장돼 구성원과 오랜 시간을 함께하는 경우이거나, 근속년수와 승급-승진이 거의 정비례해 순차적으로 관리자의 역할을 맡게 되는 경우도 포함되는데, 이런 조직에서는 ‘가족과 같은’ 친밀감이나 유대감, 또는 경험을 갖춘 상급자-선배가 자신의 노하우나 기술을 부하-후배에게 전수해주는 조직문화가 유효할 수 있습니다.

관계 붕괴에 대한불안으로 조언 어려워
다만, 앞서 소개한 케이스에 속하는 기업들이 과연 얼마나 되냐는 것입니다. 대다수의 기업들은 기하급수적 변화가 일상화된 경영 생태계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발생한 급격한 업무방식의 변화만이 아닙니다. RPA를 통한 업무들의 간소화와 자동화, 최근 들어 부상하고 있는 메타버스 기반의 새로운 업무환경 도입까지 거의 매년 새로운 업무방식에 대한 논의나 시도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의 대표적 기술이던 AR, VR, AI, 클라우드, 플랫폼 기술에 기반해 이전보다 더 빠르고, 유연하며, 효율적인 업무처리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창의성을 극대화하려는 시도가 여기저기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조직의 구성원 각자가 보다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냉정하게는 조직 사업에 이전보다 적은 수의 인력만이 필요하게 만들고, 역으로 줄어든 수만큼 남아있는 인력 개인의 업무 퍼포먼스 차원의 탁월성과 업무 간 시너지 차원에서의 탁월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폭발적 변화 속에서는 누구라도 좋으니, 필요한 변화와 혁신을 먼저 제시하고, 동료나 심지어 선배-리더에게라도 변화하는 정황Context에 맞는 새로운 업무 방식을 제안하는 조직문화를 원합니다.

그런데 ‘가족 같은 회사’에서는 서로에게 필요한 제언이나 조언을 하는 것이 친밀한 관계를 무너뜨리지는 않을지에 대한 불안과 아직은 훈육과 성장의 대상인 하부 구성원들이 변혁을 리딩하는 것을 불편해합니다. 정말 여기까지 보면 ‘가족 같은 회사’는 이러한 경영 생태계에 속하지 않는 일부 기업이나 기관에만 유효한 것으로 보여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가족 인식의 범위나 조건 미고려
‘가족 같은 회사’가 가진 또 다른 문제는 인간이  ‘가족’으로 인식할 수 있는 범위나 조건을 고려하지 않고 있음입니다. 로빈 던바Robin Dunbar의 이론을 빌려 말해보자면, 인간이 ‘가족’에 준할 만큼의 깊이 있는 배려나 관심을 지속할 수 있는 인원의 수는 3~5명 정도로 매우 제한됩니다. 사회적 관계로 인식하고 유지할 수 있는 최대 범위 또한 150명 가량이 한계입니다. 200명이 넘어가는 기업 규모가 되면, ‘가족 같은 회사’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것입니다.

또한, 가족 같은 관계가 되려면 서로의 이익이나 손해를 감수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기업에서 일하는 구성원 간의 관점에서는 승진이나 보상과 같은 인정행위나 원치 않는 조직으로의 이동이나 업무수행을 감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이익이나 손해를 감수할 만큼 서로를 보호하고 케어해줄 수 있는 관계를 만드는 것 자체가 쉽지 않으며, 회사와 일-보상이라는 거래적 관계로 채용되고 취업하는 구성원 개인 입장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개인으로서 최소한 자신이 투입한 노력에 상응하는 가치를 얻는 것을 추구하고, 당연시하는 MZ세대가 주류가 되어가는 요즘 환경에서 가족 같은 회사는 결코 시도하기 어려운 조직문화 형태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가족 같은 회사의 근원적 가치 요소 
여기까지 보면 가족 같은 회사는 개념은 좋으나, 과거의 문화, 또는 아주 제한된 일부 기업에나 먹히는 이야기로 들립니다. 그런데, 가족 같은 회사 문화의 모든 것이 문제가 되고, 없애야 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공동체성 필자는 가족 같은 회사 문화 속에 가장 근원적인 가치 요소가 자리하고 있다 보는데, 바로 공동체성입니다. 이것은 ‘서로를 보호해주고 케어해야 하는 집단으로서 인식하는 것’으로, 애초에 가족 같은 회사의 개념을 소개할 때에도 나왔던 내용입니다. 그런데, 공동체성에는 사실 한 가지가 더 포함됩니다. 바로 ‘공동의 목적을 공유하고 추구하기에’라는 내용입니다.

하나의 기업, 조직에 속한 사람들은 아무리 독립적-자율적으로 일하더라도 전략이나 목표와 무관한 방향으로 일해서는 안 됩니다. 수평적이고 건설적인 비판이나 조언을 활성화하고, 변화를 선도하거나 제시하는 것과 별개로, 변화가 있기 전에는 현재의 전략과 목표 차원에서 자신의 업무 방향과 방식을 결정하고 실행해야 합니다. 또한 비판과 조언 자체도 함께 일하는 동료보다 자신이 역량에서 우위에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비판과 조언을 통해 동료가 성장하고, 성장한 만큼의 퍼포먼스 향상이 자신의 업무, 나아가 우리 모두가 추구하는 공동의 목적 실현에 이로운 일임을 당연시해야 합니다. 이는 모두 공동체성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려운 일이며, 가족 같은 회사는 이러한 공동체성을 형성하기에 가장 효과적으로 보이는 조직문화 개념이었습니다.

다만 공동체성에서 강조하는 공동의 목적이 선하거나 가치있는 것이 아닌 ‘가족’같은 관계 형성이 가능한 소수 인원들끼리 공유되는 ‘부서 이기주의’ 수준의 목적이 되어버리는 것이 문제였던 것이고, 보호와 케어 또한 ‘가족’같은 관계 형성이 가능한 소수 인원끼리의 보호와 케어가 되었던 것이며, 이러한 작은 관계에 들어오지 못하는 구성원이 상대적으로 불편함과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던 것이 문제인 것입니다. 실제 가족 같은 회사 문화의 문제점을 지적했던 조슈아 루나 역시도 ‘우리는 모두 같은 목적을 공유한다’는 목적 중심의 조직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심리적 안전감 가족 같은 회사가 가진 또 다른 가치 요소가 있는데 그것은 ‘심리적 안전감’을 제공해주는 것입니다. 보호하고 케어한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자신의 실패를 회복할 수 있는 에너지’를 제공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는 구성원이 스스로가 한 실수나 실패를 유발할 만한 이슈를 동료나 리더들과 공유하여 해결하는 일련의 과정을 심리적으로 편안하게 여길 수 있게 하는 것으로, 비단 자기 자신만이 아니라 동료나 리더의 실수나 이슈에 대해서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음을 말합니다.

가족 같은 회사 문화에서는 하급자를 대상으로 한 심리적 안전감은 형성이 수월했는데, 이는 가족 같은 회사에서는 본질적으로 상급자와 하급자의 관계를 ‘아직은 실력이 부족하고, 성장이 필요한 동생이나 자식’을 훈육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그 일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건 없건 간에 하급자의 업무수행 내용이나 방식에 대한 확인이나 조언하는 상급자의 모습은 매우 당연시되었고, 하급자의 실수나 이슈에 대해 ‘그러면서 크는 것’이라고 받아들이는 현상들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하급자는 실수나 발생한 이슈를 상급자의 도움을 통해 처리하면서 성장하는 경험 또한 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문제는, ‘가장’의 역할을 수행하는 상급자의 실수나 이슈는 그 위의 ‘가장’인 보다 더 상위의 리더가 조언하고 확인하며, 공유가능한 것으로 인식되어 Speak-Up이 가능한 분위기가 조성되는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특히나 빠른 변화 속에서 더 이상 상급자가 보유한 지식과 경험이 유효하지 않게 되었을 때, 하급자의 역량이 오히려 상급자의 역량을 뛰어넘게 되었을 때, 지금 업무 환경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하급자가 보유한 반면, 상급자는 새롭게 배워야만 하는 상황이 왔을 때 이는 기업 경쟁력 차원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됐습니다.

사실 기업 차원에서의 ‘가족다움’이란, 가족 간에 허울없이 이야기할 수 있고, 다소 못난 부분도 감싸주고 보살펴주는 것처럼, 서로에게 필요한 의견이나 조언을 서로에게 해줄 수 있고, 서로에게 필요한 성장 영역을 도와주는 ‘같은 식구’임이 중요한 것이지 ‘가장과 보호자’가 중요한 것은 아닌 것임에도, 어느 순간 가족 같은 회사문화는 권위적, 위계적 문화로 정의되어버린 것입니다.

공동체성과 심리적 안전감 모두, 오늘날 경영 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조직문화 요소임은 분명합니다. 구글이 사내 고성과 팀들의 역량요소로 정의했던 심리적 안전감은 말할 것도 없고, 주도적-자율적 의사결정과 수행이 가능해져 관리자가 개개인을 통제·감시하기 어렵지만, 동시에 조직적 시너지 또한 창출해야 하는 오늘날의 업무환경에서 공동체성 역시 더 강조돼야 합니다. 개인이 저마다의 목적도 있겠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동료와 후배, 리더가 나와 같은 목적을 추구하며 일하고 있다는 것을 확신해야 하는 것입니다.

가족 같은 회사 문화를 처음 고안했던 리더들, 그 문화를 처음으로 시도하고, 구현하고자 노력했던 당시의 인사담당자들, 사람들은 인간이 가진 가장 따뜻한 속성을, 자신이 경험한 가장 따뜻한 집단을 자신들의 회사 사람들과도 함께 경험하고자 했던 선한 의도에서 출발한 것이라 믿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정작 인간이 가진 다른 속성들과, 오늘날의 인간들이 살아가는 생태계를 고려하지 못한 한계가 있음도 보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들은 가족 같은 회사 문화가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근원적인 가치 요소들을 오늘날의 경영환경에 인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보다 현명하게 적용하고, 구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 작성자 안영규 : 조직문화공작소 수석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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