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의 저지선: 휘발유 갤런당 4달러

경제위기의 저지선: 휘발유 갤런당 4달러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새로운 사실: 미국의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1년 전만 해도 갤런당 2달러 수준이었습니다. 지금은 갤런당 3.4달러가 넘었습니다. 미국의 물가 상승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그런데 미국의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단순히 여러 상품들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미국의 경기를 죽이거나 살리기도 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줄일 수 없는 기름 소비: 미국인들은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올라가면 기름을 덜 넣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아니라 다른 생필품 소비를 줄입니다. 반대로 기름값이 떨어지면 다른 상품의 소비가 늘어납니다. 그래서 미국의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계속 오르면 미국 경기는 나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이 유가를 내리기 위해서 최근 우리나라에까지 전략 비축유를 방출해달라고 요청한 것도 그런 맥락입니다. 요청을 받은 일본은 비축유를 방출해서 국제유가를 낮추는 데 협조하기로 했습니다.

2007년 경제위기 단초 된 유가 급등: 지난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유발한 것도 사실은 급등한 유가였습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을 바탕으로 한 파생상품이 위험을 안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소비자들이 대출금을 연체하지만 않으면 별 문제가 없을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당시에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미국의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4달러를 넘어섰고 그 여파로 인해 저소득층 일부가 모기지 대출 이자를 연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는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이어지며 금융위기를 불러왔습니다.

유가 급등 가속화하는 친환경정책: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의 이런 노력은 그동안 추진해온 정책과 충돌하는 면이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친환경 탄소중립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불러오는 중요한 원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친환경 정책은 기업들이 과거보다 더 많은 친환경 설비를 갖추도록 강제하고 있고 그 여파로 기업들의 제조원가는 더 높아집니다. 친환경 설비를 갖추기 어려운, 규모가 작은 기업들은 도태되거나 문을 닫게 됩니다. 그리고 그 결과 시장의 경쟁자가 줄어듭니다. 경쟁의 약화는 가격 인상으로 이어집니다. 친환경과 저물가는 함께 동행하기 어려운 조합입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그러면 달러∙원 환율은 더 오를 가능성이 커집니다. 그렇게 환율이 오를 가능성이 커지면 외국인들도 우리 주식시장에서 투자를 줄일 가능성이 함께 높아집니다. 미국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달러를 향해 근접하기 시작하면 전 세계의 모든 투자자들이 주의깊게 관찰해야 하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빨라지는 전세의 월세화
오늘의 이슈

새로운 사실: 최근 서울의 월세 비중이 계속 올라가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11월까지 월세 계약 건수는 5만6000건인데 작년 같은 기간에는 5만건에 그쳤습니다. 비중도 전체의 36%를 차지하면서 사상 최고치입니다.

막힌 대출 창구: 월세가 늘어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전세금 상승과 대출규제가 맞물린 영향입니다. 전세금은 올랐는데 대출규제로 세입자의 자금조달이 어렵게 되자 전세금 상승분을 월세로 돌린 것입니다. 전세대출도 대출한도가 5억원인데 서울 아파트의 중위가격이 12억원을 넘어서면서 5억원 넘는 전세가 급증했습니다. 이들은 전세금이 오르면 대출로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신용대출이나 다른 대출로 조달해야 하는데 금융권 전반에 걸친 대출규제로 자금 조달이 어렵게 됐습니다.

금리 높아져서 메리트 줄어든 전세: 두 번째 이유는 전월세 전환율이 대출이자율보다 낮기 때문입니다. 요즘 전세를 월세로 바꿀 때 적용되는 전월세 전환율은 3%대입니다. 거의 모든 주택 관련 대출의 금리가 4%대에 접어든 것을 감안하면 대출을 받아서 전세금을 올려주느니 그냥 월세로 전환하는 것이 이익입니다. 예를 들어 5억원이던 전세가 7억원이 되었다면 2억원을 대출로 조달할 경우 연간 대출이자는 월 70만원 수준인데 2억원을 월세로 바꾸면 월세 60만원 정도면 가능합니다. 월세가 늘어나는 이유입니다.

내 집 마련 조급해진 세입자들: 세입자들 중에는 스스로 월세로 전환하려는 수요도 늘고 있습니다. 무주택 세입자들은 집값 상승을 우려해서 갭투자를 통해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중인데 다른 대출이 모두 묶여서 갭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어렵게 되자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고 돌려받은 전세금으로 투자를 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대출 규제가 불러온 월세화입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 알리바바가 중국 상하이에 기반을 둔 차량호출업체 레츠고의 지분 10%를 사들였습니다. 중국 차량호출 시장 1위 디디추싱이 당국의 제재로 손발이 묶인 사이 알리바바 등 대기업이 관련 시장에서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칼라일이 국내 2위 커피 프랜차이즈인 투썸플레이스의 새 주인이 됐습니다. 3년 전 엥커에퀴티라는 사모펀드가 CJ로부터 사들인 가격의 2배 가격입니다. 국내 F&B 업종은 코로나19 여파로 직격탄을 맞은 데다 프랜차이즈 사업 규제 강화로 인수 매력이 낮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던 터라 시장에선 ‘의외의 베팅’이라는 반응이 나옵니다.

🚘 아이폰 제조업체 애플이 이르면 2025년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전기자동차를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미국 완성차업체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는 차량용 반도체 칩을 직접 개발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