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대출, 막아야 하나 풀어야 하나

전세 대출, 막아야 하나 풀어야 하나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새로운 사실: 요즘 금융당국의 큰 고민은 전세 대출입니다. 은행들의 가계 대출 증가세를 막기 위해 전세 대출도 규제하려고 하지만, 전세 대출을 해주지 않으면 서민들은 주거 비용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는 반발에 뾰족한 답은 없습니다.

전세 대출 차단의 모순: 대통령은 실수요자를 보호하라고 하지만 전세 대출의 대상은 대부분 실수요자들입니다. 여윳돈이 있으면서 전세 대출을 받는 경우라도 결국은 실거주용 주택을 구입하기 위한 실수요자이기 때문에 이들을 보호하면서 대출을 줄일 방법은 없습니다. 전세 대출도 상환 능력을 따져보고 빌려준다는 언급이 있었습니다만, 전세 대출은 대출금이 모두 집주인에게 가는 돈이어서 상환이 안될 가능성은 제로입니다. 1억원당 연간 300만원쯤 하는 대출 이자를 못 갚을 사정의 서민들에게는 전세 대출을 받게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되기도 하지만, 그런 경우가 얼마나 될지는 의문입니다. 오히려 이 경우엔 월세로 가야 하는데, 이를 더 보호하고 지원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반론에 대한 답도 난처합니다.

결국 정부의 고민은 ‘실수요는 보호하고 실수요가 아닌 대출은 차단하자’는 목표로 인한 시도가 실체 없는 유령과 싸우는 전투가 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요즘 대출 창구를 찾는 거의 모든 수요자들은 실수요자들이고, 그간 가계 대출 규모를 키워온 수요 역시 실수요자들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거주할 집이 있는데 투자용으로 집을 추가로 구매하는 경우는 대출을 받을 이유가 없습니다.) 이미 작년 1월부터 전세 대출을 받은 후 고가 주택이나 두번째 주택을 매입하면 기존 전세 대출을 회수하는 조치까지 시행중입니다.

실수요를 보호한다면 전세 대출을 모두 허용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전세 대출을 허용하면서 가계 대출을 줄이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매월 10조원 수준의 가계 대출이 나가고 있는데 이중 3조원이 전세 대출입니다.

막을수록 커지는 전세 대출 수요: 전세 대출을 실수요까지 모두 막는 것도 가능하지만, 실수요자들이 대안으로 월세를 선택하기가 어려운 상황인 것도 고민입니다. 다주택자들 가운데 향후 수년 사이 주택 매도를 고려하는 경우는 세입자를 들일 때 월세를 받으면 매우 불리해지기 때문입니다. 집을 구매하는 예비 수요자들이 대출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들은 갭투자로 집을 구매할 수밖에 없는데, 매도자 입장에서 그들의 부담을 줄이고 집을 매도하려면 갭 부담이 적도록 전세금을 높게 받아놔야 하기 때문입니다. 20억원짜리 집에 보증금 1억원짜리 월세 세입자를 받아놓으면 19억원이 있는 수요자에게만 집을 팔 수 있습니다.

가계 대출이 최근 빠르게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그동안 세입자들이 웬만하면 자기 자금으로 충당하던 전세금을 전세 대출이라는 대출 상품을 이용해서 대출을 받는 쪽으로 선택이 바뀌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세금이 올라서 불가피하게 그렇게 되기도 하고, 일단 자금을 최대한 확보해놓아야 한다는 강박 때문이기도 하고, 그럼에도 저금리 상황이라 대출 이자 부담이 적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런 추세가 달라져야 전세 대출이 줄어들 텐데 정부의 대출 규제가 요란하게 부각되면서 오히려 전세 대출은 가능하면 무조건 받아야 하는 대출이라는 인식만 더 강해졌습니다. 대출 예비수요까지 가세하면 내년 이후에 가계 대출 콘트롤은 더 어려워질 것입니다.

한국은행과 KDI의 엇갈린 경기 전망
오늘의 이슈

새로운 사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우리나라 경기 방향에 대해 하락 위험이 커졌다는 진단을 내놨습니다.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는 한국은행이 분석하는 경기 방향과는 다른 방향의 의견입니다.

국가 기관들끼리도 엇갈린 경기 예측: KDI가 국내 경기에 대해 ‘하방 위험’을 언급한 것은 지난 4월 이후 6개월 만입니다. 7~9월에는 코로나 재확산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을 언급하면서도 ‘하방 위험’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습니다. 경기 방향에 대해 국가 연구기관들도 의견이 엇갈릴만큼 매우 불확실하다는 걸 보여주는 실례입니다. 높이는 요인입니다.

전통의 GM이 카피하는 대상 된 테슬라
오늘의 이슈

새로운 사실: 미국의 자동차 회사 GM이 2025년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를 제치고 점유율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놨습니다. 

GM, 전기차 시장에 올인?: 목표 달성 여부는 불확실하지만 GM이 전기차 시장에 적극적으로 올인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대규모 투자에 나선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GM은 테슬라처럼 소프트웨어 다운로드를 통해 차의 성능이나 편의성을 올리는 방식으로 매출을 더 높이겠다는 계획도 밝혔습니다.

푸틴의 손에 달린 유럽 천연가스 수급
오늘의 이슈

새로운 사실: 올해 겨울 유럽 지역에선 ‘에너지 겨울’이 닥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습니다. 유럽 천연가스 재고가 감소하고 있는데 천연가스 주요 공급국인 러시아로부터의 가스 수송이 중지된 상태입니다.

천연가스 러시아의 힘: 하루 전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유럽의 에너지 가격 안정을 위해 힘쓰겠다는 발언을 던졌는데, 이 영향으로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거의 40%가량 하락했습니다. 유럽의 천연가스 수급에 러시아가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준 단면입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기업들에 대한 은행 대출이 늘고 있습니다. 국내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업 대출 잔액은 621조원이 넘는데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46조원이 늘었습니다. 이는 같은 기간 가계 대출 증가액의 2배 수준입니다. 금융당국의 가계 대출 총량 규제가 시행되면서, 은행들에게 기업 고객을 상대로 한 자금 운용의 수요가 올라갔기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코로나 사태로 돈을 많이 푼 미국에선 정부 부채가 상한선을 수조달러 넘겨 한도 시기를 3개월째 초과하고 있습니다. 디폴트를 피하기 위해선 한도 시기 연장이 필요한데, 정치권이 과도한 부채의 책임 공방을 벌여온 탓에 미뤄져 왔죠. 그런데 6일 민주-공화 양당이 부채 한도 적용 시한을 올해 12월까지 연장하는 데 합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소식이 나왔습니다. 최근 부채 관련 국민 여론이 악화하자 양당이 한발 물러선 모습인데요. 최근 하락하던 뉴욕 증시도 다우지수가 0.3%, S&P500이 0.4% 상승하며 거래를 마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