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의 2단계 나비효과

대출규제의 2단계 나비효과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새로운 사실: 은행들의 대출 규제가 서민층의 급전 대출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은행들의 대출 규제는 그 자체만 놓고 보면 서민 대상의 대출과 직접 관계가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부차적 파급 효과가 나타나는데요. <은행 대출 규제 ➡️ 고신용자들의 제2 금융권 대출 증가 ➡️ 고신용자 대출 비중 증가로 인한 제2 금융권의 저신용자 대출 감소> 이 같은 흐름으로 저신용 저소득자들의 대출 한도가 감소하거나 아예 대출길이 막히는 결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출 규제와 은행, 경기의 삼각관계: 제2 금융권 저축 은행들이 대출 규모를 좀 더 늘리면 되지만, 이들도 딱히 대출을 더 늘리기 어려운 사정입니다. 사실 저축 은행이 서민들을 대상으로 대출을 제공해온 이유는 높은 수익성을 기대해서가 아니죠. 수익성이 높은 고소득층 고객들이 저축은행에서는 고금리 대출을 잘 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원칙적으로 대출 규제, 금리 인상은 시중의 유동성을 줄여 자산 가격 상승을 제어하는 데 기여합니다. 하지만 경기가 안 좋은 저금리 시대에 특히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들에게 유동성 감소는 자금 공급을 차단하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반대로 말하면 불경기에 저소득층에게 원활한 유동성 공급을 하기 위해 금리를 낮추고 대출을 여유 있게 제공하면 곧 자산 가격 상승이 뒤따릅니다. 자산 가격 상승은 경기 회복을 위한 마중물일 경우가 많지만 상승이 과도해지면 경기 위축을 감수하고라도 자산 가격 상승을 억제해야 할 상황이 되기도 합니다.

대출 규제와 부동산: 대출 규제의 효과가 부동산 가격에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홍남기 부총리는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최근 지표를 보면 부동산 가격의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9억원 이하 아파트는 과거에는 대출 받기가 가능했지만 지금은 대출이 묶이면서 대출 규제 효과가 가장 잘 적용되는 대상입니다. 최근 이 가격대 아파트를 구매하려던 수요층이 대출 중단으로 매수를 미루고 있는 것이 상승세가 주춤한 원인입니다.

문제는 내년 1월부터 대출이 재개되면 규제에 밀리고 있던 매수세와, 대출이 언제 중단될 지 모르는 불안감 때문에 생긴 앞당겨진 매수 수요가 서로 겹치면서 중저가 주택 가격의 급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금융 당국은 내년 대선이 있는 3월까지는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대출 규제를 계속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친환경 발전의 새 대안, 해상 풍력 발전?
오늘의 이슈

새로운 사실: 우리나라는 친환경 발전 방식으로 해상 풍력 발전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일반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은 다른 나라에 비해 발전 효율이 떨어지지만, 먼 바다에 설치한 해상 풍력 발전기는 바람의 양 등이 양호해서 원가 경쟁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선박이나 해상 구조물을 건조하는 기술과 부품 공급망이 국내에 있는 것도 해상 풍력의 원가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입니다.

친환경도 원가 경쟁력이 중요: 친환경 발전을 하면서도 원가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 이유는 친환경 발전이 기존 발전 방식보다 저렴한 전기를 생산해내야 친환경 방식으로 빨리 전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수소로 전기를 만드는 연료 전지를 가정의 냉난방이나 자동차의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려면, 태양광이나 풍력처럼 전기가 24시간 계속 만들어지는 발전원에서 생산하는 전기로 물을 전기 분해해서 수소를 만들고 이를 저장해야 합니다. 이때 태양광이나 풍력의 발전 효율이 낮으면 수소의 원가가 높아지고, 그러면 수소를 해외에서 수입해서 써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유로 적극적 지원을 하고 있는 해상 풍력 발전 프로젝트가 각종 부품의 국산화율이 34%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기름값이 오르는 숨은 이유
오늘의 이슈

새로운 사실: 국제 유가가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11월분 서부텍사스산원유 가격은 78달러를 넘었습니다. 그런데 OPEC(석유수출국기구) 회원국들과 러시아 등 비OPEC 국가들로 구성된 OPEC+는 오르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생산량을 늘리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산유국들이 유가 상승을 좀 더 유도하겠다는 결정인데, 이 뉴스 역시 유가 상승에 영향을 줬습니다.

친환경과 원유 가격의 역학관계: 최근 원유 가격 상승의 근본적 원인은 친환경 탄소 중립 정책입니다. 탄소 중립 정책이 기존 전통 에너지 산업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면서 전통 에너지 산업에 대한 투자가 끊기고 증설이 어려워졌습니다. 국제 유가는 여러 이유로 계속 오르지만, 과거 같으면 시도했을 증산 혹은 증설을 통해 공급을 늘리려는 행위가 요즘에는 매우 신중해졌습니다. 자금을 투입해서 증설을 했다가 친환경 정책의 새 규제가 생기면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은 새로 시장에 진입하는 업체를 막아주는 기능을 하면서 기존 에너지 업체의 기득권을 더욱 강화시킵니다.

미국의 원유 생산업체인 엑슨모빌은 요즘 주가가 계속 오르고 있는데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마진 확대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미국선 왜 집값이 올라도 가계 부담이 덜할까
오늘의 이슈

새로운 사실: 미국의 집값이 계속 오르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부담은 아직 종전 최고치 수준에 도달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의 중위 가구가 주택을 구입한 후 지출하는 대출 이자, 세금, 보험료 등 고정 비용은 중위 소득 언저리 근로자들 전체 소득의 32%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 비율이 2008년 11월에는 34%였습니다.

저금리와 코로나가 미 주택 시장에 미친 영향: 이 말은 미국의 집값이 이제 역사상 최고로 부담스러운 수준 직전까지 다가섰다는 뜻이기도 하고, 반대로 말하자면 미국의 집값이 그동안 계속 치솟았지만 근로자들이 느끼는 비용 부담은 과거보다는 견딜만 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1년 전에 비해 20%가량 상승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집값 오름세에도 불구, 주택 관련 비용 지출이 과거 최고치 수준 정도에 머무르고 있는 것은 역사적 저금리의 영향, 그리고 코로나 이후 갑자기 늘어난 소득(임금 상승에 따른 소득증가분에 정부 지원금의 영향까지 더한 것) 덕분입니다.

다만 최근에는 소득 상승률보다 집값 상승률이 더 높습니다. 참고로 지난 7월 미국의 평균 주택 가격은 34만달러로 23% 상승했는데 중위 소득은 3%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그리고 집값 상승률이 이자율 하락분을 상쇄하고 부담 수준을 거의 전고점 수준으로 끌어올리면서 주택 가격 상승세도 주춤해지고 있습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 달러 값이 비싸지고 있습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값을 알려주는 달러인덱스는 연초 대비 약 5% 올랐고, 달러∙원 환율은 10% 가까이 올랐습니다. 달러 값이 오르면 미국 기업들은 좋아할 거 같지만, 꼭 그렇진 않습니다. 달러는 1️⃣ 세계 경제가 침체되거나, 2️⃣ 다른 나라에 비해 미국 경제가 유난히 좋을 때 오릅니다. 어느 경우든 미국 외의 국가(특히 신흥국)의 경제는 좋지 않다는 뜻입니다. 미국 기업의 수출에는 악영향입니다. 게다가 신흥국 통화의 값이 떨어지므로, 같은 물건을 팔아서 벌어들이는 달러는 이전보다 줄어듭니다.

🏦 중신용자 대출을 늘리기로 하고 허가를 받아낸 인터넷은행들이 대출규제 탓에 난처해졌습니다. 대출 총량이 제한된 상황에서 중신용자 대출을 늘려야 하기 때문인데요. 이 때문에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은 대출을 연체할 일이 적은 고신용자 대상 대출을 중단하거나 규모를 줄이고 있습니다. 다만 중신용자 대출도 대출 총량에 포함되기 때문에 막 늘릴 순 없는 상황입니다. 이제 막 영업을 시작한 토스뱅크도 개인 신용대출 한도를 당초 계획했던 연 2억7000만원에서 연 소득 이내로 제한하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