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을 감시하려 하지 마세요

직원을 감시하려 하지 마세요
김태규의 HR 나우

코로나가 기업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습니다. 재택 근무제를 도입한 회사가 많죠. 이런 변화 속에서 기업 구성원들은 새로운 도전을 받게 됩니다. 원격 관리(Virtual Management)라는 개념이 급작스레 현실로 다가온 것입니다.

원격 관리란 ‘공간을 공유하지 않는 사람들과 어떻게 일을 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얘기입니다. 코로나와 상관없이 현업에서의 수많은 시행착오와 학문적 접근을 통해 연구되어 온 개념입니다. 물론 코로나 때문에 근 1년간 급속도로 연구가 진행됐죠.

감시 비용 : 코로나가 없던 시절이나 지금이나 원격 관리는 특히 경영진들에게 매우 까다로운 방식으로 여겨졌습니다. 까다롭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은 감시 비용(Monitoring Cost)입니다. 경영을 할 때는 직원들을 감시하는 비용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원격 근무를 하면 이 비용이 너무 크게 치솟는다는 것이지요.

실제로 코로나 시국에서 많은 기업들이 이 원격 관리를 잘 하기 위해 감시 비용을 절감하는 데 집중합니다. 다양한 제도나 장치를 도입하죠. 재택 근무 하는 직원들에게 매 시간 업무 일지를 쓰게 하기도 합니다. 마우스 포인터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하거나 이석(자리를 떠나는지 여부) 체크를 하는 회사도 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의 기업 환경이나 최근 경영관리기법에 따르면, 이 감시 비용을 보는 관점은 완전히 달라져야 합니다. 간단히 말해 ‘감시는 무조건 필요하지만, 그 비용을 줄여야 해’라는 접근 보다 ‘감시를 할 필요가 없는 조직을 만들고자 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관리가 아닌 믿음 : 원격 관리의 가장 핵심 질문은 “눈 앞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입니다. 많은 연구들은 ‘관리한다’는 생각에서도 벗어나는 게 좋다고 말합니다. 윗사람으로서 ‘내가 지켜보지 않으면 분명히 농땡이 피울 사람들을 관리한다’는 마인드를 버려야한다는 말입니다.

현업의 목소리와 연구들은 ‘관리’가 아닌 ‘신뢰’로 움직이는 조직이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신뢰는 감시와는 정 반대의 개념입니다. 즉 조직이 더 잘 돌아가게 하기 위해 감시를 효율화하는데 더 힘을 쓸 게 아니라 새로운 가치인 신뢰에 집중하라는 말이죠.

실제로 조직 내 구성원간 신뢰의 수준이 높을 때 감시비용이 현저히 줄어들고 심지어는 재무적 성과까지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공급가격과 판매가격이 거의 고정돼 있는 시장에서조차 신뢰가 있는 조직과 없는 조직의 영업 이익 차이가 컸습니다. 신뢰 수준이 높은 조직일수록 판매 관리비가 줄어들기 때문이죠. 신뢰가 전반적인 조직구성원들에 대한 관리비용을 절감시키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원격관리에서 우려가 되는 감시 활동을 신뢰가 대체할 수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고요.

코로나 시대의 원격 근무 상황에서는 신뢰가 뒷받침되지 않았을 때 오는 폐해가 더욱 큽니다. 제가 25년 전 근무하던 회사에서 일부 직원을 상대로 재택 근무제를 도입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있던 사업부의 영업팀 직원들은 자발적인 선택에 따라 재택 근무를 할 수 있었지만, 신청했던 20명이 모두 사무실 근무로 돌아오는 일이 있었습니다. 한 선배에게 들어보니 재택 근무자들을 관리하던 팀장이 원격 관리를 하는 과정에서 매번 ‘지난 주의 영업 성과를 기준으로 더 좋은 실적을 내지 못했을 때’ 직원들을 책망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합니다. 사무실에서 근무할 때는 없었던 기준이죠. 직원들을 믿지 못하니 합리적이지 않은 평가가 나왔던 것입니다.

코로나 시국을 ‘기회’로 삼아야 : 직원들을 밀착 관리하는 게 아니라 신뢰에 기반해 스스로 움직이도록 하는 것. 이것이 비즈니스 계에서의 성공 방법이라는 것은 여러 차례 확인되고 있는 팩트입니다. 기업은 작금의 코로나 상황을 우리 조직의 신뢰 수준을 확인하고 개선점을 찾아가는 ‘기회’라 여기고, 이를 잘 활용하는 방안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입니다. 리더십, 조직변화 등을 주로 연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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