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높이를 낮춘 취업자가 문제인 이유

‘리멤버 나우’는 국내 최고의 경제 전문가들이 매일 아침 최신 경제 이슈를 설명해드리는 콘텐츠 레터입니다.

2020년부터 이동우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10분 독서 나우]라는 코너를 통해 새로이 필진으로 합류합니다. SK, CJ 등 대기업 직원들에만 공급되던 이 교수의 콘텐츠를 신년부터 리멤버 회원들께도 선보일 수 있게 됐습니다!  [10분독서 나우]는 매주 월요일 오후 1시 푸시 알림을 통해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청년 실업이 고착화되면서 본인의 학력 수준보다 자격 조건이 낮은 일자리를 가지는 하향 취업이 늘고 있습니다. 하향 취업을 한 청년은 직장에서 제대로 교육 받을 기회를 놓친단 면에서 문제가 큽니다. 30년 이상 된 식당의 80% 이상은 건물주라는 조사가 나왔습니다. 1월 9일 ‘리멤버 나우’입니다.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눈높이를 낮춘 취업자가 문제인 이유

우리가 청년 일자리를 중장년 일자리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실제로도 청년 일자리가 중장년 일자리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무슨 말이냐면 중장년의 일자리는 그냥 일자리이거나 소득의 수단이지만,  청년의 일자리는 돈벌이의 수단인 동시에 <청년들의 교육받을 기회> 이기 때문입니다.

중장년 실업자는 경기가 좋아지면 공백기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자리를 잡을 확률이 높지만 청년 시절 공백기가 긴 청년들은 경기가 좋아져도 일자리를 잡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일자리를 갖게 된 청년들에게도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자신의 학력 수준과 맞지 않는 하향취업을 하는 경우가 요즘 꽤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년들이 자신의 학력 수준보다 낮은 직업을 갖는 하향취업을 하는(예를 들면 고졸 사원 채용에 대졸 청년이 지원해서 입사하는 것) 경우가 30%가량 됩니다.  이 비율은 20년 전에는 약 20% 초반이었습니다. 이 소식은 학자금 대출을 받은 청년들이 이렇게 하향 취업을 하는 경우가 더 많으며 학자금 대출을 갚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취업을 서두르게 만든 탓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 소식이 중요한 이유는

학자금 대출이 청년들의 하향 취업을 조장하는 원인이라면 문제는 간단합니다. 졸업 후 일정 소득을 거두기 전까지는 학자금 대출의 이자율을 0으로 묶어두는 겁니다. 그러나 학자금 대출을 받은 청년들은 다른 조건도 좋지 않을 가능성이 크므로 여러 가지 이유로 취업 준비 또는 일자리 탐색 기간을 길게 가져가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형편이 어려운 청년들만 하향취업을 하는 건 아니라는 점에서 이 문제는  일부 저소득층의 문제가 아닌 우리나라 취업시장의 구조적 문제 입니다.

– 하향취업자가 왜 문제인가요?

하향취업자의 임금은 그렇지 않은 취업자에 비해 38% 정도 낮은 것으로 조사됩니다. 문제는 한 번 취업을 하면 다시 적절한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하향취업자는 1년 후에도 85%가 여전히 그 상태에 머물고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를 찾는 비중은 5%에 불과합니다. 10% 정도는 다시 취업준비를 시작한다는 뜻입니다.

하향 취업의 가장 큰 문제는  청년 일자리의 가장 큰 기능인 <평생 소득을 위한 기초 직업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게 된다 는 점입니다. 쉽게 말하면 하향취업을 한 청년들은 그 일자리에 마음을 붙이지 못하고 그 일자리가 필요로 하는 능력을 기르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다보면 생산성이 떨어지고 오히려 그 일자리에 적당한, 낮은 스펙의 취업자들보다 소득이 더 낮아지기도 합니다.

– 하향취업자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뭔가요?

요약하면 대졸자가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대학진학률은 1990년에 33%였으나 지금은 70%입니다. 대학졸업자를 필요로 하는 일자리보다 대학졸업자가 더 빠르게 증가한 겁니다. 90년에 중반에 대학 설립을 자율화하면서 생긴 일입니다.

경제학자들은 이런 일이 생기면 대학을 졸업해봐야 좋은 일자리가 안 생긴다는 걸 깨닫고 사람들이 알아서 진학률을 낮춘다고 설명합니다. 실제로 2006년에 80%를 넘던 대학진학률은 요즘 70%로 떨어진 상태입니다.

그러나 이런 일자리 미스매칭을 청년들이 대학진학 포기로 해소하지 않고 취업 대기기간을 길게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하게 되면 그때는 문제가 커집니다.  장기간 일자리를 잡지 못하고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를 기다리기만 하는 청년 실업자들이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공백기는 이들의 평생 소득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 하향취업 문제의 해법은 뭔가요?

뚜렷한 해법은 없습니다. 사실 하향취업이라고 표현은 하지만 실제로는 하향취업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대학졸업자이긴 하지만 대학정원이 늘어나서 생긴 결과일 뿐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본인이 갖게 되는 기대수준과 눈높이는 그렇지 않으니 하향취업을 하고 만족도를 높이라는 주문은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하향취업자들이 실제 그 일에 적당한 스펙을 갖춘 청년들의 일자리를 박탈한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일자리에 적응하지 못하니 생산성은 떨어집니다.

과잉 스펙이 자연스럽게 해소되지 않는다면 취업 대기기간이라도 줄여서 <일단 취업하고 직장 업그레이드는 나중에> 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한 방향입니다만, 그러려면 정규직 일자리에 대한 고용의 유연화가 필요합니다.  선호하는 직장의 직원들이 수시로 퇴출되어야 그 빈자리에 ‘일단 취업한’ 하향 취업자들이 지원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역시 어려운 일입니다.

정리하자면
청년실업도 문제지만 하향취업도 문제입니다. 청년실업은 개인 1명을 망치는 문제이지만 하향취업은 개인 1명과 일자리 1개를 동시에 망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해법은 눈높이 낮추기 또는 고용의 유연화입니다. 둘 다 어려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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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해 드립니다

“더 비싼 주택이 공급돼도 월세가 줄어든다고요?”

임대료와 무관하게 임대물량이 늘기만 하면 월세가 진짜 낮아질까요? 예를 들어 100만원이 월세인 지역에 150만원짜리 집이 공급돼서 100만원짜리 월세 매물에 공실 우려가 발생하려면 기존에 100만원짜리 월세를 살던 사람이 150만원짜리 방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걸 전제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선 150만원짜리 월세를 낼 수 있는 사람은 더 입지가 좋은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죠. 한편으로 100만원짜리 방이 공실이 됐을 때 다른 지역 사람이 이주해온다면 임대료는 안 내리지 않을까요?

예, 우리는 저렴한 주택이 공급되면 시중의 집값이나 월세를 낮추는 데 기여를 하지만 비싼 주택이 새로 공급되는 건 시중의 집값이나 월세를 낮추는 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직관적으로 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비싼 주택도 저렴한 주택도 모두 같은 기능을 합니다. 똑같이 가격을 낮춥니다. 특히 임대용 주택의 공급은 그게 싸든 비싸든 임차료를 낮추는 데 동일한 효과가 있습니다.

 

데일리 브리프

백년식당은 건물주만 가능하다?

오래오래 장사를 잘하는 맛집(식당)의 공통점은 월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내 건물에서 영업하는 식당이라는 다소 허탈한(?) 조사결과가 나왔습니다.

전국의 30년 이상 된 장수식당 가운데 80%는 식당 주인이 건물주라는 조사결과인데요. 건물주라서 안정적으로 장사를 한 건지, 장사를 잘해서 그 건물을 사들인 건물주들인지에 대한 구별은 없습니다. 이 현상의 선후관계와 무관하게 월세 부담이 적어야 장사를 잘 할 수 있다는 건 직관적으로 명확한 명제이긴 합니다.

임대료 부담이 적다면 장사가 잘 안 되는 기간을 더 오래 버틸 수 있고 임차료를 내는 식당은 시도하기 어려운, 비용이 많이 드는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데일리 체크

이란이 이라크 미군기지에 보복공격을 감행하면서 증시가 급락했습니다. 코스피는 1.11%, 코스닥은 3.39% 내렸으며, 달러∙원 환율은 전일보다 4.4원 올랐습니다. 닛케이225도 1.57%, 중국 상해종합지수도 1.22% 내리는 등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하락했습니다.

지금 미국에선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CES가 열리고 있습니다. 올해도 혁신적인 제품들이 많이 공개됐는데요. 삼성전자는 사용자를 따라다니는 가정용 로봇 ‘볼리’를 공개했습니다. 소니는 자율주행 전기차 시제품을 공개했고요. 대체육 기업 임파서블푸드는 돼지고기와 소시지 맛을 내는 식물성 고기를 발표했습니다.

우리나라 ETF(상장된 인덱스펀드)의 순자산이 지난해 50조원을 넘겼습니다. 자금은 코스피지수를 추종하는 펀드에 몰렸지만,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펀드는 중국과 미국, 유럽 등 해외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들이었습니다. 상장 ETF의 평균 수익률은 6.54%였습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 시가총액 중 ETF 순자산총액의 비율은 아직 다른 선진국들보다 낮아 ETF 시장은 앞으로 더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청약 1순위가 되기 위해 해당 지역에서 거주해야 하는 기간을 정부가 일부 지역에 한해 1년에서 2년으로 늘렸습니다. 서울, 경기 과천·광명·하남·성남 분당구가 그 대상인데요. 과천은 거주 요건을 채우기 위한 사람들이 몰리면서 최근 전셋값이 치솟기도 했었는데요. 정부가 이런 방안을 추진하자 해당 지역의 거주자들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의 근본적인 해법은 해당 지역 아파트의 공급을 특정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우선적으로 하는 원칙을 폐기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서울 지역의 아파트는 경기도의 무주택자보다 서울에 ‘거주하던’ 무주택자들에게 우선 공급하는 게 사회적으로 더 효과적이라는 근거는 희박합니다. 이런 제도 때문에 서울에 아파트를 구입하려는 장기 계획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일단 서울에 들어와서 거주하려고 합니다. 다만 올해부터는 지역 조건을 완화해 수도권의 일정 규모 이상 아파트는 전체 수도권 주민에게 청약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전 세계 신차 판매량이 2년 연속으로 감소해 자동차 생산량도 곤두박질치고 있습니다. 자동차 강국 독일의 지난해 자동차 생산은 22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습니다. 미중 무역협상의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이란 사태 등 각종 대외여건이 악화하고 있어 글로벌 자동차 시장 침체는 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내수 시장 판매 목표를 작년보다 <1% 감소한 수치>로 잡았습니다. 판매 부진으로 고생한 작년보다도 올해가 더 어려울 것이라는 자체 전망이 반영된 수치입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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