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1.수] 일본처럼 📉겪을까?

‘리멤버 나우’는 국내 최고의 경제 전문가들이 매일 아침 최신 경제 이슈를 설명해드리는 콘텐츠 레터입니다. 리멤버 나우를 보신 후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이 링크에 질문을 남겨보세요! 좋은 질문을 선정해 리멤버 나우 필진이 답해드립니다.

물가가 계속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이 온 것 아니냐는 지적이 최근 자주 등장합니다. 정말 디플레가 오는 걸지, 그럼 디플레 시대엔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살펴봤습니다. 나이키처럼 강력한 브랜드들이 기존 유통망에서 빠져나와 직접 소비자와 거래하는 일이 늘고 있습니다. 12월 11일 ‘리멤버 나우’입니다.

김영익의 이코노미 나우

일본처럼 📉 겪을까?

물가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인 GDP 디플레이터가 4분기 연속 하락하고 있습니다. 이에 물가가 계속 하락하는 현상인 디플레이션이 다가온 것 아니냐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나옵니다.

1. GDP 디플레이터가 얼마나 하락했는데 그러죠?

GDP 디플레이터는 ‘한 나라 경제의 총체적 물가’입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명목 GDP를 실질 GDP로 나눈 것입니다. 명목 GDP는 그 해의 생산량에 시장가격을 곱한 것이고요. 실질 GDP는 여기서 물가 변동 요인을 제거한 값입니다. 그래서 명목 GDP 성장률은 실질 GDP 성장률과 물가(GDP 디플레이터) 상승률을 더한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GDP 디플레이터가 전년 동기로 보면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4분기 연속 떨어졌습니다. 한국은행이 GDP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60년 이후  처음 있는 일 입니다.

<그림 1> GDP 디플레이터 추이

자료: 한국은행

2. 디플레이션을 겪어본 나라가 있나요?

디플레이션은 ‘물가 수준의 하락이 상품 및 서비스 전반에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디플레이션 상황에서는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 가격까지 하락합니다. 일본에서 1990년대 중반 이후에 이런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1994년 1분기 GDP 디플레이터를 100이라 했을 때, 이 지표가 2013년 2분기에는 83.9까지 떨어졌습니다. 20년 동안 물가가 16%나 하락한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 일본에서는 명목 GDP가 실질 GDP보다 훨씬 낮아졌습니다. 1998년 이후는 명목 GDP 자체가 감소하면서 디플레이션 현상이 심해졌지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일입니다. (2013년 하반기 이후로는 GDP 디플레이터가 상승세로 전환하면서 일본 경제가 서서히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고 있습니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이며 이코노미스트로 20년 이상 일했습니다.

박O희님, 답해 드립니다

기업이 제공하던 안전망이 없어지면 어떻게 되나요?

12월5일자 단기 일자리 증가 글과 관련하여, 1) 국가가 제공해야 할 사회 안전망을 고용주가 제공하도록 강제하던 관행이라는 것이 어떤 것들인가요? 2) 그런 관행이라는 것이 깨진다면 자영업자들에게 이득이고, 사회적으로도 좋은 현상인가요?

1)아프리카 초원에는 사회안전망이라는 게 없습니다.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원칙이 적용되는 사회입니다. 먹이를 구하지 못하면 굶어 죽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사회는 먹이를 구하지 못하게 된 인간도 인간이라는 이유로 그 사회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소득이 없어지거나 건강이 나빠져도 생계를 유지하고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사회안전망을 만듭니다. 그리고 그 사회안전망을 운영하고 유지하는 비용은 당연히 그 사회 전체의 구성원들이 부담해야 합니다.

문제는 누가 어떤 방식으로 부담할 것이냐 하는 건데요.  1)세금으로 부담하는 방법이 있고 2)지금처럼 기업들이 4대보험료를 내고 퇴직금을 지급하는 방식이 있을 수 있습니다.  국가가 제공해야 할 사회 안전망을 고용주가 제공하도록 강제하는 관행이라는 건 1)번이 좀 더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표현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나라의 국민이 100명이고 기업은 두 곳이 있는데 A기업과 B기업이 각각 50명을 고용하고 있고 모든 직원의 연봉은 동일하다고 가정해보죠. 그런데 A기업은 반도체 회사라 매년 100억원을 벌고 B기업은 바이오 회사라 매년 100억원을 까먹습니다. 그런데 이 나라의 사회안전망을 유지하려면 매년 10억원의 돈이 필요합니다. 이 10억원은 어떤 방식으로 누가 부담해야 할까요.

지금은 A기업이 5억원, B기업도 5억원을 부담합니다. 그보다는  돈을 많이 버는 A기업이 세금을 좀 더 내서 10억원을 모두 부담하는 게 소득이 있는 곳에서 사회적 비용을 더 많이 부담한다는 조세의 원칙에 더 부합한다는 뜻 입니다. 결국 사회안전망 유지비는 조세를 바탕으로 국가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라는 건데요. 이 사회안전망 비용을 누가 얼마나 부담하느냐는 나라마다 제각각입니다. 예를 들어 의료보험을 우리는 개인이 50%, 회사가 50%를 내서 운영하지만 영국 같은 무상의료 시스템을 가동하는 나라는 전액을 국가가 부담합니다. 국가가 부담한다는 말은 납세자가 부담한다는 뜻이고 돈을 잘 버는 개인이나 기업이 더 많이 부담한다는 뜻이 됩니다.

2)사회안전망 유지비를 국가가 부담하는 쪽으로 바뀌면(세금만 내면 4대보험료는 국가가 부담하는 구조라면)  고용을 많이 하지만 수입이 시원치 않은 업종에는 더 유리합니다.  자영업자 중에 소득이 높은 분은 어차피 세금을 더 많이 내게 되므로 더 유리할 게 없고요. 소득이 낮은 분들은 세금은 어차피 적게 내거나 안 내지만 직원들의 4대보험료 부담이 사라지니 상황은 더 나아질 겁니다.

이런 변화는 결국 법인세율을 올리거나 다른 세금의 세율을 높여야 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내수는 작고 수출 중심이어서 기업을 세우는 인센티브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입니다. 그래서 낮은 법인세율로 해외 자금의 투자를 유도해야 하는 입장이어서 법인세율을 더 높이는 게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른 세율(소득세, 부가세 등)을 올리는 문제도 결국은  중산층과 서민의 세금 부담을 키울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나라는 세율이 낮은 편인 나라이지만 고소득층에 부과하는 세금은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꽤 유사한 수준까지 올라왔습니다. 반면 중산층이나 저소득층에 부과하는 세금의 세율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데일리 브리프

멀티숍에서 발 빼는 나이키

이미지 출처: 나이키

굳이 오프라인 매장에 가지 않고도 인터넷 쇼핑몰에서 온갖 물건을 구입하는 트렌드가 강화되면서 소비자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제품들은 기존 유통망에서 빠져나와 독자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나이키 운동화도 그 사례입니다. 지난달부터 아마존에서 나이키 운동화를 팔지 않기로 한 데 이어 한국에서도 다양한 운동화 브랜드를 모아놓고 파는 멀티숍들과 하나하나 계약을 종료하고 있습니다. 나이키 운동화를 사려는 사람들이 가게에 나이키 운동화가 없다는 이유로 다른 운동화를 사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입니다.  강력한 브랜드를 가진 제품들은 기존 유통망과 분리되어 소비자와 직거래를 ‘시도’하는 사례들이 앞으로도 늘어날 것 같습니다.  성공할 수 있을까요?

재정지출 확대냐 축소냐

지출 줄이자니 성장률 ‘뚝’, 늘리자니 국고 ‘텅’… 재정 딜레마. 한 신문기사의 제목인데 요즘 정부의 고민을 잘 요약한 문장입니다. 경기가 어려우니 재정을 투입해서 경기를 살리는 게 맞겠지만, 어느 정도로 빚을 내서 어느 정도로 투입하는 게 가장 적절한가의 고민입니다. 일각에서는 찔끔찔끔 여러 해 동안 재정을 쓰는 것보다는 과감하게 한꺼번에 풀어야 효과가 있다는 주장을 하기도 하지만, 정부가 재정 규모를 확 늘려서 예산을 쓰다 보면 여러가지 비효율과 낭비가 더 많아지기 때문에 그것도 쉽지는 않은 선택입니다.

이 정도 불경기는 고통스럽더라도 그냥 견디고 더 어려울 때 써야 한다는 의견부터 불경기를 치료하지 않고 시간이 흘러가면 세금이 더 안걷히기 때문에 재정 건전성이 더 나빠진다는 의견까지 다양한 해법을 놓고 논쟁이 계속되는 중입니다.

데일리 체크

여행 갈 때 호텔 예약 어플로 가격 비교를 하면 업체별로 결과가 별반 다르지 않은 걸 발견하실 수 있을 겁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업체들끼리 담합하고 있는 건 아닌지 조사에 나섰습니다. 공정위는 업체들이 저마다 호텔에 최저가 보장을 요구하다 보니 호텔로선 모든 업체에 같은 가격으로 방을 제공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작년엔 4100여개였던 화장품 로드숍이 올해 10월엔 3400여개로 급감했습니다. 로드숍이 많은 명동에선 4년 만에 로드숍의 수가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사드 보복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빠져나간 탓이 컸고, 소비자의 구매 행태도 변했습니다. 온라인으로 화장품을 구매하는 일이 많아지자 화장품 정기배송 서비스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아마존이 헬스케업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아마존은 지난해 온라인 약국 스타트업을 7억5300만달러에 인수하고 올해 9월 ‘아마존케어’라는 서비스를 출시했는데요. 환자가 모바일 앱을 통해 의료 상담을 받고, 약 처방까지 받을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이번달엔 의사를 위한 서비스도 내놨습니다. 의사와 환자가 한 대화를 글로 전환해서 분석하고, 의사에게 진단이나 치료법을 제시해주는 서비스인데요.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도 비슷한 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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