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멤버 나우’는 국내 최고의 경제 전문가들이 매일 아침 최신 경제 이슈를 설명해드리는 콘텐츠 레터입니다. 리멤버 나우를 보신 후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이 링크에 질문을 남겨보세요! 좋은 질문을 선정해 리멤버 나우 필진이 답해드립니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사람들의 수가 늘지 않고 있습니다. 넷플릭스가 주범 중 하나로 꼽힙니다. 넷플릭스가 더 인기를 끌면 영화업계는 어떻게 바뀔지 알아봤습니다. 증권사들이 아파트 건설사에 무리한 대출을 하지 않도록 정부가 규제했습니다. 12월 9일 ‘리멤버 나우’입니다.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넷플릭스가 죽이고 살리는 것들

영화관을 운영하는 회사들의 고민은 사람들이, 특히 요즘 젊은 사람들이 영화를 보러 영화관에 잘 오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 주범 가운데 하나로 넷플릭스가 꼽힙니다.

– 영화관을 찾지 않는 이유가 넷플릭스 때문이라고요?

원인을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특히 1인당 영화관람 횟수는 우리나라가 연간 4.2회 정도로 세계 최고 수준이어서 더 늘어나기는 어렵다는 쪽으로 몇년 전부터 의견이 모아지고 있기도 합니다.

자동차나 휴대폰은 소득이 늘어나면 구매도 늘어나기 때문에 소득이 늘어나길 기다리기만 하면 됩니다. 반면에 1인당 영화관람 횟수는 소득이 늘어난다고 늘어나는 게 아니라 그 나라의 문화 상품 소비 환경과 다양한 변수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어서 도무지 종잡을 수 없습니다.

실제로 우리보다 소득이 높은 미국은 연간 영화관람 횟수가 3.5회 일본은 연간 1.2회에 그칩니다. 그렇다고 그 나라 국민들이 영화 자체를 안 보는 건 아닙니다. 영화를 소비하는 공간과 방식이 영화관이 아니라 집에서 보는 것뿐입니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 서비스들이 확대되면서  ‘영화는 집에서 보는 것’이라는 인식이 점점 확대될지도 모른다는 게 영화관들의 걱정 입니다.

– 그럼 영화관이 망할까요?

넷플릭스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아닙니다.  헬스클럽과 노래방을 합쳐놓은 비즈니스 모델 입니다.

생각해보면 헬스클럽은 매일 헬스클럽을 찾아 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천국과 같은 곳입니다. 그 많은 운동기구를 모두 집에 갖추고 운동을 하는 건 수억원을 들여도 불가능한 일이니까요(집이 100평이어도 힘듭니다).

그 어려운 일이 가능해진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1. 회원들 중에 상당수는 회비만 내고 운동하러 거의 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만약 <운동하러 올 때마다 한 번에 얼마> 식으로 헬스클럽을 운영한다면 자주 오는 회원들은 비용이 부담스러워 못 오고, 자주 안 오는 회원에게는 돈을 받지 못해서 운영이 어려워질 것입니다. 넷플릭스도 <영화 한 편에 얼마>식으로 돈을 받았다면 이렇게 많은 회원을 모아서 비즈니스를 만들지 못했을 겁니다.

2. 헬스클럽 주인이 처음에 투자한 초기 투자비용 덕분입니다. 헬스클럽은 회원들에게 월 회비를 받더라도 초기 투자비용을 모두 회수하는 데는 수개월~수년이 걸립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초기 회원들은 돈을 더 내라고 한다면 회원모집이 쉽지 않을 겁니다. 리스크를 안고 투자하는 투자자들 덕분에 가능한 사업 모델입니다.  넷플릭스 역시 여전히 적자를 보면서도 투자자들에게서 받은 투자금으로 계속 영화나 드라마를 사들이고 있습니다. 

이 모델이 성공한다면 사람들은 영화관에 갈 이유를 점점 찾기 어렵게 될 수도 있습니다. 넷플릭스의 힘이 커질수록 막 개봉한 영화를 넷플릭스에 올리는 데 걸리는 시간이 점점 짧아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넷플릭스가 살려내는 것들

넷플릭스 덕분에 살아나는 것들도 있습니다.  소수의 관객들만 찾던 독립영화들 입니다. 이런 영화들을 <한 편에 얼마>를 받고 팔면 관객을 동원하기가 어렵습니다. 제작 자체가 어려워집니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그런 영화를 구매해주면 마음 편한 제작이 가능해집니다.

노래방이 그런 모델입니다. 노래방에서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면 그 노래를 작곡한 저작권자는 노래방으로부터 저작권료를 받게 되는데 노래방에서 받는 저작권료가 100원이라면 70원은 실제로 손님들이 부른 노래를 작곡한 저작권자에게 가고 나머지 30원은 손님들이 부르지는 않지만 그냥 노래방 책에 실려있는 노래들의 저작권자들에게 골고루 나눠줍니다. 사람들이 노래방에 오는 이유는 <거의 모든 노래들이 다 있기 때문>이라서 거의 모든 노래들이 다 있다는 생각을 갖는 데 도움을 주는 다양한 노래들의 저작권자들에게도 돈을 줍니다.

넷플릭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이 자주 보지 않는 영화지만 그게 넷플릭스에 가면 있다는 이유로 넷플릭스 콘텐츠의 다양성은 커지고 회원으로 가입하는 확률을 높입니다. 넷플릭스 방식의 사업모델에서는 무명 독립 영화를 사들일 이유가 충분합니다.

반대로 넷플릭스가 시장을 지배하게 된다면 흥행이 보장된 재미있는 영화들도 제작되어 극장에 걸리기 쉽지 않아집니다. 사람들이 대부분 넷플릭스를 보고 영화관에는 잘 가지 않게 되면 넷플릭스 메뉴에 올라가지 못하는 영화는 사람들에게 팔기 어려운 영화가 됩니다.  영화의 파워가 넷플릭스 앞에서는 좀 더 평등해집니다.  다양한 영화들이 제작되고 그게 소비자들에게 전달되기 위한 최선의 모델이기도 합니다. 한 달에 영화 한 편도 잘 안 보면서 회비는 꼬박 내주는 수많은 회원들 덕분입니다. 그게 지속 가능한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냅니다.

데일리 브리프

PF대출 규제에 담긴 의미

아파트를 지으려면 땅을 사고 그 땅 위에 아파트를 지어서 팔아야 하는데 그 돈은 당연히 아파트를 분양 받는 소비자들의 주머니에서 나옵니다. 문제는 아파트 분양을 시작하기 전에도 땅을 사고 아파트 건축 허가를 받고 설계를 하는 등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데(그 돈이 더 많이 듭니다) 그 돈은 누가 조달할까요.

이론적으로는 아파트 건설사업을 하는 시행사가 내야 하지만 수천억원의 돈을 갖고 있는 시행사는 없으므로 대부분은 대출을 받아 해결합니다. 그런데 거기에 아파트를 짓는 그 사업이 성공할지 아닐지는 불확실하므로 대출을 쉽게 해주지 않습니다. 돈을 빌려주고 난 뒤에 사람들에게 그 아파트를 분양하게 되기까지 그 수년 동안 부동산 경기가 꺼지는 충격이 오면 분양이 안 되고, 사업성이 없는 지역에서 시도한 분양이었다면 빌려준 돈도 돌려받기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돈 빌려주는 사람이 주저하는 대출이라면 당연히 돈을 빌리려면 이자를 많이 내야 합니다. 그런 대출을 PF 대출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아파트를 지으려면 이 PF 대출이 꼭 필요합니다.  2007년 금융위기 전후로는 저축은행들이 주로 그런 대출을 해줬습니다. 그러다가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에는 저축은행들에게 그런 위험한 대출을 하지 못하게 했고 그 빈자리를 증권사들이 채웠습니다.

이번에는 금융당국이 증권사들도  그런 대출을 과도하게 해주지 못하게 규제를 만들었습니다.  부동산 경기가 갑자기 꺼지면 증권사들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인데요.

자칫하면 미분양이 날 위험한 지역에는 아파트를 짓기 위한 대출을 하지 말라는 의미입니다만, 증권사들은 ‘위험한 곳은 우리가 알아서 거른다’는 입장입니다.

끝나지 않는 망 사용료 논란

오래된 유머 중에 이런 게 있습니다. 형사와 기자, 공무원이 술을 마시면 술값은 누가 내느냐. 답은 ‘술집 주인이 낸다’입니다. 이 유머에 담긴 요지는 누군가가 비용을 내야 한다면 모인 사람 중에 제일 아쉬운(힘이 약한) 사람이 낸다는 말입니다.

통신회사들과 넷플릭스 같은 트래픽을 많이 잡아먹는 서비스들이 트래픽 비용을 누가 내느냐를 놓고 다투고 있습니다. 정부가 그 안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내놨지만 갈등이 쉽게 해결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가 일본에 서버를 두고 서비스를 하면 넷플릭스는 별다른 비용을 내지 않지만 통신사들이 일본과 한국 사이의 해저케이블 망 비용을 내야 합니다.

통신사들은 그 비용이 부담스러워서 넷플릭스에게 서버를 한국으로 옮기도록 설득하는데, 그에 따른 비용(한국으로 서버를 옮기면 한국 통신사들의 망비용 정산 방식 때문에 넷플릭스가 추가 비용을 내야 합니다)을 넷플릭스에게 내라고 하면 넷플릭스가 그걸 과연 낼까요.

정부의 가이드라인과, ‘아쉬운 쪽이 비용을 낸다’는 오래된 거래의 원칙 가운데 어떤 게 더 먼저 작동하게 될지가 망사용료 논쟁의 핵심입니다.

데일리 체크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수가 갈수록 줄고 있습니다. 2010년에는 1500명을 웃돌았지만 현재는 1000여명에 불과합니다. 누구나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면서 애널리스트들이 작성한 기업분석 보고서의 인기가 줄어든 탓입니다.

비트코인 투자자도 소득세를 낼 전망입니다. 그동안은 가상화폐는 자산으로 분류되지 않아 수익을 내더라도 세금을 내지 않았습니다. 다만 ‘과세를 해야 한다’는 큰 원칙만 정해진 상태여서 구체적인 과세 방안이 나오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공공장소에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음악이나 영상물을 무료로 재생할 수 있도록 한 저작권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습니다. 길가에서 음악을 트는 가게들이 다시 많아질 걸로 보입니다. 다만 유흥주점, 경마장 등 몇몇 업종은 계속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합니다.

올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지난해의 3만3433달러보다 줄어든 3만2000달러를 기록할 전망입니다. 소득증가율은 낮았던 반면, 인구는 소폭 늘고 원화가치가 하락했기 때문입니다.

이진우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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