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금] 첫 발 뗀 분양가상한제 뜯어보기

‘리멤버 나우’는 국내 최고의 경제 전문가들이 매일 아침 최신 경제 이슈를 설명해드리는 콘텐츠 레터입니다.

분양가 상한제가 드디어 시작됐습니다. 집값을 잡아내겠다는 취지이지만 30~40대는 오히려 피해자가 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은행에 묶여있는 예금이 사상 최대라는 뉴스를 자주 보실텐데, 그 의미도 설명드립니다. 11월8일 ‘리멤버 나우’ 입니다.

채상욱의 부동산 나우

첫 발 뗀 분양가상한제 뜯어보기

정부가 드디어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할 민간택지를 지정했습니다. 주거심의위원회를 열어서 투기과열지역 중 조건을 충족한 지역을 선정한 형식이었습니다.

이 소식이 중요한 이유

같은 방식으로 앞으로도 추가지역을 결정하거나 해제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같은 날 청약조정지역의 지정해제나 변경도 있었습니다. 이런 규제지역의 변화는 시장의 변화와도 연결됩니다. 부동산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놓쳐서는 안됩니다.

– 어디가 분양가 상한제 적용지역이 됐나요?

이번 지정은 ‘핀셋규제’라고 이름 붙여서 동 단위로 지정될 것이 예고가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총 서울시에서만 27개 동이 선정이 되었는데요. 서울시의 전체 동 수는 450개 인걸 보면 약 6% 수준입니다.  27개중 강남, 서초, 송파에서만 20개가 선정됐습니다. 이번 분양가상한제는 어디까지나 강남3구를 겨냥했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

– 분양가 상한제가 되면 뭐가 달라지나요?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이 되면, 해당 지역의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일반분양 가격 결정의 방식이 ‘원가방식’으로 변하게 됩니다.  토지비와 건축비, 그리고 가산비의 3가지를 합해서 분양가가 거의 기계적으로 결정되게 되는데요.  이런 방식으로 하게 된다면 일반분양의 가격이 해당 사업의 진정한 원가인 조합원 분양가격과 상당히 유사한 수준에서 결정이 됩니다 .

가령 방배5구역의 경우 34평 기준 조합원 분양가가 평당 2,300만원 수준으로 약 7.7억원 수준인데요. 일반분양가 역시 크게 차이나지 않는 수준에서 결정될 수 있다는 의미죠. 이는 서초구의 종전 아파트들이 일반분양가격 평당 4,500만원 이상을 받았던 것과 상당한 차이가 나는 것이구요.  분양가상한제로 인해서 재건축 사업을 통한 기대이익은 사실상 사라지는 효과를 낳게 됩니다 .

– 분양 받으면 대박이겠는데요? ‘강남 무혈입성’이 가능해 지나요?

이런 점 때문에 반대로 일반분양을 받아서  행여나 당첨이 될만한 사람들의 경우에는 말 그대로 로또성 청약이 되는 것인데요 . 이 때문에 고생은 조합원이 하고, 혜택은 제3자가 본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만큼 첨예한 주제인데, 분양가 상한제는 이런 상황을 만들어 냅니다.

현재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의 경우 조합원 입주권은 매매거래가 허용됩니다. 그래서 입주권에 상당한 프리미엄이 붙어서 거래가 됩니다. 신축주택을 확정적으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이 외에도 프리미엄이 높아지는 이유중 하나는 이런 단지들은 과거 2016~2017년에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하면서 설정했던 일반분양가격은 약 3,000만원 초반인 단지들이 많습니다. 그러다 2018~2019년을 거치면서 일반분양 기대가격이 4,500만~5,000만원대로 상승했고, 이처럼 일반분양가가 올라가면 해당 재건축 사업의 전체 수익성이 대폭 개선이 되면서 사업종료시 오히려 수억원의 정산금을 환입받는 상황이 오게 됩니다.

그런데 이제 분양가상한제로 인해서 이런 효과가 사실상 없어졌다고 볼 수 있구요. 강남3구에 분양예정인 단지들의 예상환입금을 계산해보면 34평형 기준으로 약 1.5억원에서 3억원 수준인데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다면 이정도 수준의 원가상승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계산됩니다. 그만큼 분양가 상한제는 실질적으로 재건축 주택가격에 마이너스 요소입니다.  재산권 침해를 주장하는 근거 이기도 하죠.

– 재건축을 할 요인이 없는 것 아닌가요?

아울러 재건축을 기대할 수 있는 타 노후단지들 역시, 재건축의 기대이익이 소실되면서 정비사업의 속도가 둔화될 가능성이 생깁니다. 때문에 서울시의 노후아파트 비중을 고려할 때, 분양가상한제 지역이 확대될 수록 주변 노후아파트들의 재건축 기대감 역시 낮아지게 될 수 밖에 없고, 정부나 국토연구원의 발표(분양가상한제 시 4년간 11% 하락) 내용은 이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 앞으로 청약 전략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까요?

반대로 분양가상한제는 조합의 개발이익을 없애므로 사업이 둔화되며 자연스럽게 중장기적 정비사업 공급위축으로 연결됩니다. 과거에도 인허가는 충분했으나 분양은 인허가의 ½ 수준에 머무를 만큼 재건축 분양은 부족했습니다. 청약점수가 높은 고점자들은 대략 연령대로 5060에 해당되는데, 이들에게는 세상 둘도 없는 청약황금기가 펼쳐진 셈이 되었습니다.

반면, 청약점수가 낮은 소위 3040들은 분양시장에서 로또청약도 받지 못하고, 그렇다고 대형평을 청약하기도 애매하기 때문에 (굳이 50평대 집에 살 이유가 없으니까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입장이 되었습니다.

– 그럼 30~40대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죠?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3기 신도시나 과천/하남 등의 공공택지에 신혼부부 특별공급을 할 계획인데요. 이 역시 소득기준이 맞벌이 가구에게 지나치게 낮아서 당첨이 어렵고, 막상 혜택은 부모가 부유한 집안의 자녀가 결혼을 하고 외벌이일 때 가장 잘 당첨이 되게 세팅되어 있는 것이 많은 맞벌이 30대들의 공분을 사고 있기도 합니다.

이제 맞벌이 30대들은 소위 유주택자가 되려면 대출도 40%로 낮아져서 거주목적으로 취득이 어렵고, 오로지 비 거주 갭투자(자신은 A집에 전세살고 매수는 B집을 전세끼고 매수하는 형태) 밖에 갈 데가 없어지는 형국인데요. 현 정부의 다양한 정책적 결과가 30대의 아파트 비거주 갭투자로 연결된 것이 2019년 하반기의 모습이었고 앞으로 이런 모습이 계속해서 반복될 것으로 보여진다는 점에서 상당히 씁쓸한 풍경이 아닌가 합니다.

정부는 수요위축을 위해서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고 적절한 성과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특히 9.13정책인 보유세 강화를 통해 다주택자의 수요를 효과적으로 억제했고 이는 올해 상반기 성공했으며 앞으로도 성공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다만, 3040의 비거주 갭투자 방식은 현재진행형이며 이를 막을 특별한 제도나 규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나금융투자의 건설/부동산 애널리스트입니다. 과학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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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브리프

은행 예금 사상 최대? 특별한 의미 없습니다.

은행 예금에 묶여있는 돈이 사상 최대라는 소식입니다.  그만큼 돈이 갈 곳을 못찾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현상 같지만, 들여다보면 특별히 새롭거나 의미있는 통계는 아닙니다 .

이유가 몇가지 있습니다. 우선 은행에 예금이 많은건 돈이 빨리 돌거나 안돌거나를 보여주는 수치가 아닙니다. 요즘 돈이 빨리 빨리 안돌고 있는 건 맞습니다만,  돈이 빨리 돌더라도 은행 예금은 계속 늘어납니다 . A가 갖고 있는 돈 1억원과 B가 갖고 있는 돈 1억원이 모두 1년째 계속 은행에 묻혀있어도 은행 예금 총액은 2억원이지만 A와 B가 경제활동을 활발하게 해서 A의 돈이 B에게 가고 B의 돈이 A에게 오는 거래가 매우 자주 발생해도 은행 예금의 총액은 늘 2억원입니다. 돈은 계좌 이체 형태로 오고 가기 때문입니다.

은행 예금 총액이 사상최대라는 말은 통화량이 많이 늘었다는 말과 같은 말인데 요즘도 통화량은 연간 8% 정도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경기가 극단적으로 나빠져서 대출을 회수하지 않는한 통화량이 조금씩 늘어나는 건 당연한 일 입니다. 실제로 은행 예금은 통화량이 늘어나는 정도보다 약간 더 많은 9%가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새롭거나 독특한 현상은 아닙니다.

통화량에서 은행예금이 아닌 건 MMF같이 하루만 맡겨도 이자를 주는 금융상품 정도인데 여기에 머물던 돈이 은행 예금으로 들어갔다는 건 저금리 현상이 심해지면서 MMF가 주는 금리 매력이 상대적으로 줄었다는 의미입니다. (그냥 은행 수시입출금 통장에 넣나 MMF에 넣나 별 차이가 없는 상황이 됐다는 뜻입니다)

내 건강보험료가 유달리 비싸게 느껴진다면?

우리나라의 소득 상위 5% 국민들이 내고 있는 건강보험료가 소득 하위 5%가 내는 보험료에 비해 약 35배 정도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하위 5%의 월평균 건강보험료는 1만6557원, 최상위 5% 고소득층의 평균 건강보험료는 41만7793원으로 조사됐습니다. 고소득층이 병원에 다닐 일이 더 많은 게 아님에도 이렇게 보험료의 차이가 나는 건 우리나라의 건강보험료 체계가 소득에 따라 누진적으로 부과되기 때문입니다.

건강보험료는 소득과 무관하게 부과하고 그 대신 의료복지세라는 세금을 고소득자들 중심으로 더 걷을 수도 있으니 건강보험료가 사람마다 크게 다른 그 자체가 잘못이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세금은 아니지만 사실상 세금과 유사하게 부과되는 비용들이 많으면 세금과 관련한 이슈를 논의할 때 늘 통계의 오류에 빠지기 쉽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고소득자들은 세금은 다른 나라 부자들보다 적게 내지만 건강보험료는 다른 나라 고소득층보다 많이 내는 구조 인데요. 이 경우 우리나라 부유층이 다른 나라에 비해 사회적 비용에 대한 책임을 많이 지고 있느냐 아니냐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리스 국채 사면 대박?

그리스 국채가 올해 투자수익률이 꽤 높은 상품이었습니다. 20년짜리 국채는 올해 초보다 47% 정도 가격이 뛰었습니다. 올해 초에는 4%대이던 그리스 국채 이자가 요즘 1.2% 정도로 내려왔습니다.  그러니 앞으로 20년동안 계속 연 4%대의 이자를 받을 수 있는 국채의 몸값이 그 정도로 오른 겁니다 .

유럽이 계속 불경기라서 금리를 낮추고 양적완화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 그리스 국채의 부도 가능성을 낮추고 그리스 국채의 금리를 낮추는 데 꽤 기여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그리스 국채는 유럽 불경기의 수혜 종목일 수도 있겠습니다.

부산에 집 사면 대박?

부산 지역을 집값을 잡기 위해 각종 규제를 부과하는 조정지역에서 부산을 빼기로 하면서 부산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들썩일 거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미 한달 전부터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데 왜 조정지역에서 해제해서 불을 붙이느냐는 지적이 있습니다.

조정지역에서 해제되면 대출을 좀 더 받을 수 있고 임대사업자로 아파트를 구입할 때 더 많은 혜택이 주어집니다. 집을 사려는 사람에게 유리한 환경이 됩니다. 물론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집값을 가끔은 올려야 할 필요도 있습니다. 그게 그 지역의 경제를 활성화하는데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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