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최근 부동산 신탁상품 가입을 통해서 보유세를 회피할 수 있다는 꿀팁들이 서서히 알려지면서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습니다. 이는 작게 보면 신탁상품 얘기지만, 크게 보면  이를 통해 9.13 제재를 회피할 수 있고 연쇄작용으로 냉각된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중요한 소식입니다.

– 부동산 신탁이 뭔가요?

부동산 신탁은 말 그대로 부동산을 신탁회사에 맡기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러가지 목적으로 맡기는데요. 토지만을 덩그러니 갖고 있을 때는 개발을 의뢰하기도 하고요(개발신탁), 건물 등을 직접 관리하기 어려워서 맡기기도 하고요(관리신탁), 상속할 자산을 미리 맡기기도 합니다(상속신탁). 혹은 처분을 해달라고 맡기기도 하고요(처분신탁). 이처럼 맡기는 목적이 다양하고 신탁회사들은 이런 업무를 대행해주면서 수수료를 받는 그런 구조입니다.

– 내 부동산을 신탁을 맡기는 건데, 이게 왜 시장에 영향을 미치죠?

그런데 이렇게 부동산 신탁을 맡기면, 매년 내야 하는 보유세는 누가 내게 될까요? 상식적으로는 부동산의 원 소유자가 내야 할 것 같죠. 2014년 전까지는 그랬습니다. 그러나 2014년 지방세법 개정을 통해서 이렇게 맡겨진  신탁재산에 대한 세금을 소유주인 위탁자가 납부하는 게 아니라 수탁 받은 신탁회사가 하도록 개정이 되었습니다.  원래 개정취지는 세금 체납자들의 부동산을 넘겨받은 신탁회사들이 세금을 납부하게 하기 위한 것이었죠. 그런데 이 변화로 세법원칙과 스텝이 꼬이게 되었습니다.

–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신탁을 맡기는 군요, 많이들 그렇게 하나요?

시간이 흘러 2019년이 되면서, 부동산 보유세 부담이 높아진 다주택 소유주들에게 구원의 손길이 등장합니다. 바로 신탁사들이 신탁제도를 통해서 다주택자들에게 부동산을 위탁하도록 종용하는 것이죠. 반대로 다주택자들도 종부세 부담을 회피할 목적으로 여기저기 찾다보니 자연스럽게 둘은 서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가입하면 종부세를 덜 낼 수 있다는 소문 덕분인지,  2017년 5조원대의 관리신탁 규모가 올해 3월 이후 8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 되고, 관리신탁 외 상속신탁 같은 상품들도 대 히트를 치고 있습니다. 종전에는 뭔가 비밀리에 이뤄진 계약 같은 것이었는데, 이제는 적극적 영업으로 신탁사들의 행태도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 그래서 세수가 정말 많이 줄어들고 있나요?

문제는 원 소유주 과세가 아니라 신탁사(수탁사) 과세로 변하면서 다양한 문제들이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첫째는 신탁회사가 세금을 체납한다는 것인데요. 세금을 내지 않는 게 아니라 세금을 내는 주체가 신탁회사로 변하면서 신탁사들이 세금고지서를 소유주에게 보내는데 이 과정에서 고객들이 세금을 내지 않으면 신탁회사 역시 세금을 낼 수 없죠. 때문에 신탁회사의 체납이 발생합니다. 이처럼 종부세 체납액이 전체의 20%정도 됩니다. 재산세 체납도 마찬가지고요.

또 주민번호 기준으로 납부되는  종부세의 경우, 신탁을 맡기면 그 부동산은 보유부동산 수에서 빠지게 되므로, 종부세 합산과세를 회피하여 종부세 법 취지를 훼손 하게 되겠죠. 이처럼, 2014년의 개정이 오히려 새로운 문제점들을 낳았습니다.

– 그러면 법을 다시 고치면 되지 않나요?

2017년에 다시 민주당의 박용진 의원 발의안으로 지방세법∙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이 발의되었으나 유야무야되었습니다. 이제 이 신탁제도가 종부세 회피 전략으로 적극 활용되기 시작하면서 다시 한 번 논의가 불붙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지자체들도 지방세인 재산세∙종부세 회피 걱정 때문에 이 제도를 다시 고쳐달라는 건의를 하고 있다고 하죠. 정말 세금을 둘러싼 문제는 조용하게 흘러가는 것이 없습니다.

– 그런 신탁 상품은 누가 파나요?

그런데 이런 신탁상품을 적극적으로 운영하는 기업, 즉 신탁회사들은 어디일까요? 부동산신탁회사라고 불리는 기업들일까요? 아마도 아닐 겁니다. 많은 부동산신탁회사들은 부동산을 개발하는 것을 주업으로 하고 있어서, 이들 신탁상품 개발에 소극적입니다. 무엇보다 적극적인 기관들이 바로 보험회사들입니다. 보험사나 은행 역시 부동산신탁회사입니다. 이들 기업들은 돈(금전)과 부동산을 모두 위탁 받을 수 있는 종합 신탁회사인데,  특히 고액 고객들을 대상으로 종부세 감면 솔루션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신탁을 활용하고 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

보험 영업을 하는 분들, 은행의 PB들, 그리고 증권사에서 이들 신탁상품을 VIP 고객을 대상으로 판매를 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일부 금융회사의 경우에는 그 회사의 주력 상품들을 끼워 팔기도 합니다. 가령 신탁을 판매하면서 동시에 종신보험 상품 가입을 유도하거나 하는 것들이죠.

– 결과적으로 시장에 영향이 있을까요?

현 정부 부동산 시장과 신탁상품 확대는 어떻게 연결될까요. 현재 고가주택에 대해서는 양도세 중과를 통해서 투자수요를 억제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낙폭이 큰 부동산이 나오면서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도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매수를 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보유세(재산세∙종부세)입니다. 현행 종부세법상 고가 부동산을 매입하면 매년 내야 할 보유세가 수천만원 수준으로 급증해 세금 부담이 큰 것이죠. 특히 누진체계인 종부세가 고가주택에는 가장 치명적인 세금입니다. 그런데, 신탁가입을 통해서 종부세를 회피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9.13 정책의 골자는 양도세와 종부세를 통해서 투자수요를, 대출규제를 통해서 실수요를 억제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신탁시장이 성장해 종부세를 다소간 회피할 수 있다면 투자수요 규제의 한 축이 흔들리는 것이고, 이는 촘촘히 짜놓은 규제의 틈에 구멍이 뚫린 것 이라고 보입니다. 구멍의 크기는 신탁시장 성장규모와도 같을 텐데, 조 단위 성장이니 마냥 작진 않다고 생각됩니다. 이런 제도를 이용해서 상품을 만들고 영업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을 보면 금융회사들 정말 부지런하다고 할 수 있겠고요. 무엇보다 이런 소식을 받아들인 국토부나 정부가 앞으로 어떻게 나올지도 봐야하겠네요. 이제 신탁을 통해 종부세를 덜 낼 수 있다는 소문이 확 퍼졌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