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재벌들의 스마트폰 해킹 전쟁

사모펀드 VIG파트너스의 대표이며, 투자ㆍ테크ㆍ미디어 분야에 대한 글도 쓰고 있습니다.

‘리멤버 나우’는 국내 최고의 경제 전문가들이 매일 아침 최신 경제 이슈를 설명해드리는 콘텐츠 레터입니다.

세계 최대 부호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 왕자가 아마존 CEO인 제프 베이조스의 아이폰을 해킹했다는 의혹이 번지고 있습니다. 전세 대출 규제가 발표되면서 전세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나옵니다만 그러진 않을 걸로 보입니다. 1월 29일 ‘리멤버 나우’입니다.

이철민의 리멤버 밸리

세계 최고 재벌들의 스마트폰 해킹 전쟁

무함마브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이미지 출처=사우디아라비아 국방부 홈페이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급격한 확산과 코비 브라이언트의 안타까운 사망사고 때문에 묻혀버린 중요한 뉴스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아마존의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의 아이폰을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해킹 했다는 의혹입니다. 세계 최고 갑부의 개인정보를 또 다른 세계적 갑부이자 왕세자가 해킹했다니, 그 자체만으로도 쇼킹한 뉴스거리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게다가 베이조스만 해킹을 당한 게 아닐 것이라는 후속 보도가 나오면서, 한때 전 세계가 발칵 뒤집혔었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물론 아직 빈 살만이 범인이라고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베이조스에게 의뢰 받은 사이버 보안 전문업체와 이를 검토한 유엔 조사관들의 최종 보고서에 그렇게 적시되어 있었고, 이를 영국의 가디언이 입수해 보도한 것이 현 상황입니다.

사우디의 이방원, 빈 살만

사건의 전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빈 살만이라는 인물을 이해해야 합니다. 1985년생인 그는 2017년 6월, 삼촌이 폐위된 뒤 왕세자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그의 아버지 살만 국왕도 2015년에 자신의 이복 동생을 폐위한 전력이 이미 있었습니다. 빈 살만 왕세자는 두 번째 폐위를 결행함으로써 형제 세습이 관행이던 사우디 왕가 최초로 부자 세습의 기틀을 만들어냈습니다.

왕세자의 자리에 앉은 빈 살만은 과감한 개혁과 개방 정책을 펼치며 투자를 유치해 석유 산업에 의존하던 사우디 경제 체제를 바꾸려 했습니다. 동시에 절대 권력을 구축하고자 했습니다.  정적을 대규모로 숙청하고, 이를 문제시하는 국내외 인사들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보복했습니다.  그 대표적인 사건이 바로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를 암살한 사건입니다.

눈엣가시였던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제거한 빈 살만

오사마 빈 라덴과도 여러 번 인터뷰를 한 것으로도 잘 알려진 카슈끄지는 원래는 사우디 왕가와 친분을 가진 언론인이었습니다. 그러다 개혁 성향의 일간지 ‘알와탄’의 편집국장이 된 후, 이슬람 근본주의를 비판하면서 왕가와 거리를 두게 됩니다. 2011년 ‘아랍의 봄’ 당시 민중 봉기를 지지하면서 사우디 왕가와 완전히 결별한 그는, 2017년부터 미국에 머물며 칼럼니스트로 활동했습니다.

특히 절대 권력을 추구하는 빈 살만 왕세자를 비판하는 칼럼을 많이 썼는데, 그의 칼럼들을 실어준 매체가 워싱턴 포스트였습니다. 2013년 베이조스가 약 3000억원에 인수해 운영하고 있던 워싱턴포스트가 빈 살만과 베이조스를 연결하는 매개체였던 겁니다.

미 정보당국에 따르면 왕세자로 책봉된 직후부터 빈 살만은 카슈끄지를 제거할 계획을 세웠다고 합니다. 그리고 2018년 10월 터키 국적의 약혼녀와의 혼인 신고에 필요한 서류 작업을 위해 터키 주재 사우디 영사관을 찾은 카슈끄지의 암살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때문에 베이조스의 아이폰을 해킹한 것도 이러한 암살 작전의 일부였다는 관측이 제기됩니다.

베이조스의 불륜설 폭로 배후도 빈 살만?

암살 5개월 전인 2018년 4월, 빈 살만과 베이조스는 LA의 한 식당에서 처음으로 만났습니다. 그 이후 와츠앱을 통해 메시지를 주고 받았는데, 그 과정에서 빈 살만이 보낸 동영상에 악성코드가 심어져 있었다는 것이 앞서 말한 보고서의 결론입니다. 그 악성코드를 통해 베이조스의 아이폰을 해킹하여 빈 살만이 다양한 개인 정보를 확보했다는 것입니다.

 그 개인 정보들이 카슈끄지의 암살에 활용됐을 가능성은 물론이거니와, 워싱턴포스트의 사주인 베이조스를 협박하기 위해서도 사용되었을 것이라는 의혹 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실제로 베이조스는 영국의 한 대중지가 불륜 관계 폭로를 통보한 직후인 2019년 1월 이혼을 발표했습니다. 그 대중지에게 정보를 제공한 것이 빈 살만 왕세자 측이라는 추정이 가능한 것이죠.

물론 빈 살만과 사우디 당국은 이런 의혹들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워낙 거물급 인물들과 기업들이 연계되어 있는 데다가 불륜과 살인까지 뒤섞인 사건이라 의혹이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더불어 아이폰과 와츠앱마저 해킹에 쉽게 노출된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라 프라이버시와 관련된 우려와 불안은 더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정리하자면
2017년 사우디의 왕세자로 책봉된 빈 살만이 아마존의 CEO이자 워싱턴포스트의 소유주인 제프 베이조스의 아이폰을 해킹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습니다.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인 카슈끄지를 제거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이 되는데요. 그 과정에서 베이조스의 불륜이 폭로되고 결국 이혼까지 이르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전 세계 주요 정치인과 기업인들도 해킹의 피해자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향후 전개는 그 파장을 예측하기 힘든 상태입니다.
사모펀드 VIG파트너스의 대표이며, 투자ㆍ테크ㆍ미디어 분야에 대한 글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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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브리프

전세는 안 사라집니다

전세

전세를 끼고 집을 사서 (당장 이사는 못가더라도) 내 집을 (미리) 마련하는 무주택자들도 갭투자자로 보고 전세대출을 막거나 회수하겠다는 정부 방침 때문에 이러다 전세가 사라지는 게 아니냐는 고민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려는 수요가 줄어들면 전세의 공급도 당연히 줄어듭니다. 그러나 몇 가지 이유 때문에 전세의 공급이 줄어들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전세는 은행이 대출을 잘 안 해주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제도)입니다.  은행이 대출을 잘해준다면 대출을 받아 집을 사고 그 집을 월세를 놓으면 대출이자보다 더 많은 월세가 들어오니 투자자 입장에선 당연히 그렇게 하는 게 이익입니다. 그럼에도 전세가 존재하는 건 은행이 대출을 잘 안 해주기 때문입니다. 은행이 대출을 잘해주면 전세 매물이 줄어들고 대출을 잘 안 해주면 그래서 전세 매물이 늘어납니다. 요즘은 대출 규제가 매우 강한 시기여서 은행 대출을 받기 어려운데요. 은행 대출을 받지 않고 집을 마련하려면 현금이 충분하지 않은 이상에야 전세를 끼고 사는 수 밖에는 없습니다. 그러니 전세의 공급은 이런 과정을 통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전세를 끼고 집을 구입하면서 본인이 살고 있는 집은 전세대출을 받아 세입자로 거주한다면 전세대출을 회수하거나 만기를 연장해주지 않겠다는 게 정부 방침입니다. 갭투자자의 자금줄을 조이겠다는 뜻인데요. 망설이던 사람들의 갭투자는 막을 수 있겠지만 효과가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파트값이 오를 거라고 생각하는 투자자는  본인이 사는 전셋집을 월세로 돌리거나 새로운 월셋집을 찾아서 이사 가면 그 보증금만큼 자금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 입니다. 물론 월세가 부담이 되긴 하지만, 집을 사면 더 큰 이익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라면 그 정도 차이는 받아들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부가 연간 400만원 이상의 월세 수입을 거두는 집주인들에게는 모두 임대소득세는 물론 건강보험료를 따로 부과하겠다고 결정한 것도 전세의 공급을 늘릴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집은 월세를 받으면서 건강보험료를 내는 것보다 차라리 전세로 돌려서 건강보험료를 안 내는 게 집주인 입장에서는 대부분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투자금 회수 못하게 하는 펀드가 늘어난 이유

요즘 사모펀드들이 갑자기 환매중단을 발표하는 일이 자주 생기고 있습니다. 왜 그런 일이 벌어지는지 알려드리겠습니다.

사모펀드들은 돈 될 게 거의 확실해보이지만 길게 묻어놔야 되는 외국 빌딩이나 비상장 주식 등에도 투자합니다. 그런데 그런 건 정말 길게 묻어놔야지 한 달 후에 찾아와서 환매해달라고 하면 빌딩의 유리창 하나를 떼어서 팔 수도 없고 난감합니다. 그렇다고 5년간 환매 못한다고 공지하고 팔면 잘 안 팔립니다.  그래서 사모펀드들은 투자는 투자대로 하면서도 중간에 환매요청에 대응하기 위해 증권사에서 돈을 빌립니다. 

증권사들이 사모펀드에 빌려준 대출금을 TRS 자금이라고 부릅니다. 사모펀드들은 이렇게 돈을 빌려서 펀드를 해지(환매)하려는 고객들에게 돈을 돌려주기도 하고 남는 돈으로 투자를 좀 더 해서 수익률을 더 올리는 데 씁니다.

비상장 주식 같은 유동성이 떨어지는 자산에 투자하는 사모펀드가 언제든지 해지(환매)할 수 있는 개방형 펀드로 운영될 수 있는 건 증권사가 이런 돈을 빌려주기 때문입니다. 증권사는 사모펀드들이 보유하고 있는 투자 대상물을 담보로 잡고 사실상 돈을 빌려주는 구조입니다.

문제는 라임자산운용이 운영하는 펀드에도 비슷한 TRS 자금을 빌려줬다가 증권사들이 그 돈을 떼일 위기에 처하면서 증권사들이 최근에는 거의 모든 사모펀드들에게 빌려준 TRS 자금을 회수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알펜루트자산운용이라는 운용사도 투자하던 사모펀드에 돈을 빌려줬던 증권사들이 TRS 자금을 돌려달라고하자 불가피하게 펀드 전체에 대한 환매 중단을 결정했습니다. 증권사들이 돈을 갚으라고 하면 돌려줘야 하지만 그 돈을 갑자기 한꺼번에 증권사에 내주고 나면 여윳돈이 사라져서 그 이후로는 환매를 요청하는 고객이 있을 경우 보유 자산을 헐값에 매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먼저 환매해가는 고객이 늘 유리한 상황이 되어서(먼저 찾아가는 고객들에 줄 돈을 마련하려고 자산을 급매하면 그 급매 때문에 가격이 내려가니까요) 다들 환매를 요청할 것이고 그러면 결국 환매에 응할 수 없게 됩니다.  

– 그럼 증권사들은 왜 빌려준 돈을 갑자기 회수하고 있을까요?

증권사들은 사모펀드에 돈을 투자한 게 아니라 빌려줬을 뿐이라서 사모펀드가 투자에 실패해도 그 자산을 정리해서 빌려준 돈 이상만 회수되면 증권사는 그 돈을 받아가면 됩니다.

그런데 1. 사모펀드들이 그렇게 빌린 돈으로 생각지도 못했던 엉뚱한 자산에 투자하기도 하고(고객 돈으로 가치 없는 엉뚱한 자산을 사고 반대로 엉뚱한 자산을 매각한 쪽에서 몰래 뒷돈을 받을 수도 있죠. 그러면 그 자산을 팔아도 증권사는 빌려준 돈을 돌려받지 못합니다)

2. 정부도 증권사가 손실분담에 동참하라는 뉘앙스로 접근하고 있기도 합니다.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사기 사건에서 라임자산운용에 돈을 빌려준 증권사에 대해 금융당국은 ‘돈이 회수되더라도 모두 받아갈 생각은 하지 마라, 혹시 펀드 운용과정에서 잘못한 게 있을 수도 있으니 조사를 해봐야겠다’고 하고 여론은 고객들은 피해보는데 증권사는 이자놀이만 하고 원금을 다 받아가느냐고 항의합니다. 이런 분위기라면 증권사도 손실을 입게 될 가능성도 엿보입니다.

증권사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자 좀 더 받으려고 그냥 두는 것보다 얼른 회수하는 게 낫습니다. 결국 금융당국은 어제 증권사들을 긴급히 불러서 사모펀드에 빌려준 돈을 회수하지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데일리 체크

지방 저축은행들의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대구∙경북∙강원 지역의 연체율 증가율이 특히 높았습니다. 지역 경제가 나빠지고, 집값이 떨어져 그렇다는 매일경제의 분석입니다. 수도권으로 돈이 쏠리고 있는 현상을 단편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지분을 맞교환하며 파트너십을 맺은 카카오와 SKT가 주차장 서비스를 두고 경쟁하고 있습니다. 주차난 때문에 주차 플랫폼을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시장은 커지고 있습니다. 카카오와 제휴한 주차장의 일 평균 입출차 차량은 2019년 2분기 7만2000건에서 3분기 8만건, 4분기 10만건으로 매 분기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작년 한 해 알뜰폰 번호이동 고객이 27만여명 순감했습니다. 대형 통신사들이 5G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불법 보조금 경쟁을 벌이면서 알뜰폰 가입자가 줄어든 걸로 분석됩니다. 다만 올해부턴 알뜰폰에도 5G가 도입되고 망 도매대가가 인하되면서 앞으론 이용자가 늘어날 것으로 에측됩니다.

치킨 프랜차이즈 bhc의 작년 매출이 3200억원을 넘겼습니다. 3000억원을 넘긴 치킨 브랜드는 BBQ와 bhc가 유일합니다. bhc 대표는 신메뉴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주문 단가를 끌어올린 게 주효했다고 한국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말했습니다. 2015년 873개였던 가맹점이 지난해 1456개로 크게 늘었습니다.

한국맥도날드가 주문한 음식을 테이블로 가져다주는 서비스를 40여개 매장에 시범 도입했습니다. 무인 주문 시스템 도입이 확산되고 있는 최근 트렌드와 상반되는 ‘역발상’ 서비스라는 평가입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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