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목] ‘평생 일해도 5억원 적자인생’의 의미

‘리멤버 나우’는 국내 최고의 경제 전문가들이 매일 아침 최신 경제 이슈를 설명해드리는 콘텐츠 레터입니다. 리멤버 나우를 보신 후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이 링크에 질문을 남겨보세요! 좋은 질문을 선정해 리멤버 나우 필진이 답해드립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평생 동안 5억원의 빚을 진다는 기사가 최근 화제였습니다. 부정적으로 보이지만, 생애주기 적자는 사실 클수록 좋습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내렸지만, 은행들은 예금금리를 안 내리고 있습니다. 12월 12일 ‘리멤버 나우’입니다.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평생 일해도 5억원 적자인생’의 의미

사람은 어린이일 때와 노인일 때는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많고, 젊은이일 때는 반대로 버는 돈이 쓰는 돈보다 더 많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평생 약 11억원 정도의 노동소득을 거두는데 평생 동안 쓰는 금액은 1인당 16억원에 이릅니다. 약 5억원 정도가 적자인 셈입니다. <평생 일해도 5억원이 적자>라는 이 명제는 어떤 의미일까요. 이게 오늘의 주제입니다.

1. 소득보다 지출이 5억원이나 많은 적자라는 뜻이니 나쁜 의미인가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통계는 나쁜 소식이 아닙니다. 말씀드린 대로 우리나라 국민들은 11억원을 벌지만 16억원을 쓰고 죽습니다. 나머지 5억원(이걸 생애적자라고 부릅니다)은 어디서 생겨서 쓰는 걸까요. 앞서 언급한 11억원은 평생의 노동소득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의 소득은 노동소득만 있는 게 아닙니다. 주식이나 부동산이 올라서 번 투자소득도 있습니다. 그리고 정부가 부유층들에게 세금을 걷어서 국민들에게 나눠준 돈이거나 부모에게 물려받은 돈이거나 타인에게 성금이나 기부로 받은 돈도 소득입니다.  5억원의 차이는 결국 투자나 사업으로 번 돈이거나 정부의 재정 지원이나 타인의 기부 등으로 만들어지는 <또 다른 소득>입니다. 

이 <또 다른 소득>이 많다는 건 투자소득이나 사업소득, 또는 정부의 지원금 등이 많다는 뜻인데요. 이건 좋은 의미입니다. 투자소득이든 사업소득이든 정부 재정의 지원이든  경제가 활발하지 않은 나라에서는 쉽게 얻기 어려운 소득 입니다.

2. 생애적자가 큰 것이 좋은 것이라는 게 쉽게 와닿지 않는데요?

경제가 잘 성장하고 소득의 분배가 잘되는 나라일수록 본인이 스스로 노동소득으로 번 돈보다는 소비액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런 나라일수록 소득보다 소비액이 많아서 생애주기 적자액이 더 큽니다만, 그런 나라는 좋은 나라입니다.

우리나라는 그 차액이 <5억원 밖에 안 되는 게> 안타까우면 안타까울 뿐, 그게 5억원이나 돼서 헬조선인 게 아닌 겁니다. 생애적자가 5억원이나 되는 게 싫으면 이런 나라를 상상해보면 됩니다.

부동산이나 주식은 계속 떨어지기만 하고 금리는 낮아서 노동소득 말고는 다른 소득은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정부가 조세로 소득 재분배 기능을 하지 못해서 부자의 돈은 계속 부자의 주머니에만 남아 있고 그러다보니 한달에 100만원을 버는 사람은 100만원 이상의 돈은 절대 쓰지 못하는 빈곤과 침체로 가득한 나라.

그런 나라의 국민들은 노동소득으로 번 돈만 간신히 소비하다가 사망합니다. 다른 소득이 없으니까요. 그런 나라는 아마 국민들이 <생애흑자> 인생을 살다 갈 겁니다. 그런 나라가 좋을까요?

반대로 우리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힘든 노동은 로봇이나 인공지능이 하고 땅을 파면 석유가 늘 넘치게 나와서 국민들은 1년에 1억원씩 기본소득을 받아서 생활하는 그런 나라가 되면 80년 동안 살아온 그 나라 국민의 생애주기 적자는 80억원이나 될 겁니다. 소비액보다 노동소득이 80억원이나 부족하니까요. 그게 나쁜 걸까요.

3. 그럼 생애적자가 5억원이라는 걸 어떻게 해석해야 될까요?

우리는 근로소득보다 투자소득의 비중이 더 많은 사회를 별로 좋지 않은 사회로 생각합니다. (물론 그게 옳은 생각은 아닙니다만 근로소득은 몸으로 돈을 벌지만 투자는 돈으로 돈을 버는 것이니 투자소득이 많으면 소득의 양극화가 더 강하게 나타나긴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또 소득재분배 기능이 강한 나라는 좋은 나라라고 생각합니다(이 역시 늘 옳은 생각은 아닙니다만, 소득재분배 기능이 너무 강해서 저소득층이 노동의욕을 잃거나 아니면 세금이 무거워서 고소득층이 근로의욕을 잃거나 국외로 탈출하는 상황만 아니라면 소득재분배 기능은 강할수록 소득격차가 감소하긴 합니다)

이 두 가지 기준을 적용할 때 <생애적자 5억원>이라는 결과는 그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그 5억원의 차액이 근로소득이 아닌 다른 소득이 많아서 생긴 결과인지(그렇다면 좋지 않은 결과로 해석되겠죠) 아니면 정부의 소득재분배 기능이 강하게 작동한 결과인지(그렇다면 좋은 결과로 받아들일 겁니다)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마 그 원인은 섞여 있을 겁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거대한 생애적자가 유지되거나 증가하고 있다는 건 그만큼 상황이 괜찮다는 의미입니다. 말씀드린 대로 경제가 어려우면 생애적자는 오히려 감소합니다.

4. 앞으로는 이 생애적자라는 수치가 어떻게 변할까요?

고령화가 심해지면서 근로소득보다 지출이 더 많은 고령층이 급격히 늘어날 겁니다. 그러면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의 이동(젊은이→노인)이 필요하고,  노동으로 번 돈과 지출하는 돈 사이의 차이인 생애적자는 더 늘어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수치는 그냥 그렇다는 의미이지 그러니 다행이라거나 그러니 큰일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나이가 들 수록 흰머리가 늘어나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냥 그런 것일 뿐입니다)

이 생애적자를 키우려면 극단적으로는 재벌기업들의 재산을 국민들에게 골고루 나눠주면 됩니다. 반대로 생애적자를 줄이려면 가난한 노인들이나 소득이 없는 아이들에게 쓰는 소비를 모두 차단하면 됩니다. 기초연금도 주지 말고 아이들도 각자 먹을 것을 각자 구해오지 못하면 먹지 못하게 하면 됩니다. 생애적자라는 수치는 크거나 작거나 커지거나 작아지는 게 모두 그 자체로 가치판단을 하기 어려운 통계입니다. 이 소식은 모든 수치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려는 습관이 가끔은 다양한 오해를 불러온다는 걸 알려주는 사례입니다.

데일리 브리프

기준금리는 내렸는데, 예금금리는 안 내린 이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렸지만 은행들의 예금금리는 별로 내려가지 않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예금금리가 내려가지 않는 게 뭐가 문제인가 싶을 수도 있지만 예금금리는 변동금리 대출을 받은 분들이 매월 내는 이자의 기준이 되는 수치입니다. 코픽스라는 지수는 시중 은행의 예금금리에 따라 움직입니다. 그러니 대출을 받은 분들은 예금금리가 내려가지 않는 게 불만일 수 있습니다.

어쨌든 시중은행이 예금금리를 내리지 않는 건 각 은행의 판단입니다. 그동안 시중은행들은 기준금리가 낮아지면 예금금리도 내리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요즘은 몇 가지 이유로 예금금리 인하를 주저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로 추정되는 건 예금금리를 내리면 고객들이 갑자기 빠져나갈 게 두려워서이기도 합니다. 마침 은행들은 요즘 오픈뱅킹이라는 변화를 맞고 있습니다. 오픈뱅킹 시대엔 특정 은행의 앱을 깔지 않아도 그 은행에 들어있는 잔액을 확인하고 돈을 이체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인식에서 단골은행으로 자리잡는 게 그래서 그 어느때보다 중요한 시기인데 자칫 은행이자율을 낮췄다가는 고객 이탈이 클 수 있다는 걱정입니다 (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늘어난 단기 일자리의 이면

매월 발표되는 일자리 통계 지표는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습니다. 좋은 점도 있고(일자리 자체가 늘어난 게 좋은 일입니다) 나쁜 점도 있습니다. 이 소식이 주로 전하고 있는 건 40대 고용률 악화와 단기간 일자리의 증가가 나쁘다는 점입니다. 올해 들어 일자리 통계(고용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늘 제기되던 논란거리입니다. 단기 일자리라도 늘어나는 게 어디냐는 긍정적인 해석도 가능하고, 추락하는 고용지표를 단기 일자리 늘리는 것으로 간신히 막고 있다는 부정적인 해석도 가능합니다.

데일리 체크

전기차는 9년, 수소전기차는 4년을 소유해야 내연기관차보다 경제적이라는 한국자동차산업협회의 분석이 나왔습니다. 협회는 전기차 코나를 휘발유 코나와, 넥쏘를 휘발유 싼타페와 비교했는데요. 전기차가 본전을 뽑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린 이유는 보조금에 있습니다.전기차에는 최대 1900만원, 수소차에는 최대 3600만원가량 보조금이 지급됩니다.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합치면 휘발유차에 비해 전기차는 54%, 수소차는 17%가량 비쌌습니다.

식재료 파동이 중국과 인도의 정치∙경제를 흔들고 있습니다. 중국에선 아프리카돼지열병 때문에 돼지고기 값이 폭등했는데요. 그래서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을 크게 늘리고 있습니다.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협상카드 하나를 잃은 셈입니다. 중국은 최근 미국산 돼지고기와 대두에 대해 관세 유예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인도에선 폭우 때문에 양파 값이 작년보다 3배나 올라 인도 정부는 양파 수출을 전면 금지했습니다. 인도의 우방국인 방글라데시는 인도의 적대국인 파키스탄에서 양파 수입을 시작했습니다. 파키스탄을 견제하는 인도의 정책이 흔들린 셈입니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부동산펀드와 대기성 자금인 머니마켓펀드(MMF)에 자금이 몰리고 있습니다. 11일 기준으로 MMF 자금은 지난달 말보다 12.9%(5조2000억원) 늘었고, 부동산 펀드 자금은 같은 기간 2.4%(2조3000억원) 늘어났다는 헤럴드경제의 보도입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리멤버 나우를 지인들과 공유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