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율, 1100원대로 돌아가긴 어려운 이유?

💵 환율, 1100원대로 돌아가긴 어려운 이유?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1300원까지 올라온 환율 : 원·달러 환율이 최근 10년간 어떻게 변했는지를 보여주는 그림(🔗관련 내용)입니다. 1100원대이던 환율은 최근 1300원대로 올라왔는데요. 최근의 환율 상승이 일시적인 현상일지 아니면 이제 1100원대로는 다시 돌아가지 않는 새로운 레벨의 영역으로 굳어질지가 관심거리입니다.

1100원대로 돌아가긴 어렵다는 주장 나와 : 물론 미래의 환율은 아무도 모르지만, 이 질문은 꽤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는 내용입니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의 한 금융통화위원(서영경 위원)이 2일 열린 한 학술행사에서 ‘최근 환율변화는 일시적이기보다는 구조적 요인이 작용한 결과여서 다시 1100원대로 돌아갈 가능성은 적다’는 요지의 발표를 했습니다. 그 내용을 설명한 기사(🔗 관련 기사)인데요. 최근의 환율 흐름에 대한 해석과 전망이 필요한 분들에게는 꽤 도움이 될 만한 설명입니다. 환율이 어떤 경우에 오르고 어느 때는 내리는지에 대한 이해를 돕는 데도 도움을 줍니다. 

일단 최근 환율이 오른 것에 대해서는 서영경 금통위원은 이런 해석을 소개했습니다.

1️⃣ 한국 원화뿐 아니라 전 세계 주요 통화와 비교해 달러화 가치가 상승했고

2️⃣ 한국 제품이 중국 제품과 경쟁하는 정도가 심화돼 수출이 줄었으며

3️⃣ 인구 고령화로 인해 소비 투자가 부진하고, 그래서 외국으로부터의 투자 수요나 수출 물량이 감소하고 있고 

4️⃣ 반면 해외주식투자 수요의 증가(해외 주식에 투자하려면 환전해서 달러를 구해야 하므로) 등이 환율 상승을 이끄는 요인이라는 것입니다.

환율과 무역 간 전통적 관계 깨져 : 환율이 요즘처럼 올라가면 수출이 잘 되고 반대로 수입은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지만, 요즘은 그 효과도 별로 관찰되지 않고 있습니다. 주력 수출품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우리나라 수출품에서 인건비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습니다.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외국인 기준에서는 저렴해진 원화로 인건비를 지불하여 제작한 셈이었죠. 덕분에 해외에 수출하는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생겼는데요.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의 원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인건비가 아니라 원재료비나 제조 과정에서 투입되는 에너지 비용입니다. 이런 것들은 대부분 수입품이라서 환율이 높아져도 수출품의 원가가 낮아지기가 어려운 구조가 됐습니다. (오히려 환율이 높아지면 원가도 따라서 같이 오르는 구조죠.) 환율과 무역 간의 전통적인 관계가 깨진 것입니다.

해외투자 주식 수요에 영향받아 : 반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해외주식 투자는 환율에 영향을 주는 주된 요인 중 하나가 됐습니다. 투자를 위한 돈의 흐름에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거죠. 해외에 투자하기 위해 달러를 바꿔서 그 달러를 해외의 증권사에 보내줘야 해외주식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해외 주식의 투자 수요가 늘어나면 환율은 올라가는 압력을 받습니다.

환율 크게 변동성 보이진 않을 것 : 최근 환율의 특징 중 하나는 과거처럼 환율이 크게 치솟아 오르거나 크게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환율이 크게 치솟았던 것은 우리나라에 투자하러 들어온 외국인들이 집으로 돌아갈 때 내줄 달러가 없을까 봐 걱정했기 때문인데요. 요즘은 우리나라가 외환보유액 이외에도 <국민들이 해외에 투자해 놓은 주식과 채권 등>이 많기 때문에, 즉 팔기만 하면 국내로 들여올 수 있는 달러 자산이 많기 때문에 환율이 안정적일 가능성이 큽니다.

해외에서 번 돈에 대해 한국에서 추가 과세를 하지 않기로 작년에 법을 바꾼(🔗관련 기사) 영향도 있습니다. 과거에는 우리나라 기업이 해외에서 번 돈을 국내로 들여오면 해외보다 더 높은 국내세율을 적용했기 때문에 돈을 잘 들여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현지에서 세금을 납부한 것으로 인정해 추가 과세를 하지 않기로 하면서  해외에서 들어오는 돈의 양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 역시 환율을 하락 안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우리는 미국 금리보다 한국 금리가 더 낮은 상태가 유지되는 신기한 경험을 하고 있는데요.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이가 더 벌어지게 되면 이자율이 높은 미국으로 해외 투자자금들이 우리나라에서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고, 그 과정에서 환율이 오를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금리 차이 때문에 투자자금이 움직이는 정도는 생각보다 매우 미약하며 대체로 만기까지 채권을 보유해서 이자를 받겠다는 뜻을 가진 외국인 투자자들이 많습니다. 결과적으로 환율의 움직임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꽤 설득력이 있습니다.

반면 시장은 ‘환율 안정’을 내다보는 이유 : 앞서 언급한 주변의 여러 요인들은 환율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환율이 안정적이거나 심지어 내릴 가능성을 높게 보는데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이 뉴스(🔗관련 기사)에 등장하는 순대외금융자산입니다.

순대외금융자산은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들의 주식 채권 투자 금액과 해외로 나가있는 한국인들의 주식 채권 투자 금액을 서로 상쇄시킨 후 남는 금액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하면 우리나라도 해외 투자를 모두 정리하고 돌아오고, 외국인들도 국내 투자를 모두 청산하고 떠날 경우에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달러가 더 많은지, 우리나라에서 빠져나가는 달러가 더 많은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삼성전자 주가가 오르면 외국인들이 갖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의 가치가 올라가서 그 외국인들이 한국을 떠날 때 내줘야 할 달러가 늘어나게 되고, 반대로 테슬라 주가가 오르면 테슬라에 투자한 한국인들이 그 주식을 팔고 한국으로 돌아올 때 들고 들어오는 달러가 늘어나게 됩니다.

환율의 숨은 방어자는 ‘테슬라 투자자’라고? : 이 지표가 올해 1분기말 현재 7730억달러나 됩니다. 환율이 올라가면 환차익을 노리고 테슬라 주식 등을 매각해 우리나라로 달러를 들고 들어오는 투자자들이 그 정도 규모로 꽤 있을 거라는 의미입니다. 참고로 이 순대외금융자산은 1998년 외환위기와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모두 마이너스였습니다. 과거에 비해 우리나라 환율이 크게 요동칠 가능성이 적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은 건 과거엔 없었던 든든한 달러 주머니인 순대외금융자산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 뉴스(🔗관련 기사)를 보시면 우리나라의 순대외금융자산의 추이가 그래프로 그려져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