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경기 나빠질 확실한 이유(feat.은행)

🏦 미국 경기 나빠질 확실한 이유(feat.은행)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불황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은행을 관찰하면 경기 전망 알 수 있다? : 왜 경기는 좋을 때가 있고 나쁠 때도 있을까. 다소 근본적인 이 질문에 대해 전문가들은 은행을 주범으로 꼽습니다. 그러니까 경기가 좋아질지 안 좋아질지는 은행을 잘 관찰하면 된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은행이 보내는 신호를 통해서 우리가 알 수 있는 사실은 어떤 것들인지를 알아보려고 합니다.

경기 변동은 항상 있었다 : 농업이나 수렵이 산업의 거의 전부이던 원시시대에도 경기 변동은 있었습니다. 날씨가 좋아 농사가 잘되는 경기가 좋은 때가 있고, 이상하게 사슴이나 노루가 잘 잡히지 않는 경기가 나쁜 날도 있었거든요.  

현대 사회도 마찬가집니다. 예를 들면 갑자기 등장한 스마트폰이 소비자들을 유혹하는 데 성공하는 사건이 그런 경기 변동의 계기가 됩니다(🔗관련 기사). 소비자들은 스마트폰이나 스마트폰 케이스를 구매하기 위해 과거보다 더 지출하고, 그 소비를 위해 과거보다 더 열심히 일합니다. 그 결과 그 연관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소득이 늘어나고 전반적으로 경기가 좋아지죠.

경기 변동을 더 강화하는 은행 : 현대 사회가 과거 농경 사회와 다른 특징은 이런 경기 변동이 ‘은행 덕분에’ 더 강화된다는 데 있습니다. 과거에는 경기가 좋으면 그냥 좋았지만, 요즘은 경기가 좋으면 대출받으러 오는 사람들이 많아집니다. 은행도 경기가 좋으니 마음 편하게 대출을 해주죠. 그러다 보면 시중에 돈의 양이 더 늘어나고, 경기는 원래 좋은 정도보다 훨씬 더 많이 좋아집니다. 

그러다 경기가 나빠지면 은행은 경기가 나쁘기 때문에 대출을 잘 안 해줍니다. 잘 안 해주는 건 괜찮은데, 이미 나간 대출도 만기가 되면 갚으라고 합니다. 불경기인데 돈의 양은 오히려 더 줄어드니 경기는 더 나빠집니다. 불황이 ‘은행 때문에’ 더 깊어지는 겁니다. 그래서 은행이 대출을 적극적으로 해주는 것은 경기가 좋다는 또는 좋아질 것이라는 증거가 되고 은행이 대출을 잘 안 해주는 것은 경기가 나쁘다, 또는 나빠질 것이라는 강한 신호가 됩니다. 

최근 들어 미국 대출 문턱 높아져 : 그런 이유로 대출을 대하는 은행의 태도는 경제 뉴스에서는 자주 눈에 띄지 않지만, 노련한 경제 전문가들은 비중 있게 챙겨보는 데이터입니다. 경기의 흐름을 매우 정확하게 예측 설명해 주기 때문입니다. 최근 미국 은행들의 대출 태도에 관한 데이터가 발표됐는데요(🔗관련 기사). 지난 조사 때보다 대출 태도가 더욱 엄격하고 신중해졌다고 응답한 비율이 전체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나 됐습니다.  

실제로도 대출 문턱이 갑자기 높아진 것을 실감하는 소비자들이 늘었다는 보도도 있습니다(🔗관련 기사). 워싱턴포스트는 뉴욕에서 보육원을 운영하는 한 사업가가 수십억원 정도의 대출을 받으려고 여러 은행을 돌고 있는데 가는 곳마다 대출을 거절당하고 있다는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이 대출이 실행됐다면 그 보육원 소유자는 그 돈으로 누군가에게 빌린 돈을 갚든, 보육원 시설을 정비했을 것입니다. 어떻게든 돈을 썼을 것이고 그만큼의 돈은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지출을 위한 소득이 됐겠죠. 그래서 뉴욕에서 늘어난 대출이 캘리포니아의 햄버거 가게 매출을 늘리는 요인이 되기도 하고, 시카고에서 줄어든 대출로 워싱턴의 백화점 옷 가게 매상이 줄어들기도 합니다. 그만큼 은행의 대출 태도 변화는 경기에 아주 중요하면서도 예민한 영향을 줍니다. 

주식 시장에서도 대형주 강세 : 주식 시장에서도 이런 변화를 반영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형주들의 강세와 소형주들의 약세가 바로 그것입니다(🔗관련 기사). 자본을 넉넉히 갖고 있거나 필요한 경우 주주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대형주보다 은행 대출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한 소형주의 리스크가 커진다고 보는 투자자들이 많다는 의미입니다.

미국에 곧 불경기 닥칠 가능성 커졌다 : 은행의 대출 창구가 보여주고 있는 신호는 과거에도 매우 정확했고 앞으로도 더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현대 사회의 경제 시스템은 점점 더 실물보다 금융에 의존적이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추가 금리 인상이 불필요할 수도 있다는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의 발언도 있었는데요(🔗관련 기사). 이 역시 미국에 곧 불경기가 닥칠 것이라는 전망을 반영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상반된 G2 경제의 원인과 전망?
오늘의 이슈

상반된 모습 보이는 G2 경제 : 중국이 코로나에서 벗어나 과거로 돌아가는 리오프닝이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경기회복은 더딥니다. 반면 미국은 경기 과열을 식혀보려는 여러가지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기가 뜨겁습니다. 

코로나 대응 방식 때문? : G2로 불리는 두 나라의 경기 상황이 이렇게 상반된 모습을 보이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입니다(🔗관련 기사). 이런 이상한 현상의 원인으로는 두 나라가 코로나에 대응한 방식이 다르다는 점이 꼽힙니다. 미국은 가게 문을 닫기보다 소비자들의 주머니에 돈을 꽂아주는 정책을 선택했고, 중국은 가게 문을 닫는 봉쇄를 선택했습니다. 봉쇄기간 동안 국민들의 저축이 꽤 소진됐음에도 아직 채워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중국 현지의 분위기는 여전히 사람들이 지갑을 충분히 열지 않으면서 불경기를 대비하는 쪽이고, 미국은 코로나 당시 지급한 지원금의 사람들의 주머니에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그것이 모두 소진되는 시점은 올해 하반기나 내년 초로 예상됩니다. 물론 이런 초과저축은 모든 사람들의 주머니에서 동시에 소멸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이미 다 소진된 사람들도 있고 여전히 넉넉히 남아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앞으로는 뒤바꿀 수 있다 : 한편 미국은 좋고 중국은 나쁜 경기 상황이 앞으로는 바뀔 수도 있겠습니다. 금융시장에서는 그런 변화를 이미 예상하고 있기도 합니다. 미국은 불경기가 시작될 것이고 금리는 낮아질 것이며 중국은 회복할 것이라는 게 아직까지의 대세론입니다. 다만 생각보다 그 변화의 시점이 늦춰질 수도 있겠다는 신호들이 자주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반기가 다가오면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하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는 게 그 대표적인 사례에 해당합니다(🔗관련 기사).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도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6%에서 1.5%로 낮췄는데요. 중국의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느리다는 게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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