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리 상승에도 나스닥 오른 이유(feat. AI)

📈 금리 상승에도 나스닥 오른 이유(feat. AI)
이효석의 주식으로 보는 세상

주가 상승

업라이즈 애널리스트이며, 유튜브 이효석아카데미를 운영합니다.

금리 상승에도 꾸준히 오른 나스닥 : “금리가 오르면 성장주 주가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칩니다.” 매크로 변수를 통해 시장을 설명할 때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나스닥은 전 세계 주식 중 성장주의 대표 격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올해 연준이 계속 금리를 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스닥은 계속 뜨거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하락했던 금리가 다시 오르고 있음에도 말이죠. 이를 설명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가설이 있는데, 그중 오늘은 인공지능(AI)에 초점을 맞춰 보려고 합니다.

우선 연초 이후, 주식 수익률을 보여주는 아래 그림을 한 번 보시죠.

월가에 등장한 빅테크의 새 분류, SIT? : 녹색은 상승, 붉은색은 하락을 의미하는데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빅테크들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보면, 애플은 34.8% 올랐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32.7%), 알파벳(구글 모회사·39.1%), 아마존(38.4%), 테슬라(46.2%), 메타(104%), 엔비디아(114%) 등이 눈에 띄네요. 그 외의 주식들은 거의 오르지 못했거나 오히려 하락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최근 월가에서는 이 기업들의 주가를 SIT(Systemically Important Tech)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시스템적 관점에서 중요한 은행이라는 말은 들어봤어도 테크 회사가 시스템적으로 중요하다는 말은 처음 들어봤는데요. 이렇게 중요한 회사라고 표현한 이유는 이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AI 기술 때문입니다.

중국의 AI 기술, 당분간 미국을 뛰어넘진 못한다? : 얼마 전 영국의 경제 매체인 이코노미스트지에 중국의 AI 기술에 대한 심층 기사가 나왔습니다. 중국의 AI 기술이 뛰어나긴 하지만, 최근 챗GPT로 대변되는 변화를 보면, 앞으로 당분간 미국을 위협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 개발이 이뤄지긴 어려울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생성형 AI를 학습할 때 필요한 텍스트 데이터를 기준으로 보면, 미국어로 된 웹사이트가 56%에 달하는 반면, 중국어로 된 사이트는 1.5%밖에 안 된다는 점이 주요 근거로 꼽혔습니다. AI 기술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모든 반도체 기술에 대해서도 엄격하게 통제받고 있다는 점도 이유로 제시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글을 읽으면서 반도체와 AI 기술이 경제의 영역을 넘어 지정학적이나 군사적 관점에서 해석돼야 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보면, 올해 성과가 좋았던 7개 회사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AI 기술 발전이 더 큰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미·중 전쟁은 누가 뭐래도 기술 전쟁의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앞다퉈 AI 투자 비중 늘린 투자의 대가들 : 또 한 가지 중요한 특징은 뛰어난 투자 실력을 보여줘 왔던 이른바 투자 대가들의 평가가 달라지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1억달러 이상을 운용하는 기관들은 매 분기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투자 운용 내용을 담은 13F 보고서를 제출합니다. 최근 발표된 1분기 13F 자료를 보면, 레이 달리오가 이끄는 세계 최대 헤지펀드 운용사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트는 구글(1.1%)과 메타(0.94%), 마이크로소프트(0.4%) 비중을 확대했습니다. 운용 규모가 1960억달러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세 회사 지분을 총 2.5% 늘렸다는 것은 상당히 큰 규모입니다.

또한 헤지펀드의 전설로 불리는 스탠리 드러켄밀러는 엔비디아의 비중을 9.4%까지 늘렸다고 밝혔습니다. AI 기술에 대한 믿음이 남다르다는 것이 확인됐죠. 행동주의 투자자로 유명한 빌 애크만도 구글의 비중을 10% 가까지 늘렸다고 밝혔습니다. 투자 대가들이 AI가 가져올 변화에 대해 얼마나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AI가 미칠 영향은? : 그런데 도대체 AI는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골드만삭스의 스나이더 선임 전략가는 “AI가 매년 생산성을 10%씩 향상시킬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1분기 미국 기업들의 실적이 예상보다 좋았던 이유를 ‘마진’에서 찾았습니다. 

사실 미국 기업들의 마진은 1990년대 4.7%에서 2022년 11.6%로 크게 좋아졌습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매출 원가가 개선된 부분도 있지만, 금리와 세금의 영향이 컸습니다. 우선 1990년대 6~7% 수준이었던 10년물 국채 금리가 2022년에는 0% 가까이 하락했다가 최근 4%대까지 상승했습니다. 그리고 미국 기업들이 내는 세금도 유효세율 기준으로 1990년대 35% 수준에서 최근 20%대까지 낮아진 상황입니다. 결국 기업의 실적이 개선될 수 있었던 이유가 금리와 세금에 있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금리와 세금이 더 이상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한다면 기업의 마진은 악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골드만삭스는 AI에 주목한 겁니다. AI 혁명으로 미국과 유럽에서 약 3억명이 해고될 것이고, 고임금 서비스 일자리가 자동화, 즉 정리해고 대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런 이야기들 들으면 일반인들은 “내 일자리는 어떻게 될까”하는 걱정이 앞설 텐데요. 기업 입장에서는 마진 폭등을 기대하게 된다는 거죠.

과연 AI가 갖는 영향력이 어디까지, 또 어느 정도로 발휘될지는 우려와 기대를 담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