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VB 파산 사태, 원인과 향후 전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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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VB 파산 사태, 원인과 향후 전망은?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SVB의 파산 : 지난 주말 미국의 SVB(실리콘밸리은행)라는 은행이 파산했습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이 은행은 주로 미국의 실리콘밸리 기업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엔 대출 영업이 잘 되지 않았습니다. 주요 고객인 스타트업들이 사업 확장보다는 생존에 집중하면서 자금 수요가 줄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은행은 예금으로 받은 돈을 주로 미국 국채 등 채권을 매입해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파산 사태, 시작은 고금리 : 그런데 자금 구하기가 어려워진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이 은행에 맡겨둔 예금을 계속 찾아가면서 이 은행은 고객들에게 내줄 돈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한 채권을 내다 팔기 시작했는데요. 이 채권은 매입 당시엔 저금리였지만 요즘은 금리가 많이 올랐기 때문에 매입 당시보다 손실을 보고 팔아야 했습니다. 채권의 수익률과 가격은 반비례 관계이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시중금리가 1%일 때는 1년 후 1억달러를 주는 채권을 9900만달러에 사고 팔지만, 시중금리가 5%로 오르면 1년 후에 1억달러를 주는 채권이 9500만달러에 거래됩니다.

이 과정에서 SVB는 크게 손실을 입었고, 이를 메우고자 주주들을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하려고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은행에 돈이 부족하다는 걸 안 예금주들(주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이 은행으로 달려와 예금을 인출하는 바람에 난리가 났습니다. 사태 수습이 어렵다고 판단한 미국 정부는 이 은행의 문을 닫기로 결정했습니다(🔗관련 기사).

사태 확산의 핵심 고리? 취약해진 채권 가격 : 이번 사건이 더 큰 문제로 확산될지 여부는 사람들의 심리에 달려있습니다. 예금자들이 불안을 느끼고 예금을 인출하러 달려올 경우, 거의 모든 은행들은 SVB와 동일한 결과를 맞이할 수밖에 없습니다. 예금 인출에 대응하기 위해 보유 중인 국채를 비롯한 채권을 팔 수밖에 없는데 최근 금리 상승으로 은행들이 가진 채권은 가격이 많이 내려가 있습니다. 때문에 중간에 팔 경우 손실이 확정됩니다. 그걸 걱정한 예금자들이 예금 인출을 더 가속화하면 신용위기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연준 금리 인상 수준이 달라질 수 있다? : 이번 사태의 잠재 파장 중 하나는 <3월말 연준의 금리 인상 폭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 사건 이전엔 3월 FOMC에서 0.5%p 금리 인상이 거의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금융 리스크를 막기 위해 연준이 금리 인상 폭을 낮출 거란 전망이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이를 반영한 채권 시장 금리도 주말 사이 꽤 하락했습니다. 이 뉴스는 그런 전망을 다뤘습니다(🔗관련 기사).

미국 정부의 대응도 어제 발표됐는데 “예금자 보호는 하겠지만 SVB를 살려내진 않겠다”는 것이었습니다(🔗관련 기사). 아직은 SVB의 파산이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는 뜻입니다. 미국의 예금 보호 한도는 1인당 25만달러입니다. 은행에 돈이 없어도 예금보험공사의 돈으로 한 사람당 25만달러까진 예금을 돌려준다는 뜻인데, 바꿔 말하면 그보다 많은 예금을 갖고 있는 예금주들은 피해를 입는다는 얘기가 됩니다. (오늘 나온 속보에 의하면 미국 정부가 일부를 제외하곤 SVB 예금을 전액 보증하기로 했다고 합니다(🔗관련 기사). 아직 완전히 방안이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인데, 아래 문단부턴 전액 보증이 없다는 가정하의 이야기라고 봐주시면 됩니다.)

SVB에 현금 맡긴 기업들의 운명은? : 문제는 SVB 예금주들 중 거액 예금을 예치한 기업들입니다. 파산하게 될 수도 있을 뿐더러 어느 업체가 그런 경우에 속하는지 잘 모르는 상황이 이어지면 당분간 다들 몸을 사려 기업을 향한 투자나 대출이 멈출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이 은행에 자금을 예치했다고 알려진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했습니다(🔗관련 기사).

이 뉴스에 등장하는 영국의 한 스타트업은 회사 현금 85%를 SVB에 예치했다가 사고를 당했고 나스닥 상장 업체인 어큐티애즈는 보유 현금의 90%인 5500만달러를 예치했다고 합니다(🔗관련 기사). SVB엔 작은 규모의 스타트업부터 제법 규모가 큰 업체들의 자금까지 묶여 있습니다.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는 30억달러의 보유 현금과 증권 잔액 중 5%(약 2000억원)가 SVB에 묶였고, TV 스트리밍 업체 로쿠도 4억8700만달러(약 6400억원)의 현금이 SVB에 남아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SVB가 갖고 있는 나머지 자산들도 시장에 매각해 예금주들에게 예금을 돌려주는 작업이 곧 시작될 텐데, 이 과정에서 SVB가 가진 자산 가격이 하락할 수 있습니다. (이 은행은 유가증권의 대부분을 부동산담보대출채권 MBS로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럼 그 자산을 보유한 다른 경제 주체들도 악영향을 받습니다. 연쇄적인 파장이 어디까지 번질지가 관건입니다.

물론 시장이 그렇게 얼어붙느냐 아니냐는 지켜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사건이 유독 심각해서가 아닙니다. 금융 시장에서 벌어진 사건은 그게 심각하든 사소하든 사람들이 그걸 걱정스럽게 생각하고 위기처럼 행동하면 실제 위기로 전이되는 식이기 때문입니다.

은행 파산, 그 이면의 양면적 의미 : 이번 사건은 좁게 보면 미국의 한 은행이 파산한 것이지만, 크게 보면 지난 1년간 계속돼 온 고금리로 인해 미국 경제가 균열과 소음을 내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번 사태로 인해 스타트업 업계는 더욱 냉혹한 시선과 마주하게 될 것으로 보이지만 연준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금리를 덜 올리거나 정책 방향을 바꾸게 된다면 주식 시장에는 오히려 좋은 결과가 올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당분간은 이 사건의 파장이 어디까지 번지는지 관찰해야 합니다. 이런 사고가 나면 미국의 예금자들은 조금이라도 불안한 느낌을 주는 은행에서 예금을 인출해 크고 안전한 은행으로 옮기려고 할 겁니다. 그 과정에서 작은 규모의 은행들은 SVB와 똑같은 상황에 처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 스타트업 내 재택근무 둘러싼 갈등과 의미?!
오늘의 이슈

재택근무 요즘 스타트업들은 여러가지로 힘듭니다. 카카오와 야놀자는 근로자들을 재택근무에서 사무실 근무로 돌리는 과정에서 잡음이 생기고 있습니다(🔗관련 기사).

출근 강요는 인원감축 도구? : 표면만 봤을 땐 사무실 출근을 강요하는 회사 경영진과 재택근무를 조건으로 입사했거나 재택근무를 선호하는 근로자들의 반발 구도지만, 넓게 보면 구인난에 시달리던 스타트업의 분위기가 달라졌음을 방증하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재택근무를 전제로 강원도나 제주도로 이사를 한 직원들에겐 “시간을 줄 테니 (출퇴근 가능한) 수도권으로 이사를 오라”고 한다네요. 사무실 출근 강요가 자연스러운 인원 감축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재택근무가 코로나로 인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뿐 효율성 여부는 검증된 적이 없는데, 단지 근로자들이 원한다는 이유로 더 효율적 업무 형태로 성급히 확대 포장되면서 대세로 자리 잡았던 것이란 시각이 있죠. 요즘 현상은 이 연장선에 따른 반작용이란 해석도 있습니다.

대륙별로 다른 사무실 복귀 추세 : 기업들이 사무실 근무를 다시 선호하는 일은 외국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아마존은 올해 5월부터 최소 주 3일 이상 출근하라고 했고 애플도 출근 횟수를 늘리려는 중입니다. 구글은 이미 작년 3월부터 ‘3일 출근, 2일 원격근무’를 시행 중입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볼 때 미국 기업들은 사무실 근무로 돌아오는 속도가 늦습니다. 반면 유럽과 아시아 기업들은 대부분 사무실 근무로 복귀하는 추세입니다.

적어도 일부 기업의 경영진들은 ‘재택근무가 업무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결론을 내린 듯 합니다. 그러나 ‘효율성’이라는 개념을 근로자와 경영자가 다르게 받아들이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상업용 부동산엔 어떤 영향이? : 이런 트렌드 변화는 오피스 등 상업용 부동산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겁니다. 미국에선 대도시 오피스 공실률이 계속 높아지고 있습니다. 재택근무 비중이 여전히 높다보니 대도시보단 중소 규모 도시로 사무실을 이전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의 상황은 아직 대도시 오피스 공실률에 변화를 주고 있지는 못합니다. (🔗관련 기사)


💡 놓치면 아까운 소식

> SM 인수전 사실상 끝났다! : 어제 하이브가 SM 인수 절차를 중단하기로 하면서 SM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이 사실상 끝났습니다(🔗관련 기사). 이제 SM 경영은 카카오 측에 맞게 될 예정입니다. 카카오는 일단 26까지로 예정된 공개매수를 계속 이어가겠단 입장이네요. 이제부턴 분쟁 과정에서 치솟던 SM 주가가 향후 어떻게 될지가 관건입니다. 앞서 지난주 금요일 SM 주가는 카카오의 공개매수가(15만원) 아래로 내려앉은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