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워라밸 보장, 비용 < 효용인 이유

💡 기업의 워라밸 보장, 비용 < 효용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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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 프로그램이 직원들의 생산성을 높이고 이직률을 낮출 뿐만 아니라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개선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졌는데요. 워라밸 프로그램이 조직의 다양성, 특히 관리자의 다양성을 높여준다는 사실도 알고 계셨나요? 

저희는 워라밸 프로그램이 관리인력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30여 년간 800개 이상의 미국 기업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수십 명의 관리자를 인터뷰했습니다. 그 결과 가족 휴가, 유연근무, 육아 지원에 대한 보편적인 정책이 마련돼 있는 기업에서 흑인, 히스패닉, 아시아계  관리자의 비율이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성별에서도 마찬가지로 워라밸 프로그램이 있는 기업의 여성 관리자 비율이 더 높았습니다.

유색인종과 여성은 사회적으로 더 취약한 집단

이들 집단이 워라밸 지원 여부에 영향을 크게 받는 이유는 일과 삶의 영역에서 가장 큰 문제에 직면해 있는 집단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여성과 유색인종은 백인 남성보다 한부모가 될 가능성이 더 높으며, 저임금 직종에 종사할 확률도 높습니다. 또한 유색인종보다 백인들이 평균적으로 더 많은 사회적 자원을 누리죠. 코로나19 이전 3인 가구 기준 흑인과 히스패닉 가구의 중위 소득은 백인 가구의 61%에 불과했고, 빈곤에 처할 확률은 두 배 더 높았습니다. 이 수치는 1970년대 이후 거의 변함이 없고요.

또한 부모들이 직업을 유지하고 경력 발전에 필요한 기술과 평판을 갈고 닦으려면 보육시설을 이용해야 하는데 유색인종은 저렴하고 신뢰할 만한 보육시설에 대한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집니다. 성과 압박을 크게 받기 때문에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해야 하는 측면도 있고요. 엘라 벨 스미스와 스텔라 엔코모에 따르면 흑인 여성은 백인 여성에 비해 상사로부터 능력을 과소평가 당하거나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합니다.

아이를 보육시설에 맡길 수 없거나 배우자의 근무일정이 변경돼 직장을 그만둬야 하는 경우도 있죠. 이럴 땐 재취업을 하더라도 연공서열을 인정받을 수 없으므로 승진이 지연됩니다. 이런 패턴에 시달린 수많은 여성과 유색인종은 관리자로 승진하지 못하게 됩니다. 

약자 집단이 워라밸 지원에서 소외되는 이유

데이터가 말해주듯 워라밸 프로그램이 가장 필요한 집단은 여성과 유색인종인데요.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은 실제로 워라밸 지원을 얻을 가능성이 가장 낮은 집단이기도 합니다. 여기에는 대표적으로 3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많은 기업이 비공식적으로만 워라밸 혜택을 제공하며 그마저도 주로 고임금 직원들을 대상으로 분배합니다. 둘째, 본부나 R&D연구소처럼 전문가와 관리자가 다수를 차지하는 회사에서 주로 워라밸 혜택을 제공하는데요. 이런 곳에 근무하는 직원은 백인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쉽게 대체할 수 있는 최전방 직원들은 워라밸 혜택의 우선 순위에서 밀리기 때문입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워라밸을 대하는 많은 기업의 태도가 1950년대 이후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워라밸 혜택을 제공하는 대기업들은 은연 중에 자신들이 찾는 이상적인 직원의 전형을 암시합니다. 가족의 의무에 구애받지 않고 매일 빡빡한 일정과 커리어 패스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 즉 70년 전 전형적인 화이트칼라 백인 남성이죠. 

모두에게 워라밸 프로그램이 필요한 이유

워라밸 프로그램은 크게 유연근무, 휴가, 육아 지원 세 영역에서 전반적으로 구성돼야 합니다. 각 영역을 도입할 때 나타나는 긍정적인 효과와 구체적인 방식을 실제 사례로 알아봅시다.

1️⃣ 유연근무 : 유연근무는 성과를 향상시키고 다양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많은 회사가 비용 때문에 유연근무 도입 비용을 걱정하는데요. 실제로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오히려 비용 절감 효과가 있습니다. 직원들의 근무일정을 예측 가능하고 유연하게 조정하는 데 드는 비용을 계산한 실험이 있는데요. 그에 따르면 유연근무를 도입할 때 매출은 7%, 직원들의 업무 생산성은 5% 증가했습니다. 

게다가 유연근무는 앞서 언급했다시피 다양성에 기여합니다. 유연근무를 도입한 기업의 도입 전과 후 7년을 비교하면 기업이나 노동시장, 경제의 변화 등 다른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그 영향이 굉장하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일단 관리자 그룹의 백인 여성과 비백인 근로자 비율이 상승했습니다.

워라밸 지원

2️⃣ 휴가 : 많은 직원들이 휴가를 쓸 때 눈치를 보는 건 자리를 비웠을 때 업무 공백이 생기기 때문인데요. 비상 상황에 대비해 관리자가 직원들을 교차교육하면 누군가가 휴가를 내더라도 대체인력을 곧바로 투입할 수 있습니다. 교차교육은 직원 유지율을 높이고 팀의 민첩성을 높여 변화에 맞춰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많은 이점이 있죠. 

유급 휴가를 적극 활용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는데요. 미국의 백화점 노드스트롬은 출산을 겪은 부모 직원에게 6주간 급여를 제공하고 출산 여성 직원에게는 6주간의 급여를 추가로 더 제공합니다. 월마트도 동일한 기준으로 급여를 지급하고요. 테크 기업들은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유급 휴가 혜택을 마련했습니다. 넷플릭스는 2015년부터 최대 1년간 유급 육아휴직이 가능하고, 메타는 휴직 4개월간 급여의 전액을 한 번에 또는 나눠서 지급합니다. 

유급 휴가는 핵심 직원들을 보유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하는데요. 모회사가 알파벳인 구글은 12주 유급 휴가를 18주로 연장했을 때 사직서를 제출하는 산모의 수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효과를 경험했습니다. 구글은 산모들을 위한 유급 휴가가 경영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최근 기간을 24주로 연장하기도 했습니다.

3️⃣ 육아 지원 : 마지막으로 회사에서 제공할 수 있는 중요한 워라밸 프로그램으로 육아 지원이 있는데요. 가장 일반적인 세 가지 육아 지원 제도를 소개합니다. 

사내 보육센터 : 보육시설을 찾는 일은 흑인, 히스패닉 및 아시아계 미국인 부모가 넘어야 하는 큰 산입니다. 5세 미만의 두 자녀를 보육시설에 보내는 비용은 모든 미국 가정 중위 소득의 29%인 반면, 히스패닉 가정의 경우 42%, 흑인 가정은 56%에 달합니다. 당연히 흑인 여성이 육아 문제로 직장을 그만뒀거나 일자리 제안을 거절했거나 ‘이전과는 매우 다른 직종으로 전환했을’ 가능성은 백인 여성에 비해 거의 두 배 높고요. 

사내 보육센터는 이런 문제를 가장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입니다. 파타고니아는 이 방면에서 선구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요. 1983년 사무실 앞에 아기 돌봄 트레일러를 설치한 파타고니아는 현재 벤추라 본사와 리노 유통센터 등 두 곳에 아동 학습센터를 두고 있습니다. 파타고니아의 전임 CEO 로즈 마카리오는 센터에 투입한 비용의 91%를 세금 환급, 이직률 감소, 업무 참여 증가 등으로 회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직원 충성도나 신뢰도 강화 등 무형 자산까지 감안하면 보육센터의 효용은 비용을 충당하고도 남는 셈입니다. JP모건체이스와 컨설팅 기업 KPMG도 자사의 전일 돌봄센터와 백업 케어 형태의 보육지원센터가 들인 비용만큼의 효과를 발휘한다고 밝혔습니다.

육아 바우처 : 육아 바우처는 간단히 말하면 육아 보조금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바우처 제도는 정원이 정해져 있는 사내 보육센터에 비해 수요 변화에 보다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유연한 지출 계정을 활용하면 회사와 직원 모두 급여세를 절약하고 직원은 소득세를 절약할 수 있습니다.

추천 서비스 : 추천 프로그램은 재정적인 지원을 하지는 않지만 근로자의 보육문제 해결을 돕고자 하는 회사의 의도를 전달해 줍니다. 보육 관련 이슈를 직장 생활의 일반적 담론으로 끌어올리는 효과도 있죠. 추천 서비스를 도입한 기업에서는 모든 집단의 여성 관리자 수와 흑인, 히스패닉, 아시아계 미국인 남성 관리자 수가 증가했습니다.

워라밸을 위해 회사가 할 수 있는 일 step by step

워라밸 지원 프로그램으로 직원들의 생산성과 웰빙이 향상될 뿐 아니라 조직의 다양성까지 높아지는데 왜 많은 기업이 아직까지 도입하지 않는 걸까요? 많은 관리자들이 직원들이 워라밸 지원을 받으면 일을 덜하고 감독도 어려워질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지원 시스템을 운용할 역량이 관리자에게 결여된 경우도 있고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몇 가지 팁을 제공합니다. 

✔ 정책을 서면으로 작성한다
✔ 리더가 메시지를 전달한다.
✔ 리더가 먼저 워라밸 프로그램을 이용함으로써 모범을 보인다.
✔ 협업 툴을 활용해 일정을 조정한다.
✔ 투입된 시간이 아닌 생산량을 측정한다.
✔ 관리자를 워라밸 옹호자로 훈련한다.

워라밸 프로그램은 직원과 고용주 모두에게 매우 강력한 자원입니다. 직원들은 아이의 축구 경기를 보러 가거나 신생아를 돌봐야 할 때 휴가를 어떻게 내야 하는지, 보육시설을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아야 일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관리자는 근무시간보다 직원의 성과에 주의를 기울여야 팀의 성과 개선에 집중할 수 있고요. 많은 관리자들이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직원에게 업무 수행 장소나 시간의 유연성을 허용할 때 효율성이 오히려 향상될 수 있음을 배웠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워라밸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번거로움이나 비용을 걱정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걱정해야 하는 것은 시행하지 않았을 때의 번거로움과 비용입니다. 특히 일 잘하는 직원의 이탈, 대체인력을 찾고 훈련하는 비용, 다양한 인재를 발굴하는 경쟁에서의 패배를 걱정해야 합니다.

✍ 알렉산드라 칼레브(Alexandra Kalev) : 텔아비브대 사회인류학과 부교수이자 학장
프랭크 도빈(Frank Dobbin) : 하버드대 사회학과 학장 

1922년 미국 메사추세츠 주에 위치한 하버드경영대학원에서 학생들과 기업 경영자들을 위해 창간한 경영학 저널이자 매거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