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의 갑질에 소심하게 보복하는 방법?

🤬 상사의 갑질에 소심하게 보복하는 방법?

직장내괴롭힘

지식은 조직이 오늘날의 불확실하고 복합적인 환경에 대응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자원입니다. 때문에 많은 조직이 조직 내 지식 공유를 촉진하기 위해 보상제도를 바꾸거나 사내 네트워크를 개선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상당수의 종업원은 자신의 지식을 동료와 공유하는 데 거부감을 갖고 있으며, 더 나아가서는 자신의 지식을 은폐하는 행동까지 보입니다. 조직 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지식을 사용 가능하도록 하는 의식적인 행위인 ‘지식 공유’와 달리 ‘지식 은폐’는 다른 사람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의도적으로 자신의 지식을 주지 않거나 숨기려는 행위를 뜻하는데요. 지식 은폐로 인한 포천 500 기업의 손실이 연간 약 315억 달러에 달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조직 내 만연한, 심각한 문제라고 볼 수 있는 셈이죠.

종업원의 지식 은폐 행동은 조직 정책, 보상제도, 리더십, 조직문화 등의 상황 요인에 영향을 받습니다. 이 중 상사의 리더십은 종업원이 조직 내에서 어떤 대우를 받는지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하지만 기존 연구는 지식 공유를 촉진하는 리더십에 대해서만 주로 다루다 보니 ‘비인격적 감독’과 같은 역기능 리더십이 지식 공유나 은폐에 미치는 영향은 잘 다루지 않았습니다. 

이에 본 연구는 인도의 IT 기업 종사자 27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를 바탕으로 실증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특히 비인격적 감독이 지식 은폐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심리적 계약 위반’과 ‘상사를 향한 공격성의 매개효과’를 살펴봤습니다.

리더의 비인격적 감독이 지식 은폐 촉진

연구 결과, 상사의 비인격적 감독은 종업원의 지식 은폐 행위를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비인격적 감독은 리더의 언어적⋅비언어적 공격을 의미하는데요. 이를 부하직원이 어느 정도 인지하는지로 측정했습니다. 기존 연구는 종업원이 다양한 방법으로 상사의 비인격적 감독에 대해 보복을 감행함을 보여줍니다. 호혜성 규범에 입각한 사회적 교환이론에 의하면 긍정적인 대우에는 긍정적인 반응이, 부정적인 대우에는 부정적인 반응이 따릅니다. 

또한, 종업원은 무례함에 대해 보복하는 것이 공정하고 정당하다고 생각하죠. 그러나 종업원 입장에서는 조직 내 위계 구조나 지위 권력 차이로 인해 상사에게 명시적이고 직접적으로 보복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종업원은 은밀하고 간접적인 보복으로 지식 은폐를 시도합니다. 지식 은폐는 의도나 행위 자체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으며 숨기기 쉽고 상사의 처벌도 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상사의 비인격적 감독이 종업원의 지식 은폐 행위에 대한 직접적 요인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연쇄적으로 지식 은폐를 촉발하는 계기가 되긴 합니다. 비인격적 감독을 경험할 때 종업원은 조직이 자신과 맺은 심리적 계약을 위반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또한 동료나 조직이 적절한 보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에 분개하죠. 이런 감정이 쌓여서 종업원은 조직 전체에 앙갚음하기 위해 자신이 소유한 지식을 의도적으로 숨기는 지식 은폐 행위를 하게 되는 겁니다.

비인격적 감독의 피해자인 종업원은 자신을 보호하지 않은 조직을 탓하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원인 제공자인 상사를 더 원망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지위 권력 차이로 상사에게 직접적인 앙갚음을 할 순 없기 때문에 조직 내 자신보다 약한 누군가에게 지식 은폐라는 행위로 보복을 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실제 실증 분석 결과, 상사의 비인격적 감독이 증가할수록 종업원의 상사에 대한 공격성 수준이 높아졌고 상사에 대한 분노를 해소하기 위해 지식 은폐 행위를 더욱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앞서 살펴봤던 심리적 계약 위반의 매개효과보다 상사를 향한 공격성의 매개효과가 더 컸습니다. 즉, 종업원의 지식 은폐 행위는 상사의 비인격적 감독이 조직과의 심리적 계약을 위반해 초래된 행태라기보다는 상사에 대한 공격성을 표출하는 행태라고 보는 편이 좀 더 정확할 수 있습니다.

조직 전체의 피해 촉발하는 갑질,  단속 필요해

부하직원을 상대로 지속적으로 행해지는 상사의 무례한 언사나 행동은 부하직원의 조직 내 지식 공유를 저해하고, 더 나아가서는 지식 은폐를 야기합니다. 무례함의 원천은 상사이지만 종업원 입장에서는 자신보다 더 많은 지위 권력을 갖고 있는 상사의 무례하고 비인격적인 행동에 직접적으로 맞서기 어렵죠. 

따라서 종업원은 상사에 대한 앙갚음으로 조직 전체를 대상으로 지식 은폐라는 은밀하고 간접적인 형태의 보복을 감행합니다. 그리고 상사의 비인격적 행동은 부하직원 한 사람에게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조직 내 다른 구성원에게 전파됩니다. 상사에게 직접 보복할 힘이 없는 종업원은 자신보다 나약한 조직 내 다른 구성원에게 공격적 행동을 하기 때문입니다. 종업원에게 있어 상사는 해당 조직을 대표하는 인물입니다. 상사의 비인격적 행동의 부정적 영향이 즉각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지식 은폐처럼 은밀하게 조직 경쟁력을 갉아먹습니다. 부하직원을 대하는 상사의 태도를 조직 전체가 관리해야 하는 이유죠. 

✍ 강신형 : 충남대 경영학부 조교수 / LG전자 본사 전략기획팀에서 신사업기획, M&A, J/V 등의 업무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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