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재테크] 삼전보다 하이닉스가 더 많이 빠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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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전보다 하이닉스가 더 많이 빠진 이유
토리잘의 기업분석레포트

국내 최고 기업분석 큐레이터이자, 기업경제 전문 인플루언서입니다. 유튜브채널 <토리잘>을 운영 중입니다.

왜 SK하이닉스 주가는 내려앉았을까? : SK하이닉스 주가가 9월 고점과 비교해 무려 14%나 하락했습니다. 30년 넘게 유지되던 반도체 경기 순환 사이클이 무너진 여파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근본적 원인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중국은 한국의 반도체 수출 60% 이상을 차지하는 나라입니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으로의 반도체 수출을 전면 봉쇄하기 시작했죠. 한국 기업들은 반강제적으로 중국 시장을 포기했고, 실제 한국이 중국으로 수출하는 반도체 물량도 2018년보다 5% 이상 줄었습니다. 매년 30~40%대 고성장을 이어오던 메모리 반도체 시장 성장률도 10~20% 수준으로 감소하기 시작했고요.

반면 삼성은 선방했다, 왜? :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같은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는 삼성전자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는 겁니다. 삼성전자는 3분기 영업 이익이 31.4% 감소했음에도 주가가 9월 고점에서 2% 빠지는 데 그쳤습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가 14%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선방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왜 결과가 달랐을까요? 하이닉스가 반도체 사업 100%인 것과 달리, 삼성전자는 IT·모바일(IM), 생활가전(CE) 등 전자제품을 시작으로 전기차 장비까지 사업 다각화를 이뤘기 때문입니다. 타 사업부가 반도체 불황을 지탱해줄 완충 지대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쉽게 표현하면 삼성전자가 겨울에는 히터, 여름에는 에어컨으로 무장한 반면, 하이닉스는 맨몸으로 겨울과 여름을 맞이해야 합니다. 한파와 무더위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거죠.

여기까지만 보면 ‘그간 하이닉스는 사업 다각화도 안 하고 뭐 했지?’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하지만 하이닉스도 가만히 이 상황을 바라보기만 했던 건 아닙니다. 일찍이 사업 다각화를 통해 메모리 반도체에 의존하는 구조를 깨뜨려왔습니다.

메모리 반도체 의존도 낮추려는 하이닉스의 3가지 노력

1️⃣ 비(非)메모리 반도체 강화 : 하이닉스는 2017년 ‘SK하이닉스 시스템아이씨’를 설립합니다.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 강화를 위해 기존 파운드리(위탁 생산) 사업부를 떼낸 것이죠. 사물인터넷과 전기차 등 다품종 소량 생산 체제의 파운드리 수요가 높아질 거라 예상하고 선제 대응에 나선 겁니다. 올해 8월엔 국내 파운드리 업체인 키파운드리를 인수하며 파운드리 생산 능력을 2배 강화했습니다. 전력반도체(PMIC),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등 다품종 소량 생산에 적합한 8인치 비메모리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고 있죠. 시스템 반도체 강화를 위한 초석을 마련한 겁니다.

2️⃣ 메모리 반도체 다변화…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 : 메모리 반도체는 크게 D램과 낸드 플래시로 나뉩니다. 하이닉스는 기존 매출의 70%가 D램에서 나왔습니다. 반면 낸드 시장 점유율은 10%로 4위에 머무는 데 그쳤습니다. 사실상 D램 가격에 기업의 운명이 결정되는 단점이 있었던 건데요. 올해 1월 통 크게 11조원을 투자해 인텔의 낸드 사업부를 인수했습니다. 낸드 사업 비중을 30%까지 늘리며 메모리 반도체 리스크 분산에 성공한 겁니다.

3️⃣ 기술 투자 : 2020년 9월 AI 전문 회사 가우스랩스를 설립하고, 이 회사의 자본금 전액을 투자했습니다. 같은 해 11월에는 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인 ARM의 경쟁사로 꼽히는 스타트업 사이파이브에 투자하며 AI와 반도체 설계 등 4차 산업 혁명의 핵심 기술 확보를 향한 초석을 마련했습니다. 게다가 낸드 2위였던 키옥시아의 지분을 인수하는 등 수익성 다각화를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론 실패 : 하지만 SK하이닉스의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 시도는 결과적으로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메모리 불황의 완충 지대 역할을 할 다른 사업부를 키워내지 못한 겁니다. 인텔의 낸드 사업부까지 인수하며 원가 경쟁력도 개선했지만, 오히려 원가 절감 폭보다 가격 하락 폭이 커지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졌습니다. 더구나 덩치가 커진 만큼 재고 리스크가 커지며 오히려 반도체 겨울을 맞이하는 고통이 2배가 됐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에 있는 인텔 낸드사업부 공장이 미국 제재 대상에 올랐습니다. 제재 유예가 1년 남았으니 사업의 유통 기한도 그때까지라고 선고 받게 된 거죠.

중장기적 기술 투자 역시 하이닉스를 구원할 구세주가 되진 못했습니다. 사업성 확보가 지체됐기 때문인데요. 결국 글로벌 반도체 불황과 미·중 반도체 전쟁으로 이어지는 겹악재에 하이닉스는 신성장 동력의 날개가 꺾였습니다. 투자 감소와 감산을 선언하며 긴축 경영에 돌입하게 된 이유입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악몽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실적 악화에 견디다 못한 하이닉스가 감산을 선언하자, 함께 K-반도체를 이끌던 삼성전자가 헤게모니를 차지하기 위한 칼을 빼든 겁니다.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 생산의 인위적 감산은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후 업계 안팎에선 반도체 치킨 게임이 시작될 것 같다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삼전이 치킨 게임에 나선다면? : 실제 반도체 산업이 성장한 역사는 치킨 게임이었습니다. 2007년 대만 D램 업체들이 처음으로 출혈 경쟁을 시작한 결과, 당시 시장 점유율 2위였던 독일 D램 제조사 키몬다가 파산했습니다. 2010년 2차 출혈 경쟁 당시에는 일본 엘피다가 파산했죠. 두 번에 걸친 치킨 게임 끝에 현재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개 기업이 시장을 과점하는 ‘3강 체제’로 재편됐습니다. 오늘날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 강국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치킨 게임의 결과였던 셈이죠.

 현재의 반도체 업황 악화가 장기화 될수록, 시장 규모는 줄어들고 기업들은 남은 시장을 두고 생존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재용 전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한 만큼, 삼성도 뭔가를 보여줘야 할 때이기도 합니다. 만약 실제 삼성전자발(發) 3차 치킨 게임이 시작된다면, 업계 2위인 하이닉스의 피해는 불가피합니다. 삼성의 물량 공세로 D램 가격이 속절 없이 하락한다면, D램 매출이 대부분인 하이닉스가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예상조차 힘듭니다.

물론 최근에는 반도체 기술과 생산력이 국가 안보로 여겨지죠. 때문에 과거처럼 치킨 게임이 벌어진다고 한들, 하위 기업이 시장에서 완전히 물러날 가능성은 작습니다. 하지만 경쟁력 차이가 커지고, 시장 점유율 격차도 결국 확대될 수 있습니다. 아무쪼록 하이닉스가 이번 미·중 반도체 전쟁으로 시작된 시장의 대혼돈 속에서 적극 대응을 통해 다시 한번 날아오르기를 진심으로 응원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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