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업계에도 아마존이 있다?

🐶 반려동물 업계에도 아마존이 있다?

츄이

반려동물 시장의 성장은 전세계적인 추세입니다. 지난 4월, 미국반려동물협회 발표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미국의 반려동물 관련 소비지출액이 1236억 달러(약 178조원)을 돌파했다고 합니다. 전년대비 13.5% 높은 수치인데요. 애완동물 사료와 같은 기본적인 제품부터, 의약품, 서비스, 그리고 산책 보조, 전용 택시 서비스 등 모든 범주에서 전년보다 지출이 늘었습니다. 한국 역시 예외는 아니죠.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한국의 반려동물시장이 2015년 1조 9000억원에서 2027년 6조원까지 성장할 거라고 내다봤습니다. ‘펫코노미’ 시장이 산업의 중요한 축으로 부상한 셈입니다.

오늘 소개할 ‘츄이(Chewy)’는 2011년 미국에서 설립된 반려동물 전문 온라인 쇼핑몰입니다. 비교적 신생 기업임에도 반려견 상품 시장 점유율이 40%에 육박할 정도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반려동물 계의 아마존’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핵심 사업은 온라인 기반 반려동물 상품 커머스로, 올해 2분기 기준 약 24억달러(약 3조4620억원)의 매출 대부분이 이 영역에서 나왔습니다. 연단위로 보면 1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점유율

정기배송부터 헬스케어까지

반려동물 상품 판매의 매출을 견인하는 것은 바로 정기배송(autoship) 프로그램입니다. 정기배송은 SaaS(Software as a Service)와 비슷하게 기업 입장에서 안정적으로 매출을 예측하고 관리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합니다. 특히 사료나 간식과 같은 상품들은 양이 정해져 있고, 한 번 반려견이 익숙해지면 동일한 사료를 계속 구매하게 되기 때문에 사용자 입장에서도 정기 배송의 강점이 뚜렷한 서비스입니다.

정기배송을 신청할 경우 첫구매에는 30~35% 할인율이 적용되며 이후에는 지속해서 5%의 할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취소도 간편하죠. 그래서인지 정기배송의 비율은 지속해서 증가 중이며, 22년 2분기 기준 총매출의 73.1%를 기록했습니다. 이 수치는 고객의 충성도와도 직결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츄이의 지속가능성을 전망할 수 있는 긍정적인 지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츄이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코로나19 중 진료를 받기 어려운 반려견을 위해 ‘Connect with a Vet’라는 무료 원격진단 서비스를 출시했습니다. 수의사에게 원격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돕고 반려인의 거주지 근처 병원을 소개해주는 서비스인데요. 2020년 5월 플로리다와 매사추세츠주에서 시범 사업으로 시작한 이 서비스는 높은 만족도를 토대로 불과 5개월 만에 미국 35개 주로 확장했습니다. 여기에 관련 맞춤 의약품 서비스 출시 계획도 함께 밝히면서 팬데믹과 함께 급속도로 성장하기 시작한 원격진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올해 8월에는 케어 플러스(Care Plus)라는 애견 전문 보험&웰빙 플랜 서비스를 출시해 반려견을 위한 보험, 백신, 긴급 구조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로써 츄이는 애견 관련 모든 서비스를 포괄하는 종합 기업으로 발돋움하게 됐습니다. 헬스케어 시장은 커머스 대비 마진이 높은 편이기 때문에 츄이의 수익률은 앞으로 더욱 개선될 것으로 보입니다.

25살 대학 중퇴한 반려인이 시작한 회사

츄이의 창업자 라이언 코헨(Ryan Cohen)은 1986년 캐나다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15살에 이미 이커머스에 사용자를 연계해주는 제휴마케팅으로 사업을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25살이 된 2011년, 보석 관련 스타트업을 창업했다가 반려견 비즈니스의 성장가능성을 예견하고 츄이를 설립합니다.

당시 푸들을 키우고 있던 코헨은 반려동물 사업의 성장가능성을 확신했습니다. 반려인이 반려견에 상당한 관심을 쏟아붓는 사실을 그 스스로 체감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경험에 기반한 믿음으로 코헨은 사업 초기부터 압도적인 고객서비스와 배송서비스를 강조하며 서비스를 빠르게 성장시켰습니다. 사업을 하던 아버지를 멘토로 삼아서 말이죠.

사실 사업 초기에는 대학 중퇴자이기도 했고 화려한 IT기업도 아니기에 투자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블랙록(Black Rock)등 대형 투자자가 펫코노미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이를 토대로 급격한 성장을 이뤄내며 안정 궤도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2018년 3월, 그는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CEO에서 내려옵니다.

참고로 그는 2021년에 게임스탑(Gamestop)의 이사회 중 한 명으로서 엄청난 주가 상승랠리를 불러일으킨 주요 인물 중 한 명이기도 합니다. 현재까지도 그는 게임스탑의 이사회 의장으로 일하면서 게임스탑을 경영하고 있습니다.

더 편리하게, 더 독보적이게 만들다

sumit singh현재 CEO 수미트 싱(Sumit Singh)은 전자제품 제조사인 델(Dell)에서 일한 적이 있는 인도 출신의 젊은 경영자입니다. 아마존 프레시(amazon Fresh) 월드와이드 총괄로 지내다가 2017년 츄이의 COO로 입사했습니다. 

수미트 싱은 코헨의 철학을 그대로 이어가면서 디즈니나 아마존과 같은 고객 경험을 지속해서 설파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고층아파트에 거주하는 고령의 고객이 아파트 도어맨 부재로 츄이에서 주문한 상품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자, 피자를 주문한 이후 피자와 함께 물품을 배송 요청한 사례가 CNBC를 통해 공개된 적이 있습니다. 츄이만의 독보적인 고객 서비스 경험을 알리는 계기였죠.

수미트 싱은 고객서비스에서 수집한 고객의 니즈를 바탕으로 45일 만에 앞서 언급한 원격진료 서비스를 런칭했었는데요. 보험&웰빙 플랜 등 반려인이 반려견과 생활하는데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하나씩 구체화하면서 이를 정기배송과 연결해 높은 사용자 잔존율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미국 내 전체 활성고객이 2000만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압도적인 고객서비스를 앞으로 어떻게 유지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다만 창업자의 경영철학이자 기업의 중요한 핵심경쟁력인 고객서비스를 현재 CEO 역시 유지하고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이후에 어떠한 서비스를 추가적으로 확장할지 기대가 모아집니다.

치열한 펫코노미 각축전

츄이의 경쟁사는 주요 판매 채널과 반려동물 전문 커머스 여부에 따라 구분해볼 수 있습니다. 츄이는 현재 온라인에서 반려동물에 초점을 맞춰 비즈니스를 하고 있으나, 식료품의 특성상 신선도나 상품의 특성을 직접 보고 사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약품 역시 오프라인으로 구매하는 것이 비교적 익숙하죠. 이 때문에 오프라인 시장에서 츄이보다 높은 점유율을 갖고 온라인 채널로 시장을 확대하려는 경쟁사들이 많습니다.

1️⃣ 온라인 서비스 : 츄이와 같이 온라인이면서 반려동물 관련 상품 및 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에는 펫메드(PetMeds)와 펫플로우(PetFlow) 등이 있습니다. 1996년에 창업한 펫메드는 온라인 애완동물 약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2009년에 등장한 펫플로우는 츄이와 유사하게 정기배송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강아지나 고양이 외에 다양한 반려동물을 타겟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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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오프라인 서비스 : 반려동물 관련 상품에 집중하는 것은 비슷하나 주로 오프라인 매장에 집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펫코(PetCo)나 펫스마트(PetSmart) 등이 그렇습니다. 이 두 기업은 츄이와 함께 반려동물 상품 커머스 시장을 삼분하고 있는 주요 경쟁사입니다. 펫스마트는 1986년에 창업한 오프라인 반려동물 관련 수퍼마켓 체인입니다. 미국 전역에 2020년 기준 1600여개 지점을 가지고 있는데요. 오프라인의 강점을 살려서 그루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3️⃣ 종합 이커머스 : 아마존, 이베이(Ebay), 월마트(Walmart) 등은 반려동물만을 취급하진 않지만 간접적으로 보면 츄이의 경쟁사입니다. 아마존이나 이베이는 이미 너무나도 잘 알려진 대표적인 이커머스 기업이며 월마트는 제트닷컴(🔗관련 사이트)을 통해 온라인 커머스에 진출한 기업입니다. 21년 기준 아마존은 미국 이커머스 시장의 41%를, 월마트는 6.6%를, 이베이는 4.2%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4️⃣ 종합 오프라인 매장 : 마지막으로 전반적인 상품을 오프라인으로 제공하는 경쟁사가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타겟(Target), 월마트, 코스트코(Costco) 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지속되는 인플레이션 속에서 이들 기업은 재고를 빠르게 소진할 수 있는 상품을 찾고 있는데요. 반려견 정기배송은 재고관리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욕심을 낼 만한 분야입니다. 수익성 개선을 반려동물 상품 산업에서 모색하려 한다면 츄이와의 경쟁은 보다 심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거스를 수 없는 대세, 펫 휴머나이제이션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반려동물 시장은 약 5조 8000억원에 육박해 유아용품시장 규모인 4조원을 훌쩍 넘어섰습니다. 과거엔 흔히 쓰이던 애완견이라는 표현이 이제는 반려동물이라는 단어로 대체되고 있고요. 단순 소유물을 넘어서 반려동물을 가족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이른바, 펫 휴머나이제이션(Pet Humanization) 현상이 거대한 문화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로 가속화된 비대면 문화와 둔화된 인구증가율 속에 반려견 지출은 가구당 지출을 견인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시장에 주었습니다. 의식주처럼 반려동물 관련 지출이 필수가 될 지도 모른다는 거죠. 

츄이는 이러한 반려견 문화의 변화를 빠르게 읽고 반려견의 삶에 필요한 모든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안정적으로 매출을 만들고 있습니다. 물론 보험이나 웰빙플랜 같은 서비스는 충분한 데이터가 쌓이고 사회 전반에 퍼지기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만, 앞서 언급한 반려견 시장의 구조적 성장을 보면 이는 시간문제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경쟁 심화 : 다만 마냥 긍정적으로 보기 어려운 부분도 있습니다. 반려견 시장이 구조적으로 커지면서 경쟁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장 자체의 성장은 기업에게 가장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다양한 기업들이 반려견 시장에서 우위를 갖기 위해서 진입하고 있습니다. 특히 정기배송에서 볼 수 있듯이 안정적인 매출 가능성과 이를 통한 높은 고객 잔존율은 초기 비용만 감당할 수 있다면 안정적인 매출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PB상품과 정기배송을 통해 비즈니스를 강화하고 있는 츄이이지만, 이 외에 특별한 경제적 해자를 만들 수 없다면 장기적인 성장을 낙관하기 어렵습니다. 

비용 증가 : 갈수록 늘고 있는 비용과 이로 인한 순손실 이슈도 부정적 전망에 힘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2015년말 140만명에서 최근 2000만명에 이른 활성고객은 순유입도 있겠으나 츄이의 공격적인 마케팅비용에서 비롯된 부분도 있습니다. ZMOT(Zero Moment of Truth)라는 말이 있습니다. 고객이 상품을 선택하는 결정적인 순간이라는 뜻인데요. 이커머스에서는 사이트나 앱에 접속하는 순간, 즉 검색을 하는 순간이 ZMOT일 수 있습니다. 츄이는 온라인이라는 하나의 채널을 통해 메인 비즈니스를 하고 있으므로 이 채널을 사수하기 위해 막대한 광고비를 투입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공급망 관리가 힘들어지는 상황이 겹치면서 수익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물론 2022년 들어서 순손실에서 다시 순이익으로 전환하고는 있지만 순이익률이 2분기 기준 0.9%으로 높은 수준은 아닙니다.

유통채널의 한계 : 마지막으로 앞서 언급한 유통채널의 한계입니다. 최근 들어 원격 진료 및 보험 판매 등을 통해서 오프라인과의 접점을 늘려가고 있지만, 온라인에서의 존재감과 오프라인에서 존재감은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반대로 월마트, 타겟, 아마존 등은 오프라인도 조금씩 진출하면서 온오프라인 채널의 경험을 통합하고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츄이가 유통채널을 늘리지 않는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객경험의 우위를 선점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피할 수 없는 인구감소와 비대면문화의 확산을 감안할 때, 인간 외에 또 하나의 가족 구성원으로 삶을 함께 하게 된 반려견의 위치를 감안하면 반려견 산업의 전망은 매우 밝습니다. 따라서 츄이가 지금 처한  상황만 잘 타개할 수 있다면, 압도적인 고객서비스 경험과 맞물려서 안정적인 성장세를 가져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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