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실패, 네이버는 성공! (feat. 하이브리드 워크)

👩‍💻 애플은 실패, 네이버는 성공! (feat. 하이브리드 워크)

재택근무

얼마 전 머신러닝 분야의 최고 인재로 불리는 스타 개발자의 이직 소식이 화제였습니다. 주인공은 이안 굿펠로우. 이미지 생성, 화풍을 학습해 다른 이미지로 변환하거나 저화질을 고화질로 변환하는 것과 같은 이미지 관련 작업에는 GAN(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 생성적 적대 신경망)이라는 기술이 꼭 필요한데요. 이 기술의 창시자가 바로 이안 굿펠로우입니다.

이안 굿펠로우는 구글에서 구글맵이 자동으로 주소를 기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2017 MIT테크놀로지리뷰 선정 35세 이하 혁신자’에도 이름을 올렸는데요. 2019년 애플은 그에게 억대 연봉을 주고 AI 머신러닝 총책임을 맡겼습니다. 그런 그가 3년 만에 애플을 퇴사하고 구글 계열사인 딥마인드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애플로서는 애써 영입한 인재를 놓치고, 머신러닝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또다시 새로운 인재를 찾거나 내부에서 육성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셈입니다.

핵심 인재를 떠나게 한 사무실 출근

굿펠로우는 왜 애플을 떠났을까요?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사무실 출근’이었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는 기미가 보이자, 애플은 올해 4월 전 직원들에게 주 1회 사무실로 출근할 것을 통보했습니다. 5월에는 주 2회로 늘렸고, 5월 23일에는 아예 요일까지 지정하며 주 3일 사무실 출근 방침을 알렸죠.

굿펠로우는 퇴사 전 동료들에게 “유연성을 늘리는 것이 개발팀을 위한 최선의 정책이다”라는 이메일을 보내 회사 방침에 반대하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다른 직원들도 “많은 직원이 가족과 행복, 최선의 업무 역량의 조합과 애플 직원으로의 삶 중에서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며 경영진의 결정에 반대하는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코로나 재확산 우려가 커지자 애플은 당분간 주 3회 사무실 출근 방침을 보류했습니다. 다만, 추후 사무실 출근을 강제하면 사표를 던지는 직원은 또 생겨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 기회를 틈타 몇몇 기업에서 재택근무가 가능하다는 조건으로 애플의 인재를 영입하려는 시도가 있다고 합니다.

애플은 왜 근무 방침에 보수적이었나 

의아한 점은 애플이 어디서든 일할 수 있도록 돕는 최고의 하드웨어를 만드는 기업이라는 점입니다. 원격작업을 위한 협업 툴도 당연히 갖추고 있죠. 그런데 왜 근무 방침에 보수적으로 접근했을까요? 비단 애플만은 아닙니다.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는 것에 회의적인 시각도 여전히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넷플릭스 창업자이자 CEO인 리드 헤이스팅스는 “새로운 발상을 떠올리려면 구성원끼리 둘러앉아 토론해야 하는데, 떨어져서 근무하면 모이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골드만삭스 CEO 데이비드 솔로몬도 “직원들 간 협업이 필수적인 금융업에서 재택근무는 이상적 형태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한 마디로, 협업이나 소통이 어렵고 생산성도 걱정된다는 겁니다. 이 외에도 재택 또는 원격근무를 반대하는 기업은 직원 관리의 비효율성, 정보 유출 등 보안의 위험성을 우려하고 있죠.

직원들 입장은 다릅니다.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로 전환되며 자율성과 유연성을 맛봤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오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실제 세계경제포럼이 29개국 1만2500여명의 노동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0%는 ‘팬데믹이 끝난 뒤에도 재택근무를 원한다’고 했습니다. ‘사무실 근무를 강요하면 이직을 고려할 것’이라고 응답한 이들도 30%에 달했습니다. 우리나라 직장인들도 비슷합니다. 코로나 이후 회사를 선택할 때 따지는 기준 1위가 재택근무 여부라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모순된 욕구를 충족시키는 하이브리드 워크 

직원들의 마음이 완전히 사무실에서 떠난 것도 아닙니다. 그보다는 언제 어디서 일할지 유연하게 선택하길 기대하며, 100% 사무실 근무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은 두려워합니다. 다만 그러면서도 협업 등에 있어서는 팀을 직접 대면하며 일하고 싶어 합니다.

재택근무를 아예 반대하는 직원들도 있습니다. 휴식이 보장되어야 할 사적인 공간이 일하는 공간이 되면서 오히려 워라밸이 더 나빠졌다고 항변합니다. 또, 대면 커뮤니케이션을 선호하는 사람이거나 원격작업이 불가능해 현장 근무를 반드시 해야 할 경우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원격근무 체제를 달가워하지 않죠. 육아 등의 책임을 갖고 보살펴야 할 가족 구성원이 있는 경우 혹은 홈 오피스를 구현할 만큼 공간이 충분치 않은 경우에는 오히려 사무실 출근이 더 생산적일 수 있습니다.

이처럼 100% 재택·원격근무도 모든 직원이 원하는 만병통치약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사무실 출근이 당연했던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 것도 분명해 보이죠. 결국 원격근무를 기본으로 전통적인 사무실 근무를 혼합한 방식인 ‘하이브리드 워크’가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 유력해 보입니다. 

모두를 포용하는 하이브리드 워크 만들기 

그렇다면 하이브리드 워크를 도입할 때 고민이 생깁니다. 현장 근무 인력과 원격근무를 선호하는 직원 모두를 포용해야 하는데, ‘누가, 언제, 어디서 일할지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죠. 앞서 애플이 추진하려던 근무 방식도 하이브리드 워크였음에도 직원들의 반발이 컸습니다.

이에 비해 네이버는 순탄하게 하이브리드 워크 도입을 시작한 것처럼 보입니다. 무엇이 달랐을까요? 최근 네이버는 주 3일 이상 사무실에 출근하는 ‘O타입’과 주 5일 원격근무를 기반으로 하는 ‘R타입’ 중 직원이 선택하도록 하는 ‘커넥티드 워크’ 근무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한 기업이 요일까지 지정해 전 직원 주 3일 사무실 출근을 통보했다면, 다른 기업은 직무와 개인 사정을 고려해 일하는 방식을 스스로 선택하게끔 한 것입니다.

물론 어떤 기업에는 일률적인 제도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산업별, 직무별, 조직문화에 따라 원격근무를 허용할 수 있는 범위가 다르니까요. 동시에 팀의 성격, 리더의 의지, 구성원 개인이 처한 상황도 천차만별이므로 전체를 만족시킬 수 있는 하나의 정책이란 존재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려고 경영진이 충분히 노력했고, 서로의 상황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있었다고 판단되는 과정 자체가 필요합니다.

정리하자면, 하이브리드 워크의 가장 중요한 속성은 유연함과 포괄성입니다. 근무 장소의 혼용에 직원들은 유연하게 적응해야 하고, 모든 직원은 어디서 일하더라도 같은 경험을 누리고 공정한 평가와 보상을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바꿔 말하면 경영진과 리더도 달라진 환경에 유연하게 적응하고 저마다 다른 구성원들 상황에 대해 유연하게 사고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러면서도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원이든, 외부에서 일하는 직원이든 회사의 의사결정을 똑같이 보고 들을 기회도 제공해야 하죠. 팬데믹으로 앞당겨진 미래의 일하는 방식에 있어 이제 시험 기간은 끝났습니다. 본격적으로 막이 오른 무대에서 어느 기업이 박수갈채를 받을지는 총감독의 리더십에 달려 있을 것입니다. 

✍ 김민경 : GM세계경영연구원 인사이트랩 랩장,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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