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료기기 시장 꽉 잡은 ‘그’ 회사의 전략

🏥 美 의료기기 시장 꽉 잡은 ‘그’ 회사의 전략

어떤 회사인가?

메드트로닉(Medtronic)은 배터리로 작동되는 심장 박동기를 처음 개발한 제조기업입니다. 매년 약 40조원 이상의 매출을 내는 의료기기 시장의 선두주자입니다. 1949년 미국 미네소타에 설립된 메드트로닉은 확실하게 검증된 구매처와 지역 점포를 통한 체계적인 유통 시스템으로 70년 넘게 브랜드 가치와 체계적인 시스템을 유지해왔습니다. 그 결과 현재 인슐린 펌프 등의 의료기기를 140개국으로 수출하고 있으며, 전세계 9만 명이 넘는 직원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지난해 월스트리트 저널 리뷰는 이 기업을 ‘일하기 가장 좋은 50개 기업’으로 선정했는데요. 직원의 이직률도 불과 17% 수준으로 낮다고 하니 이 회사의 좋은 업무 환경과 높은 보상 수준을 짐작할 수 있겠죠.

올해 1월, 메드트로닉은 연속혈당측정 기능이 있는 센서 연동형 인슐린 펌프 ‘미니 메드 770G 시스템’을 한국에서 출시했습니다. 인슐린 펌프는 혈당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의 인슐린 주입과 관리를 돕는 의료기기인데요. 제1형 당뇨병(췌장에서 인슐린을 생성하지 못하는 자가면역 질환)이나 인슐린 의존형 당뇨병 환자들이 주로 사용합니다. 메드트로닉은 이어서 지난 5월 미니 메드 770G 시스템의 보급형 제품을 출시했는데요. 모바일 앱을 활용해 인슐린 펌프의 접근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메드트로닉의 주력 분야는 흉부입니다. 가장 많은 자본을 들이고 있고 그에 따라 매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핵심제품은 심장 박동기와 제세동기(ICD)이지만 그밖에 ‘cryoballoon(팽창식 풍선으로 냉매를 전달해 조직을 동결시키고 불규칙한 심박동의 원인이 되는 전기 신호를 비활성화시키는 의료기기)’와 같은 새로운 의료기기도 개발중입니다.

메드트로닉 영업 구조 그래프
메드트로닉의 매출과 영업이익 구조

핵심 인물은?

얼 바켄(Earl Bakken)
얼 바켄(Earl Bakken)

1949년, 어린 시절 영화 프랑켄슈타인에서 영감을 받아 전기에 매료된 전기공학과 대학원생 얼 바켄(Earl Bakken)은 처남인 파머 허먼즐리(Palmer Hermundslie)와 함께 미네아폴리스 한 차고에서 의료 전자기기 수리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메드트로닉의 시초가 된 사업이었죠. 

설립 8년 만인 1957년 얼 바켄에게는 메드트로닉을 세상에 알릴 기회가 옵니다. 그해 10월 미네소타 트윈시티에서 발생한 정전사태로 심장박동기에 의존하던 유아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에 클라렌스 릴헤이라는 젊은 외과의사가 해결책을 찾아 얼 바켄을 찾아왔죠. 얼 바켄은 전기 잡지에 실린 회로도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해 최초의 외장형 배터리가 달린 심장박동기를 개발합니다. 

얼 바켄 이후 오늘의 메드트로닉을 이끈 인물은 오마 이쉬락(Omar Ishark)입니다. 방글라데시 출신 기업인인 그는 2011년 6월부터 2020년 4월까지 메드트로닉의 CEO로 역임했는데요. GE 헬스케어 시스템의 CEO로서 전문 경영인의 역량을 키운 그는 9년간 메드트로닉의 매출과 기업 규모를 크게 성장시켰다고 평가받습니다. 자리에서 물러난 후에는 인텔 임원으로 활동 중입니다.

오마 이쉬락
오마 이쉬락(Omar Ishark)

오마 이쉬락은 메드트로닉의 부족한 기술력을 채워줄 다른 회사를 인수함으로써 외형을 확장하고자 했습니다. 2016년 Heartware International을 시작으로 2017년에는 내시경 회사인 Crospon, 2018년에는 척추 수술 로봇 회사 Mazor Robotics를 인수했습니다. 2019년에는 Titan Spine이라는 기업을 인수해 티타니움 척추 임플란트 기술도 갖출 수 있게 됐죠. 평균 5개월에 한 번 꼴로 기업인수를 진행할 정도로 기업인수 방식은 메드트로닉의 성장에서 중요한 원동력이었습니다. 

특히 오마 이쉬락은 미국 기업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세금 인버전 전략을 지휘하고 실행했던 CEO이기도 합니다. 2014년 메드트로닉은 아일랜드 의료기기 업체인 코비디엔(Covidien)과 합병 후 본사를 아일랜드로 이전합니다. 이로써 메드트로닉은 한 해에 무려 18조 7000억원 이상의 감세 혜택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비록 투자자들의 실망과 함께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기발한 절세전략이었죠.  

어떤 회사들과 경쟁하나?

의료기기 분야 주요 경쟁 회사는 삼대장으로 요약되는데요. 존슨 앤 존슨(Johnson & Johnson), 필립스 헬스케어(Phillips Healthcare), 그리고 애보트(Abbott)입니다. 특히, 애보트는 흉부 기기에 특화돼 있어 메드트로닉의 가장 큰 적수라 할 수 있습니다. 존슨 앤 존슨은 의료 분야 전체로 따지자면 엄청난 규모의 대기업이지만 의료기기 부문의 매출은 오히려 메드트로닉에 못 미칩니다. 필립스 헬스케어는 레이저 절제술이라는 조금 더 특화된 시장에 집중하고 있는데요. 이 시장의 성장 곡선에 따라 사업의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 회사와 구별되는 메드트로닉의 강점은 가장 먼저 심장박동기 시장을 독점하며 만들어온 브랜드 이미지와 신뢰입니다. 이런 장점을 이용해 간섭적 관동맥 카테터(수술 시 인체에 삽입하는 관) 시장에서는 전체의 약 1/3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프 메드트로닉 의료 기기
2022년 의료 기기 시장 상위 10개 회사

메드트로닉의 미래는?

코로나 이후 많은 의료 기업들은 직원 부족에 시달렸는데요. 그럼에도 메드트로닉은 최근 직원 부족 현상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직원 채용을 늘리고 있습니다. 기업의 매출도 4% 정도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요. 다만 한계도 분명합니다. 

1️⃣ 브랜드 이미지 회복 시급 : 지난해 대규모 리콜 사태의 충격이 아직 가시지 않았습니다. 메드트로닉이 야심차게 내놓은 심실 보조 장치(HVAD)는 심장 기능을 도와주는 기구로 기대를 받았지만 시스템에 내장된 펌프가 신경학적 문제를 일으켜 오히려 사망률을 높였습니다. 결국 미국 식약청은 이 HVAD 판매중지를 권고했습니다. 이는 메드트로닉 브랜드와 신뢰성에 큰 타격을 입혔죠. 

2️⃣ 자체 기술 경쟁력 약세 : 메드트로닉 경영의 가장 큰 특징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많은 M&A을 통한 기술력과 경쟁력 향상입니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자체적인 기술력이 부족하다는 의미이기도 하죠. 실제로 메드트로닉은 자체 연구 개발에 매년 3조 7000억원 가량의 자금을 들이고 있지만, 이에 비해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는 못한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3️⃣ 미국 시장 의존도 : 메드트로닉이 극복해야 하는 또 다른 과제는 미국 시장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입니다. 제품을 수출하고 있는 나라들이 100여개 국이 넘지만, 미국 시장이 총 매출의 51%에 달할 정도로 절대적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글로벌 매출을 통해 다른 나라의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메드트로닉이 앞으로 더 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해외 시장 진출이 필요해 보입니다. 또한, 과도한 M&A로 외적 성장에만 지나치게 치중할 경우 정작 내실을 다지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자체 연구개발에 보다 집중해 수십년간 쌓아온 기업의 이미지와 신뢰도를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할 겁니다. 

여러 한계점은 있지만 메드트로닉은 여전히 재무 안정성이 높아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의료기기 시장에서의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하게 만드는 회사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테크니들 필진들이 전하는 생생한 글로벌 비즈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