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이 아이폰 판매를 중지한 이유

📱 브라질이 아이폰 판매를 중지한 이유

충전기

① 아이폰 충전기 줄까 말까

아이폰 판매가 중단된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브라질인데요. 브라질 정부는 아이폰12·13 모델 판매를 중단시켰습니다. 사유는 “불완전한 제품을 제공해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했다”는 겁니다. 애플은 2020년부터 환경 보호를 명분으로 아이폰 구성품에 충전기(어댑터)와 유선 이어폰을 포함시키지 않고 있는데요. 브라질 정부는 이걸 문제 삼았습니다(🔗관련 기사). ‘필수 부속품’인 충전기가 없는 상태로 팔면 안 된다는 주장입니다.

애플은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이미 수없이 많은 어댑터가 보급됐기 때문에 추가 제공 필요가 적고,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충전기 제공 중단은 타당하다는 입장입니다. 

애플의 주장처럼 이미 여러 개의 충전기가 집안 곳곳에 널브러져 있는 가정이 많습니다. 이런 가정에 새로운 충전기를 제공하는 건 불필요한 일이기도 하죠. 국제통신연합(ITU)에 따르면 매년 100만톤의 충전기가 제조되고 있습니다. 충전기는 소모품이라 시간이 지나면 필연적으로 쓰레기가 됩니다. 그간 ‘친환경’을 가치로 내걸었던 애플의 행보를 생각하면 충전기를 없애는 게 유별난 일도 아닙니다. 애플은 자체 환경 페이지(🔗관련 사이트)를 운영하고 줄곧 재생 에너지와 친환경 소재 사용을 강조했으니까요.

하지만 모든 가정에 충분한 충전기가 있는 건 아닙니다. 이 경우 아이폰 구매 후 별도 충전기를 사야 합니다. 구성품을 빼고도 가격을 낮추지 않았으므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추가 지출이 생기게 됩니다. 반면 애플로선 잃을 게 없습니다. 환경을 아끼는 이미지를 얻으면서도 생산 비용을 절감하니까요. 영국 시장분석업체에 따르면 애플은 2년 간 스마트폰 구성품에서 충전기와 이어폰을 제외해 약 8조원을 절감했다고 합니다.

브라질 정부는 “충전기 없이 스마트폰을 판매한다고 해서 환경이 보호된다는 증거는 없다”고 주장합니다. 만약 애플이 정말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고 싶었다면 독자 단자인 라이트닝을 버리고, USB-C단자를 전면 도입하는 등 다른 대안을 내놨어야 한다는 겁니다. 애플은 이미 이 문제로 브라질에서 여러 차례 판결을 받았고, 고객이 기기를 충전하고 연결할 수 있는 다양한 옵션을 알고 있다는 확신이 있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관련 기사). 

애플의 충전기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앞서 프랑스 정부는 애플에게 아이폰 판매시 충전기와 이어폰을 넣으라고 지시했었는데요. 애플과 각국 정부의 대결은 어떻게 끝날까요?

② 개인화 없는 애플 광고, 성공할까?

아이폰 광고

애플은 오랫동안 ‘광고’라는 비즈니스에 부정적인 입장이었습니다.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활용한다는 이유에선데요. 팀 쿡 애플 CEO는 미국에서도 유럽의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 같은 개인정보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습니다(🔗관련 기사).

그랬던 애플이 광고 사업을 확장한다고 합니다. 애플이 그간 강조해왔던 ‘프라이버시 보호’라는 가치와 ‘광고 비즈니스 확장’이라는 새로운 목표는 양립할 수 있을까요?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애플은 절충안으로 5000명 미만을 대상으로 한 광고는 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효과는 좋지만 더 많은 개인정보를 활용해야 하는 개인 타깃 광고 대신, 넓은 범위의 대중을 대상으로 한 광고를 많이 노출함으로써 개인정보 활용을 최소화하겠다는 겁니다. 애플에 따르면 광고 대부분은 ‘개인화 광고’를 보지 않겠다고 한 사람들에게만 보인다고 합니다. 

이런 방식이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미지수입니다. 지금까지 ‘개인화’는 테크 산업의 주요 전략이었습니다.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콘텐츠를 보여주는 것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법이라고 여겨졌죠. 이를 위해 대량의 개인정보를 축적한 빅데이터가 등장했고 이 데이터를 자동으로 추려내는 AI가 각광을 받았습니다. 광고주 역시 어차피 구매하지도 않을 사람들에게 광고를 보여줘봤자 비용만 낭비된다고 생각했고요. 

하지만 애플은 정반대의 길을 가겠다고 합니다. 만약 애플의 광고 비즈니스가 성공한다면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게 될 겁니다. 개인화 없이도 광고주가 애플 광고에 만족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③ 팀 쿡 “어머니께 아이폰을 사드리세요”

메시지 초록 말풍선

아이폰 이용자라면 자체 문자 ‘아이메시지’를 보낼 때 말풍선의 색이 다르다는 걸 알고 있을 것입니다. 색은 상대방이 애플 디바이스냐 아니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상대방이 애플 디바이스 이용자가 아니라면 녹색,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맥북 이용자라면 파란색입니다. 애플의 비(非)아이폰 차별 대우는 색상뿐이 아닙니다.

지난주 한 컨퍼런스에서 한 참석자는 팀 쿡 애플 CEO에게 “어머니가 보낸 비디오를 볼 수 없다”고 불평을 전했습니다. 어머니의 핸드폰이 아이폰이 아니었기 때문인데요. 아이폰이 아닌 스마트폰에서 문자 메시지 앱으로 동영상을 전송하면 아이폰 아이메시지에서는 이 영상이 흐리게 나타납니다. 이는 아이메시지와 리치커뮤니케이션서비스(RCS)의 호환성이 낮기 때문입니다. 

RCS는 세계이동통신협의회(GSMA)에서 채택한 표준화된 문자 규격으로, 안드로이드는 이 규격을 따릅니다. 하지만 아이메시지는 RCS를 채택하지 않고 자체적인 메시지 규격을 따릅니다. 그러다 보니 RCS로 동영상을 보내면 아이메시지에서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구글은 “모든 운영체제가 RCS를 채택하길 바란다”며 수년간 애플에 RCS 채택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애플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어 보입니다. 앞에서 언급한 컨퍼런스 참석자의 불평에 팀 쿡의 대답은 “어머니께 아이폰을 사드리세요”였거든요.

④ 일본에선 아마존으로 약 배달 받는다?

알약

아마존이 일본에서 처방약 판매 사업에 진출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 합니다. 일본에서는 코로나 대유행 당시 원격 진료, 처방약 복용 지시가 허용됐고, 올 초 그 조치들이 영구화됐습니다.

그렇다고 아마존이 직접 약 재고를 보유하거나 판매하는 건 아니고, 중소 약국을 입점시켜 처방약을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배송해줄 예정이라고 합니다. 약국에 온라인 판매 플랫폼을 열어주는 겁니다. 환자들은 병원에서(또는 온라인으로) 진료를 받은 후 전자 처방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복약 지도도 아마존의 플랫폼상에서 이뤄집니다.

일본의 처방약은 가격이 정해져 있습니다. 때문에 온라인에서 가격 경쟁이 벌어지지는 않을 겁니다. 환자 입장에서는 배송비 정도만 추가적으로 지불하면 됩니다. 

이는 동네 약국의 우려를 다소 해소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 약국이 활성화되면 동네 책방처럼 동네 약국이 망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는데요. 하지만 가격과 서비스가 같다면 대형 약국보다는 가장 가까운 약국에서 구매하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일 수 있습니다.

⑤ 포르쉐, 상장한다

포르쉐, 자동차

비싸고 좋은 차의 대명사 포르쉐가 상장한다는 소식, 지난 주 뉴스레터에서도 소개해드렸는데요(🔗관련 내용). 폭스바겐그룹은 지난 5일 “폭스바겐 AG 이사회는 감독위원회의 동의를 받아 포르쉐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습니다. 9월 말이나 10월 초에 IPO 절차를 시작해 연말까지 완료할 거라고 합니다.

상장이 이뤄지면 포르쉐의 기업가치는 600억~850억유로(약 82조~116조원) 사이로 평가될 전망입니다. 어쩌면 독일 주식 시장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IPO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전체 주식의 25%가 거래소에 상장될 예정이며, 나머지는 폭스바겐그룹이 소유권을 유지하게 됩니다. 폭스바겐 그룹은 포르쉐·피에히 가문이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는데요. 이번 IPO를 통해 전기차·소프트웨어 중심으로의 변신을 예고했습니다.

다만 올해 IPO 시장이 그리 좋지 않습니다. 물가 상승, 이자율 상승,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중단 등 악재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포르쉐의 IPO가 성공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합니다. 이 때문에 투자자 수요 예측 결과에 따라 상장 시기를 연기하거나 IPO를 취소할 가능성도 남아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