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란의 美 인플레 감축법의 모든 것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이진우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새로운 사실 : 미국이 최근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인플레 감축법’에는 미국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을 주는 대상을 좀 더 엄격하게 하는 조항이 들어있습니다. 이로 인해 자동차 업계의 다양한 변화가 예상됩니다.

일단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들이 큰 난관에 부딪치게 됐습니다(🔗관련 기사). 미국 공장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주겠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어서 전량 한국에서 조립 수출되는 국산 전기차는 대당 1000만원 안팎이 지급되는 보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됐습니다.

제조 공장은 🇺🇸미국에, 중국산 원재료는 ❌ : 일단 미국의 인플레 감축법의 자동차 관련 규정은 이렇습니다. 미국에서 제조된 전기차의 보조금을 대당 7500달러까지 지급하는데, 배터리 부품과 원재료를 모두 미국과 FTA가 체결된 나라에서 구매해야 합니다(중국산 원재료는 안 된다는 뜻). 그리고 이 보조금을 아무나 주는 게 아니라, 연소득이 부부 합산 30만달러 이하인 집에서 가장의 소득이 22만달러를 넘지 않을 경우에만 지급합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배터리의 원재료와 부품은 미국이 정한 나라에서 일정한 비율 이상을 조달해야 합니다. 중국산 원료는 사용해서는 안됩니다. 보조금을 받는 자동차는 세단이 5만5000달러, SUV는 8만달러를 넘으면 안됩니다.

우리나라 자동차 업체들은 2가지 숙제를 모두 떠안게 됐습니다.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1️⃣제조 공장을 미국으로 옮겨야 되고 2️⃣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해 쓰고 있는 배터리 원료의 조달처를 다른 곳으로 바꿔야 합니다. 둘 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현대차가 급한대로 앨라배마 공장에서 차종을 바꿔서 GV70 전기차를 연말부터 생산할 계획이지만 생산 물량이 얼마 안됩니다.

일단 부품 덩어리만 미국으로 수출한 후 최종 조립을 미국에서 하는 방법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게 되더라도 중국산 배터리 소재를 다른 곳에서 구해오는 문제도 만만치는 않습니다.

다만 어차피 배터리를 미국에서 생산한다면 한국에서 조립할 때 지리적 조건이 유리한 중국을 배터리 원료 공급처로 계속 유지할 이유가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리튬(83%) 망간(73%) 코발트(81%) 등 대부분의 원료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습니다만 (괄호는 중국 의존도), 미국 자동차 회사들은 리튬은 아르헨티나(55%), 망간은 가봉(69%) ,코발트는 노르웨이나 콩고에서 수입하고 있습니다.

위기뿐 아니라 기회도 있다 : 5만5000달러를 넘는 비싼 승용차는 보조금 대상에서 빠지는 바람에 벤츠·테슬라·아우디·BMW 등은 제조국이나 배터리 원산지와 무관하게 보조금을 받기 어려워졌습니다. 이건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들 입장에서는 기회요인입니다.

다만 이런 가격 제한으로 인해 향후 전기차 회사들의 자동차 가격 책정 방식이 옵션 구독 비중을 늘리는 쪽으로 바뀌게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자동차 가격은 5만5000달러로 맞추고 별도의 다양한 옵션을 월 구독료 얼마에 판매하는 방식입니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배터리 회사들이 따로 만듭니다. 배터리 원료를 중국산이 아닌 것으로 교체하는 일은 우리나라 배터리 회사들이 해야 할 일입니다. 쉽지는 않지만 어차피 미국에서 생산되는 전기차들의 배터리를 대부분 우리나라 배터리 회사들이 만들어야 한다면, 미국 시장에서 중국산 배터리가 사라지게 되는 일이 오히려 기회요인이 된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인플레 부추기는 인플레 방지법 : 이런 내용을 담은 법안이 인플레 방지법으로 번역되는 법안에 포함된 것은 아이러니입니다. 중국을 제외한 생산 시스템은 어떤 식으로든 원가 상승 요인이 될 것이고 그것은 궁극적으로 인플레를 부추길 것이기 때문입니다. 장기적으로는 미국인들만 비싼 전기차를 타게 되는 일도 생길 수 있습니다. 이제 중국산 리튬 배척 법안으로 인해 중국과 경쟁하지 않아도 되는 아르헨티나 리튬 회사들이 리튬 가격을 얼마나 높여 부를지는 모를 일이기 때문입니다.

📈 왜 유독 한국만 환율이 가파르게 오를까
오늘의 이슈

유독 한국만 더 치솟는 환율 : 환율이 1326원으로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왔습니다(🔗관련 기사). 달러 가치가 높고 자국 통화 가치가 낮은 현상은 요즘 거의 모든 나라에서 나타나는 현상이긴 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유독 환율 상승이 가파릅니다. 한국보다 더 빠르게 자국 통화 약세화가 진행되는 나라는 일본 정도가 유일합니다. 올해 들어 원화는 약 10%, 일본 엔화는 약 15% 정도 절하됐습니다.

미·중 갈등이 주범? : 원화 약세엔 여러 이유가 있지만, 크게 보면 요즘 세계 정세의 흐름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블록화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한국의 국제수지에 여러가지 방향으로 악영향을 줍니다.

미국과 중국이 대립하면 중국과 우리나라의 관계에도 좋을리가 없습니다. 중국 관광객들이 쓰는 돈이 중요한 관광수지 흑자 요인이 되는 우리나라는 그만큼 달러 유입액이 줄어듭니다.

인플레 감축법도 요인 : 반도체나 자동차를 종전에는 한국에서 제조해서 수출했지만 앞으로는 미국 현지에서 제조해야 합니다. 단기적으로는 제조 공장을 미국에 짓기 위한 투자 수요로 달러가 빠져나갈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한국에서 제조해서 수출하던 금액이 줄어들 겁니다.

단기적인 요인으로는 독일 경제의 침체도 중요한 요인입니다. 독일 경제의 위기는 유로화 약세로 연결되고 유로화의 대체재인 달러 강세로 나타납니다. 독일은 러시아로부터 사들이는 저렴한 에너지, 라인강 수운을 활용한 저렴한 운송료를 바탕으로 한 제조업 강국인데, 요즘 그 2가지 경쟁력이 모두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 놓치면 아까운 소식

> 역대급 엔저에 일학 개미로 몰린다 : 국내 투자자들의 일본 투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뉴스입니다(🔗관련 기사). 일본 증시의 안정세 때문인데요. 닛케이225지수는 연초 대비 0.5% 상승한 반면, 같은 기간 S&P500지수와 코스피지수는 각각 10.1%, 16.3% 하락했습니다. 이는 수익률로도 이어져, 일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32개 펀드의 평균(1주일, 1개월) 수익률은 중국·홍콩·싱가포르 등 아시아 태평양 국가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 수익률보다 모두 높았습니다. 일본 당국의 엔저 통화 정책이 배경으로 꼽힙니다. 환차익을 거두기에도 유리하고, 특히 일본은 수출 기업 비중이 높아 엔저일 때 투자 매력이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 올해 리쇼어링으로 생기는 美 일자리 35만개 : 올해 미국에서 리쇼어링으로 늘어날 일자리가 35만개에 달할 거란 전망이 나왔습니다(🔗관련 기사). 리쇼어링이란 해외로 진출한 기업들이 본국으로 돌아오는 현상을 일컫는데요. 코로나 사태와 러시아-우크라 전쟁 등으로 인한 공급 대란과 바이든 행정부의 강력한 지원책에 힘입어 미국 기업들의 리쇼어링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