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가 알뜰폰 시장에 진출하는 이유

🔔 Pickool 컨텐츠를 더 보시려면 IT/스타트업 탭을 눌러보세요.

토스가 알뜰폰 시장에 진출하는 이유

phone

토스의 알뜰폰 사업 진출 :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지난주 목요일 MVNO(알뜰폰) 사업자인 머천드코리아의 지분 100%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습니다. 인수 목적은 통신비 절감과 휴대폰 서비스 가입 모든 과정의 혁신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토스는 알뜰폰 시장 특성상 편리한 가입 절차 및 사용자 유형에 맞는 최적의 요금제, 운영 사업자의 브랜드 인지도를 시장 확대의 관건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현재 알뜰폰 가입자 수는 1000만명. 이 중 휴대전화 요금제로 알뜰폰을 활용하는 가입자 수는 600만명 수준. 나머지 400만 회선의 경우 차량 관제, 원격 검침, 무선 결제 등에 쓰이는 사물지능통신(M2M 네트워크) 회선 가입자입니다. 그리고 올 2월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를 보면, 통신 3사의 자회사 5곳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은 50.9%에 달합니다. SK텔레콤 및 KT, LG U+ 등 기존 통신사의 시장 지배력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시장이기도 합니다.

주요 사업자 중 하나인, LG헬로비전의 작년 1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실적을 보면, 알뜰폰의 서비스 카테고리 매출액은 성장보다는 정체였고, 들쑥날쑥했습니다.

·작년 1분기 : 378억 원
·작년 2분기 : 384억 원
·작년 3분기 : 382억 원
·작년 4분기 : 378억원
·올해 1분기 : 382억원

게다가 최근 대다수 알뜰폰 사업자들이 1100원 요금제 등 공격적인 판촉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망 임대사업자라는 특성상 네트워크 투자 비용은 없지만, 망 도매 대가를 통신사에 지급해야 하고, 토스도 시장 진입을 위해서는 마케팅 비용 지출이 불가피한 상황. 토스는 왜 갑자기 알뜰폰 사업자를 인수하게 된 것일까요?

알뜰폰 사업 자체로만 볼까? : 통신 시장은 매우 보수적인 시장입니다. 직접 물리적인 USIM 카드를 받아야 통신사 번호 이동이 가능하고요. 직접 스마트폰을 삼성전자 매장이나 애플 매장에서 사는 것보다는, 통신사 매장에서 사는 것을 선호합니다. 그리고 특정 통신사를 쓴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고객도 일부 존재합니다. 텔레비전 및 신문, 잡지, 라디오 등 기존 광고 시장의 광고비 집행 상위 10개 광고주에는 늘 통신사가 들어갑니다.

이런 통신 시장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우선 오는 9월 1일부터는 물리적인 USIM 카드가 필요 없이, 스마트폰상에서 구동 가능한 eSIM 카드가 도입됩니다. 과기부는 “스마트폰 eSIM 도입방안” 발표 당시 알뜰폰 활성화 등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을 촉진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토스 입장에서는 USIM 카드 재고의 부담과 배송, 또한 토스가 그동안 추구해온 “편리함”과 “간편함”이라는 사용자 경험을 확장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아울러 소비자들이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용하는 패턴도 바뀌고 있습니다. 직접 스마트폰 단말기를 구매하는 “자급제”가 안착되고 있습니다. 약정과 위약금에 얽매이지 않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났고, 기존 통신사의 할부 제도와 유사한 제도를 쿠팡 등 e커머스 사업자 등이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 비율이 올라갔습니다.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자급제로 가입한 휴대전화 이용자 수는 전체의 35%. 이 숫자가 늘어날 경우, 토스는 순수하게 통신 서비스만 판매할 수 있습니다.

어떠한 시너지가 날까? : 토스의 보도자료에서 “통신비 절감의 기회”라는 표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토스는 미국의 알뜰폰 제도가 5년 동안 61%의 요금 인하 효과를 봐왔지만, 우리나라는 11년간 10% 인하 수준에 그쳤다는 점을 보도자료 끝에 강조했습니다. 이런 점으로 볼 때 토스의 전략은 “저렴한 요금제”일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 무작정 싼 요금제로만 고객을 유치할까요?

그 해답을 2019년부터 리브엠으로 알뜰폰 시장 점유율 5%가량을 확보한 국민은행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국민은행은 혁신금융서비스로 선정되어 이 사업을 할 수 있었는데요. 기존 국민은행 금융상품과 연계해, 각종 혜택을 주면서 고객에게 할인을 주는 방식으로 시장을 확대했습니다. 가령 국민은행 급여 이체 실적이나 청약 관련 상품 등이 있으면 요금 할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으로서는 고객당 광고 비용을 요금 할인으로 주면서 자사 금융 상품에 고객을 더 록인 시킬 수 있었을 것입니다.

토스뱅크나 각종 금융 서비스를 보유한 토스 입장에서 이미 국민은행이 성공한 유사한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울러 주요 앱 이용량 분석 등을 종합해 보면, 통신사 앱은 데이터 이용량 확인 등을 위해 상위 20위권을 늘 기록하고 있습니다. 토스의 슈퍼앱 전략 중 하나는 바로, 앱을 자주 이용하게 하는 것입니다. 과거 토스의 만보계 기능이나 토스뱅크의 일 단위 이자 지급 등은 결국 이용자가 앱을 자주 접속하게 하기 위함인데요.

사업이 본격화될 경우 가입자 확보와 함께, 앱 이용량이 증가하고, 토스의 다른 서비스 가입을 촉진할 수 있는 선순환 효과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단 알뜰폰 사업과 기존 소비자 금융만을 볼 때 말이죠. 

본인 확인 시장과 M2M 시장 등 그 이상의 기회 : 토스는 “본인 확인 기관과 전자서명인증 사업자 지위를 모두 보유한 사업자로서, 알뜰폰 가입 과정에서 토스 인증서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알뜰폰 업체 인수가 사업과 더불어 개인 인증 시장을 목표로 했음을 밝힌 셈입니다. 참고로 본인 확인 서비스는 온라인 서비스 또는 금융 상품 가입시 가입자가 본인이라는 것을 인증하는 절차인데요.

토스는 올 1월 본인 확인 기관으로 지정됐습니다. 기존 사업자였던 통신 3사의 시장 점유율이 98%에 달하는 시장에 진입하게 됐습니다. 참고로 이 시장은 통신 3사 입장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실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 9월까지 통신사가 이 서비스로 벌어들인 수익은 3000억원대. 건당 수수료는 30원에서 40원으로 인상됐습니다. 토스 입장에서는 그간 지급하던 수수료를 아낄 수 있고, 토스 내의 레퍼런스를 기반으로 다른 고객을 유치할 수도 있을 겁니다.

글 초반 말씀드린 약 400만 명에 달하는 사물지능통신(M2M 네트워크) 회선 가입자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참고로 토스는 매출의 90% 이상이 일반 소비자(B2C)가 아닌 기업 간 거래(B2B)에서 발생했습니다. 주로 금융회사로부터 받는 중개 및 모집, 광고 등이 매출원이죠. 알뜰폰 기반의 사물지능통신 회선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참고로 2020년 9월 현대·기아차는 알뜰폰 사업자가 됐습니다. 이전까지 기아차는 SK텔레콤의 망을 이용해 차량의 원격 제어 및 안전 보안, 인포테인먼트 등의 서비스를 제공해 왔습니다. 국내에서는 현대/기아차 외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및 르노삼성, 쌍용차, 테슬라 코리아 등이 알뜰폰 사업자로 차량 제어 서비스를 제공 중입니다. 타다의 1대 주주인 토스 입장에서는 타다의 다양한 차량이나, 제휴 택시 회사 등에 기업용 알뜰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됩니다.

토스의 카드 결제 단말기 제작·판매 자회사 토스플레이스가 오는 11월 출시하게 될 결제 단말기도 주목할 만합니다. 토스 측은 3~4년 이내 최대 100만 개를 설치한다는 목표를 세워놓은 상황인데요. 만약 이 결제 단말기가 무선 기반으로 운영될 경우, 토스 입장에서는 회선 비용과 함께 그만큼 네트워크가 뒷받침되는 사업을 전개할 수 있게 됩니다.

이번 인수는 100억원대로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포화 시장인 통신업 특성상 어느 정도 공격적인 마케팅비 집행도 예상됩니다. 그럼에도, 토스의 슈퍼 앱 전략 그리고 그 앱에 대한 사용성 강화, 기존 본인 인증 시장 확대와 다양한 추가 사업 기회를 생각할 때 토스 입장에서는 여러 시장을 여는 투자로 보입니다.

Comment : 단순히 ‘국민은행에 이은 또다른 금융 사업자의 알뜰폰 시장 진출’로만 보기에는 이번 토스의 인수는 결이 좀 다릅니다토스가 원하는 큰 그림즉 슈퍼앱 등극 및 다양한 토스 서비스 가입, B2B 시장 확대 등이 얼마나 성취될지가 관전 포인트입니다.

Pickool은 국내 테크 소식을 해외에 소개하고, 국내/외 테크를 심층 분석하고 있습니다.


🔔 Pickool이 리멤버에 제공하는 IT/스타트업 컨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