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의 전말
이철민의 리멤버 밸리

국내 최대 모빌리티 플랫폼 매각한다? : 카카오모빌리티가 사모펀드에 매각될 것이라는 소식이 빅테크·플랫폼 업계는 물론 투자업계에서도 큰 화제입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누적 회원은 약 3000만명에 달합니다. 대부분의 경제활동인구를 회원으로 보유한 셈인데요. 국내 모빌리티 서비스의 대명사를, 국내에서 활동하는 대표적인 대형 사모펀드 MBK가 인수한다는 구도 자체가 관심을 끌기 충분해 보입니다(🔗관련 기사).

택시→모빌리티 전반 확장 : 카카오 자회사인 카카오모빌리티는 2015년 택시 호출 사업으로 시작했습니다. 이후 모빌리티 전반으로 서비스를 확장하며 성장했는데요. 내비게이션 서비스부터 주차정보 플랫폼, 카풀 서비스, 택시 가맹업, 카셰어링 서비스, 주차장 관리 업체 등을 연달아 인수하며 현재의 서비스 라인업을 완성했습니다.

카카오 지분은 58% : 이 과정에서 2017년 별도 법인으로 독립했고, 세계적인 사모펀드인 TPG와 칼라일 그리고 구글 등으로부터 약 92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현재 카카오가 가진 카카오모빌리티 지분은 약 58% 수준입니다. 이외에 TPG가 한국투자파트너스 등과의 컨소시엄을 통해 29%를, 칼라일이 6%를 보유한 상황입니다(🔗관련 기사).

작년에야 흑자전환 : 별도 법인이 출범 후 카카오모빌리티는 빠른 매출 성장에도 불구하고 적자를 면치 못했습니다. 2017년 매출액 167억원, 영업손실 106억원을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적자가 이어졌습니다. 그러다 작년 가맹 택시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5460억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전년보다 2배 가까이 성장한 건데요. 영업이익도 약 126억원을 내면서 흑자전환에 성공했습니다(🔗관련기사).

호출 서비스 요금 인상으로 논란 시작 : 그런데 카카오모빌리티는 물론 카카오그룹 전체가 한창 최고 정점에 있다고 평가 받던 지난해 여름,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배차 성공률을 높이는 스마트 호출 서비스 요금을 기존 1000원에서 최대 5000원까지 올리겠다고 공포한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택시 호출 시장 점유율이 80%가 넘는 독점적 지위를 활용해 요금을 인상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으로 이어졌습니다.

여론은 물론 정치권에서까지 비판적인 목소리가 터져 나오자 카카오모빌리티는 스마트 호출을 아예 폐지하며 백기 투항했습니다. 하지만 사태를 완전히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죠(🔗관련 기사). 오히려 쪼개기 상장, 상장 직후 경영진의 주식 매각, 독점적 지위를 활용한 골목상권 침해 등 카카오 계열사를 둘러싼 다양한 논란이 봇물 터지듯 터져 나왔습니다.

‘국민 밉상주’된 카카오에 모빌리티 상장도 ‘글쎄’ : 단순히 논란으로만 끝나지도 않았습니다. 부정적 이미지가 커지고 잠재적 규제 강화 가능성까지 더해지면서 카카오 그룹사들의 주가가 고전하기 시작한 거죠. ‘국민주가 하루아침에 국민 밉상주가 됐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인데요. 카카오모빌리티의 상장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평가가 자연스럽게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겁니다(🔗관련 기사).

대안으로 매각 고민 시작 : 상장 가능성이 희박해지면서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할 방법도 없어졌습니다. 거기에 택시 사업을 계속하는 한 정부의 규제와 따가운 여론의 시선을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도 대주주인 카카오에 큰 부담이 됐죠.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은 이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선택된 매우 합리적인 대안으로 보입니다(🔗관련 기사).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는? : 카카오는 코리아센터 및 다나와를 인수하며 플랫폼 사업에 적극적인 투자를 집행해온 MBK와 매각 논의를 조용히 진행해 왔습니다. 아직 어떤 결론이 나올지는 알 수 없지만, 투자 검토와 협상이 오래 진행된 만큼 조만간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날 것으로 보입니다. 거래가 중단되지 않고 예정대로 진행된다는 가정하에, 앞으로 주목해야 할 관전 포인트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기업가치에 대한 합의가 어떻게 이뤄질 것인가? – 일각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 주식 100%의 가치를 8조에서 16조원까지 거론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경영권 지분의 매각이 전제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고려하여 결정될 듯합니다. 문제는 우버, 그랩 등 글로벌 모빌리티 사업자의 주가가 고점 대비 50~90%까지 대폭 하락한 상황이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2️⃣ MBK가 경영권을 인수한 이후 카카오와 관계 설정은 어떻게 될 것인가? – 카카오는 사내 공지를 통해 2대 주주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반발하고 있는 임직원들을 고려해야하고, 향후 추가적인 기업 가치의 상승에 따른 과실도 노려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그렇게 되면 매각 후에도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를 둘러싼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3️⃣ 인수 후 카카오모빌리티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MBK의 복안은 무엇인가? – 인수 확정 후 MBK는 정부, 국민, 택시업계, 임직원 등을 대상으로 어떤 계획을 약속하고 실행해 나갈 것인지 밝힐 것으로 보입니다. 그 내용에 따라 여론의 향방은 물론 MBK의 투자 수익 창출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 매각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최종 결정이 무엇이든 카카오와 카카오모빌리티, 임직원들, MBK 그리고 국민 모두에게 긍정적인 결과이길 기대해 봅니다.

이철민

사모펀드 VIG파트너스의 대표이며, 투자ㆍ테크ㆍ미디어 분야에 대한 글도 쓰고 있습니다.

💵 환율 바보전쟁과 유로존 위기
이효석의 주식으로 보는 세상

두드러진 유로화 약세 :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오르내리자 연일 환율이 이슈입니다. 국내뿐 아니라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도 환율에 관심이 커지고 있는데요. 특히 유로화의 약세가 두드러집니다. 유로화 가치는 2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정도로 낮아졌습니다. 그 배경으로는 유로존 경기 침체 우려가 커졌다는 점을 들 수 있는데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시장이 불안정해졌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오늘은 최근 환율 시장에서 일어나는 중요한 변화를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사라진 환율 바보경쟁 : 환율전쟁이라는 용어를 들어보신 적 있나요? 환율전쟁이란 각국이 경쟁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해 자국 통화 가치 하락을 유도하는 정책을 말합니다.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인데요. 예를 들어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우리나라에서 만든 물건을 해외에 팔 때 더 싼 가격에 팔 수 있습니다. 경쟁국과 비교하면 가격 면에서 유리해지기 때문에 수출 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는 거죠. 환율전쟁은 “바보경쟁(ugly contest)”이라 불리기도 하는데요. “우리나라 경제 펀더멘털이 다른 국가보다 더 안 좋다”는 것을 과시해야 자국 통화 가치가 하락할 수 있어서 붙은 별명입니다.

그런데, 최근 이런 현상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유는 역시 인플레이션입니다. 자국 통화 약세로 수출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수입 물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가 더 문제가 되는 것이죠. 때문에 요즘엔 바보경쟁을 안 하고, 오히려 자국 통화 강세를 유도하고 싶어 하는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인플레가 바꾼 각국의 통화 정책 : 대표적인 사례가 스위스 중앙은행인데요. 스위스프랑은 가장 대표적인 안전 통화입니다. 때문에 스위스 중앙은행은 환율 바보경쟁이 치열한 와중에 가만히 있으면 자국 통화가 초강세가 돼 버린다는 부담을 항상 느껴왔습니다. 때문에 금리를 -0.5%로 유지했고 2009년 이후엔 중앙은행이 약 1055조원 규모의 해외자산을 사들였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스위스 중앙은행마저 인플레에 대응하고자 금리를 0.5%p 인상했습니다. 자국 통화 약세를 유도하려 꾸준히 사 왔던 해외자산도 그만 사거나 팔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인플레 때문에 각국의 환율 정책이 극적으로 변한 겁니다.

그런데… 유로는? : 환율전쟁이 마무리됐다면, 이제부터 중요한 것은 진짜 펀더멘털입니다. 현재 가장 걱정되는 통화가 유로와 엔인데요. 오늘은 유로화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7월 금리를 0.25%p 인상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그간 진행했던 양적완화도 종료하겠다고 했고요. 쉽게 말해 돈 풀기를 멈추고 긴축을 하겠다는 건데, 이 역시 인플레 부담 때문입니다. (참고로 최근 발표된 6월 유로존 물가 상승률은 8.6%였습니다.)

이탈리아 등 남유럽 재정 건정성 우려 커져 :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돈을 풀어 정부 채권을 사주는 것을 멈추면 채권의 가격이 하락합니다. 채권 가격이 하락하면 반대로 채권 금리는 오르죠. 실제 6월 ECB 정례회의가 끝나자마자 재정 건정성이 비교적 낮은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일부 남유럽 국가의 채권 금리가 크게 상승했습니다.

문제는 채권 금리가 오르면 돈을 빌리는 비용이 증가한다는 점입니다. 놀란 ECB는 다급히 정례회의 1주일 만에 모여서 대책을 논의했습니다. 이러다가 이탈리아에서 큰일이 날 수도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었죠. 

“파편화 방지” 수습 나섰다 : 여기서 들고나온 정책이 파편화 정책입니다. 긴축 기조로 완화할 때 유로존 내 모든 국가가 동일한 효과를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해 정책을 수정하겠단 의도인데요. 아직 구체적인 이야기는 없지만, 양적완화를 멈추더라도 재정 건정성이 낮은 나라의 국채는 덜 팔거나 앞으로도 돈을 풀어 채권을 일부 사주겠단 건데요. 한 마디로 긴축은 하고 싶은데 버틸 체력이 안 될 나라들이 있을 것 같다는 거죠. 1주일 만에 긴급회의를 연 것을 보면 ECB가 얼마나 당황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독일은 “우리 채권은 안 사주면서 왜?”라며 반대 의사를 표했습니다. )

유로 패리티 올해 깨질 가능성도 : 현재 많은 분이 미국 FOMC 정례회의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연준이 지난달에 이어 또 한 번의 자이언트스텝(금리 0.75%p 인상)을 할지 관심이 쏠리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이 회의 닷새 전인 오는 20일 ECB 정례회의도 열릴 예정입니다. 이 회의에서도 분명 금리가 오를 텐데요.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금리 인상 이후 시장의 반응입니다.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파편화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오히려 경기가 더 안 좋아질 거란 전망이 크게 반영된다면 유로화 가치가 추가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죠.

이 글을 쓰는 시각 기준, 유로화 가치는 1유로 당 1.01달러입니다. 아직은 1유로가 1달러보다 가치 있다고 받아들여진다는 겁니다. 1유로가 1달러가 되는 현상을 유로 패리티(parity)라고 하는데요. 시장에서는 ECB 회의에서 제대로 된 방안을 내놓지 못하면 유로 패리티가 깨질 수도 있다, 즉 유로가 달러보다 싸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바뀐 환율 시장의 환경과 유로화 위기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효석

업라이즈 애널리스트이며, 유튜브 이효석아카데미를 운영합니다.

💡 놓치면 아까운 소식

> 이제 공포 대상은 인플레에서 경기 침체로 : 올 상반기까지 세계 경제의 두려움은 지속되는 강력한 인플레이션에 맞춰져 있었죠. 그런데 이 공포의 초점이 인플레에서 경기 침체로 뚜렷이 옮겨가는 분위기입니다(🔗관련 기사). 치솟던 국제 유가부터 폭락하고 있습니다. 어제는 석달 만에 100달러 밑으로 내려갔습니다. 경기 둔화 우려로 에너지 수요가 그만큼 떨어질 거라 전망하는 것이죠. 원인으론 코로나 봉쇄가 해제되는 국면에서도 좀처럼 소비 수요가 회복하지 않는 게 원인으로 꼽히는데요(🔗관련 기사). 여러 제조업 상품 제고가 각국에서 쌓이고 있다는 뉴스도 계속 나오는 중입니다.

> 편의점도 심야할증? : 편의점 가맹점주들이 새벽 장사 땐 물건 가격을 더 비싸게 받겠다는 일종의 ‘심야할증제’ 도입을 최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관련 기사). 전국편의점가맹점 협회 측에 따르면 오전 1~6시까지 편의점 물품 요금을 3~5%가량 높여서 팔겠다는 주장인데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상승과 코로나 사태로 인한 매출 저하를 이유로 꼽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