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진짜 요동치는 이유, 물가보단 OO

시장이 진짜 요동치는 이유, 물가보단 OO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새로운 소식 :  요즘 경제뉴스의 대부분은 <물가가 오른다>는 이야기로 요약됩니다. 지난 주말 사이에 발표된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도 꽤 올랐습니다. 1년 사이에 7.5% 오른 것으로 집계됐는데 시장 예상치는 7.3%였습니다.

드디어 인건비가 오른다 : 시장 예상치보다 더 많이 올랐다는 것보다 조금 더 놀라운 부분이 있습니다. 물가상승이 종전에는 중고차 가격과 에너지 가격 등 오를 만한 이유가 뚜렷하고 조금 기다리면 낮아질 여지가 충분한 항목에서 상승세가 관찰됐던 반면, 이번에는 의료 서비스 등 인건비 쪽에서 꽤 오르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관찰됐습니다.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소비자물가지수도 1년전보다 6.0%, 전월대비 0.6%가 올랐습니다. 에너지와 식품 등 어쩔 수 없는 물가 상승을 제외한 다른 분야가 전월대비 0.6% 올랐다는 건 이런 추세로 가면 1년에 7% 가량의 물가 상승이 눈에 보인다는 게 걱정입니다.

물가 상승이 지속되면서 ‘물가가 오른다는 이유로 임금도 인상해야 하는’ 악순환이 시작됐다는 신호입니다. 이런 신호가 관찰됐다면 중앙은행은 더 빠르고 더 강하게 물가를 잡으려고 할 것이고 그것이 주식시장에는 매우 나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게 주식시장이 그 소식에 충격을 받고 하락한 이유입니다. 지난 주말 미국 나스닥 시장은 2.8% 하락했습니다.

인플레, 이제 시작이다 : 여기까지는 뉴스를 정리하는 내용입니다만 고민은 이 다음부터입니다. 언제까지 이런 물가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시장의 컨센서스는 일단 다음달까지는 이런 충격적인 숫자가 나올 것이고 그 다음부터는 좀 낮아지긴 할 것이나 그 낮아지는 정도가 매우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요즘 미국에서는 LA 항구에 물건을 내려놓기 위해 대기하는 선박의 숫자를 매일 세면서 하역 상황을 체크하고 있는데 설 연휴로 인해 아시아에서 출발하는 배들의 숫자가 줄긴 했지만 여전히 많은 선박이 대기중입니다. 상황이 악화되지는 않고 있지만 그렇다고 아직 크게 좋아지지도 않습니다. (인플레이션이 꽤 오랜 기간 지속되리라는 전망의 근거 중 하나입니다)

연준은 금리를 충분히 올리지 못할 것이다 : 더 큰 고민은 물가가 과연 잡힐 것이냐인데, 시장은 그러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쪽에 베팅하고 있습니다. 물가가 오르면 연준은 금리를 올리겠지만 금리를 올리면 어디까지 올리겠느냐 하는 의문입니다.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금리가 올라서 실업자가 늘어날만큼 경기도 침체되고 주식시장도 크게 위축되어야 그 결과 물가도 내리기 시작할텐데 연준이 그런 정도로 금리를 올리지는 못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우려입니다. 2년물 국채와 10년물 국채의 금리차이가 계속 줄어드는(10년물 국채금리가 제대로 오르지 못하고 있는) 장단기 금리차 축소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게 그런 우려의 증거입니다.

요약하면 물가를 잡으려면 금리를 강하게 올려야 하는데 연준은 물가가 잡힐만큼 올리지는 못할 것이고 그러면 물가는 안잡히면서 결국은 더 큰 약(아주 급격한 금리인상)을 써야 하거나 아니면 물가가 계속 춤을 추다가 물가 상승에 따른 비용악화로 경기가 저절로 침체되는 충격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더 요약하면 중앙은행의 운전 능력에 대한 불신입니다.

연준에 대한 불신 : 물가가 오를테지만 연준은 저 물가를 잡지 못하고 잡는 시늉만 하다가 결국 흔들릴 것이며 그건 시장을 더 불확실성으로 몰아넣을 것 같다. 그건 연준이 성장과 고용과 물가를 동시에 다 잡겠다는 욕심을 부리기 때문이다. 성장과 고용만 잡겠다던 몇년전에는 그 숙제가 비교적 쉬웠는데 이제는 너무 어려운 숙제를 떠안았고 그걸 풀기에는 연준에게 주어진 시간과 정치적 인내심이 너무 부족하다는게 요즘 물가 상승률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각입니다.

물가를 잡지 못할 것이라는 뜻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잡더라도 계속 쥐고 있기 어려울 것이며 그것은 결국 경기침체로 이어질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물가가 오르기 시작할 때 중앙은행이 물가를 잡기 위해 나서는 이유는 물가를 내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물가가 지속적으로 천천히 오랫동안 오르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냥 내버려두면 물가는 혼자서 크게 올랐다가 그 자체의 충격으로 쉽게 무너지기 때문입니다. 시장의 걱정은 중앙은행이 그걸 꼭 쥐고 누를만한 뚝심이 없을 것이라는 데서 출발합니다.

‘도시 재생’이라는 정책의 모순
오늘의 이슈

서울시장 옥탑방 체험지로 화제가 됐던 서울 강북구 삼양동 일대가 아파트를 짓는 재개발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낡은 마을이지만 주거환경개선사업을 통해 주거환경을 바꿔보겠다는 계획이 결국 중단된 것입니다. 서울의 낡은 주거지역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방법은 현재까지는 여러 장단점과 논란이 있지만 ‘아파트로 재개발’ 말고는 없다는 걸 확인한 사례이기도 합니다.

주택의 형태를 그대로 두고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방법으로는 나무계단을 만들기, 벽화 그리기, 화분 걸기, 골목 포장 등이 있지만 그 정도의 개선으로는 시민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걸 확인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이 사례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서울에 아파트 공급이 줄어들고 부족해진 원인이 서울의 낡은 주택지를 아파트로 재개발이 아닌 ‘주거환경개선사업’으로 해결해보겠다는 정책의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링크한 기사는 그 정책으로 아파트 건설이 얼마나 뒤로 미뤄지거나 취소됐는지 그 수치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전임 시장의 정책을 비판하기 위한 자료이기도 하고,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는 기간이어서 만약 그냥 뒀어도 재개발이 계속 진행됐을지는 미지수였던 측면도 있지만 서울시의 정책이 아파트 공급을 축소시킨 부분이 있음을 부인하기는 어려워보입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 요즘 기업 뉴스는 빅테크, 전기차 등 신기술 관련으로 도배되어 있지만, 정작 “누가 돈을 가장 잘 버느냐”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조금 다릅니다.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이 지난해 7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렸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포스코 다음이며 현대차 보다도 많습니다. 코로나 이후 계속되고 있는 선박 부족 여파로 운임이 치솟은 덕입니다. 다만 주가 흐름과 실적이 일치하지는 않는데요. 올 들어선 많이 하락했습니다.

🚎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재료인 리튬, 코발트, 니켈 값이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니켈의 경우 지난해 대비 30%가량 올랐습니다. 전기차 생산 단가가 오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전기차 업체들이 배터리를 매일 시가로 사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당장은 영향이 눈에 보이지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가격 부담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완성차 업체들이 아예 니켈 등 원자재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은 이런 배경에서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