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마다 러시아가 무서운 유럽

겨울마다 러시아가 무서운 유럽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새로운 사실: 최근 1년 사이에 5배가량 오른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이 다시 또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천연가스 가격 급등과 관련한 최근 소식 업데이트인데요, 이번엔 러시아 때문입니다. 일주일 전만 해도 러시아는 유럽이 원하면 천연가스 공급을 늘릴 것이라고 공언하면서 천연가스 가격을 떨어뜨렸는데, 어제는 공급을 늘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을 바꿨습니다.

유럽행 천연가스 움켜쥔 러시아: 러시아가 이렇게 나오는 이유는 인근 우크라이나 때문입니다. 우크라이나는 옛 소련의 일부였으나 독립해 떨어져나온 나라죠. 중국이 대만을 병합하고 싶어하는 것처럼, 러시아도 우크라이나를 언젠가 꼭 흡수하고 싶어합니다. 이를 위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힘을 빼고 고립시키려 하며, 우크라이나는 대러 견제를 위해 서방과 더욱 친밀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가스관으로도 이해관계가 얽혀있습니다. 러시아는 유럽으로 가스관을 통해 가스를 공급하는데 그 길목에 우크라이나가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통행료로 연간 20억달러 정도를 받고 있습니다. 러시아 입장에선 눈엣가시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어 고민하다가, 최근 우크라이나를 경유하지 않고 발트해(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앞바다)를 거쳐서 독일에 직접 가스를 공급하는 노르드스트림2라는 가스관을 건설했습니다.

가스 조달에 정권 명운 갈리는 유럽: 이제 우크라이나를 통해 가스를 공급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된 거죠. 그런데 독일이 이 새로운 가스관을 승인해주지 않고 있어서 러시아를 초조하게 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자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입김이 독일에 작용한 탓으로 보고, 유럽에 가스 공급을 줄여 압박을 가하는 것입니다. 러시아가 유럽에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문제를 두고 자꾸 변덕을 부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유럽은 천연가스 가격이 오르면 전기 요금이 크게 오르기 때문에 일부 국가에서는 가스 조달 문제만으로 정권의 지지율이 흔들리는 지경입니다. 유럽의 전기 요금 체계는 이러합니다. 우선 여러 발전소들이 경매를 통해 전기 공급 제안을 합니다. 저렴한 요금을 제안한 발전소의 전기부터 팔리기 시작하는데,  전기의 최종 공급 가격은 이중 가장 비싼 가격을 제시한 발전소의 해당 가격으로 맞춰집니다.

전기료 크게 올리는 유럽식 전기 경매: 이 경매 방식은 각 발전소들에게 어차피 순위 안에 들기만 하면 커트라인에 닿은 가장 비싼 가격으로 전기를 팔 수 있으니 순위 안에 들기 위해 최대한 낮은 가격으로 입찰하라는 압박을 줍니다. 그런데 전기 수요가 늘어나는 겨울철에는 천연가스 발전소들이 만드는 전기까지 사들이다 보니, 전체 전기 요금이 천연가스 발전소들이 제시한 비싼 가격으로 결정돼 전기료가 올라가는 문제가 생깁니다. 결론적으로 유럽의 전기 요금은 친환경 발전 등 다양한 발전 방식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제일 비싼 발전 방식인 천연가스 발전의 전기 요금이 그 달의 전기요금이 되는 것이죠. 천연가스 가격 상승이 유럽 전기 요금을 크게 끌어올리고 가정의 부담을 키우는 이유입니다.

떠오르는 편법 분양, 민간임대주택
오늘의 이슈

새로운 사실: 민간임대주택이라는 독특한 아파트가 최근 여러 규제의 구멍을 틈타 새로운 편법 분양 방식으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민간임대주택?: 민간임대주택은 건설사가 아파트를 분양할 때 한번에 분양하는 게 아니라 일단 10년간 보증부 월세로 살다가 10년 후에 분양 받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면 15억원가량의 분양가가 예상되는 아파트를 보증금 9억원에 월세 150만원 정도 조건으로 10년간 임대하는 것입니다. 임차인은 10년 후에는 15억원이라는 사전에 확정된 분양가에 그 집을 매입할 권리를 갖게 됩니다.

분양가 상한제는 피하고, 무주택은 유지: 이처럼 분양이 아닌 ‘임대’를 하면 건설사는 분양이 아니기 때문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습니다. 그래서 비싼 가격에 분양을 할 수 있고 임차인 입장에서는 사실상 내 집을 소유한 것이나 마찬가지지만 아직 분양을 받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무주택 상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보유세도 내지 않고 청약 통장도 유지할 수 있으며 좋은 조건으로 다른 주택을 분양받을 수도 있는 겁니다. 이렇게 급자와 수요자가 서로 니즈가 맞아서 공급되는 주택이 바로 민간임대주택입니다.

본질적으로는 10년 후 분양가가 확정되고 우선 분양 자격을 함께 제공하므로 사실상 외상으로 집을 산 것과 동일하지만, 규제의 사각지대인 관계로 임대주택으로 분류됩니다.

1~2억 프리미엄 붙는 임차인 자격: 실제로 이런 민간임대주택은 여러 장점 때문에 1~2억원가량의 프리미엄이 권리금조로 붙어서 거래됩니다. 프리미엄을 받고 임차인 자격을 사고 파는 것입니다. 건설회사 입장에서는 임차인이 바뀌더라도 같은 조건으로 보증금과 월세를 받고 10년 후 분양 잔금을 받으면 되는 일이니 별로 꺼릴 일이 아니죠.

헝다사태가 잠재운 중국 부동산 경기
오늘의 이슈

새로운 사실: 중국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잡기 위해 도입을 검토하던 부동산세(보유세)를 당초 계획보다 축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국의 부동산 시장이 부동산세 도입 없이도 조정 기미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경착륙을 걱정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실제로 중국의 주택 가격은 전달보다 하락했는데 중국의 집값이 월간으로 하락한 것은 6년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헝다사태가 뒤흔든 중국 부동산: 중국 부동산 시장이 흔들리는 것은 헝다그룹 등 부동산 개발사의 파산 가능성 때문입니다. 부동산 개발사들이 파산하면 중국의 소비자들은 아파트를 구매하지 않습니다. 중국은 선분양 방식이라 선불로 아파트 값을 받고 나중에 아파트를 지어주는 구조인데, 중간에 부동산 회사가 파산하면 아파트 값을 날리게 되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들이 아파트를 구매하지 않으면 부동산 회사들은 대부분 위험해집니다. 이런 저런 구조적인 문제가 불거지면서 중국의 경기가 급락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 요즘 일손을 구하기 힘든 식당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초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설문 대상의 과반이 넘는 음식점들이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한식당, 외국 음식점 등은 80%가 인력난을 호소했는데요. 기존 인력 상당수를 차지하던 외국인 근로자가 코로나 사태로 감소한 게 배경으로 꼽힙니다. 실제로 작년 외국인 취업 인원은 전년 대비 16만명 줄었습니다. 젊은층의 단기 노동 수요가 점차 식당 알바가 아닌 배달업에 쏠리고 있는 것도 작용했다고 합니다.

🗑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폐기물 처리 산업이 활기를 띄고 있습니다. 이들 업체는 작년 2년 연속 1조30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해 2018년에 비해 2000억원가량을 더 벌었습니다. 배달용 일회용품이나 각종 의료 폐기물이 늘어 일감이 많아진 덕입니다. 이들 기업에 대한 인수전도 활발해져 SK에코플랜트(옛 SK건설)는 작년 말부터 현재까지 2조원 가까이를 들여 폐기물 처리 업체 10곳을 인수했고, 건설사인 IS동서는 2곳의 폐기물 처리 업체를 5000억원에 사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