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출 줄었어도 해외서 들여온 돈 늘어난 이유?

💸 수출 줄었어도 해외서 들여온 돈 늘어난 이유?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달러 증가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위축되기 시작한 우리나라 경제 : 우리나라 경제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가 많은 이들의 관심사입니다. 경제가 변곡점에 도달했다는 신호가 다양하게 포착되기 때문인데요.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대표적인 지표인데, 인구는 2020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고 고령화 속도는 지금부터 더 빠르게 진행될 예정입니다. 생산과 소비의 주체인 인구가 감소하고 고령화된다는 것은 우리나라 경제가 위축되기 시작한다는 의미입니다.

인구가 감소하거나 고령화가 진행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닙니다. 다만 그 속도와 폭이 우리나라에서 유례없이 빠르기 때문에 경제 비관론이 번지고 자산가치에 대한 회의와 의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일본이 겪었던 잃어버린 30년을 우리도 겪게 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수출에 더 민감한 우리나라 경제 구조 : 그러나 이런 주제를 논할 때, 한 가지 생각해 봐야 할 점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경제는 수출에 영향을 받는 비중이 크다는 사실입니다. 고령화와 인구감소는 분명 부정적인 신호이지만, 주로 내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입니다. 우리나라 경제의 미래를 전망하기 위해서는 인구나 고령화 정도, 내수 소비의 변화보다는 수출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가 더 중요한 주제라는 의미입니다.

보통의 식당들은 식당 주변의 고객 분포와 그 고객군의 소득 변화가 매출과 직결되지만, 일부 소수 식당은 유명한 메뉴를 포장해서 전국에 택배로 판매하는 비중이 큰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 그 식당의 매출은 식당 주변의 인구가 감소하더라도 별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제 구조도 주로 포장 택배 매출이 많은 식당과 흡사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경제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부동산 가격이나 주가가 어떻게 될지를 전망하려면 우리나라 내수 경제에 영향을 주는 인구 규모나 고령화 속도보다는 우리나라의 수출 경쟁력이나 수출액에 더 민감한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달러 유입 규모도 중요해 : 수출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나라에 달러가 유입되는 원천이 되기 때문입니다. 달러가 넉넉하게 유입되는 한 환율은 안정될 것이고 환율이 안정적이라면 내수 경기의 침체는 다양한 통화 정책과 재정 정책으로 부양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수출의 변화, 더 큰 범주에서는 우리나라로 유입되는 달러의 규모는 생각보다 중요한 지표이자 신호입니다.

최근 들어 배당 수입 급증 : 이런 점에서 최근 우리나라의 수출이 1년 넘게 적자를 확대하고 있다는 뉴스(🔗관련 기사)는 매우 신경 쓰이는 뉴스입니다. 반면 해외로부터 들어오는 배당수입이 급증하고 있다는 뉴스(🔗관련 기사)는 수출 감소를 상쇄하는 새로운 요인이라는 점에서 매우 주목할 만합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무역수지는 1월부터 4월까지 250억 달러가 넘는 적자를 기록했는데 같은 기간 배당소득수지는 114억달러 흑자였습니다. 무역적자의 절반을 해외로부터 받는 배당소득이 상쇄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 배당소득의 정체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해외 주식에 투자해서 받은 배당이 아니라 수출 대기업들이 해외 자회사에 묻어둔 돈을 배당이라는 형식을 빌려 국내로 들여오고 있는 것(🔗관련 기사)입니다.

바뀐 세법 때문? : 그런데 이런 배당액의 유입은 작년까지는 거의 없었던 일입니다. 올해 들어 세법이 바뀌면서 배당액이 갑자기 늘어난 것인데요. 작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기업들은 해외 자회사에서 받은 배당을 이익으로 간주해 그 이익에 따른 법인세를 납부해야 했습니다. 이익이 생겼으면 세금을 내는 건 당연하지만, 기업들이 해외 자회사가 번 돈을 국내로 송금하지 않을 유인이 되곤 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로 그 돈이 배당되는 순간 그 돈은 우리나라 본사의 이익으로 잡히고, 그러면 우리나라의 높은 법인세율이 적용되어 과세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해외 자회사는 해외 과세당국에 법인세를 내야 합니다. 이 경우 해외에 낸 낮은 법인세를 국내 과세액에서 빼주지만, 국내 본사는 세금을 추가로 내야 했습니다. 그런데 해외 자회사로부터 받은 배당액은 다시 해외로 나갈 수도 있는 자금이므로 그동안은 괜히 우리나라로 들여왔다가 세금만 내고 다시 나가느니 그냥 두겠다는 판단을 바탕으로 해외에 묶어뒀던 것입니다.

그래서 실제로 우리나라 기업들이 해외 자회사를 통해 번 돈은 우리나라로 송금되지 않고 해외에 그냥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올해부터 세법이 바뀌어서(🔗관련 기사) 해외 자회사로부터 받은 배당금은 국내 본사의 이익으로 간주하지 않게 됐습니다. 해외에서 배당을 받아와도 이익으로 잡히지 않으니(정확히는 5%만 이익으로 잡힙니다.) 세금을 추가로 부담하지 않게 됐습니다. 그렇다면 기업 입장에선 일단 본사로 자금을 보내놨다가 해외 자회사에 돈이 필요할 때 보내는 게 유리한 결정이 된 겁니다. (해외에 보관된 자금은 그 나라의 상황에 따라 불안해질 수도 있으니까요.)

다른 나라들도 과세체계 바꿔 : 이런 과세체계의 변화는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법인세 제도는 나라마다 달라서 해외에서 번 돈에 대한 법인세를 해외에 내고 오라는 원천지주의와 해외에서 벌었든 어디에서 벌었든 법인은 국내 법인이니 국내에 내라는 거주지주의로 나뉘어(🔗관련 기사) 있는데요. 우리나라는 비교적 소수의 국가가 채택한 거주지주의를 선택하고 있었으나 해외 자회사가 번 돈이 국내로 유입되지 않는 문제가 있어서 제도를 바꾼 것입니다. 미국과 일본도 유사한 이유로 세법을 바꿨습니다.

수출에 문제가 생길수록 해외의 자금을 우리나라로 끌어오는 일이 더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일본의 자금을 끌어오기 위한 엔화 표시 외평채 발행 뉴스(🔗관련 기사)도 넓게 보면 그런 의미가 있습니다. 6월 무역수지가 흑자로 돌아섰다는 뉴스(🔗관련 기사)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하면 그 의미가 좀 더 실감 나게 다가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