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일본 증시, 30%나 상승한 이유?

🇯🇵 올해 일본 증시, 30%나 상승한 이유?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주식 그래프와 엔화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올 들어 30% 상승한 일본 증시 : 올해 들어 일본 증시(🔗관련 사이트)는 30%가량 올랐습니다. 미리 투자했다면 좋았겠다는 후회가 생기는 동시에 지금이라도 투자하는 게 괜찮을지 매우 궁금해질 시점입니다. 

한 달 전쯤에만 투자했더라도 니케이 지수의 수익률은 약 10% 됐겠습니다만, 한가지 위안이 있다면 일본 엔화의 가치도 한 달 동안 약 10% 정도 하락했습니다. 그러니까 작년 연말 무렵부터 일본 증시에 투자한 투자자 중에 엔화 하락에 대비하는 헤지를 하지 않은 경우는 현재까지 약 20%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물가 상승에서부터 예견됐던 일 : 돌이켜보면 아마 이 뉴스(🔗관련 기사)가 일본 증시 상승을 예고했던 것 같습니다. 일본의 소비자 물가가 14개월째 오르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그 상승 폭이 무려 40년 만에 가장 높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당시 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어서가 아니라 원자재 가격이 비싸진 탓에 물가가 올랐다고 봤습니다. 이에 금리를 올리는 등 적극적인 대응으로 물가를 낮추는 시도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이같은 신중한 대응이 더 반가웠을 것입니다. 금리인상으로 주가 상승을 막는 브레이크가 당분간은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일본 물가가 오르는 것이 일본 경제의 근본적인 변화가 시작되는 첫 단계로 판단하기도 했을 겁니다.

금융 완화 정책 유지하겠단 일본 : 일본 통화당국의 입장은 지금도 마찬가지(🔗관련 뉴스)입니다. 당장 기준금리를 올리는 시도는 하지 않겠지만, 일본의 장기 국채금리를 억지로 누르는 정책은 계속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약간의 변화를 암시한 정도였죠. 

기업들도 제품 가격 올리기 시작해 : 사실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들의 물가가 오르고 있지만 일본의 물가가 오른다는 것은 조금 다른 의미일 수 있습니다. 일본에선 그동안 물가가 오를 만한 핑계는 수십 가지가 넘었어도 기업들이 제품 가격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가격을 올리면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고, 더 낮은 가격을 찾아 이동하니 가격 동결과 원가절감밖에는 답이 없었던 상황이었죠. 

그러나 최근에는 기업들이 원가 부담을 가격에 전가하기 시작했고 그게 먹혀들고 있습니다. 일본 경제에 변화가 오고 있다고 판단하는 투자자들에게는 이 작은 변화가 매우 도드라지게 다가옵니다.

경제는 결국 심리 : ‘경제는 결국 심리’라는 말이 오랫동안 사람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명제로 자리 잡아 온 것은 그 말이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물가도 오르기 시작하면 (미국처럼) 계속 쉽게 오르고, 안 오르는 상황이 계속되면 (일본처럼) 단돈 10원도 올리기 어렵습니다. 물가가 오르면서 임금 인상 요구도 자연스럽게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요구를 들어주는 게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되면서 소비자들도 주머니를 열고 물가를 다시 올릴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그런 흐름은 한번 시작되면 멈추기가 어려운 데요. 마찬가지로 한 번 멈추면 다시 시작하기도 매우 어렵습니다. 남들 다 춤추는 파티장에서 혼자 조용히 앉아있기도 어려운 일이고 남들이 다 앉아있는 조용한 도서관에서 혼자 춤을 추기 시작하기도 어려운 일인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일본은 지난 수십 년간 그 다시 시작하는 법을 잊어버린 상태로 시간을 보내왔습니다. 이후 물가가 오르든 임금이 오르든 그냥 분위기라도 오르든 <뭐라도> 변화가 생겨야 한다면서 이런저런 충격요법을 시도했던 것이 아베노믹스였죠. 

자사주 사들이는 일본 기업들 : 일본 증시 상승의  두 번째 이유쯤 되겠다 싶은 이 뉴스(🔗관련 기사)도 있습니다. 일본 도쿄 거래소가 주가가 낮은 기업들에 주가 부양 계획을 발표하라는 참 이상한 요구를 공개적으로 한 것입니다. 주가를 올리든 내리든 그건 투자자들이 알아서 할 일임에도 거래소가 나서서 으름장을 놓는 이례적인 사건은 옳고 그름을 떠나 뭐라도 변화가 생겨야 한다는 점에서는 끄덕거릴 만한 뉴스였습니다.

이런 게 일본의 독특한 특징인지는 몰라도 거래소의 이상한 요구에 대해 기업들이 화답하는 신기한 모습도 연출되고 있습니다. 일본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을 시작했는데 지난달 발표된 자사주 매입 규모는 역대 최대(🔗관련 기사)였습니다.

우리에게 가장 궁금한 질문인 일본 증시가 앞으로 더 오를 것인지 다시 이 정도 수준에서 멈출 것인지에 대한 힌트를 던지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일본 증시 상승에 대해 다소 비관적인 전문가들은 일본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에 대해 이렇게 분석하고 있습니다.

“주가를 올리려면 설비투자를 하고 신규사업을 시작하는 등 생산적인 곳에 돈을 써야 한다. 그런데 당장 어디에 투자해야 할지 판단이 안 서는 기업들이 주가 부양 분위기에는 동참해야 할 것 같아 다들 자사주를 사들이는 데 돈을 쓴다. 이게 일본의 한계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설비투자보다 자사주 매입이 주가 상승에 더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이 지적이 일본 주식을 뒤따라 사서는 안 되는 이유인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따라가야 하는 이유인지는 헷갈리는 상황입니다.

주가 상승이 반가운 일본 : 주가가 오른다는 것은 그냥 투기판이 벌어졌다는 것과는 조금 다릅니다. 주가에 거품이 끼기 시작하면 그 자체로는 투기판일 수도 있지만, 그런 분위기는 스타트업을 상장시켜서 돈을 벌어보려는 탐욕을 자극하고 실제 스타트업의 통장에 돈이 들어가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그런 일이 자주 생기면 창업이 늘어나고 고용도 늘어나는 선순환이 생기기도 합니다. <뭐라도> 해야 하는 일본 경제의 입장에서는 주가 상승이 매우 반가운 일임은 틀림없습니다. 이 칼럼(🔗관련 기사)은 그런 점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일본 중앙은행이 계속 제로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관련 기사)하는 것도 이런 변화가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강한 바람이 반영된 결과일 것입니다. 

유일한 고민은 엔저 : 이런 상황에서 딱 한 가지 고민거리는 일본 엔화 가치가 계속 하락한다는 점입니다. 일본 주식에 투자하려고 몰려드는 해외 투자자들보다 일본의 낮은 금리로는 더 이상 채권 투자가 이롭지 않고, 앞으로 금리가 올라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을 볼 때 제로금리라고 적혀있는 채권을 지금 사는 것은 나쁜 판단이라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 모든 나라들이 금리를 올려놓은 상황에서 일본만 제로금리를 유지하는 정책을 펴다 생긴 결과입니다.

이례적으로 낮아진 엔화 가치를 바라보면서 일본 여행을 계획하는 소비자들이나 엔화 상승을 점치는 투자자들은 엔화를 미리 사둬야 하는 것인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 고민은 엔화 예금에 돈을 묻어두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죠(🔗관련 기사). 

일본 주식에 지금이라도 투자하기로 마음먹은 투자자들도 적지 않은데요. 이들을 겨냥해 일본 증시 ETF 상품을 준비한 금융회사들은 엔화 환율 변동이 수익률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미리 헤지해둔 ETF로 소비자들을 설득(🔗관련 기사)하고 있습니다. 

한편 국산차의 품질이 좋아지면서 애를 먹고 있는 수입차 시장에서는 일본차들이 최근 이례적인 선전(🔗관련 기사)을 하고 있습니다. 낮아진 엔화 가치를 반영한 가격경쟁력이 가장 강력한 무기죠. 여행 시장에서도, 자동차 시장에서도 일본과 경쟁해야 하는 한국 입장에서는 엔화 약세가 악재입니다. 내수 소비가 아쉬운 상황에서 고소득자들의 지갑은 국내보다 일본에서 더 자주 열리고 있는 상황(🔗관련 기사)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