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 위기 새 진앙은 ‘상업용 부동산’?

매일 국내 주식 흐름을 정리해드리는 리멤버 ‘증시 브리핑’은 여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 👉(클릭)

🚨 금융 위기 새 진앙은 ‘상업용 부동산’?

각국 중소형 은행발(發) 금융 위기의 진앙이 이번엔 ‘상업용 부동산’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습니다. 중소형 은행들이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최근 공실률이 치솟으며 이 부동산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파이낸셜타임스 등 세계적 경제 저널들이 잇따라 “다음 뇌관은 상업용 부동산이 될 수 있다”고 최근 보도했습니다(🔗관련 기사, 관련 기사).

실제로 2019년 이후 미국 상위 25개 시장의 공실률이 모두 올랐습니다. 코로나 거리두기 여파는 물론 금리 상승으로 차입 비용이 늘면서인데요. 공실률이 늘면서 부동산 가치가 급락 중입니다. 직격탄은 여기에 대출을 내준 중소형 은행들이 받게 됩니다. 미국의 이 분야 대출 규모는 약 7282조원인데, 이중 70%가 소규모 지역 은행들이 맡고 있습니다. 이 은행들 전체 대출의 40%가 넘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이들이 차후 이 분야 대출을 줄이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더욱 얼어붙게 됩니다.

이동윤
신한금융그룹 해외부동산투자 수석매니저

2년 동안 손실 더 커질 수도

갑작스런 금리 인상이 결국 경기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특히 상업용 부동산은 코로나 이후 인구 이동 제약과 유연 근무 확산으로 임차 수요가 급격히 감소했습니다. 때문에 상업용 부동산의 핵심인 안정적 현금 창출에 제약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금리 인상으로 금융비 부담이 커지며 거래 건수마저 주춤이죠. 상업용 부동산의 자산 가치 하락, 조정이 불가피해진 겁니다.

실제 미국 등 주요 선진국 도시에선 재작년부터 호텔 등 오피스 자산의 임대 수입이 하락했습니다. 주요 임차인의 계약 해지로 기존 대출의 이자 납입마저 감당하기 어려워졌죠. 채무불이행 사례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런 자산에 대출을 내준 금융 기관마저 이자는 물론 심지어 원금 회수까지 못하는 경우도 늘었습니다. 자산 가치 하락이 뻔하다 보니 담보권 실행을 통한 대출금 회수 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죠. 결국 은행, 투자자의 손실만 커져가고 있는 겁니다.

특히 미국 지역 은행이나 저축은행은 대형 은행의 기준에 미치지 못한, 상대적으로 열위한 자산에 대출, 투자를 해왔습니다. 갑작스러운 시장 조정으로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는 건데요. 지난 143년 동안 17개 선진국에서 단기 금리를 1% 올릴 경우 2년 뒤 6.3%의 집값 하락이 있었다는 연구 결과를 보면, 향후 2년 동안 상업용 부동산의 가치 하락으로 인한 은행, 주요 금융 투자사들의 손실은 더 커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물론 저가 매수를 통해 이익을 추구하면서 장기적 관점에서는 손실을 극복할 수도 있겠지만, 단기적으로는 꽤 문제가 심각해 보입니다.

류상철
한국은행 국장

금리 민감한 모든 자산이 뇌관

기사에선 금융 위기의 새 뇌관으로 상업용 부동산을 지목하고 있고, 일론 머스크는 한술 더 떠 주거용 부동산도 이 뇌관에 새로 추가해야 한다고 하네요. 사실 금융 기관이 투자한 자산 중 금리에 민감한 모든 자산은 뇌관이 될 수 있습니다. 각국 금리가 급격히 인상되면서 부동산·주식·채권, 이들 자산을 기초로 만들어진 유동화 증권·파생 상품 등 수많은 자산의 가격이 급락했고, 이들 자산에 투자한 금융 기관은 큰 손실을 입었을 겁니다.

헌데 이런 손실에도 금융 기관의 자본·유동성 비율이 양호한 편인데요. 이건 이 자산의 손실이 회계상 평가손실로 안 잡히기 때문인 듯 합니다. 때문에  각국 감독 당국은 금리 민감 자산에 관련된 자국 금융 기관의 노출도와 잠재 손실 규모를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위기에 선제 대응해야 하니까요. 만기불일치*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금융기관 영업의 특성상, SVB 사태처럼 이들 자산의 잠재 손실은 언제든 현실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번 금융 불안을 통해 그간 만연했던 초저금리와 과잉 유동성의 문제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네요.

📌 만기불일치 : 대출 기관이 만기 연장을 해주지 않고 단기 부채 상환을 요구했을 때 생기는 유동성 문제

노지현
NICE신용평가 수석연구원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닙니다

2017년 이후 부동산 가격 상승세와 증권사·여신전문금융회사 등 비은행권의 수익성 제고 노력으로 인해, 우리나라도 부동산 관련 기업 대출이 크게 확대됐습니다. 비교해보자면, 은행의 부동산 대출은 아파트 등 주거용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면, 비은행권은 상업용 부동산을 중심으로 대출이 구성돼 있어요. 

만약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 부동산 관련 금융 위기가 생기면, 국내 금융 기관들의 부동산 관련 대출 취급 기피 행태가 적극 확산될 전망입니다. 이게 유동성 부족으로 이어져 정상적인 PF 사업장이나 우량 건설사까지 부실화할 수 있겠죠. 특히 상업용 부동산 대출은 자본력이 은행보다 상대적으로 약한 비은행권에 집중돼 있으니, 상대적으로 작은 충격에도 국내 금융 시스템 안정에 위협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강종구
한국은행 국장

일부 위험이 큰 위기로 번지지 않게 하려면

미국 상업용 부동산 문제는 요인이 다양합니다. 

1️⃣ 사무실·매장 수요 감소 : 재택근무 등 비대면 근무 활성화로 사무실 수요가 감소하고, 배달이 활성화되면서 매장 공간 니즈도 줄었습니다. 여기에 최근 기술 기업들의 업황 부진이 가세했습니다.

2️⃣ 금리 변동 위험이 큰 상업용 부동산 : 주담대는 30년 고정금리 모기지 대출이 90% 이상입니다. 때문에 집값은 금리에 큰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허나 상업용 부동산 담보 대출은 금리 변동 위험 노출 정도가 높습니다. 

3️⃣ 중소형 은행의 유동성 문제 : SVB 파산 이후 예금 이탈로 지방 은행들은 유동성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지방 은행들은 상업용 부동산 신용 공급을 줄이고 있습니다. 때문에 상업용 부동산 가격 하락세가 커지고 있어요. 이게 부메랑처럼 돌아와 지방 은행의 부실 위험을 또 키울 수 있습니다. 이 악순환을 단절하려면 지방 중소형 은행에 유동성을 지원해야 할 겁니다. 정책 당국은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대형 은행뿐 아니라 중소형 은행의 유동성 위험도 사전에 차단하면서 일부 금융 시장 불안정이 전반으로 퍼지는 걸 막을 수 있습니다.

김성순
단국대학교 무역학과 명예교수

비은행권 위험 대책 마련에 그나마 안심

치솟는 금리는 비싼 대가를 요구한다는 교훈을 우리에게 주고 있네요. 한국 역시 PF를 둘러싼 금융 불안이 상당합니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로 상업용 부동산 시장 상황이 나빠져 부동산 가치가 떨어지면 상당한 대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소 은행의 담보물 가치가 하락됩니다. 그럼 재무상태가 악화되고 이로 인한 대출 규모 감소는 유동성 불안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특히 수도권 부동산보다 비수도권 부동산 침체가 더욱 심각합니다. 다행히 최근 부동산 하락세가 둔화되고 있으며, 정부가 비은행권 부실 위험 대책도 지속적으로 마련하고 있으니 그 영향은 제한적일 거라 조심스레 예측해 봅니다.

🏧 잇단 위기에 은행 예금 이탈 시작!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미국에서 ‘탈(脫)은행’ 움직임이 일고 있단 소식입니다. 은행 예금마저 더이상 안전치 않다는 불안 심리에 수익이 더 높으면서도 더욱 안전한 투자처로 예금이 빠져나가고 있는 겁니다. 일단 전통적 안전 자산인 금에 투자 수요가 집중되며 금값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 중이고, 머니마켓펀드(MMF)*로도 자금이 몰리고 있습니다. 이달만(23일까지) 약 372조원 가까이가 미국 MMF로 들어갔다고 합니다. 월간 기준으로 2020년 4월 이후 최대 규모입니다(🔗관련 기사). 

이에 은행들의 ‘이지 머니(easy money)’도 감소했습니다. 대표적 이지 머니인 무이자 예금은 코로나 이후 전체 예금의 30%대까지 급증했다가 최근 20%대로 떨어졌습니다. 특히 중소 은행이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대형 은행 예금은 증가한 반면 중소 은행은 줄었습니다.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은행은 이지 머니가 감소하면 자금 조달 비용이 커져 재정 부담이 더욱 커집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이들 은행이 수십억달러의 비용을 들여 이자를 높여줘야 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 MMF : 단기 미국 국채 등 위험도가 크게 낮은 투자처에 돈을 맡겨 수익을 내는 단기 금융 상품. 안전 자산임에도 최근 이어진 금리 인상으로 수익률이 많이 올라 수시입출금식 은행 예금보다는 이자가 높은 상태. 은행 예금처럼 입·출금이 비교적 자유롭다는 장점도 있음

강종구
한국은행 국장

MMF 투자 증가에 숨은 ‘진짜’ 의미들

MMF는 초단기 국채·기업어음(CP)·양도성예금증서(CD) 등 현금성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입니다. 만기가 매우 짧고 비교적 안정성이 높은 자산에 속하는데요. MMF 투자 증가는 곧 투자자가 운용하는 자금의 만기가 상당히 짧아졌고, 안전 자산 선호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투자자들이 단기 투자를 선호하면 어떻게 될까요? 금융기관 입장에선 조달한 자금의 만기가 짧아지게 됩니다. 이는 곧 금융 기관 조달 자금과 고객에 빌려준 자금 사이 만기가 일치하지 않는 만기불일치 위험이 커집니다. 그 상황에서 금융 기관에 단기로 자금이 계속 조달되지 않으면 유동성 위험이 발생하게 됩니다. 

또한 장기 운용 자금 금리는 변동이 없는데, 단기 조달 자금 금리는 수시로 바뀌므로 금리 변동에 따른 위험 역시 커집니다. 기업의 입장에서도 위험합니다. 조달 자금 만기의 단기화가 자금 조달의 안정성을 낮추고, 장기 투자 축소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안전 자산 선호 현상이 심화되는 것 역시 문제입니다. 안전 자산 선호가 높아지면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부문은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신용 위험이 확대됩니다. 이는 또 안전 자산 선호 현상을 더 강화시켜 해당 문제가 더 심화됩니다.

류상철
한국은행 국장

과연 MMF라고 안전할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1️⃣ MMF는 예금자 보호 대상이 아닙니다. 은행은 혹시 파산하더라도 예금보험공사 등이 은행 대신 예금을 지급해줍니다. 하지만 MMF는 그렇지 않습니다. 최악의 경우 돈을 한 푼도 못 돌려받는단 얘깁니다.

2️⃣ MMF는 중앙은행의 유동성 지원 대상도 아닙니다.

3️⃣ MMF는 채권 등 시장성 자산에 투자합니다. 때문에 시장 가격 변동에 민감합니다. 예금보다 가격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의미입니다.

4️⃣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도 MMF 환매로 인해 악화된 바 있습니다. 

양주경
키움투자자산운용 글로벌채권팀 부장

경기 침체 가속화될까 우려스러워요

은행 예금이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MMF로 흘러가는 움직임 자체는 자연스럽습니다. 다만, 경기 침체를 가속시킬 수 있어 우려됩니다. 은행은 예금을 활용해 대출해줌으로써 시스템 내 신용을 창출하는 효과가 있는데요. MMF는 신용 창출 기능이 없기 때문에 경제의 총수요를 감소시켜 결국 경제를 더 둔화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금리 인상 사이클도 아직 안 끝났습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FOMC 연설에서 올해 금리 인하는 없다고 밝혔는데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SVB 사태로 인한 신용 경색도 금리 인상과 비슷한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이미 은행의 대출이 줄어들 수 있고, 경기 둔화가 가속화될 거란 심리는 시장에 반영되고 있습니다. 통화 정책에 민감한 단기 금리가 장기 금리보다 더 큰 폭으로 하락하며 수익률 커브가 가팔라진 상황이 최근 MMF로의 자금 쏠림 현상과 맞물려 있는 것 같습니다.

김성순
단국대학교 무역학과 명예교수

한국은 우려할 상황 아냐

단기 투자 선호 현상은 장기 투자를 저해시켜 결과적으로 자본 시장의 경색과 경기 침체로 이어질 우려가 있습니다. 다만, 한국은 우려할 상황이 아닙니다. 한국 저축은행들도 자금 이탈 현상을 겪고 있긴 하지만, 미국과 같은 금융 불안에서 기인한 현상은 아닙니다. 저축은행들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대출 영업 자체를 축소한 여파입니다. 더 이상 수신금리 경쟁을 통해 자금을 확보할 필요가 없어져 예금 금리가 하락했고, 자연스럽게 저축은행에 머물던 예금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상호금융권으로 이동했습니다. 다만, 지방 중소은행엔 PF 대출 등과 관련된 부실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관리·감독과 대비책이 필요합니다.

매일 국내 주식 흐름을 정리해드리는 리멤버 ‘증시 브리핑’은 여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