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VB가 끝내 긴축 완화 부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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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VB가 끝내 긴축 완화 부른다고?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를 기점으로 긴축 완화론이 점차 확산하고 있습니다. 그간 긴축에 열 올리던 연준이 피해 예금 보전을 위한 유동성 지원에 나섰기 때문인데요(🔗관련 기사). 돈줄을 죄던 연준이 돈을 풀자 시장 기대가 커지는 겁니다. 기준금리 변동에 민감한 미국 국채금리부터 반응 중입니다.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1987년 블랙먼데이* 이후 36년 만에 0.5%p 넘게 급락했습니다. 10년물도 마찬가지로 하락했습니다. 파산 사태로 안전자산인 채권 선호도가 올라간 데다(채권 가격이 오르면 반비례 관계인 금리는 내려갑니다) 연준이 금리를 크게는 못 올릴 거란, 심지어 내리리란 기대까지 섞이며 나타난 현상입니다(🔗관련 기사).

다음주 21~22일로 잡힌 FOMC에서도 연준이 기정사실처럼 여겨지던 빅스텝 대신 베이비스텝을 밟거나 동결할 거란 전문가 예측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채권 정보 기반 기준금리 예측으로 유명한 시카고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이번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은 한주 전 0%에서 13일 35%까지 올랐습니다. 심지어 노무라증권은 “금융 안정성 위험에 대응해 연준이 3월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보고서를 냈습니다(🔗관련 기사).

📌 블랙먼데이 : 1987년 10월 19일의 주가 대폭락 사건을 가리키는 말. 이날 미국 대표 주가 지수인 다우존스 지수가 하루만에 역대 최대인 22.6%나 하락. 이전 주가 회복에 2년이 걸림

나승두
SK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위원

외국인들은 벌써 긴축 완화 쪽에 베팅?

미국 국채금리는 빠르게 하락했지만, 증시는 생각보다 큰 변동이 없었어요. 전반적인 투자자들은 아직 확신이 없단 얘기겠죠. 한편 우리나라 증시는 오히려 낙폭이 컸습니다. 당일 환율 변동도 딱히 크지 않았는데 외국인들이 선제적으로 순매도에 나섰다는 점에 주목이 되는데요. 향후 한미 간 금리차가 예상보다 더 커지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환율이 지금이야 반등하는 추세지만 더 오르지는 않겠다. 환차익도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 같구나’ 하면서 한국 증시를 이탈했을 수 있단 얘깁니다.

노지현
NICE신용평가 수석연구원

저금리 채권 샀던 금융 기관들도 피해!

당분간 빅스텝, 자이언트스텝 등 공격적 금리 인상은 어려울 듯 해요. 급격한 금리 인상 부작용이 나타났기 때문이죠. 비단 SVB 사태뿐만이 아닙니다. 저금리 시절 채권을 구매한 금융 기관은 금리가 오른 후 대부분 미실현 손실을 입었습니다. (미실현 손실은 채권 가격이 액면가 이하로 떨어졌지만, 아직 팔지 않아 손실이 현실화하지는 않은 걸 말합니다.) 하지만 유동성을 확보해야해 자산을 매각하게 된다면 이 손실은 언제든 실현될 수 있죠. 연준이 금리 인상에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게 된 겁니다.

다만, 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미국의 기준금리는 물가에 달려있습니다. 이번 SVB 사태가 물가 상승 둔화에도 영향을 미친다면 기준금리 인상 폭은 둔화될 겁니다. 하지만 물가가 지속 상승한다면 연준은 결국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을 겁니다.

김성순
단국대학교 무역학과 명예교수

안전자산 선호도가 올라가는 데도 주목해야

중소 은행들의 대량 예금 인출, 연쇄 파산 우려가 남아있어, 당국 대처로 급한 불은 껐더라도 앞으로 금융 시장 불안과 변동성은 커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정확한 에측은 어렵겠지만 연준은 정황상 기준금리 인상을 더이상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번 사태는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던 국채 가격이 폭락하면서 시작됐어요. 이 폭락의 원인은 기준금리 인상이었고요. 연준은 인플레 파이터이기도 하지만 금융 안정을 위한 소방수 역할도 해야합니다. 

한편 이번 사태로 안전자산 선호도가 올라가고 있다는 데도 주목해야 합니다. 환율에 문제가 없는데도 벌써 증시에서 외국인 순매도가 나타나고 있어요. 이렇게 위험을 회피해 외국 자본이 한국 증시를 이탈하게 되면 (기준금리 격차가 더 벌어지지 않아도) 환율이 재차 상승할 수 있습니다.

강종구
한국은행 국장

💪 물가 안정 위한 꺾이지 않는 마음

이번에 미국 정부가 비보험 대상자까지 예금을 보장하겠다는 건 금융 안정을 위해 매우 적극적 노력을 하겠다는 의미입니다. 향후에도 미국 정부는 금융 부실 확산 방지를 위해 상당히 적극적인 노력을 할 것 같아요. (2008년 금융 위기가 리먼브라더스 파산을 잘 관리하지 못하면서 발생했죠. 이후 엄청난 비용을 지불했기에 미국 정부는 금융 안정 중요성을 매우 중시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적극 노력한다면 금융 부실이 일부 영역에 그치고 광범위 확산하지 않게 됩니다. 소비자, 기업 경제 활동은 정상 유지될 거란 거죠. 그럼 현재의 높은 물가 상승률도 계속 유지됨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연준은 금리를 계속 올릴 수밖에 없을 겁니다. 다만 일시적으로 금융 시장 불안을 잠재우려 금리 인상 시기, 폭은 조절할 걸로 보입니다. 금리 인상을 서두르진 않을 것이나 그렇다고 포기하진 않을 거란 얘기죠. 물가 안정에 매우 긴 시간이 걸리고, 고금리도 상당 기간 길게 이어질 수도 있단 뜻이 됩니다. 

한편 이번 사태를 두고 일각에서 은행에 구제 금융을 지원하면 모럴 해저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합니다. 그러나 과도한 우려 같습니다. 은행의 주인인 주주는 이미 주가 하락을 당했죠. 이로써 부실 경영 책임을 부담한 걸로 볼 수 있습니다. 예금 인출 러시는 예금자들이 지나치게 군집 행태를 나타내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죠. 이런 군집 행위에 의한 은행 피해는 정부가 공익 차원에서 지원 가능한 사안입니다.

류상철
한국은행 국장

당장은 절충하겠지만 고삐는 안 풀 것

이번 사태의 근원은 과잉 유동성입니다. 1980년대 이후 금융 자유화와 세계화로 촉발된 과잉 유동성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낳았습니다. 헌데 미국은 더 많은 유동성을 쏟아부어 위기를 덮어버렸죠.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다시 천문학적 유동성을 퍼부어 금융 시장에는 돈이 너무 넘쳐나게 됐습니다. 필연적이게도 과도한 인플레가 나타나자 연준은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썰물처럼 과잉 유동성이 빠져나간 자리에 벌거벗은 채 남겨진 게 바로 현재의 금융 시장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금융 기관이 줄도산하며 금융 시스템 위험은 높아졌는데, 금융 시장의 자산 가격은 오르고 있습니다. 시장은 금리에 반응하는데, 연준이 금융 안정을 위해 금리를 내릴 걸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연준이 금리를 과감히 올리긴 쉽지 않을 겁니다. 아마 절충점으로서 베이비스텝을 밟을 것 같아요. 허나 연준은 더 근원적인 금융 시스템의 안정을 사수할 목표가 있습니다. 이번 사태로 미국 금융 시스템 약점이 또 한번 노출된 만큼 과감히 환부를 도려낼 필요가 있어요. 그러려면 유동성 고삐를 풀면 안 됩니다.

🌆 없어서 못 팔던 ‘강남 쪽방’, 이제 찬밥 된 이유?

초소형 아파트 인기가 시들해졌다는 소식입니다. 대개 방 1~2개와 욕실 하나로 이뤄진 40㎡ 이하 아파트를 초소형으로 분류합니다. 소형 평형을 의무 공급하게 한 서울시 규제로 인해 2000년대 초 공급되면서 당시엔 ‘강남 쪽방’으로 많이 불렸습니다. 2010년대 들어 1인 가구 급증으로 몸값이 훌쩍 뛰었었는데, 요즘엔 다시 수요가 줄었다네요. 서울 잠실 리센츠의 초소형 아파트는 1년 사이 매도 호가를 2억원이나 내렸는데도 찾는 이들이 없다고 합니다. 분양 시장에서도 인기가 시들해졌다는데요(🔗관련 기사).

원인으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가 꼽힙니다. 이 구역에서 대지면적 6㎡ 넘는 집을 사려면 구청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갭 투자자는 허가를 받을 수 없다는 불리함이 있습니다. 금리 상승으로 임대 수익 매력도가 낮아졌다는 점도 초소형 아파트 인기 하락에 영향을 미친 듯 합니다.

이동윤
신한금융그룹 해외부동산투자 수석매니저

가성비 떨어지는 초소형 아파트

재택근무가 트렌드로 자리 잡히면서 집에 머무는 시간이 이전보다 늘어난 점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덕분에 집이 단순히 머무는 데가 아닌 진정한 휴식과 취미, 업무 공간으로 확장됐죠. 집 크기가 예전보다 더 중요해졌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초소형 주택의 수요는 더 줄어들었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보통 오피스텔은 잠시 거쳐 가는 곳으로 인식되고, 아파트는 정착을 위한 공간으로 여기는데요. 비슷한 맥락에서 초소형보단 더 넓은 평형의 아파트를 선호하지 않을까 싶네요.

물론 앞으로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초소형 주택 수요는 꾸준히 있을 겁니다. 그러나 수요층 대부분 아파트보단 오피스텔을 선호할 거예요. 지금 같은 주택 거래 조정기엔 가성비를 안 따질 수가 없는데, 아파트보단 오피스텔 가성비가 좋으니까요. 임대 수익 역시 고려해야할 대목입니다. 서울 주요 지역 내 초소형 아파트 매입으로써 실현 가능한 임대 소득과 자본 소득(시세 차익)은 정기 예금 이자보다 낮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 지방 스타트업 생태계 키우기 나선 대기업

혹시 ‘남방 한계선’이란 말 들어보셨나요? 군사 분계선 이야기가 아닙니다. 서울 이남 특정 지역 밑으로 가면 사람을 뽑기 힘들다는 뜻의 취업 분야 은어입니다. 수도권으로만 인재와 인프라가 집중돼 있기 때문에 나온 말인데요. 스타트업도 예외는 아닙니다. 특히 벤처캐피털 같은 투자 네트워크가 수도권에 몰린 탓에 스타트업도 수도권 집중 현상이 매우 심한 편입니다. 업력 3년 미만 스타트업의 70% 이상이 수도권에 있는데요. 이에 최근 포스코와 삼성 등 대기업들이 지방 스타트업 생태계 키우기에 나섰다는 소식입니다(🔗관련 기사). 판로 지원, 투자 연계뿐 아니라 시제품 제작 지원 등 다양한 도움을 제공한다네요.

나승두
SK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위원

⛰️ 지방 창업 활성화 위해 넘을 3가지 산

대기업들이 지방 창업 생태계를 육성한다? 이 자체는 꽤 고무적이고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만, 지원책 자체를 얼마나 유지해낼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지방 창업 활성화를 위해 넘어야할 3가지 산이 있습니다. 가장 큰 산이자 첫번째 산이 ‘인력 유치’입니다. 인재들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은 물론 일부 대기업도 인력 유치에 난항을 겪는 게 현실입니다. 헌데 이제 막 창업한 스타트업이 지방에서 원하는 인력을 채용한다? 이건 사실상 ‘하늘의 별 따기’와 같습니다.

두번째 산은 ‘주변 인프라’입니다. 지역 균형 발전을 논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수도권으로 몰려가는 이유는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지방 대도시라 해도 수도권보다 편의 시설 등이 부족하죠. 마지막 산은 정부, 지자체의 지원입니다. 금리 인상으로 스타트업의 자체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상황이죠. 설상가상 정부에서 스타트업 육성차 벤처캐피털(VC)에 출자하는 모태펀드 출자금도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요.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파격적 창업 지원이 약속된다면 지방에서도 창업 열기가 뜨거워질 수 있을 겁니다.

손기정
리테일테크 스타트업 지오코리아 대표

말뿐인 지원으로 그쳐선 안 됩니다

대기업의 스타트업 지원 사업은 인프라가 부족한 지방에 새로운 기술과 일자리를 가져다줄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전에 당장 부족한 인프라와 인력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해당 지역에 적절한 시장이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어 이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해야 합니다.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지역 내 대학이나 연구소 등과 협력해 인력을 구하고, 대기업은 직접적으로 기술 지도를 하는 겁니다. 이로써 지역 내 작은 기업들이 뿌리를 내리면 실제 효과가 날 겁니다.

말뿐인 투자로 그치지 않기 위해 아래와 같은 방향성도 설정하면 좋습니다. 

1️⃣ 지역 내 외부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 전략 수립
2️⃣ 스타트업 제품과 서비스를 해당 지역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시장에 공급
3️⃣ 지역 내 공공기관, 대학교 등과의 네트워킹. 이를 통한 지역 내 인프라 개선, 기술 지원
4️⃣ 적극적 R&D 활동과 이를 위한 인력, 예산 지원
5️⃣ 지역 내 유망한 인재풀 활용. 취업하고 싶은 ‘기업’ 만들기

강승희
퀀트 트레이딩 스타트업 Teyvat Labs 대표

직원에 돌아갈 혜택도 탄탄히 설계해야

판교와 같은 서울 근교 신도시가 좋은 기업 유치를 위해 노력 중인 현실이 떠오릅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제주도로 본사를 이전했던 것도 생각나네요. 그런데… 과연 다음의 본사 이전이 제주도를 IT 도시로 바꿀 수 있었을까요? 결국 사업을 할 때 가장 필요한 건 시장입니다. 인구가 적은 지방은 시장 사이즈 자체가 작다는 한계가 있지 않았을까요. 그 연장선상에서 인력 유치 역시 쉽지 않겠죠. 

하지만 기사에 나온 이번 사례들은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개발 지원 등 기업이 받을 인센티브뿐 아니라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돌아갈 혜택까지 잘 설계한 것 같습니다. 각종 휴식·편의 공간 지원 등을 통해 가성비 좋고 워라밸 좋은 직장을 만들기 위해 고민한 것이죠. 이처럼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탄탄히 설계한 다음, 교통이 편리한 KTX 역과 인접한 도시에서부터 시작한다면 효과가 클 듯 합니다. 이건 좀 응원하고 싶네요!

이준희
법무법인(유) 율촌 파트너 변호사·e-Biz & Fintech Team Lead

이번엔 좀 다를 것 같습니다

사실 오래 전부터 여러 지자체가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추진해 왔습니다. 지역 경제 활성화와 청년 창업 진흥을 위한 노력이라는 의미가 컸는데요. 결과적으로 실제 스타트업 생태계 부족이라는 문제를 해결하진 못했습니다. 일부 기업은 본사 주소와 형식적인 사무실만 지방에 두고, 실제 주요 사업은 수도권 거점에서 벌이기도 했으니까요. 지역 고용 확대와 경제 살리기라는 해당 프로그램 취지 자체가 퇴색됐던 거죠.

다만, 이번 기사 속 사례들은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실제 대기업과의 협업이나 제휴 등을 통해 스타트업이 육성되고, 해당 기업들이 현지에서 사업을 영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기업의 지원을 바탕으로 스타트업이 육성되고, 지역 내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 발전이라는 선순환이 이뤄지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