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만간 회사에서 아주 중요한 전화가 올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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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만간 회사에서 아주 중요한 전화가 올 이유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곧 아주 중요한 전화가 걸려올 겁니다 : 퇴직연금(DC형) 상품에 가입한 직장 근로자들은 아마도 조만간 회사로부터 이런 전화를 받게 될 겁니다. (퇴직연금의 두 갈래인 DC형, DB형에 대한 설명은 뒷 문단에 해놓겠습니다.) “퇴직연금에 디폴트 옵션이란 제도가 생겨 옵션을 선택하셔야 합니다. 그와 관련해 간단히 서류를 작성해 주셔야겠습니다” 자영업자나 공무원 등 민간 직장에 다니는 분들이 아니더라도, IRP 계좌를 개인적으로 만들어 갖고 있다면 금융 회사에서 비슷한 전화나 문자를 받으실 수도 있습니다.

외부에서 걸려온 전화는 (내가 필요해서 한 통화가 아니라면) 일반적으로 연락을 걸어온 쪽이 다급한 용무가 많죠. (예를 들면 텔레 마케팅이나 보이스피싱 등 말이죠.) 이땐 가능하면 응대를 안 하거나 무성의하게 대하는 게 결과적으로 유리한 경우가 많지만 가끔은 예외도 있습니다. 퇴직연금 디폴트 옵션 때문에 걸려온 전화나 문자가 바로 그 예외인데요. 귀찮지만 잘 챙기셔야 합니다. 큰 돈이 왔다갔다하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이 연락을 잘 챙기기 위해 필요한 배경 지식을 간단히 설명해드리겠습니다. 

퇴직연금, DC/DB형 : 퇴직연금은 과거의 ‘퇴직금’을 대체하는 개념입니다. 회사가 알아서 굴리다가 퇴직하면 일시에 주는 DB형과, 매월 퇴직금을 미리 떼어 줄 테니 근로자 개인이 알아서 운용하다가 관둘 때 알아서 찾아가라는 DC형이 있습니다. DB형은 근로자가 신경 쓸 게 없습니다. 그러나 DC형은 근로자 개인이 스스로 굴려야 하는데 업무에 바쁜 직장인들은 그걸 일일이 신경 쓰기 어렵습니다. 누가 알아서 챙겨주지도 않습니다. 때문에 대부분의 DC형은 은행 예금 같은 안전하지만 수익률이 매우 낮은 금융 상품에 보관돼 있고, 노후 재테크엔 별 도움이 되지 못 하고 있습니다.

디폴트 옵션은 미리 써두는 퇴직금 ‘유언장’?! : ‘퇴직연금 디폴트 옵션’은 이런 잠자는 돈을 깨우기 위해 도입한 제도입니다(🔗관련 기사). 직장일로 바빠서 운용 지시를 따로 못 하면, <여기>에다 내 퇴직연금을 굴려달라고 반드시 미리 요청해 놓으라는 겁니다. (마치 내가 죽으면 내 돈을 여기에 써 달라는 유언장 같은 겁니다. 모든 국민들은 유언장을 미리 다 써 놓으라는 제도 같은 거죠.)

미국 등 이런 제도를 이미 도입한 나라들에선 근로자들이 바빠서 못 챙길 때 그 돈을 굴릴 <여기>를 회사가 정합니다. 즉, 미국의 퇴직연금은 근로자들이 알아서 스스로 굴리는 걸 원칙으로 하되, 일정 기간 운용 지시가 없으면 회사가 정한 <여기>에 근로자의 퇴직연금이 자동으로 들어가도록 돼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 <여기>를 회사가 아닌 근로자가 따로 정하라고 법을 정했습니다. 때문에 근로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여기>를 정하시라고 안내를 해야하는 겁니다.

바쁜 직장인들에게 <여기>를 주관식으로 질문하면 대부분 바로 대답을 못 하거나 어려운 고민에 빠질 게 뻔하겠죠. 그래서 대부분의 회사들은 객관식으로 질문할 겁니다. 그런데 그 객관식 보기 중 ‘그냥 은행 예금에 넣어주세요’도 들어가 있다는 게 문제일 거예요. 

사실 디폴트 옵션이란 제도를 도입하는 이유가 퇴직 연금을 그냥 은행 예금에 넣어두는 근로자들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지 말고 미리 정해둔 <여기>에 넣어서 굴리라’는 취지의 제도에서 그 <여기>에 다시 은행 예금이 선택지 중 하나로 들어가는 건 좀 이상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그렇게 됐습니다(🔗관련 기사).

퇴직연금 유치 총력전 나선 금융 회사들 : 퇴직연금 디폴트 옵션은 ‘내가 일이 바쁘고 정신이 없어 깜빡하고 내 퇴직연금의 운용을 못 할 때 알아서 <여기>에 넣어 굴려달라’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직장인이 1년 365일 늘 바쁘고 정신이 없어 깜빡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퇴직연금 디폴트 옵션은 현실적으로 ‘내가 가끔 깜빡하면’이 아니라 ‘거의 언제나 늘 항상’ <여기>에 넣어서 굴려달라는 선택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건 근로자들이 그 <여기>를 선택할 때 매우 신중히 잘 골라야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금융 회사들 입장에선 자신들이 운용하는 금융 상품이 그 <여기>에 선택되기만 하면 꽤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돈이 들어온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요즘 금융 회사들은 이 퇴직연금 디폴트 옵션에 거의 명운을 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관련 기사).

연령에 따라 탄력적 운용하는 TDF 상품이 대세 된다? : 우리나라는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다만, 미국 사례를 보면 아마도 TDF란 금융 상품이 근로자들의 선택을 받는 <여기>가 될 가능성이 꽤 높다는 게 업계 중론입니다(🔗관련 기사). TDF는 근로자 연령에 따라 주식 등 위험 자산의 비중을 조절하는 상품인데요. 예를 들면, 나이가 들어갈수록 위험 자산의 비중은 줄이고 안전 자산을 늘리는 식입니다.

사실 크게 신기할 것도 없고 나이에 따라 주식 비중을 조절해주는 매우 단순한 상품입니다만, 한번 여기에 돈을 넣어두면 신경 쓸 것 없이 계속 유지해도 된다는 심리적 안도감을 줘서 의외로 많은 이들이 노후 대비용 장기 투자 상품으로 선택하고 있습니다. TDF 상품들을 자세히 보면 상품마다 연령별 주식 투자 비중이 다 달라서 수익률도 다 다릅니다. 결국 투자란 건 장기적으로 보면 어떤 종목을 고르느냐보다, 자산을 어디에 어느 정도 배분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주식이 다 하락할 때 내 주식만 오르는 비법은 없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아마 앞으로 이런저런 TDF 상품들을 소개·홍보하는 뉴스들도 많이 쏟아질 텐데 그게 다 퇴직연금 디폴트 옵션 제도 때문입니다. 당신의 <여기>에 우리 회사가 만든 투자 상품을 선택해 달라는 의미로 해석하시면 됩니다. 


🔎 1인당 소득이 실제 소득 수준과 다른 이유
오늘의 이슈

소득

새로운 사실 : 올해 대만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한국과 일본을 추월할 것 같습니다. 대만(3만5510달러) > 일본(3만4360달러) > 한국(3만3590달러) 순이 될것으로 예상됩니다. 작년에는 일본 > 한국 > 대만 순이었습니다. 

환율 영향받는 1인당 GDP : 1인당 GDP는 국내총생산 변화뿐 아니라 원·달러 환율에도 영향을 받습니다. 달러로 환산해서 비교하기 때문이죠.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1인당 GDP도 낮아진다는 뜻입니다) 이때 적용되는 환율은 연말 기준 환율이 아니라 연평균 환율입니다. 4분기 환율 변화가 크지 않으면 대체로 이 순위가 유지될 가능성이 큰 이유입니다. 

이탈리아도 한국보다 높을 것으로 보여 : 이탈리아와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매우 유사한 수준으로 근접해있어서 올해 성적표가 관심거리입니다. 아직 정확한 지표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월드뱅크 발표 기준으로는 우리나라보다 이탈리아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약간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됩니다(🔗관련 기사).

GDP와 GNI의 차이 : 1인당 GDP와 1인당 GNI는 1인당 소득을 의미하기는 하지만 약간 다른 통계입니다. 1인당 GDP는 한국이라는 영토 내에서 발생한 1인당 소득이고, 1인당 GNI는 <한국인>이 벌어들인 1인당 소득입니다. 한국에서 외국인이 번 소득은 1인당 GDP에는 포함되지만, GNI에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외국에서 한국인이 번 소득은 GNI에는 포함되지만, 국내총생산에는 포함되지 않죠. 

국민 소득 수준과 일치하지는 않아 :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1인당 GDP는 1년간 평균 환율을, 세계은행이 발표하는 1인당 GNI는 최근 3년간 평균 환율을 적용하기 때문에 여기서도 약간의 차이가 생깁니다. 게다가 1인당 소득은 그 나라에서 발생한 경제활동의 결과물을 그 나라의 인구로 나눈 수치여서 실제 국민들의 소득 수준과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실제 소득은 더 낮은 경우가 많기도 : 실제 국민들 개개인의 소득은 그 수치보다 낮은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자영업보다는 기업 단위로 경제 활동이 이뤄지고, 그 기업이 배당보다 투자를 더 많이 하는 구조라면 경제활동의 결과물이 법인 계좌에 남아있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 실제 대출 이자는 얼마나 늘었을까?
오늘의 이슈

대출 이자 증가

새로운 사실 : 변동금리 대출의 기준 금리 격인 코픽스가 꽤 많이 오르고 있습니다. 은행은 보통 예금이나 채권을 팔아 확보한 돈을 대출 자금으로 활용합니다. 이때 예금주나 채권자에게 이자를 지불해야 하는데요. 그 이자율을 코픽스라고 합니다. 코픽스가 오르면 은행은 더 높은 이자를 줘가며 대출 자금을 마련해야 하고, 은행에서 빚을 낸 사람들의 대출 이자도 오르는 거죠. 9월에 공시된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전월보다 0.06%p, 잔액 기준 코픽스는 전월보다 0.02%p 올랐습니다.

중요한 것은 기대출의 금리 : 요즘 금리 인상과 관련한 다양한 뉴스가 쏟아지면서 금리가 많이 올랐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새로 취급되는 대출의 금리 상단부가 7~8%에 육박하고 있다는 점을 포인트로 제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관련 기사).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미 대출받은 소비자들의 대출금리가 얼마나 올라가고 있느냐입니다. 

그걸 알려면 코픽스가 1년 전 또는 2년 전에 비해 얼마나 올랐는지를 보면 됩니다. 실제 수치를 보면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1년 전 또는 사상 최저치보다 약 2%p정도 올랐고, 잔액 기준 코픽스는 1.2%p정도 올랐습니다(🔗관련 사이트). 1억원을 대출받은 경우 연간 이자가 120~200만원 가량 더 늘었다는 의미입니다.


💡 놓치면 아까운 소식

“시장 불안 잠재워라”…20조 채안펀드 가동 검토 : 금융당국이 2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 안정펀드, 채안펀드 재가동을 검토하고 있습니다(🔗관련 기사). 채안펀드란 국내 회사채를 매입해주기 위한 일종의 기금입니다. 회사채를 인수해 일시적 자금난을 겪는 기업에 유동성을 선제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목적인데요. 채안펀드를 발행하면 채권시장의 실세금리를 끌어내리는 역할도 할 수 있습니다. 채안펀드가 발행되면 당국이 시장 안정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조치를 모두 취하는 셈인데요. 회사채 시장 경색이 얼마나 해소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립니다.

예·적금 금리, 연 5% 시대 : 시중은행의 예·적금 금리가 연 5%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지난주 한 번에 기준 금리를 0.5%p 인상하는 빅스텝을 밟은 여파인데요. 부동산이나 주식 등 자산 시장 부진이 겹치면서 시중 자금이 은행으로 돌아오는 역 머니무브 현상도 가속화되고 있습니다(🔗관련 기사). 이런 상황에서 예·적금에 새로 가입하거나, 기존에 가입했던 예·적금 상품 갈아타기를 고민하는 소비자들도 많아졌는데요. 이미 가입한 예·적금이 있다면 만기를 확인해보고 대응법을 찾아야 합니다. 만기까지 3개월이 채 남지 않았다면 만기까지 유지 후 해지하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