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은 이 방법으로 흑자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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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팡은 이 방법으로 흑자 전환했다

동전 더미 위에 삼각형으로 접은 지폐

쿠팡이 조정된 EBITDA* 기준 흑자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지난 11일 컨퍼런스콜에서 쿠팡은 1분기 매출의 96.5%를 차지하는 프로덕트 커머스 부문에서 처음으로 조정 EBITDA 흑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EBITDA는 순수 영업에서 발생하는 영업 이익을 말하는데요, ‘조정된’ EBITDA는 여기서 다양한 일회성 항목 등을 제거한 지표입니다.

📌 EBITDA : 이자·법인세·감가상각비를 차감하기 전 이익(Earnings Before Interest, Tax, Depreciation and Amortization)의 약자. 기업이 영업 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 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

올해 회계연도 2분기 기준 쿠팡은 50억달러 매출을 올렸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5% 성장했고, 직전 분기 대비 1.5% 감소했습니다. 단, 쿠팡 측은 고정 환율로 환산하면 매출은 지난해보다 27% 증가, 직전 분기 대비로는 3%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활성 이용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5.1% 증가했지만, 직전 분기에 비해선 1.3% 감소했습니다. 쿠팡 경영진은 쿠팡 이츠의 고객 수가 직전 분기 대비 11%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는데요. 국내 전반적인 음식 배달 시장이 코로나 대유행 이후 일상 회복으로 나아가면서 성장 둔화를 겪은 영향도 적지 않습니다.

이번 쿠팡 실적 발표에 참석한 애널리스트들은 조정 EBITDA 흑자 전환과 관련해 1️⃣일시적 비용 절감에 따른 흑자 전환인지, 2️⃣가격 올리기 등 수익성 강화의 일환인지 검증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이에 쿠팡 김범석 CEO와 CFO는 다음과 같이 답했습니다. “이번 실적 개선은 기술의 발전 및 인프라 자동화, 공급망 자동화, 이익 증대, 광고 등 사업 개선을 통해 이뤄낸 결과”라고요.

쿠팡 실적 개선의 힘 = 네트워크 효과 

김범석 CEO는 이번 흑자 전환이 일시적 비용 절감이 아니란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몇 분기 혹은 몇 년에 걸쳐 공격적으로 투자한 인프라⋅프로세스 개선의 결과라는 겁니다. 쿠팡은 내부적으로 작게 투자하고, 그 테스트 결과를 분석해 투자를 늘릴지 중단할지 결정합니다. 이번 실적 개선은 그동안 누적된 노력이 숫자로 나타난거라는 설명입니다.

그간 쿠팡이 전략적으로 구조화한 인프라의 ‘네트워크 효과(Network Externality)’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네트워크 효과란 미국 경제학자 하비 라이벤스타인이 소개한 개념인데요. 특정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가 많아질수록 해당 상품의 가치가 더욱 높아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경제 주체들의 소비가 서로 연관돼 있기 때문에 제품이나 서비스 자체의 품질보다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지가 더 중요해집니다.

쿠팡은 그동안 가입 시기별 이용자의 코호트 분석*을 공개하고 서비스별로 중복해서 이용하는 비율을 계속 강조했습니다. 이는 네트워크 효과를 누리기 위한 전략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그동안 투자한 물류⋅배송 인프라를 기존 ‘로켓 배송’과 신선 식품 서비스인 ‘로켓 프레시’가 함께 이용했는데, 같은 물류 인프라 활용으로 비용을 절감해 전체 수익성을 높일 수 있었습니다.

📌 코호트 분석(Cohort analysis) : 동질 집단 분석. 사용자를 그룹으로 분류해 그룹의 행동과 유지율을 분석할 때 활용하는 기법.

또한 규모의 경제 덕에 시장보다 높은 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좀 결이 다르지만, 지난주 네이버도 분기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고 전해드렸었는데요. 네이버가 국내 1위 검색 엔진이라는 트래픽과 파생상품 판매자(third party)의 네트워크 효과 덕을 봤다면, 쿠팡은 강력한 인프라가 바탕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고정 환율을 기준으로 쿠팡의 분기 매출 증가율은 지난해보다 27%, 직전 분기보다 3% 성장했습니다. 같은 기간 국내 e 커머스 시장 규모는 지난 해보다 6% 성장했고, 직전 분기와는 차이가 없었다는 게 쿠팡 경영진들의 생각입니다. 그리고 인프라를 활용한 추가 매출원이 보입니다. 

쿠팡의 제3자 물류 서비스 ‘Fulfillment Logistics by Coupang’

쿠팡은 아마존의 성장 전략을 상당 부분 벤치마크했습니다. 아마존은 수익성 확보를 위해 세계 1위 클라우드 사업인 AWS와 제3자 물류인 FBA(Fulfillment by Amazon)로 수익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쿠팡도 비슷한 서비스를 준비 중이거나, 출시했다는 기사가 국내외 언론 보도를 통해 전해진 바 있습니다.

이번 실적 발표에서 쿠팡 경영진들은 제3자 물류 FLC(Fulfillment Logistics by Coupang) 서비스를 출시했다고 밝혔습니다. 아직 초기 단계임에도 쿠팡에 입점한 연간 매출액 기준 250만달러(약 32.6억 원)의 중소기업 내지는 소상공인의 90% 가량이 이 서비스를 이용 중이라고 합니다.

서비스 확장과 규모의 경제를 위해서는 파생상품 판매자들의 참여가 필수적입니다. 쿠팡의 경쟁사인 네이버는 매분기 실적 발표에서 중소기업 또는 소상공인들이 주가 되는 ‘스마트 스토어’의 실적을 공개합니다. 네이버는 올해 2분기에 골프, 럭셔리, 뷰티 분야 190개 브랜드가 새롭게 합류해 네이버 브랜드 스토어 전체 입점 브랜드가 965개에 달한다고 발표했는데요. 이 또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위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네이버도 거래액 기준 브랜드 스토어의 비중이 7.1%에 불과하므로 아직 이 시장이 완전히 열렸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쿠팡의 경영진들은 초기 단계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경쟁사를 떠나서 내부적으로 세운 계획에 맞춰서 투자를 집행하고 사업을 확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시장에서는 쿠팡에 성장과 함께 수익성 개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쿠팡의 제3자 물류 사업은 수익성이 숫자로 검증된다면 시장에 실적을 공개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쿠팡 신사업, 속도 조절에 들어가나요? 

확실히 각 사업 아이템별 온도 차는 느껴졌습니다. 쿠팡 이츠는 사업 최우선 가치를 ‘성장’에서 ‘다른 것’으로 바꿨는데요. 이 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처럼 보였습니다. 쿠팡 경영진들은 쿠팡 이츠와 기존 사업 혹은 신사업과의 시너지 포인트를 찾고, 장기적인 성장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음식 배달 시장 자체가 감소 추세인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쿠팡의 금융 사업 및 해외 사업, 쿠팡 플레이와 관련된 부분입니다. 김범석 CEO는 2025년 국내 e 커머스 시장 규모를 2900억달러(약 377.7조 원) 규모로 내다봤습니다. 이 시장에서 한 자릿수에 불과한 쿠팡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고객 경험이 중요합니다. 때문에 쿠팡은 사람들에게 꼭 쿠팡 플레이를 봐야겠다는 생각을 심겠다는 구상입니다.

최근 손흥민이 속한 토트넘 홋스퍼 초청 경기 같은 이벤트도 마찬가지로 고객 경험을 위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쿠팡이 많은 부분 벤치마킹을 하는 아마존도 NFL 독점 중계나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통해 아마존 프라임으로 고객들을 유인 중입니다. 쿠팡은 이번 분기에만 멤버십 관련 투자를 5억 달러나 집행했는데요. 조정 EBITDA 흑자로 연간 예상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쿠팡 입장에서 그만큼 꼭 투입해야 할 금액이겠지요. 참고로 지난 분기에 제시한 예상 전망치는 4억달러 적자였습니다. 

코멘트 : 훌륭한 실적으로 장외에서 주가가 급등한 쿠팡. 다음 날 도이치뱅크 애널리스트 피터 밀리커가 쿠팡의 평가를 Buy에서 Hold로 바꾸면서, 주가는 하락합니다. 참고로 그는 목표가를 기존 15달러에서 18.5달러로 올렸습니다. 실적 발표 당시 가격 인상 여부와 경쟁 업체 대비 투자 계획에 대한 질문을 했었는데, 김범석 CEO는 “가격 인상은 없었다” “프로세스 개선 결과” “투자는 우리가 원래 계획한 대로 간다” 등 원론적 답변을 내놨습니다. 흑자 전환에 들어선 쿠팡이 이제 시장에 줘야하는 신호는 ‘지속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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