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상철

한국은행 국장

🤔 달라진 환경 수용 못하는 투자자들

세계 증시가 7월 중순 이후 쭉 반등세입니다. 투자자들은 6월 하순부터 원자재·곡물 가격이 하향 안정되면서 미국 연준이 예상보다 빨리 금리 인하로 선회할 거라 보는 중입니다.

안타깝게도 이 예상은 빗나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연준은 인플레가 안정될 때까지 긴축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누차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인플레가 정점을 지나더라도 연준이 희망하는 2% 수준으로 수그러 들긴 쉽지 않습니다. 현재 인플레가 저물가가 베이스였던 과거 40년간의 인플레와는 본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원자재·곡물 가격은 내리고 있어도 소비재·서비스 물가가 오르는 점은 인플레 상황에 새 악재입니다. 여기에 임금 상승까지 겹쳤습니다. 달라진 인플레 양상에 투자 환경은 변화하는데, 40년 동안 금융 투자 소득 의존도가 높아진 미국 투자자들은 이를 아직 받아들이지 못 하는 것 같습니다.

최대경

신한은행 부동산금융부 선임매니저

반지하, 이젠 철폐해야

반지하는 애초에 주거용이 아닌 방공호 시설 목적으로 도입됐습니다. 1970년대 건축법을 개정해 일정 규모 이상 건축물엔 지하층을 건설하도록 했습니다. 전쟁 위험이 점차 사라지면서 집주인들이 반지하를 주거 공간으로 개조했고, 도시 팽창 과정에서 반지하를 장려하는 방향으로 건축법 개정도 이뤄지게 됩니다. 2010년대 들어선 반지하 주거 환경을 개선하려 반지하 활용 방안이 연구되기도 했습니다. 다수 해외 사례들을 참고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실질적 개선 방안이 도출되진 않았습니다. 이젠 반지하 주택을 활용하기보단 장기적으로 없애는 방향의 정책이 추진돼야 합니다. 실태 파악이 안 됐다느니, 구체적 대안이 없다느니하며 정쟁 대상이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시민들의 주거 안정, 생명과 결부된 일이니까요.

김현아

제20대 국회의원·가천대 사회정책대학원 부동산정책전공 초빙교수

💢 당장 적용 가능한 조치부터!

반지하 주택 침수 문제는 지금껏 10년마다 반복돼 왔습니다. 과거 기사를 검색해 보니 1998년에도 폭우에 반지하 침수가 사회 문제였고, 2010년 9월 서울을 강타한 집중 호우에서도 주로 반지하 주택이 큰 피해를 입었다고 합니다. 1998년 전체의 10.7%였던 반지하 주택 비중이 지금은 5% 수준으로 줄었단 점은 다행이지만, 이번 사건도 예고된 인재였단 점에선 여전히 아쉽습니다.

이젠 정말 실효적인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이번에 서울시가 내놓은 ‘신규 반지하 주택 건설 전면 불허’ ‘기존 반지하 주택 철폐’ 등 대책은 탁상행정이란 비판이 나옵니다. 현재 서울시 공공 임대 주택(약 24만호) 중 작년 서울시 주거 향상 사업을 통해 입주한 가구는 1669가구에 그치며 반지하 출신 가구는 247가구뿐입니다. 이 속도면 20년이 지나도 공공 임대 주택에 입주할 수 있는 반지하 가구는 단 5000에 그칩니다. 오세훈표 모아주택으로 2026년까지 3만호 공급이 예정돼 있지만, 반지하 가구에 할당될 주택이 몇 호나 될지도 불분명하고요. 반지하 주택 철폐는 쉽지도 않거니와 시간도 오래 걸린단 얘깁니다.

당장 실효성이 높은 정책에 주력하는 건 어떨까요. 침수 지역 반지하 주택 개량 사업이나 침수 보완 조치 등 말입니다. 반지하 거주자들이 재난시 임시 대피하거나 생활활 공간을 마련하는 일도 필요할 것이고요.

고재성

이알에이코리아리얼티 부장

궁극적 해결책은 임대주택 확대

서울 등 대도시에선 불편을 감수해서라도 최대한 저렴하게 임차하려는 수요가 항상 있습니다. 때문에 값싼 주거의 열악함으로 인한 문제가 상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시는 20만 반지하 주택을 철폐한다고 합니다. 반가운 소식이지만, 월세가 가파르게 오르는 상황에서 반지하 등 열악한 주거가 안타깝게도 취약 계층의 대안으로 다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들 계층을 위한 실효적 주거 개선책은 임대 주택 확대란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임정욱

벤처캐피탈 TBT 벤처파트너·전(前)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

폐업보다는 매각이 좋은 선택

불황형 M&A든 아니든 스타트업 인수합병이 활발한 건 그렇지 않은 것보다 바람직합니다. 모든 스타트업이 다 잘될 순 없고, 어려운 스타트업 입장에선 출구가 있어야 합니다. 기업 가치를 낮추더라도 다른 곳에 인수되는 게 아예 폐업보단 창업자에게도, 투자자에게도 좋은 선택입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어려움에 봉착한 스타트업이 매각에 나서는 걸 ‘전략적 대안(strategic alternatives)’을 택했다고 표현합니다. 불황형 M&A가 늘고 있다는 건 역설적으로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가 실리콘밸리처럼 활발해지고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됩니다.

강승희

퀀트 트레이딩 스타트업 Teyvat Labs 대표

🔎 유동성 줄어든 결과

최근 몇 년간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스타트업들이 수익성을 입증하지 않고도 투자 유치로 성장해 왔습니다. 고금리에 유동성이 줄면서 투자가 위축되기 시작했고, 수익성이 투자 유치의 기준으로 자리매김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최근의 투자 위축 및 M&A는 나타날 수밖에 없는 현상이었고 오히려 바람직한 스타트업 시장이 형성되는 과정으로 보이는데요. 

때문에 불황형 M&A라는 단어보다는 ‘유동성 축소로 인한 M&A’라는 표현이 더 좋지 않을까 합니다. 경기 침체란 단어가 많이 등장하고 있지만, 아직 침체보다 인플레와 금리 인상 우려가 더 큰 상황이기도 하고요. 시간이 지나면 현 시장 상황이 오히려 M&A를 활성화시켜 더 빨리 성장하는 유니콘 기업들을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오지 않을까요?

손기정

리테일테크 스타트업 지오코리아 대표

디지털 시대 한계 극복할 방법

불황기 기업들은 ‘수비 경영’에 치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긴축 경영으로써 어려움과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는 전략이지만, 기술과 경영 환경이 급속히 변하는 디지털 시대에 수비 위주 경영으로는 미래 경쟁 우위 확보가 어렵단 단점이 있습니다.

반대로 기사에서 나온 M&A는 치열한 ‘공격 경영’으로 볼 수 있습니다. 1980~1990년대 일본에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빼앗겼던 미국 역시 적극적으로 활용했던 경영 기법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을 극복할 적절한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불황의 시대에 적절한 M&A를 통해 쌍방이 기업 변화·혁신을 이룰 기회를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피인수자 관점에선 M&A가 방어 전략이기도 하겠네요.)

김현아

제20대 국회의원·가천대 사회정책대학원 부동산정책전공 초빙교수

그때는 틀리고 지금이 맞아요

청약 시장과 재고 주택 시장은 서로 선후 관계를 나타내며 순환되는 흐름을 보여요. 청약 시장이 먼저 호황기에 접어들고 재고 주택 경기가 따라올 때도 있고 그 반대인 시기도 있습니다. 지난 5년간은 청약 시장의 열기가 식을 줄 몰랐습니다. 분양가 상한제로 시세 차익이 워낙 컸던 몇몇 단지들의 계약 해지 물량이 나올 때마다 ‘줍줍’은 제2의 로또가 됐죠. 이제 재고 주택 시장의 거래가 감소하고 가격이 보합세인 점을 감안하면, 청약 시장의 열기가 식는 것도 당연한 수순으로 보입니다. 

물론 아직 청약 시장 침체를 단언하긴 어렵습니다. 국토부 말대로 현재 무순위 추첨 단지들은 애초에 입지가 안 좋거나, 나홀로 아파트, 혹은 분양가가 너무 높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이제 시세 차익이 예전 같지 않고, 금리 인상으로 자금 조달 여력이 과거 같지 않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그간 이상 과열 현상을 보인 주택 시장이 정상화 수순을 밟고 있단 것이겠죠. 최근 3년 이상 급등기를 거친 만큼 현 조정기를 견디지 못하는 건 넌센스입니다. ‘묻지마 청약’이 만연했던 시기는 틀렸고, 이를 경계하게 된 지금이 맞습니다.

최대경

신한은행 부동산금융부 선임매니저

‘묻지마 청약’ 자제해야할 때

부동산 호황기였던 2018~2021년엔 무순위 청약이 극도로 희소했습니다. 집값 급등 전 최초 분양 이뤄졌던 단지들은 당첨만 되면 시세의 절반에 집을 받아가니 적게는 수억원 많게는 십수억원의 차익을 기대할 수 있었습니다. 때문에 무순위 청약은 당첨만 되면 로또라는 인식이 수분양자들 사이 강력히 각인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무순위 청약은 집값 하락기란 점은 차치하고서라도 분양가조차 크게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뒤늦게 시세 조사나 금융 조달을 시도하다 ‘아차’하고 포기합니다. 이런 ‘묻지마 청약’은 주택 공급자나 주택 수요자 모두에게 손해입니다. 공급자 입장에선 무순위 청약이 반복될수록 악성 미분양이 진행될지도 모른다는 부담이 늘고 각종 금전적 손해를 감수해야 합니다. 수분양자 입장에선 청약 제한 등 불이익을 보죠. 묻지마 청약은 극도로 조심해야할 때입니다.

김웅

하나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부동산전문위원

유튜브 시대, 짧아진 가격 변동 주기

작년 9월까지만 해도 지금 아니면 영원히 주택을 못 산다는 불안 심리가 작용했죠. ‘영끌족’ ‘선당후곰(먼저 당첨부터 되고 나중에 고민한다)’란 신조어들까지 나왔으나, 불과 1년도 안 돼서 분위기가 180도 바뀐 듯합니다.

일련의 흐름을 보면 과거에 비해 상승-하락의 변동 주기가 짧아진 것 같습니다. ‘정보 공유의 시대’가 된 게 그 배경인 듯해요. 유튜브로 전문가적 정보가 실시간 공유되고 현 부동산 시황을 빠르게 접할 수 있으니까요. 이런 맥락에서 요즘 부동산 정보들을 종합하면 주택 시장 하락세가 좀 더 가파르게 진행될 것 같고, 무순위 ‘묻지마 청약’뿐 아니라 준공 후 미분양 물량도 늘어날 전망입니다. 무주택자라면 당분간 관망하는 자세가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