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모범생’ 풀무원의 성장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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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모범생’ 풀무원의 성장 전략

 

 

 


한 눈 요약 : ‘바른 먹거리’로 유명한 식품 전문 업체 풀무원이 ‘ESG 모범생’으로 성장한 비결은 다음과 같습니다.

1️⃣기업의 목적과 가치를 이사회, 고객, 직원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바탕으로 재정립함으로써 ESG의 지향점을 명확히 했다.

2️⃣ESG 전략과 과제를 발굴하고, 실행 및 성과를 관리하고, 모니터링하는 체계적인 ESG 의사결정 구조를 바탕으로 전사적인 ESG 이니셔티브를 추진했다.

3️⃣목적 지향 경영 워크숍을 통해 구성원들이 자신의 일에 자부심과 열정을 느끼고 ESG 실천에 동참하도록 동기 부여했다.

4️⃣목적을 지렛대 삼아 기존 사업 영역을 ‘지속가능 식품’으로 확대 개편함으로써 세계 시장을 타깃으로 혁신 규모를 키우고 있다.


성공한 창업자의 깊은 고민 중 하나는 ‘애지중지하며 키운 소중한 기업을 어떻게 영구 지속하는 조직으로 만들까’일 겁니다. 창업 초기 구성원들이 목표를 향해 질주하도록 추동했던 열정과 에너지의 밀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또 사업이 다각화될수록 낮아집니다. 아무리 훌륭하게 만든 시스템도 시대와 사람의 변화에 따라 진화하지 않으면 그 의미가 퇴색할 수밖에 없죠. 자연은 에너지를 유입하지 않으면 무질서해질 수밖에 없다는 엔트로피의 법칙은 조직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조직 내에서 엔트로피의 증가 속도가 가장 빨라질 수 있는 순간이 있습니다. 바로 경영진이 교체될 때입니다. 특히 창업 정신의 상징이었던 창업가가 경영진 자리에서 물러날 때 조직은 변화의 시험대에 오릅니다.

2018년, 풀무원의 첫 전문 경영인 총괄 CEO(이하 대표)로 선임된 이효율 대표의 어깨도 무거웠습니다. 33년간 회사를 성공적으로 이끈 창업자 남승우 전 총괄 CEO(현 풀무원재단 고문)가 물러나고 이효율 대표가 첫 전문 경영인으로서 풀무원을 총괄하게 됐습니다. 외부에서는 대주주 경영자가 가족이 아닌 이에게 대표 자리를 물려준 선택을 이례적이면서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풀무원 내에서는 예고된 행보였습니다. 남 전 대표는 물러나기 약 3년 전부터 본인이 만 65세가 되는 2017년을 끝으로 자식이 아닌 전문 경영인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겠다고 공표했습니다. 이효율 당시 풀무원식품 대표가 차기 총괄 CEO 1순위로 꼽혔으며 2017년 지주회사 풀무원의 각자 대표로 선임돼 공식적인 경영권 승계 프로세스를 밟으면서 경영 수업을 받았습니다.

이 총괄 CEO가 취임했을 때 풀무원은 두부 및 콩나물 부문에서 압도적인 국내 시장점유율 1위였을 뿐 아니라 생면, 착즙 주스 같은 혁신 상품의 히트로 매출액 2조원을 돌파하는 등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풀무원 구성원 모두가 인정하는 준비된 대표였습니다. 풀무원의 창립 연도인 1984년보다 1년 앞선 1983년, 풀무원효소식품에 입사한 이 대표는 남 고문과 함께 매일 새벽 3시에 출근해 콩나물, 두부 등을 배달하던 창업 원년 멤버입니다. 38년 동안 풀무원의 성장사를 함께한 이 대표는 구성원들 사이 ‘제1호 사원’이었습니다.

이처럼 대내외적으로 인정 받는 이 대표였지만 전문 경영인 체제로 바뀐 회사의 앞날을 장담할 수는 없었습니다. 풀무원은 유기농 먹거리 원칙을 계승하기 위해 MSG 같은 화학 첨가물 최소 사용 등 국가 기준보다 더 엄격한 품질 기준을 제조, 유통 과정에 적용함으로써 ‘바른 먹거리’의 브랜드 가치를 발전시켜왔습니다. 하지만 국내외로 사업이 확장되고 변화무쌍한 대내외적 환경에 부딪히면서 풀무원 정신의 전통을 새로운 시대와 세대에 발맞춰 어떻게 계승할지에 대한 고민도 커졌습니다. 남 고문과 이 대표는 체제 전환 이후에도 영속할 목적과 가치 체계를 바로잡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2018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서 읽은 아티클 ‘목적 지향적인 조직 만들기’도 이들에게 큰 영감을 줬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2019년 3월, 풀무원은 기업의 헌법인 정관을 개정해 풀무원의 목적에 ‘사회적 책임’을 명시함으로써 회사의 정체성이 단순한 영리 기업이 아닌 ‘사회 공익을 추구하는 영리 기업’임을 선포했습니다. 같은 해 5월 창립 기념일에 이 대표는 ‘목적 지향 경영’을 선포하고 본격적인 가치 체계 정비와 내재화 프로젝트를 추진했습니다.

이효율 풀무원 총괄 CEO

최근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평가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많은 기업이 ESG 성과를 높이기 위해 별도 조직을 만들고 자원을 투입하며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풀무원은 근본적인 경영 이념에서 출발해 전사적으로 ESG 전략과 운영 체계를 구축하고, 실질적인 비즈니스 구조를 재편함으로써 ESG 성과를 높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게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과 전문 경영인 체제 구축 등의 성과를 인정받은 풀무원은 작년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선정하는 ESG 부문 우수 기업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대기업을 제치고 중견 기업이 대상을 받은 건 처음이었습니다. 이 대표는 “풀무원이 ESG 평가에서 우수한 성과를 낸 것은 창사 이래 풀무원이 추구해온 ‘바른 먹거리’의 정신과 미션의 가치를 진정성 있게 실천해 온 결과”라고 말했습니다.

DBR이 이 대표와 바른마음경영실 실무자 등을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풀무원의 ESG 경영 전략을 목적 경영의 관점에서 분석했습니다.

1. ‘바른 먹거리’ 미션의 재정립
미국의 경영 컨설턴트인 사이먼 시넥(Simon Sinek)은 저서 『스타트 위드 와이』에서 대부분의 사람이 문제에 접근할 때 ‘What-How-Why’ 순으로 생각하는데, 생각을 바꾸는 사람과 회사는 ‘Why-How-What’으로 접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여기서 ‘Why’는 목적이고, ‘How’는 과정, ‘What’은 그 결과를 의미합니다.

풀무원 창업주 원혜영 전 국회의원의 부친이자 풀무원의 모태가 된 풀무원 농장의 창립자 고(故) 원경선 원장. /풀무원 제공

풀무원의 Why는 풀무원 농장을 만든 원경선 원장이 추구한 ‘생명존중’과 ‘이웃사랑’의 정신이었습니다. 풀무원 농장의 이름과 정신을 계승한 풀무원은 엄격한 ‘바른 먹거리 원칙’을 세우고, 이를 일관성 있게 실천하는 브랜드로 소비자 신뢰를 얻었습니다. 국내 식품 업계 최초로 2006년 원재료와 첨가물 등의 완전표시제를 시행, 2007년 냉장식품 업계 최초로 유통기한과 제조 일자를 병행 표기하고, 2008년 식품 이력제를 시행하는 등 혁신을 선도한 원동력도 풀무원 정신에 대한 책임감과 바른 먹거리 원칙에 대한 고집에 있었습니다.

전문 경영인 체제로 지배 구조가 달라진 풀무원의 리더십이 가장 중요하게 추진한 일도 풀무원의 존재 이유인 목적과 가치 체계를 재정립하는 것이었습니다. 풀무원이 한창 가치 체계 개편을 추진 중이던 작년 9월 29일 이사회 산하 전략위원회. 이날 회사의 가치 체계 개선 안건을 두고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간에 열띤 토론이 벌어졌습니다.

“외부에서 보면 풀무원의 ‘로하스(LOHAS)’ 미션과 가치 체계를 해석하기 어렵다. 회사 내부적으로도 진정성을 중시하는 MZ세대 직원들이 봤을 때 ‘어떤 목적으로, 무엇을 위해, 왜 일하는지?’ 목적의식을 가질 수 있어야 하지 않겠나.”

한 사외이사의 발언에 이 대표의 가슴이 뜨끔했습니다. 로하스는 2000년대 초반부터 풀무원이 기업의 미션으로 삼고, 구체적인 목표와 실행 전략을 설계하는 데 핵심이 된 개념입니다. 원경선 원장이 이웃사랑과 생명존중의 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유기농 사업을 고집했다면 그 정신을 계승, 발전하기 위해 풀무원이 택한 키워드가 바로 로하스였습니다. LOHAS는 ‘나의 건강과 지구의 지속가능을 위한 가치 실천 활동’을 의미하는데 그것을 실천하기 위한 방안으로 2020년 발표한 중기 핵심 과제가 ‘Global New DP5’였습니다. 다시 말해, 그동안 풀무원이 구축한 운영 체계와 전략의 기저에는 항상 로하스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날 “(LOHAS의) 내용은 좋은데 용어가 어렵다”는 사외이사의 날카로운 지적에 경영진은 지난 20여 년간 풀무원이 선점했다고 여긴 ‘로하스’란 용어의 효용성을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인터넷 포털에서 ‘로하스’를 검색하면 동명의 야구선수가 먼저 등장할 정도로 소비자에게도 인지도가 떨어지는 개념인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고객뿐 아니라 내부 직원들에게 전달할 때도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할 정도로 직관성이 떨어졌습니다. 지난 20여 년간 실천해 온 로하스라는 가치가 과연 풀무원 브랜드 자산의 축적에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를 냉정하게 돌아보게 됐습니다. 이에 이 대표는 사외이사의 의견을 수용하고 ‘로하스’라는 용어를 포함해 미션 체계를 전면 개편하기로 결심합니다.

전체 20여 페이지에 달했던 그날 전략위원회 의사록 문건 중에서도 앞서 두 문장의 발언이 가져온 후폭풍은 꽤 컸습니다. 실무진 입장에서 오랜 시간 풀무원이 주창해온 ‘로하스’란 용어를 재검토하는 일은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현재의 미션과 가치 체계도 과거 경영진이 여러 훌륭한 경영학 이론을 심도 있게 학습하고 고민해 발전시켜온 결과물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한편, 시간이 지나고 새로운 개념들이 더해지면서 미션과 가치 체계의 복잡도가 커진 것도 맞았습니다. 이사회와 경영진은 풀무원 정신을 더 잘 계승하려면 달라진 시대와 세대에 발맞춰 미션부터 재정비해야 한다고 실무진을 독려했습니다. 특히 로하스 비전을 선도해온 당사자인 남 고문까지 “이웃사랑과 생명존중의 풀무원 정신 빼고는 다 바꿔도 좋다”며 힘을 보탰습니다.

실무 작업은 바른마음경영실 내 바른마음경영 담당 아래에 있는 인간존중경영팀이 맡았습니다. 바른마음경영실은 풀무원의 ESG 경영을 총괄하는 조직으로 바른마음경영 담당 아래 ESG 평가에 대응하는 ESG경영팀과 사내 가치 체계를 만들고 내재화하는 업무를 전담하는 인간존중경영팀을 두고 있습니다. 바른마음경영실은 과거 법무와 감사 담당이 중심인 조직이었는데 회사의 미션과 가치 체계 관리, 구성원 교육 업무를 강화하고 ESG 평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ESG 전략을 총괄하는 조직으로 확대 개편됐습니다. 2018년 4∼5명에 그쳤던 바른마음경영 담당의 조직 규모는 2022년 5월 현재 총 13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미션이 진정성 있게 전파되기 위해서는 구성원뿐 아니라 고객, 협력업체 등 외부 이해관계자들도 이를 쉽게 이해하고 기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소비자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풀무원에 대해 고객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미지는 다름 아닌 ‘바른 먹거리’였습니다. 많은 소비자가 풀무원이 2008년부터 매년 추진해온 바른 먹거리 캠페인 TV 광고와 전국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바른 먹거리 교육, 유튜브에서 아이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끈 바른 먹거리 송과 율동을 기억했습니다. 풀무원 내부에서 그동안 수많은 경영 개념을 활용해왔지만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남아 있는 이미지는 곧 ‘풀무원=바른 먹거리’였던 것입니다. 사내에서도 인사, 브랜딩 등 업무 관련성이 높은 조직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하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내가 생각하는 새로운 풀무원의 미션’을 공모했는데 ‘바른 먹거리’와 관련된 긍정적인 의견이 많았습니다.

이런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반영을 토대로 새로운 미션의 최종안은 ‘바른 먹거리로 사람과 지구의 건강한 내일을 만드는 기업’으로 정해졌습니다. 풀무원의 핵심 자산인 바른 먹거리의 가치를 선명하게 부각하고, 기존 로하스 미션의 내용에서 ‘지속가능’ ‘가치 활동’과 같은 다소 학술적이고 전문가적인 느낌이 드는 용어는 과감하게 뺐습니다. 대신 소비자들 입장에서 좀 더 편하고 친숙하게 이해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용어로 ‘건강한 내일’이라는 단어를 넣었습니다.

미션과 더불어 미션을 구체화한 ‘핵심 전략’과 조직원이 일하는 방식을 제시하는 ‘핵심 가치’도 간소화했습니다. 핵심 전략은 영양 균형, 식물성 지향, 동물 복지, 건강한 개인 생활, 행복한 문화 공간, 친환경 등 6가지였는데, 식물성 지향, 동물 복지, 건강한 경험, 친환경 케어 등 4가지로 줄여 선택과 집중을 하기로 했습니다. 여기서 식물성 지향과 동물 복지는 식품 사업의 핵심 전략이며 건강한 경험은 비식품 사업의 핵심 전략으로 풀무원건강생활의 개인 맞춤 식품 서비스와 풀무원푸드앤컬처의 공간 서비스 영역을 포함합니다. 전체 사업에 해당하는 친환경 케어는 기존의 친환경 전략에 ‘Caring’이라는 단어를 추가해 보다 적극적이고 실천적으로 환경 이슈에 대응하겠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또 풀무원이 일하는 방식, 즉 조직원 누구나 따라야 할 행동 기준을 담은 ‘핵심 가치’도 기존에 약자로 불렀던 ‘Passion with TISO(Trust, Integrity, Solidarity, Openness)’가 어렵고 복잡하다는 의견을 반영해 신뢰, 열정, 탁월의 3가지로 단순화했습니다.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며(신뢰), 도전과 혁신을 통해(열정) 차별화된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탁월)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이렇게 새로운 미션과 가치 체계를 담은 최종 안건은 올해 4월 28일 이사회 전략위원회에 재보고됐습니다. 사외이사들은 풀무원이 이사회 의견을 반영해 과감하게 미션을 수정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한편 핵심 가치와 전략의 구체적인 의미를 두고 다시 토론을 벌였습니다. 그리고 5월 12일, 이 대표는 38주년 창립 기념사를 통해 이사회, 내부 구성원, 고객 등의 의견을 반영해 만든 새로운 미션과 가치 체계를 전 직원에게 선포했습니다.

2. 체계적인 ESG 의사결정 구조
2020년 말, 기업의 비재무적 책임을 대표하는 용어로 ESG가 급부상했습니다. 과거에도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CSV(공유가치 창출)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흐름이 있었지만 ESG는 전 세계적으로 보다 근본적으로 주주자본주의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의 시대적 전환을 알렸습니다. 이는 기업이 추구하는 목적과 가치의 변화를 요구했습니다. 이런 거대한 흐름은 풀무원에 새로운 기회가 됐습니다. 풀무원이 그동안 실천해온 LOHAS와 바른 먹거리의 미션이 ESG가 추구하는 가치와 일맥상통했기 때문입니다. 풀무원이 미션을 바탕으로 추구해온 전략, 운영 체계, 제품과 서비스는 ESG 관점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렇다면 풀무원은 ESG 이슈를 어떻게 관리하고 있을까요? 풀무원은 ESG 경영의 컨트롤타워이자 ‘간사’ 역할을 하는 바른마음경영실의 지원 아래 ESG실무협의체, 최고경영자회의체 ‘세션D’, 이사회 산하 ESG위원회 등이 참여하는 체계적인 ESG 의사결정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ESG 전략/과제를 발굴하고, 실행 및 성과 관리하고, 모니터링하는 활동이 이런 회의체들을 거쳐 체계적으로 이뤄집니다.

우선 바른마음경영실의 ESG경영팀은 글로벌 및 국내 ESG 동향과 최신 이슈를 파악하고, 기업지배구조원, DJSI, MSCI 등 각종 ESG 평가 프로세스에 대응하는 개선 과제를 도출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도출된 개선 과제를 전 사업 단위 실무진으로 구성된 ESG 실무협의체에 공유합니다.

ESG 실무협의체는 사업 단위별로 ESG 과제 실행을 위한 실천 목표를 구체화하고 성과를 관리하는 회의체입니다. 풀무원을 포함해 풀무원식품, 풀무원푸드머스 등 5개 자회사의 기획, 마케팅 담당자 총 50∼60명가량이 분기별로 한 번씩 모여 논의합니다. ESG경영팀이 제안한 개선 과제에 대해 사업 단위별로 피드백을 제공하고 구체적인 실행 목표, ESG 성과 관리를 위한 임원 KPI 등을 설정합니다. 특히 사업 단위별로 신규 아이디어와 협업이 필요한 과제에 대한 논의도 이 협의체에서 이뤄집니다.

ESG 실무협의체의 성과는 자회사 대표들로 구성된 최고경영자 회의체 ‘세션D’와 이사회 산하 ESG위원회에 보고됩니다. 세션D에서 자회사 대표들은 ESG 성과와 개선 계획을 보고, 공유함으로써 전사적으로 ESG 성과를 함께 모니터링합니다. 풀무원에는 사회적 책임을 다루는 세션D 외에도 서로 다른 이슈를 다루는 세션A∼E라고 부르는 최고경영자 회의체가 있습니다. GE의 모델을 벤치마킹한 최고경영자 회의체로 세션A는 중기 전략, 세션B는 연간 사업 계획, 세션C는 인재 관리(HR), 세션E는 환경과 안전 이슈를 다룹니다.

이 대표는 “경영자의 업무를 의사결정의 연속이라고 볼 때 세션A∼E의 테마는 서로 다른 관점을 의미한다”며 “최고경영진은 세션A∼E에 모두 참여함으로써 경제적 가치 혹은 사회적 가치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예컨대, 세션D와 세션E 안건을 중요하게 검토한 경영진은 자연스럽게 세션A와 B에서 중기 전략 혹은 연간 계획을 짤 때 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사회적, 환경적 가치 또한 자연스럽게 고려하게 됩니다. 2020년에는 세션A에서 CEO 및 이사회 구성원을 포함한 최고경영진이 사회 책임 실천을 위한 헌장에 서약하기도 했습니다. 풀무원의 공식 회의체 석상에서는 ‘이익의 극대화’라는 말조차 금기어로 통합니다.

세션D에서 논의된 내용은 ESG위원회에 보고됩니다. 풀무원은 국내 경영계에 ESG 붐이 일기 훨씬 전인 2017년에 이사회 산하 ESG위원회를 선제적으로 도입해 ESG 활동 관련 사외이사의 감독과 자문을 받았습니다. 사내이사 1명과 사외이사 4명으로 구성된 ESG위원회는 연간 2번씩 개최되며 풀무원이 앞서 추진한 ESG 전략과 성과의 핵심이 보고됩니다. 최근 중장기적 성장을 위해 풀무원의 사업 구조를 지속가능 식품 중심으로 개편하는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도 이사회와 ESG위원회가 힘이 되는 지지자이자 조언자 역할을 해줬습니다. 이 대표는 “이사회는 사내에서 고려하기 힘든 외부의 관점에서 기존 전략을 돌아보고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사외이사들이 적극적으로 기업의 중장기 성장을 위한 의견을 개진해준 덕분에 미래 글로벌 지속가능 식품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경영 기준과 전략을 수립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3. 목적의 내재화
아무리 훌륭한 미션도 구성원들이 이해하고 공감해 직접 실천에 나서지 않으면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톱매니지먼트의 의지가 단위 조직(팀)과 개인의 업무에서의 일관성 있는 실천으로 이어지게 하려면 무엇보다 조직원들의 공감과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2019년 목적 지향 경영을 선포한 이 대표는 이를 전사적으로 내재화하는 프로젝트 ‘Why We Work’를 추진했습니다. 인간존중경영팀이 직접 설계한 목적 지향 경영 워크숍으로 개별 조직 단위의 목적선언문 작성을 퍼실리테이션하는 과정입니다. 이 대표는 “구성원들은 자기 일이 의미 있다고 느낄 때 더 헌신하고 몰입할 수 있습니다. 직원들에게도 스스로 풀무원이란 큰 회사뿐 아니라 내가 속한 조직의 존재 이유가 무엇이며 그에 따라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고민해 보는 기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오래전부터 창립 이념과 목적을 강조해온 풀무원이었지만 구성원이 직접 목적을 작성하는 워크숍을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총괄 CEO를 포함한 경영진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워크숍은 1차로 총괄 CEO 등 경영진, 2차로 전사 본부/실 단위 조직의 리더급을 대상으로 진행했습니다. 총 26회의 워크숍에 1년간 429개의 본부/팀 소속 845명이 참여했습니다. 공식적인 워크숍 자체는 리더급을 대상으로 했지만 리더들이 워크숍 사전 과제와 사후 과제를 팀원들과 함께 수행하도록 함으로써 팀원들도 자연스럽게 목적선언문 작성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또 일부 규모가 작거나 신규 설립 본부의 경우 해당 본부의 요청으로 전 직원이 워크숍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사실상 자회사 포함 풀무원 전 직원이 처음으로 자신이 속한 팀이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기회를 가진 셈입니다.

트렌드미팅 참가자들이 면두부 스파게티를 맛보고 있다

3∼4시간가량 진행된 워크숍은 퍼실리테이터가 1)목적 지향 경영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소개하고 2)구체적인 목적 수립의 가이드에 따라 조별 토의 활동을 거쳐 각자가 속한 팀 혹은 사업부의 목적선언문을 구체적으로 작성하고 3)다른 조와 내용을 공유해 피드백을 받는 과정으로 진행됐습니다. 목적선언문은 구체적으로 내가 공헌해야 할 대상 ‘고객’이 누구인지, 내가 발휘해야 할 ‘핵심 역량’이 무엇인지, 이를 활용해 어떤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지, 목표 달성 시 기대되는 ‘차별화된 가치 제안’이 무엇인지를 명시하는 형식으로 구성했습니다. 각자 자신이 책임지는 조직의 목적선언문을 작성했는데 한 예로 이 총괄 CEO가 작성한 ㈜풀무원의 목적선언문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고객(고객)을 위해 끊임없는 경영 혁신(핵심 역량)으로 LOHAS 가치를 담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No.1 LOHAS 기업이 돼(목표) 고객의 몸과 마음의 건강 증진을 지원하고, 지구 환경과의 조화로운 삶이 주는 가치(차별화된 가치 제안)를 우리 사회에 확산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개별 구성원의 입장에서 볼 때 회사의 미션, 예컨대 바른 먹거리, LOHAS 같은 개념은 추상적이고 업무 현장과 멀리 떨어져 있는 개념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또 업무의 특성에 따라 미션을 달성하는 방식이나 경로도 서로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인간존중경영팀은 단위 조직의 특성에 따라 집중해야 할 일종의 ‘중간 목표’ 3가지를 정해 구성원들이 해당 관점에서 목적을 구체화할 수 있도록 안내했습니다.

예컨대 마케팅과 연구소 등 제품과 서비스를 선도하는 조직의 경우 ‘상품 리더십’의 관점에서 시장의 경쟁자 대비 어떻게 지속적으로 제품 및 사업 모델의 경쟁력을 유지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춥니다. 또 영업, 브랜드, 홍보같이 고객, 미디어 등 대외 이해관계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하는 조직의 경우 ‘고객 밀착’ 관점에서 그들이 원하는 특별한 서비스를 일관되게 제공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인사, 재무 같은 지원 조직에는 ‘운영상의 탁월’ 관점에서 최상의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데 필요한 최적의 시스템과 인프라 구축을 어떻게 할지를 고민하게 했습니다. 이런 3가지 관점은 MIT 출신 글로벌 경영 컨설턴트인 마이클 트레이시가 주장한 경쟁 우위 전략에서 차용했습니다. 마이클 트레이시는 기업이 경쟁 우위를 가지려면 제품 리더십, 고객 밀착, 운영상의 탁월 등 3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의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풀무원은 조직별 업무 특성에 따라 이 3가지 관점에 집중해 어떻게 구성원이 풀무원의 고차원적 목적에 기여할 수 있을지를 스스로 생각해보도록 유도했습니다.

그 결과 예컨대 ‘김치라는 같은 상품을 다루는 부서인데도 풀무원식품의 김치사업부와 김치박물관을 운영하는 뮤지엄김치간 조직의 목적선언문 내용은 전혀 달랐습니다. 예컨대, 김치사업부는 상품 리더십 관점에서 과학적으로 김치를 더 잘 익히는 기술 역량을 발휘해 건강한 한국식 채소 발효 식품을 세계화하는 것이 목표지만 뮤지엄김치간은 고객 밀착 관점에서 김치에 대한 전문 지식과 큐레이터 역량을 바탕으로 세계인에게 김치를 알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구성원들은 스스로 자신의 전문 분야와 기술 역량이 무엇인지 되돌아보고, 그것이 조직 전체, 조직의 목표와 어떻게 관련될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목적 경영 워크숍 참여자들의 만족도는 5점 만점에 평균 4.7점으로 여느 워크숍 대비 이례적으로 높았습니다. 특히 풀무원아이엔 같은 현장 영업 조직의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늘 실적 압박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이들은 “평소 업무 현장에서 잊고 지냈는데 내가 하는 일의 중요성과 자부심을 되새길 수 있어서 뜻깊은 기회였다”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워크숍에 참여하는 리더는 워크숍 이후 조직에 돌아가 2주 안에 (워크숍에 참석하지 않은) 팀원들과 목적선언문 결과물을 공유하고 피드백을 받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피드백을 반영해 완성한 최종 목적선언문의 내용을 사내 통합 소통 채널인 ‘그린 테이블’에 자발적으로 인증하게 했습니다. 그린 테이블은 풀무원 내부 온라인 전사 통합 소통 채널로 각종 사업 소식을 공유하고 구성원 누구나 사업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열린 소통의 장을 지향합니다. 많은 팀이 ‘어벤져스 같은 인기 영화 포스터를 활용하는 등 재밌는 아이디어를 담아 만든, 팀별 개성이 돋보이는 목적선언문들을 자발적으로 그린 테이블에 올려 눈길을 끌었습니다.

기업이 목적 지향 경영을 추구한다고 말하기는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 진정성 있게 실천하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진의 강력한 의지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풀무원은 목적선언문 워크숍이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게 하려고 공식적인 중기 사업계획 보고서 안의 템플릿에 아예 ‘업의 정의’를 쓰는 난을 만들었습니다. 보고서를 작성할 때 서두에 가장 먼저 자신이 속한 조직의 목적을 쓰도록 함으로써 사업계획이 목적에 근거해야 한다는 점을 업무 현장에서 매번 체감하도록 한 것입니다. 경영진과 다른 조직도 자연스럽게 회의 석상 등에서 서로의 목적 내용을 공유하면서 목적의식으로 연결되기를 기대했습니다.

또 올해 중 Why We Work 워크숍의 2.0 버전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지난 1.0 버전의 워크숍이 팀 리더를 대상으로 했다면 이번에는 팀원 전체가 직접 참여하도록 할 예정입니다. 더 많은 팀원이 함께 참여하면 좋겠다는 지난 참가자들의 피드백을 반영한 겁니다. 또 1.0 버전에서 만든 목적선언문이 논리적이지만 다소 어렵고 딱딱하다는 의견에 따라 기존 목적선언문을 단순하게 재정비하는 활동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 대표는 “구성원들이 스스로 목적을 되새기면서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느끼는 자부심과 열정이 비즈니스 혁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풀무원의 노력은 진정성 있는 브랜딩의 관점에서도 의미가 큽니다. 이경미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B2E(Business-to-Employee) 브랜딩 측면에서 풀무원은 기업이 외부에 주창하는 브랜드 의미를 내부 구성원들에게 동일하게 전달함으로써 진정성 있는 브랜드를 구축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직원 스스로 열의를 갖고 능동적인 변화를 추구하길 기대한다는 의미입니다.

4. 목적을 지렛대로 혁신의 스케일업
풀무원의 목적 지향 경영은 구호로 끝나지 않습니다. 목적 지향 경영의 성과를 관리하는 수단으로 자회사 대표가 모이는 ‘전사 혁신지원 회의’를 1년에 2번씩 열고 있습니다. 각 사업 단위는 사전에 목적과 관련해 이룬 혁신 성과와 계획을 작성해 제출하는데 상품 리더십, 고객 밀착, 운영상의 탁월 3가지 관점에서 우수 사례를 선정해 전사 혁신지원 회의에서 발표하고 피드백을 나눕니다. 풀무원에서 사업 단위별로 진행 중인 가장 혁신적인 사례가 이 회의에서 공유됩니다. 한 사례로 풀무원샘물은 2013년 국내 최초로 기존 뚜껑보다 뚜껑의 높이를 낮추고 무게를 1.4g으로 줄인 데 이어 페트병 중량 감량 기술의 R&D를 바탕으로 페트병 무게를 지속적으로 거듭 줄이는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풀무원샘물의 생수 ‘by Nature’ 500 페트병 무게를 2009년 15g에서 2018년 11.1g까지 줄여 2018년 연간 플라스틱 사용량을 2017년 대비 87t이나 절감했습니다. 2 페트병도 2012년 37g에서 2013년 35.6g으로 줄인 데 이어 2019년 추가적으로 3g을 더 경량화해 32.6g까지 줄였으며 이를 통해 2018년 연간 플라스틱 사용량을 2017년 대비 58t이나 감축했습니다. 현재도 추가 경량화 목표를 세우고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인 ESG의 부상은 풀무원 경영진이 내부 가치 체제를 정비해 풀무원 정신과 사명을 강화할 뿐 아니라 미래지향적으로 새로운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데도 원동력이 됐습니다. 많은 기업이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 사이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합니다. ESG가 미래를 움직일 거대한 변화의 흐름인 건 분명하지만 자본주의 시스템의 테두리 안에서 재무적 요소 또한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이 대표는 목적을 지렛대 삼아 사업의 영역을 미래지향적으로 확대 개편함으로써 이런 선택의 딜레마를 타파하고자 했습니다. 풀무원이 추구해온 ‘바른 먹거리’를 ‘지속가능 식품’의 개념으로 확장시켜 새로운 상품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두부, 나물 같은 기존 주력 상품군의 카테고리를 식물성 지향 식품으로 확대 개편함으로써 혁신의 잠재적 가능성을 끌어올린 겁니다. 풀무원식품 대표 시절 한 달에 한 번 이상 미국 등지로 출장을 다니며 해외 영업 현장을 챙겼던 이 대표는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건강과 지구 환경을 중시하는 트렌드가 강화되면서 식물성 지향 식품에 대한 관심이 커진 점에 주목했습니다. 우선 공장식 축산업으로 인한 온실가스 문제가 대두하면서 인류의 식문화가 비건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또 육류 중심의 서구식 식습관이 대사증후군 같은 질병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경각심도 커졌습니다. 다른 한편, 젊은 층을 중심으로 가치 소비의 문화가 확산되면서 식물성 지향, 동물 복지와 같은 지속가능 식품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커지고 있는 점도 긍정적인 신호였습니다.

풀무원은 두부, 나물 같은 식물성 식품과 단백질 분야에서 이미 세계 1위 제조 역량과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고 자부했습니다. 대외적인 환경이 풀무원에 유리한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확신한 이 대표는 작년 ‘식물성 지향 식품 선도 기업’의 비전을 선포하고 식물성 단백질과 식물성 대체육 신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그리고 제품의 일부가 아닌 전 제품을 식물성 지향 중심의 지속가능 식품으로 바꿔나가겠다는 강력한 혁신의 의지를 밝혔습니다. 기존 전통적인 상품군의 성장 둔화와 수익성 감소의 리스크를 식물성 지향 식품 같은 미래지향적 먹거리 확대로 돌파하겠다는 전략입니다. 또 글로벌 트렌드에 맞는 새로운 제품 라인의 추가는 오래된 브랜드에 활력을 더하고 젊은 세대들과 더 연결된 브랜드로 인식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 풀무원의 기존 상품 체계를 지속가능 식품 체계로 새롭게 확대 개편했습니다. 지속가능 식품은 크게 2가지 카테고리, 즉 동물성 원료 사용을 줄이고 식물성 원료 사용을 지향하는 ‘식물성 지향 식품’과 동물 복지, ASC, MSC 인증 등을 취득해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한 동물성 원료 사용을 강조하는 ‘동물 복지 식품’으로 구분했습니다. 풀무원은 식물성 지향 식품을 식물성 원료 함량이 85% 이상인 식품으로 정의하고 해당 제품의 혁신에 집중했습니다.

초반에는 밀가루가 아닌 두부를 원료로 사용한 다양한 두부 변형 신제품을 출시했는데 대표적으로 ‘건강을 제면한 두부면’은 2020년 5월 출시돼 현재 누적 판매량 1000만 개를 넘길 정도로 젊은 층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두부면의 품질을 개선하기 위해 꾸준히 R&D를 지속해 ‘식감이 개선된 두부면 제조 및 포장 방법’ 특허도 획득했습니다. 또 다른 예로 풀무원다논의 ‘식물성 액티비아’는 기존 요구르트와 달리 주원료로 우유 대신 코코넛, 콩, 오트 등의 식물성 원료를 사용한 비건 인증 요구르트입니다. 풀무원 라면 브랜드 ‘자연은 맛있다’에서 출시한 ‘정면’은 국내 최초로 한국비건인증원 비건 식품 인증을 받은 비건 라면으로 비건뿐 아니라 상황에 따라 채식을 하려는 ‘플렉시테리언’ 등 다양한 소비자에게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지속가능 식품 중심의 혁신 드라이브에 힘입어 2021년 국내 매출이 전년 대비 179% 성장했다”며 “올해 지속가능 식품의 매출을 회사 전체 매출의 50%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혁신은 공신력 있는 ESG 평가 기관으로부터도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풀무원은 2022년 MSCI ESG 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는데 특히 지속가능한 원재료 사용 정도를 평가하는 △환경(E) 영역의 ‘원재료 구매’ △사회(S) 영역의 ‘제품 안전 및 품질’ 등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먹거리와 연관된 부문에서 전년도 대비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풀무원 일본 법인 아사히코의 식물성 단백질 브랜드 ‘토푸 프로틴(Toffu Protein)’ 제품

식물성 지향 식품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특히 글로벌 식문화를 면밀히 분석해 현지성을 반영한 상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풀무원의 일본 현지 법인인 아사히코가 2020년 11월 출시한 두부바(Tofu Bar)는 출시 1년 만에 900만 개가 판매되며 ‘2021 최고의 히트상품 편의점 부문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건강한 간편 간식을 찾는 일본 소비자들의 니즈를 만족시킨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풀무원은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식물성 대체육 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풀무원기술원은 자체 기술로 콩에서 추출한 ‘식물성 조직단백’ 소재를 숯불 직화 공정으로 가공함으로써 육고기와 유사한 맛과 질감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풀무원은 앞으로 식물성 대체육 상품이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 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사실 미국 시장은 풀무원에 오랫동안 아픈 손가락이었습니다. 1991년 교민 시장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마켓에 두부를 판매하면서 일찍이 미국에 진출했습니다. 그 후 점점 제품의 종류를 늘리며 메인 스트림 시장 진출을 노렸으나 계속적으로 적자를 기록하다가 진출 29년 만인 2020년에야 처음으로 흑자를 이뤄냈습니다. 지난해 코로나 영향에 따른 프리미엄 해상 운임 등 수입 비용의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긴 했지만 이는 일시적인 이슈이며 오히려 앞으로 식물성 단백질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구조적인 변화에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삼정KPMG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식물성 대체 식품 시장 규모는 778억 달러(약 95조4000억 원)로 작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풀무원USA의 식물성 지향 식품 브랜드 ‘플랜트스파이어드(Plantspired)’
풀무원의 한·미·중·일 식물성 지향 식품 라인업

이에 미국 현지 법인인 풀무원USA는 식물성 지향 식품 전문 브랜드 ‘플랜트스파이어드(Plantspired)’를 론칭하고 상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식물성 대체육 상품 라인을 강화해 미국 웰빙 레스토랑 체인 와바그릴(WaBa Grill) 200여 개 매장 전 점에 숯불 바비큐 풍미로 차별화한 식물성 대체육을 입점시켰습니다. 또 미국 최대 학교 급식 서비스인 매사추세츠대 다이닝(UMass Dining)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매사추세츠대 애머스트캠퍼스에 식물성 대체육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국내의 경우 ‘불고기’와 ‘덮밥’ 메뉴에 친숙한 한국인들을 위해 HMR(가정간편식) ‘식물성 직화불고기 덮밥소스’를 개발해 출시한 한편, 미국에서는 현지 취향을 반영해 스테이크 중심의 메뉴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풀무원USA는 올해 2분기부터 식물성 지향 식품을 알버슨스, 본스, 파빌리온 등 대형 슈퍼마켓 체인에도 입점하는 등 유통 채널을 확대하고 미국 식물성 식품 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계획입니다. 이 대표는 “K-Culture 열풍에 힘입어 한국 식품이 건강식품으로 주목받으면서 풀무원의 두부, 김치, 아시안 누들 제품들이 교민 시장을 넘어서 메인스트림 시장에서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식물성 지향 식품을 중심으로 미국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 배미정 : DB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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