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출금리가 오르내린 진짜 속사정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대출금리 낮추는 은행들 : 요즘 은행 대출금리가 꽤 논란거리입니다. 요즘 관련된 몇가지 뉴스를 살펴보면 신임 금감원장이 은행들의 예대 마진, 즉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가 너무 크다고 지적했고, 우연인지 그 때문인지 은행들도 대출금리를 곧바로 낮췄습니다. (예대 마진이 높다는 말은 사실상 대출금리가 너무 높다는 쪽으로 받아들여집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만한 뉴스는 금리 상승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소비자들은 고정금리 대출을 외면하고 변동금리 대출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주담대도, 고정금리 대출도 금리 과도히 올랐다 : 일각에선 금감원장의 군기잡기에 은행들이 마지 못해 대출금리를 낮췄다는 식으로 해석합니다. 그러나 실제 상황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일련의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선 언제부터, 왜 예대 금리 차이가 커지기(=대출금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는지 그리고 지금은 어떤 변화가 오고 있는지를 알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 은행들의 예대 마진은 과거 일반적인 상황보다 높습니다. 주택담보대출을 기준으로 한 은행들의 최근 예대 마진은 2.1% 수준인데, 2019년 말엔 약 1% 정도였습니다.

은행들이 과거보다 대출 마진을 더 붙이고 있다는 건 다른 데이터로도 확인됩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와 신규 주담대 평균 금리를 보통 일정한 격차로 유지합니다. 그 격차가 일반적으로는 2%p 미만입니다. (물론 2014년이나 2019년처럼 은행들의 대출 경쟁이 치열하던 시기에는 그 격차가 1%p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그 격차가 2.6%p 수준입니다. (올해 1월 기준 통계이지만 지난 4월까지 그 수치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은행들이 평소 대비 약 0.5%p, 과거 대출 경쟁이 치열할 때와 비교하면 1.5%p 이상 가산금리를 높게 붙여 대출을 팔고 있다는 뜻입니다.

고정금리 대출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고정금리 대출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의 금리는 요즘 3% 중반인데, 2014년에도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2014년 고정금리 대출의 금리는 3.7% 정도였는데 요즘은 4.5% 입니다. 현재 고정금리 대출에도 0.5%p 이상의 과도한 가산금리가 붙어있다는 의미입니다.

어떻게 대출금리는 올랐을까? : 은행이 한 곳이라면 독점력으로 그런 고마진 상황을 유지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은행 여러곳이 경쟁하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어떻게 일제히 예대 마진을 높이고 대출 금리를 끌어올릴 수 있었을까요? 그건 작년 말부터 시작된 대출 규제 때문으로 추측됩니다. 가계대출 총량 자체를 인위적으로 줄이기 위한 이례적인 정책 때문에 지난 1분기 가계대출 총액이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수요자 자체가 줄어서 창구로 찾아오는 고객이 감소하면 은행들은 대출금리를 낮춰 경쟁하게 되지만, 수요는 많은데 찾아오는 고객을 돌려보내야 하는 인위적인 대출 규제 상황에서는 은행들이 고객을 돌려보낼 수단이 ‘금리 올리기’ 이외엔 없습니다. 은행들은 가계대출 총액이 감소하는 전대미문의 상황을 맞이하면서 대출 고객 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었지만(그래서 기업 대출은 크게 늘었습니다.) 가계대출은 줄여야 하니 금리를 높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출경쟁 재개할 신호탄 : 때문에 올해 상반기 은행에서 가계대출(주담대)을 받은 고객들은 아주 이례적인 바가지 금리를 적용받은 셈입니다. 그 폭은 0.5~1.0%p 정도로 추산됩니다. 그렇다고 은행들이 그걸 의도한 것도 아니니까 신임 금감원장이 예대 금리차가 높다면서 대출금리를 낮추라고 하자, 은행들은 가계대출을 늘려도 된다는 신호로 이해하고 다시 대출 경쟁을 시작하며 바로 금리를 낮추게 된 것입니다. 이런 구조에서라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더라도 기준금리 상승폭보다 더 과도하게 올랐던 대출이자는 그 부풀었던 정도만큼은 낮아질 겁니다.

대출 고객들이 고정금리보다 변동금리를 선호하는 것도 이런 속사정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은행들의 대출금리는 변동금리와 고정금리 모두 이례적으로 부풀려져 있지만 그중에서도 고정금리 대출은 그 정도가 좀 더 큽니다. 예를 들면 한전의 채권 발행량이 늘어나면서 생긴 금리 상승이 고정금리 대출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에도 적지 않은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출금리 더 올라도 기존만큼은 아닐 이유 : 물론 대출금리는 앞으로도 더 오를 수 있습니다. 그 정도는 기준금리 인상폭에 달려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형성된 대출금리는 그간의 기준금리 인상이나 그 가능성을 반영한 것보다 더 높게 형성돼 있습니다. 그 부분이 해소되면 앞으로의 대출금리 변동폭은 실제 기준금리 변동폭보다는 더 적을 것입니다.

정유사 횡재세 부과가 적절치 않은 이유

오늘의 이슈

정유사에 횡재세 도입하자? : 정유사들의 높은 정제 마진율을 겨냥해 정유사들을 대상으로 별도의 횡재세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지난달 국내 휘발유·경유 소비량이 40% 이상 폭증하고 가격도 연일 오르면서 이 같은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는데요.

정치권에서 시작된 논의이지만 <소비자들은 기름값 때문에 고생하는데 정유사들은 높은 이익률을 즐긴다>는 프레임이 힘을 얻을 경우, 실제 입법화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영국에선 이런 류(석유 가스업체에 대해 25% 초과 이윤 세금을 부과하는)의 세금이 도입됐습니다.

정유사들은 기름값이 올라가면(기름 수요가 늘어나면) 정제 마진이 늘어나고 이런 마진 증가는 그만큼 소비자들이 부담하는 석유제품 가격을 올리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횡재세 부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습니다.

횡재세 부과가 적절치 않은 이유 : 2가지 이유입니다. 1️⃣정유사들의 고마진이 유지되는 이유는 정유사들이 그런 높은 가격을 제시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런 높은 가격에 소비자들이 구매로 부응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해당 가격의 거부감이 지나치게 커져 소비자들이 소비 감소를 택한다면 정유사들은 가격을 낮춰서 마진을 줄이더라도 총 매출을 늘리는 쪽을 선택할 겁니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높은 가격에도 그걸 받아들이고 소비를 줄이지 않으면 그 마진은 계속 유지됩니다. 정유사들이 억지로 가격을 낮춰도 주유소들이 그 가격을 유지할 겁니다. 그래도 소비자들은 구매하기 때문입니다.

2️⃣정유사들은 해외 수출과 내수 판매 중 마진이 높은 쪽을 선택해 공급합니다. 현재는 후자에서 마진이 더 남기 때문에 내수 시장에 제품을 더 공급하지만(그대로 소비자들은 그 가격에 그 물량을 사들이지만) 횡재세 도입으로 내수 시장의 마진이 낮아지면 정유사들은 수출로 물량을 더 돌리게 됩니다.

수출 물량 증가로 정유사들의 내수 공급 물량이 감소한 가운데 소비자들의 구매 의지는 동일하다면 내수 휘발유·경유 가격은 어떻게 될까 생각해볼 부분입니다. (수출로 벌어들인 이익에도 횡재세를 부과한다면 반도체 수출로 돈을 번 삼성전자는 왜 횡재세를 부과하지 않느냐는 반론에 답을 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진우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 놓치면 아까운 소식

> 전기료 인상안 발표 : 오늘 정부가 올해 3분기 전기요금 인상안을 발표합니다. 한국전력이 사상 최대 폭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게 배경인데요. 한전은 올해 1분기에만 7조8000억원에 이르는 적자를 냈습니다. 예상 연간 적자 규모는 30조원대에 달합니다. 한전은 적자를 면하려면 직전 분기 대비 kWh(킬로와트시)당 약 33원의 인상이 필요하다고 추산했으나, 인상 폭이 분기당 최대 3원으로 제한된 만큼 최대치인 3원 인상을 정부에 요구한 상태입니다. 그러나 정부는 전기료 인상이 생산 원가 부담을 키울 수 있으므로 인상폭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습니다.

> 혼자 질주하는 중국 증시 : 중국 증시가 ‘나홀로 상승세’라는 소식입니다. 지난주 금요일 전통 산업 중심의 상하이종합지수와 기술주 중심의 심천성분지수 모두 0.89~1.37% 상승했습니다. 두 지수는 저점이었던 4월 말 이후 이날까지 각각 16%, 24% 넘게 올랐습니다. 이달 들어 지수가 상승세인 곳은 미국·영국·한국·인도 등 주요국을 통틀어 중국뿐이라는데요. 한국은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12% 가까이 빠졌습니다. 중국 증시 상승세의 원인은 주요 도시 봉쇄 조치 해제와 경기 부양책 발표가 꼽힙니다. 특히 중국의 여러 테마 중 성장주인 전기차와 2차 전지 부문이 유독 강세였는데, 신재생에너지 투자와 전기차 보조금 지원 연장 등이 부양책에 포함된 게 배경으로 분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