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상철

한국은행 국장

🤔 인도가 한 달 만에 약속 뒤집은 진짜 이유

“보유 물량을 적극 풀어 세계 시장에 공급하겠다.” 한 달 전에 인도 모디 총리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한 약속입니다. 하지만, 약 한 달 만에 약속을 뒤집었습니다. 인도는 밀 수출 금지를 발표하면서 이상고온으로 인해 밀 작황 부진이 예상된다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그 배경에는 기상이변보다도 인도 국내 밀 가격의 급등이 있습니다. 글로벌 인플레로 연료, 인건비, 운송비 등이 상승해 국내 밀 가격이 오르자 작황이 부진할 가능성을 우려하며 수출 금지령을 내린 거죠.

아울러 최근 확산하고 있는 보호주의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싹이 튼 보호주의는 트럼프 대통령의 자국우선주의, 코로나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면서 세계 무역에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과 같은 자원 빈국은 곡물과 기초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기존 공급망을 중층적으로 재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양주경

키움투자자산운용 글로벌채권팀 부장

🥩 육류 가격도 걱정이다

밥상 물가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밀가루 등 원재료비 상승으로 인한 가공식품 가격만 오르는 게 아니라 사료용 곡물 가격 상승으로 육류값 역시 오르고 있어 식량발 인플레는 전방위적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근 한국인의 1인당 육류 소비량은 주식인 쌀 소비량에 이미 근접한 수준의 소비 패턴을 보이고 있는데요. 휴가가 많은 여름철에 가격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돼 육류 가격 역시 걱정스러운 상황입니다. 식량 구입 비용이 늘어 기타 소비를 감소시키는 악영향이 생기지 않도록 안정화를 위한 대책이 시급해 보입니다.

강종구

한국은행 국장

식품 물가 높은 한국, 생산성 높여야

식량발 인플레는 식품 물가가 높은 한국에서 특히 위험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OECD 주요 국가들에 비해 에너지 가격 상승률은 낮지만, 식량 가격 상승률은 높습니다. 특히 농산물 가격 수준이 주요 선진국보다 높은데, 더욱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식품 물가가 높은 주된 이유 중 하나는 농업 부문 생산성이 낮기 때문입니다. 높은 식품 물가는 엥겔지수를 상승시키고 가계 실질 구매력을 저하할 수 있는 만큼 점진적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농을 허용하는 등 효율성과 생산성을 제고하는 방안이 필요해 보입니다.

류상철

한국은행 국장

한은은 적극적으로 금리 인상 나설 것

한국은행이 보다 적극적으로 통화 긴축에 나설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봅니다. 먼저 미국의 인플레가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아 연준은 보다 공격적으로 금리 인상에 나설 듯합니다. 부도 등 국가신용 위험을 고려할 때 한국은 미국보다 금리가 높아야 하는 게 당연하죠.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에 맞춰 한국도 그 속도를 높여야 합니다. 

게다가 한국의 인플레는 미국보다 정점 통과가 늦어질 전망입니다. 인플레가 급상승한 시점이 미국은 작년 4월인데 한국은 10월이었습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게 임금 상승입니다. 미국은 이미 상승된 임금이 인플레에 반영돼 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에선 임금 이슈가 이제 막 나타나기 시작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양주경

키움투자자산운용 글로벌채권팀 부장

연준의 전철 밟지 않겠다는 한은

한은의 영리하고 선제적인 대응 의지가 읽히네요. 미국의 경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더 적극적 금리 인상(0.75%p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면서, 시장이 연준의 물가 통제 의지를 의심하게 됐습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선제적 대응 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시장의 의구심을 차단한 셈입니다. 또, 한은이 실제 금리를 적극적으로 올려도, 그건 향후 경기 둔화 시 금리 인하 가능성을 벌어놓기 위한 계산일 수 있어요.

최우진

서울시립대학교 경영대학 교수·전(前)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 연구위원

🤔 빅스텝 가능성, 높지 않을 것 같은데요

한국은행이 높은 인플레를 오랫동안 두고 보지 않겠다는 스탠스는 명확해 보입니다. 일본이 완화적 통화 정책을 고집하면서 엔화 가치가 절하되는 상황과 여러모로 대비되는 기조입니다.

그러나 여러 경제 환경들을 비춰 볼 때, 실제로 빅스텝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최근 거론되는 이른바 ‘금리 역전 현상’에 따라 자본이 급격히 유출되고 이에 따라 환율이 빠르게 절하할 가능성도 2000년대 초·중반과 비교해서는 그리 높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빅스텝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겠다”는 총재의 발언엔 화폐 가치를 지키고자 하는 총재의 생각이 잘 드러나고 있네요.

강종구

한국은행 국장

결국 중요한 건 중앙은행에 대한 믿음!

통화 정책을 게임 이론으로 설명하려는 견해가 있습니다. 게임 이론이란 상대편의 대처를 고려하면서 자기 이익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여러 수단을 합리적으로 선택하는 행동을 분석한 이론입니다. ‘죄수의 딜레마’가 이 이론을 반영한 핵심 모델인데, 각 죄수가 서로를 불신해 협조하지 않아 최선의 결과를 얻지 못한다는 내용입니다.

게임 이론으로 풀어보겠습니다. 지금 기업과 자영업자들은 가격을 올리고 있습니다. 만약 중앙은행이 물가 상승률이 더 높아지면 금리를 과감히 올릴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그 신호를 신뢰할 때 이들은 가격 인상을 주저할 것입니다. 금리가 진짜 인상되면 수요가 줄기 때문에 가격을 다시 내려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이 수요가 줄 때 가격을 내리지 않으면 손실이 확대되거나, 이익 규모가 감소합니다. 또한 기업이 가격을 조정하는 것 자체에 비용이 듭니다.)

이렇게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릴 거란 믿음이 경제 주체들에게 있다면, 이들은 가격 인상을 자제할 것이고 중앙은행은 향후 실제로 금리를 대폭 올릴 필요가 없습니다. 실물 경기 침체도 어느 정도 완화하면서 물가 안정도 달성할 수 있는 겁니다. 결국 게임 이론에서 가장 합리적 결과가 나오는 건 참여자 간 신뢰가 형성됐을 때입니다.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보다 더 중요한 건 중앙은행에 대한 경제 주체들의 신뢰입니다.

김영곤

강남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 지역별 자료 살펴봐야

집값이 고점일 수도 있고, 한편으로는 향후 경제 상황에 대한 불안감의 증폭일 수도 있습니다. 이를 정확히 판단하기 위해서는 지역별 가입자 자료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만약 가입자들이 일부 지역에 치우친 경향이 있다면, 기사에서 나온 대로 주택가격 상승으로 인한 영향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역적 차이 없이 전반적으로 연금 가입자가 늘었다면 향후 경제 상황이 불투명하다는 방증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경제가 매우 어렵다고 보거나 앞으로 어려워질 것으로 본다면, 은퇴자의 입장에서는 적극적으로 가장 안전한 수입원을 확보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죠. 이들이 실제 주택 가격이 고점이라고 판단하진 않았을 겁니다. 그랬다면 연금 가입보다는 매각을 선택하지 않았을까요?

김봉균

대신자산운용 대안투자2본부 본부장

노후 대책 수단일 뿐

주택연금의 가장 큰 목적은 노후 대책입니다. 사망 시까지 연금 형태로 자금을 받아 생활비에 사용하고자 하는 목적이 크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개인적으로는 집값 변동보다는 물가가 상승하면서 생활비가 늘고, 이를 보충하고자 하는 목적이 주택연금 가입률을 높인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덧붙여 현재는 주택 공시가격이 9억원 이하여야만 주택연금에 가입이 가능한데요. 집값과의 연관성을 찾아보면, 집값이 이후 더 높아져 (9억원을 초과해서) 가입할 수 없는 상황이 되기 전에 가입하자는 수요가 있어 가입률이 높아졌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동윤

신한금융그룹 해외부동산투자 수석매니저

주택 가격은 공급 타이밍이 중요

분양가의 과한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장치가 오히려 시장을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는 역기능이 현실화한 것 같습니다. 지난 5년 동안은 저금리 기조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실물 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몰렸습니다. 분양가 상승이 불가피한 환경이 만들어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고분양가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어느 정도 그 역할을 수행했지만, 오히려 시장의 변화 등을 반영하지 못해 공급 속도가 느려지는 부작용도 생겼습니다. 여기에 대외 변수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공급이 위축되는 결과로 이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주택이 적시에 공급되지 못하면 해당 시간 이상의 가격 상승을 유도한다는 점입니다. 주택은 분양 후 시장 공급까지 보통 2~3년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특히 주거 수요가 몰리는 지역의 아파트는 공급이 지연될수록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장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변화할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합니다.

김봉균

대신자산운용 대안투자2본부 본부장

금리 인상도 전세난도 원인이 아닙니다

각종 기사에선 ‘금리 인상’과 ‘전세난’을 소형 아파트 인기의 주된 원인이라고 꼽지만 동의하긴 어렵습니다. 아직 경제적 능력이 안정화되지 않은 젊은 세대에겐 소형 아파트 매입 역시 부담이 있습니다. 이자 부담이 조금 오르고내린다고 소형 아파트를 더 선호하게 되진 않겠죠. 일부 소득이 많은 젊은 부자라면 큰 주택이 부담이 돼 소형 아파트를 매입하는 경우는 있을 수 있어도요.

전세난도 소형 아파트 거래와 큰 영향이 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가족 구성원 수에 맞게 주택을 찾기 때문에 전세난과 소형 아파트 거래는 상관성이 낮을 수밖에 없거든요. 1인 가구 증가로 소형 아파트 수요가 늘어나 거래도 늘었다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너무 단편적 영향만을 기준으로 삼으면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최창환

대우건설 수주심의팀 심의담당자

소형 아파트를 사는 ‘진짜’ 이유

40㎡ 이하 아파트를 사는 이유는 실거주와 투자 목적으로 각각 나눠볼 수 있습니다. 실거주 목적의 소형 아파트 매매는 “월세보다 싸서”일 가능성이 높을 겁니다. 소형 아파트의 경우 대체로 방이 2개 정도로 작은 평형 구성이 많습니다. 유사한 수준의 인근 원룸이 월세 50만~60만원 수준인 것을 생각하면, 소형 아파트를 3억원대에 매수하고 원금과 이자 포함 120만~130만원(이중 이자는 60만원 수준) 정도 내는 게 소득의 일정 부분을 저축도 하고 있고 원룸 가격과 유사한 이자를 내는 효과도 누릴 수 있는 겁니다.

투자 목적으로도 소형 아파트가 유리한 점이 많습니다. 최근 새 정부가 작은 규모의 정비 사업 추진을 도와주는 분위기인 점을 고려할 때, 가격대가 낮아 매수 부담이 덜하고 공시지가 수준도 낮아 보유 부담이 낮은 효과가 있는 A~B급지역 소형 아파트가 미래 투자 수익률이 높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김영곤

강남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 코로나로 밀렸던 결혼이 이유?

원인은 금리, 임대차 시장, 초핵가족세대 증가 등 복합적일 겁니다. 기사로는 어떤 이유가 더 클 것인가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한 가지 눈여겨봐야 할 건 이런 소형 아파트 사용자는 누구인가입니다. 직장이 있으면서 결혼을 앞두고 준비해온 젊은층이 코로나로 미뤄왔던 결혼을 더 이상 미루지 못하겠다고 판단한 건 아닐까요? 상대적으로 결혼은 4~6월에 많이 합니다. 그렇다면 그 대기 수요가 주택을 구하는 시기는 언제쯤일까를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 판단이 되지 않을까요.

즉, 너무 경제적 요인에만 매달려 해석할 필요가 없다는 얘깁니다. 사람들의 생각과 판단은 비슷한 부분들이 많지요. 장기적 추세가 아니고 단기간의 현상이라면 이 같이 생각해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