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 위기에도 러시아가 당당한 이유

부도 위기에도 러시아가 당당한 이유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러시아 루블화

디폴트 임박한 러시아 :  러시아 정부가 외국으로부터 빌린 채무를 갚지 못하는 디폴트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채무불이행, 모라토리엄, 국가부도 등 다양한 표현이 가능합니다) 일단 오는 16일이 첫번째 고비입니다만 이날을 무사히 넘기더라도 4월에는 훨씬 규모가 큰 채무 만기가 돌아오기 때문에 상황은 쉽게 정리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일단 오는 16일에 돌아오는 이자 상환일에 필요한 금액은 1.2억달러입니다. 러시아 전체 외채는 국채가 840억 달러, 회사채를 포함하면 2621억달러로 추산됩니다. 4월에는 20억 달러의 만기가 돌아옵니다.

연쇄 국가부도 위기? : 국가부도 또는 디폴트로 표현되는 채무불이행은 일반적으로 가용외환보유액이 모자랄 때 생깁니다. 그런 이유로 외국으로부터 진 빚을 갚지 못하고 그런 상황이 오면 평소라면 무난히 국채 재발행을 통해 만기 연장이 될만한 부채도 만기 연장에 실패하게 되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리고 그런 일이 벌어지면 디폴트를 선언한 그 국가 이외에 다른 불안한 국가들에도 불신의 눈초리가 돌아가게 되고 위험하던 국가들이 연쇄부도를 맞게 되면서 금융위기로 불이 번지는 일이 생기곤 했습니다.

러시아가 겁내지 않는 이유 : 그러나 이번 러시아 디폴트 사태는 몇가지 면에서 종전의 국가부도와는 다른 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 사태의 파장도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1. 러시아의 외환보유액에 비해 대외 부채 금액이 적습니다. 과거에 러시아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던 1998년 당시 러시아의 부채는 GDP대비 144%였지만 지금은 20%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러시아는 6천억 달러 이상의 외환보유액을 갖고 있어서 외채가 문제가 될 나라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미국이 러시아가 보유한 달러(미국 국채)와 유로화 자산(유로화 채권)을 몰수하면서 돈이 있는데도 빚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돈이 없어서 빚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 아닌 초유의 흑자 부도 상황을 어떻게 판단하게 될지 미지수입니다. 러시아는 달러와 유로화 자산을 제외하더라도 위안화 표시 자산과 1300억 달러가 넘는 금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마음 먹으면 갚을 수도 있지만 서방세계가 만들어놓은 문제이므로 서방세계가 알아서 풀라는 입장입니다.

2. 보통 국가부도가 발생하면 그 순간 그 나라는 대외 거래가 중단되고 무역이 어려워지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런데 러시아는 이미 국가부도가 발생하기 이전부터 미국 등 서방국의 제재 탓에 사실상 국가부도가 발생한 나라와 동일한 상황이었습니다. 오는 16일에 디폴트가 선언된다고 해도 별로 달라질 게 없는 상황입니다.

3. 러시아에 돈을 빌려준 채권자들 가운데 금액이 다소 큰 채권자들은 유럽(이탈리아 프랑스 등) 은행들입니다. 이들도 이 채권의 디폴트로 심각한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러시아는 만기가 돌아오는 부채를 갚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루블화로 지불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루블화로 지불하면 그걸 달러나 유로화로 바꿔서 나가야 하는데 이 역시 어렵습니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루블화를 외화로 바꾸는 걸 9월까지 중단시켰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보유하게 된 루블화는 사실상 인질입니다. 그걸 달러로 바꾸고 싶으면 미국을 설득해오라는 압박이 됩니다.

4. 일반적인 국가부도와는 양상과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파급효과도 다를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어떤 나라가 국가부도를 선언하면 채권자들이 긴장하게 되면서 다른 채권들의 만기 연장도 거부하게 되고 그런 여파가 취약한 다른 나라들로 전염되면서 신흥국들의 외환위기가 발생하곤 합니다. 그 가능성은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아마 터키나 헝가리 정도로 번질 가능성이 그 불똥이 튈 수 있는 나라 후보군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재건축 단지 호가가 오르는 이유
오늘의 이슈

새로운 소식 : 서울의 주요 재건축 단지들의 호가가 오르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윤석열 당선자의 공약이 재건축 규제를 줄이는 쪽이어서 그 영향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됩니다.

재건축 단지 가격 산정 공식 :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면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오르고 그것이 인근 아파트 단지의 가격도 올린다는 게 그동안의 상식이었고 그것이 재건축 규제를 강화하게 하는 논리였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인과관계가 좀 다릅니다. 인근 새 아파트 가격이 오른 것을 재건축 아파트가 따라가는 것이지 재건축 아파트가 올린 가격을 인근 새 아파트가 추종하는 게 아닙니다.

재건축 아파트는 <미래의> 새 아파트이기 때문에 새 아파트의 가격이 오르면 재건축 아파트 가격도 오릅니다. 그래서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은 <인근 새아파트 가격(A)-재건축하는 데 필요한 공사비(B)-재건축까지 기다려야 하는 시간비용과 그 외의 여러 걸림돌(C)> 이라는 공식으로 산출됩니다. 그래서 새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 재건축 아파트는 A가 오르므로 함께 오르고 재건축 규제가 강화되면 C값이 올라가므로 가격이 내려갑니다.

규제완화로 최근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건 C가 낮아지기 때문에 생긴 현상입니다. C가 없었다면 이미 올라있을 가격 수준인데 그동안 눌려있다가 C가 줄어들면서 제자리를 찾는 것입니다.

규제를 풀어줘야 가격이 안정된다 : 그러나 규제 완화가 중장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재건축을 활성화하면 A가 안정되기 때문입니다. 강남의 한강변 새아파트 가격이 40억원을 넘는 이유는 희소성 때문이고 그 희소성은 강남 한강변의 수두룩한 낡은 아파트들이 재건축이 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C가 매우 높기 때문)에 생긴 프리미엄입니다. 재건축을 활성화하면 C가 낮아지지만 A도 낮아져서 중장기로는 아파트 가격이 안정된다는 게 재건축 규제 완화의 논리입니다.

종전에는 각종 규제(C)를 높이는 바람에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누를 수 있었지만 그 댓가로 A가 하늘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C를 높이면 재건축을 통한 새 아파트 공급이 부족해지기 때문입니다. 재건축 규제가 아파트 값을 잡지 못하는 이유는 C를 아무리 눌러도 A가 올라가면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계속 올라가는 원리 때문입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  외국인의 코스피 시가총액 비중이 6년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높을때는 40%에도 육박했는데 요즘은 32%에도 못미칩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신흥국인 한국 증시에서 돈이 빠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달러값이 비싸지면서 돈은 더욱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대기업 신입 공채가 연이어 재개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삼성, LG, SK 등 주요 그룹들이 신입 공채를 예정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보수적인 채용을 이어왔던 대기업들이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면서 다시 채용을 늘리고 있습니다. 일자리 창출 주체로서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신입 공채를 확대한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 요즘 주유소에서 주유하기가 겁납니다. 휘발유는 물론 경유도 대부분 2,000원이 넘습니다. 앞으로 물가가 더 오를 것 같다는 한국은행의 전망입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 유가가 오른 것이 기대인플레이션 즉 ‘앞으로도 물가가 더 오를 것 같다’는 생각을 키우면서 물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