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는 언제까지 계속될까요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저금리는 언제까지 계속될까요

🤑투자 욕구는 언제까지 커질까: 요즘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자산의 가격이 계속 오르는 것을 ‘저금리로 인해 사람들의 투자 욕구가 커진 결과’라고 해석한다면 향후 자산 가격 전망 역시 사람들의 투자 욕구가 언제까지 계속 커질 것이냐에 달려 있습니다.

아쉽게도 저금리가 계속될 경우 사람들이 그 저금리에 적응하고 익숙해져서 다시 낮은 금리의 예금이나 채권투자에 만족하게 될지 아닐지는 과거의 경험이나 연구 결과가 없기 때문에 정확히 알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금리의 절대수준이 오르지 않으면 리스크가 적은 우량한 자산으로 시중금리 대비 더 나은 수익을 노리는 투자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유일한 변수는 리스크가 적은 우량자산의 가격이 오르면 가격이 올랐다는 것 자체가 리스크가 되면서 사람들의 투자 대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 정도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최근의 저금리는 왜 나타나는 현상이며 앞으로도 계속 지속될 것인지 아니면 일시적 현상일 것인지를 추측해보는 것은 앞으로 자산가격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데 꼭 필요한 과정입니다.

📉저금리의 원인: 저금리의 원인이 뭐냐는 질문에 대한 여러가지 주장에 대해서는 이 뉴스가 잘 정리하고 있습니다. 저금리의 원인은 구조적인(그래서 웬만해서는 바뀌지 않을) 요인도 있고 코로나 바이러스 등에 따른 일시적인 요인도 있겠습니다만, 우리의 궁금함이 1년 후의 금리가 아니라 <금리가 10년 또는 20년 후에도 계속 이렇게 낮을 것인지>라면 저금리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구조적인 요인에 대해 살펴보는 게 필요합니다.

🤝금리도 결국 수요공급을 따른다: 금리는 쉽게 말하면 돈의 월세입니다. 집은 공급자와 수요자가 만나서 월세가 결정되듯 금리도 공급자와 수요자가 만나서 결정합니다. 일반적으로는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결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중앙은행의 기준금리는 시장에서 형성된 금리를 따라 움직일 뿐입니다.

예를 들어 경기가 아주 나빠져서 사람들이 연 1%의 이자에도 돈을 빌려서 소비나 투자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면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2%로 올리고 싶어도 그 금리가 유지되지 않습니다. 2%에는 아무도 돈을 빌리려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경기가 너무 좋아서 사람들이 3%의 금리라도 빌려서 투자하려고 한다면 중앙은행이 금리를 2%로 낮추려고 해도 시중 금리는 낮아지지 않습니다. 금리가 2%로 유지되는 한 경기가 다시 나빠질 때까지 당분간은 계속 무제한으로 대출신청이 들어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소득의 양극화에서 출발한 저금리: 금리가 자금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면 저금리는 자금이 과잉 공급됐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입니다. 그리고 그 원인은 소득과 자산의 양극화입니다.

상품 구매가 쉬워지고 정보가 투명화되면서 과거와는 달리 가성비가 좋은 상품은 전 세계의 소비자가 그걸 구입할 수 있습니다. 가성비가 좋은 상품을 만들기만 하면 금방 부자가 됩니다. 반대로 가성비가 조금이라도 떨어지는 상품은 잘 안팔립니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제품을 만드는 생산자가 모든 주문을 다 흡수하고 같은 상품이라면 가장 낮은 가격에 파는 판매자가 모든 수요자의 주문을 다 흡수하는 게 현대의 시장 구조입니다.

💎A급 제품을 파는 회사에만 돈이 몰린다: 그래서 좋은 상품을 생산하는 기업과 그 주주들은 계속 돈을 벌고 그들의 돈은 계속 늘어나는데 적당한 투자처를 찾기는 어렵습니다. 애플의 현금이 계속 쌓여가고 심지어 자사주 소각으로 그 현금으로 소진하는 것이 그 사례입니다. 충분히 투자도 하고 기술개발에 돈도 쓰지만 그래도(또는 그런 까닭에) 애플에는 돈이 더 계속 쌓입니다.

이들의 돈은 은행에 예금형태로 쌓이고 그 예금은 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대출의 형태로 나가는데(그 과정에서 통화량이 늘어납니다) 대출로 나가는 돈은 결국 다시 좋은 상품을 생산하는 기업과 주주들의 주머니로 들어옵니다. 그들은 좋은 상품을 생산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정보가 투명하지 않다면 가성비 A급인 제품이 어디에서 얼마에 팔린다는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니 B급 제품을 비싸게 생산하는 기업들도 돈을 벌고 그런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대출을 받아 투자를 하기도 하지만 점점 정보가 투명해지면 A급 제품만 팔리고 그러면 B급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투자도 사라집니다. (빈부의 격차는 세상의 정보가 투명해지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제품의 가격과 품질도 그렇지만 누가 생산성이 높은 직원인지도 매우 정확하게 알게 되기 때문에 생산성이 높은 직원에게는 높은 연봉을 지급하고 그렇지 않은 직원은 낮은 연봉을 주거나 해고합니다. 똑같은 사무실에서 똑같은 월급을 받던 시대는 정보의 투명성 때문에 사라졌습니다)

B급 제품을 생산하는 투자가 사라진다는 건 은행에 쌓여있는 돈을 빌려가서 투자할 곳이 점점 줄어든다는 뜻입니다. A급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대출이 필요없습니다. 그래서 자금 시장에 공급은 넘치고 수요는 줄어들면서 저금리가 심화됩니다.

실물경제로만 보면 B급 제품이라도 만드는 공장이 생겨야 일자리도 생기고 경제도 돌아가니 정부와 중앙은행의 입장에서도 금리를 더 낮게 유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정보의 투명화와 그에 따른 양극화가 계속되는 한 금리가 올라갈(자금의 공급이 줄고 수요가 늘어날) 이유는 찾기 어렵습니다.

🧐그럼 계속 저금리일까: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낮아진 금리에 제일 먼저 반응하는 것은 중앙은행이나 정부의 바람과는 달리, B급 제품이라도 만드는 공장의 투자용 자금 수요가 아니라 그런 금리에 돈을 빌려서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하려는 수요입니다.

금리가 2%라면 공장의 투자용 수요는 움직이지 않지만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하려는 수요는 먼저 움직입니다. 2%의 금리라면 그 금리에 돈을 빌려서 공장을 지어서 물건을 만들어서 돈을 벌 정도의 확신은 없지만 그 금리에 돈을 빌려서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하면 적어도 그 금리 이상은 벌어들일 것 같다는 확신은 갖게 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금리는 낮고 그럼에도 경기는 나쁜데 주식이나 부동산은 계속 오르고 그래서 정부는 매우 난감해지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단기적으로는 이렇게 경기가 나쁜데 주식이나 부동산이라도 오르는 게 다행이거나 부의 효과(보유한 자산의 가격이 오르면 소비가 늘어나는 현상)라도 기대할 수 있으니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자산의 가격이 계속 올라가면 언젠가는 거품이 생기고 그 거품이 꺼지면 강력한 경기 침체가 이어집니다.

그래서 긴 시간을 놓고 보면 자산이 오르면서 생기는 부의 효과나 소비진작, 또는 그에 따른 GDP 상승효과가 거품이 꺼진 후에 그로 인해 발생하는 경기 침체와 그에 따른 고통과 투자부진이 더 크고 깁니다.

😷정부 입장에선 고통을 피하는 게 우선: 결국 각국 정부는 미래의 거품을 막기 위해 현재의 고통을 감내하느냐, 아니면 현재의 고통을 피하기 위해 미래의 거품을 키우느냐의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후자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거품이 꺼지고 그에 따른 경기침체가 올 때 그걸 중앙은행의 발권력으로 막을 수 있음을 이번 코로나 사태의 해결 과정에서 확인한 것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후자를 선택하는 경향을 좀 더 강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오늘의 이슈

코로나 봉쇄를 풀면 경제가 좋아질까

경제 봉쇄 vs. 경제 개방: 스웨덴과 덴마크는 산업 구조와 지리적 위치가 매우 비슷합니다만,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에 대응하는 방식은 180도 달랐습니다. 스웨덴은 별도의 방역을 하지 않고 경제활동도 멈추지 않아서 확산이 빠르게 됐고, 덴마크는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방역을 하고 셧다운도 함께 진행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이런 상황에서는 경제 활동은 스웨덴이 활발하지만 환자수 통제는 덴마크가 잘 됐을 것이라고 추측하지만, 실제로는 경제활동도 스웨덴이 더 부진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부가 경제활동을 막거나 통제하든 그렇지 않든, 환자가 많이 발생하면 사람들은 알아서 자발적으로 저절로 경제활동을 줄인다는 걸 보여줍니다.

😷2차 확산이 오면: 미국이나 다른 국가들이 코로나 2차 확산이 오더라도 과거처럼 경제활동 전체를 멈추는 이른바 록다운은 하지 않을 것이며 그 때문에 경기 침체도 처음보다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많습니다. 그러나 스웨덴의 사례는 2차 확산이 오면 경기는 매우 나빠질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는 비관론자들의 전망에 힘을 싣는 단서입니다.

넷플릭스 사용자가 줄어든 이유

아마존과 넷플릭스, 페이스북 중에 어떤 회사가 10년 후에도 계속 성장할 가능성이 높을까요. 다양한 의견이 있겠지만 아마도 아마존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에 힘을 실어주는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의 월간 사용자 수가 지난 4월보다 6월이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사용자들이 콘텐츠를 지겨워하거나 흥미를 잃어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코로나 19로 실내생활이 길어지면서 이용자가 급증했지만 흥미를 잃고 떠나는 케이스들도 많다는 해석입니다.

🎞콘텐츠 기업은 경쟁자가 많다: 아마존 같은 쇼핑몰은 사용자들의 구매 습관이 반복되면서 그 행동이 강화되고 빈도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지만 페이스북이나 넷플릭스 같은 콘텐츠가 핵심인 업체는 언제든 지겨워질 수 있다는, 그래서 경쟁자가 쉽게 나타날 수 있는 리스크가 있습니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있습니다. 아마존은 창고 등의 설비와 배송서비스를 함께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나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기가 어렵지만 넷플릭스나 페이스북은 모든 것이 디지털 방식으로 서비스되므로 다른 나라로 시장을 확대하기가 용이합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주담대보다 싼 신용대출: 대형 은행의 개인신용대출 금리는 최저 연 1%대까지 떨어졌습니다. 올해 초 연 1.25%였던 기준금리는 현재 연 0.5%입니다. 이자 부담이 줄어들면서 지난달 개인신용대출 잔액도 5대 은행에서만 3조원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영업점이 없어 금리가 더 낮은 인터넷은행의 인기도 높아졌습니다. 카카오뱅크의 신용대출 잔액은 1년 만에 43%가량 늘었습니다.

🛢드디어 움직인 버핏: 매력적인 주식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던 워런 버핏이 새 투자에 나섰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첫 투자입니다. 버핏이 운영하는 버크셔해서웨이는 미국 내 천연가스 파이프라인과 저장시설 기업을 사들이는 데 97억 달러를 썼습니다. 현재 천연가스 가격은 2000년 이후 최저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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