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월] 세금이 부족하다

‘리멤버 나우’는 국내 최고의 경제 전문가들이 매일 아침 최신 경제 이슈를 설명해드리는 콘텐츠 레터입니다. 리멤버 나우를 보신 후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이 링크에 질문을 남겨보세요! 좋은 질문을 선정해 리멤버 나우 필진이 답해드립니다

내년에 세금이 꽤 부족할 전망입니다. 올해 수출이 감소한 영향이 큽니다. 신혼부부에게 아파트 당첨 우선권을 주는 제도가 금수저를 위한 특혜 제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12월 2일 ‘리멤버 나우’입니다.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세금이 부족하다

내년 우리나라 정부의 살림살이가 대단히 쪼들릴 것 같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세금 수입이 올해보다 크게 줄어들 것 같기 때문입니다. 원래 불경기에는 세금이 덜 걷히고 쓸 곳은 오히려 많아지는 게 당연한 현상이기도 하지만  세수 감소폭이 예상외로 커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 세금이 얼마나 줄어드나요?

우리나라에선 법인세, 소득세, 부가가치세 이 3가지 세금이 거의 비슷한 정도로 걷힙니다. 이 3가지 세금을 걷어서 나라살림을 한다고 생각하면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2017년 기준으로 소득세 75조원, 법인세 67조원, 부가세는 59조원이 걷혔습니다(국민들 사이에서 꽤 예민한 세금인 상속세는 2조원, 증여세는 약 5조원, 종부세는 1~2조원 정도입니다. 그런 세금들은 많이 걷든 적게 걷든 세수 자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습니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전망에 따르면 내년 법인세 세수가 올해보다 약 8조7000억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내년에 기업들이 내는 법인세는 올해의 이익에 연동되므로, 내년에 법인세를 얼마나 내게 될지는 올해 기업들이 거두고 있는 이익의 흐름을 보면 대강 예상할 수 있습니다.

소득세는 올해 번 돈에 근거해서 내는 소득세도 있고 내년이 되어 봐야 알 수 있는 소득세(예를 들면 부동산 양도소득세는 내년에 집을 파는 사람들이 냅니다)도 있습니다. 아직은 정확한 예상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소비액에 비례해서 내는 부가가치세는 내년의 소비경기를 봐야 알 수 있습니다.

법인세 정도를 비교적 구체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데 거기에서만 약 10조원가량이 줄 것이라고예상된다는 겁니다. 소득세와 부가세의 감소분이 커지면 세수 감소는 더 확대될 수 있습니다.

– 소득세와 부가세도 내년에 더 줄어들까요?

반도체 경기 부진 등의 원인으로 올해 기업들의 실적이 좋지 않으니 연말 성과급도 덜 나갈 것이고 그러면 내년 초에 내는 소득세도 줄어들 겁니다. 부동산 양도소득세는 주택 거래가 많으면 늘어나는데 매물을 내놓을 만한 다주택자들이 무거운 양도세, 의무거주기간 등의 규제로 매물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올해처럼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부동산 거래의 부진은 다양한 파급효과를 가져옵니다. 사람들이 비교적 큰 돈을 쓰는 시기는 집을 옮기는 때입니다. 집을 수리하면서 쓰는 비용도 있고 이사하는 과정에 가전제품이나 가구를 교체하기도 합니다. 부동산 거래가 부진하면 그런 내구재 소비도 줄어듭니다.

종부세 등 재산세가 더 늘어나면, 그런 세금을 내는 고소득층의 소비도 감소할 가능성이 큽니다. 종부세 등 보유세가 집을 팔아야 할 만큼 세금 부담이 크다면(그걸 유도하기 위한 세금이니까요) 집을 팔기 전에 먼저 소비를 줄여서 그 부담을 줄이려는 노력을 할 가능성이 큽니다. 정부가 원하는 다주택자의 매물 출회 이전에 다주택자들의 지갑 닫기가 먼저 나타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들의 소비 위축은 자영업자 등의 소득 감소로 이어집니다. (뭔가를 얻으려면 항상 뭔가를 잃는 게 생깁니다)

– 세수가 줄어들면 어떤 일이 생기나요

정부의 예산이 <오로지 세금 걷는 만큼만 쓴다>는 원칙에 따라 정해진다면 정부가 쓸 돈(예산) 자체도 줄어들겠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습니다. 정부는 세금이 적게 걷히면 그 부족액을 국채 발행을 통해 부채를 조달해서 사용합니다.

그러므로 세수가 감소하면 정부의 채무가 늘어날 뿐 정부 예산은 변화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정부의 채무가 증가하는 과정에서 국채 발행이 늘어나므로  시중 금리가 오르는 효과를 가져올 수는 있습니다.  (정부가 큰 돈을 빌리러 다녀야 하므로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이자율이 오릅니다)

올 한 해 늘 눈에 띄던 경제뉴스 중 하나가 ‘수출 감소’ 였다면 내년에는 ‘세수 펑크’일 가능성이 큽니다. 불경기에는 늘 나타나는 현상이니 새롭거나 충격적인 일은 아닙니다만 걱정스러운 현상이긴 합니다.

오O필님, 답해 드립니다

리멤버 나우는 지금 경제가 좋다고 보나요?

누구는 경기가 최악이라하고 다른 누군가는 나름대로 선방하고 있다고 합니다. 리멤버 나우의 논조는 대체로 현 정부에 긍정적인 내용이 많아보입니다. 이렇게 경제지표를 보는관점이 다른 이유가 궁금합니다.

경기가 좋으냐 나쁘냐를 판단하는 것은 쉬운 일이기도 하고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어떤 상가에 가게가 두 곳이 있어도 어떤 곳은 장사가 잘되고 어떤 곳은 장사가 안 됩니다. 어느 집을 기준으로 보느냐에 따라 경기가 다릅니다.

이건 주식시장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어떤 종목은 주가가 오르고 어떤 종목은 주가가 내린 날 오늘 주식시장이 어땠느냐고 하면 답이 각각 다릅니다. 그래서 우리는 코스피 지수라는 걸 만들어놓고 그걸 기준으로 주식시장이 오른 건지 내린 건지를 판단합니다.

경기가 어떠냐는 질문에 대한 답도 마찬가집니다. 우리나라 경제 전체를 아우르는 지표가 있어야 합니다. 그 지표는 경기동행지수일수도 있고 GDP갭일수도 있지만  아주 쉬운 판단 기준은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고 있느냐 내리고 있느냐 입니다. 그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경기는 나쁩니다. 그래서 중앙은행(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계속 내리는 중입니다.

어떤 나라의 경제성장률이 4%라면 그 나라는 경기가 좋은 걸까요 아니면 나쁜 걸까요. 그에 대한 답은 그 나라가 어떤 나라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중국이 그렇다면 경기가 아주 나쁜 것이고 우리나라가 그렇다면 경기가 아주 뜨거운 겁니다. 그러니 경제성장률이라는 숫자 하나만 봐서도 판단이 어렵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잠재성장률보다 성장률이 높으면 과열이고 그 반대이면 경기가 나쁜 겁니다.  우리나라는 그 기준으로 봐도 경기가 나쁩니다.  그래서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리고 있는 겁니다.

경기가 나쁘냐 좋으냐는 그래서 논쟁거리 자체가 아닙니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낮추고 있는데 경기가 좋다고 하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경기가 나쁜 게 맞습니다. 그러나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경기가 나쁜 그 이유와 주범이 누구냐를 찾는 것도 큰 의미는 없습니다. 경기가 나쁜 데에는 현재의 정부가 내놓은 잘못된 정책 등의 영향도 있지만, 우리가 어찌하기 어려운 글로벌 변수들이 더 큰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으며 불경기에 대한 정부의 대응도 별도로 평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건 경기가 좋으냐 나쁘냐 그 자체가 아니라 그런  경기가 더 나빠지고 있느냐 아니면 바닥을 다지고 있느냐, 아니면 나쁜 중에서도 조금씩 호전되고 있느냐 입니다. 그리고 그건 정말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경기가 지금 좋으냐 나쁘냐는 중앙은행이 수많은 경제 전문가들을 고용해서 그 고민을 대신 한 후에 통화정책을 펴고 있으므로 그 답을 찾는 게 별로 어렵지 않지만, 지금 호전되고 있는지 그대로인지 아니면 더 나빠지고 있는지는 판단하기가 더 어렵습니다.

우리는 그 판단을 다양한 정보를 통해서 내립니다만 그 과정에서 여러 오류가 나타납니다. 그건 아주 중요한 부분입니다.

예를 들면 “40대 취업자 수가 계속 줄어들고 있는 것은 경기가 나쁘기 때문”이라는 요지의 뉴스가 그런 사례입니다. 리멤버 나우는 “(경기가 나쁜 것은 사실이더라도) 40대 취업자 수가 줄어드는 것은 경기 탓이 아니라 40대 인구 자체가 감소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코멘트합니다. 왜냐하면 40대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40대 취업자 수 감소는 그걸 그대로 가져다가 경기를 판단하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다른 예를 들어보죠. 정부가 만든 인위적 일자리 덕분에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으니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는 정부의 설명도 문제가 있지만, 새로 늘어난 일자리의 대부분은 정부가 만든 인위적 일자리이니 그걸 빼면 경기는 최악의 상황이라는 공격도 상황을 명확하게 드러내지는 못합니다. 우리나라에 일자리가 몇 개나 늘어나는 게 정상적인 상황인지에 대한 컨센서스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 리멤버 나우는 일자리 숫자의 변화만으로는 경기가 어떤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설명드립니다. 그런 의미를 담은 레터의 내용들이 받아들이기에 따라서는 경기가 나쁘지 않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겠습니다. 독자들 중에 그런 분들이 많다면 그건 저희의 불찰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경기가 나쁘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런 근거로 경기가 나쁘거나 더 나빠질 것이라는 설명은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정리하자면
경기는 나쁩니다만, 우리가 경기를 관찰하는 이유는 언제쯤 좋아지는지 아니면 언제쯤 더 나빠질 지를 예측해서 경제활동을 보다 효율적으로 하기 위함입니다. 그러니 경기가 좋은지 나쁜지에 대한 결론보다는 좋아지는 신호와 경기가 나빠지는 신호에 관심을 기울이는 게 필요합니다. 경기가 나쁘다 또는 좋다는 결론을 일찍 내리고 그 이유 또는 그 주범을 찾아서 공격하는 것은 경기가 좋든 나쁘든 별로 바람직한 사고의 방향이 아닙니다.

데일리 브리프

식재료 비싼 서울

서울의 물가 수준은 서울과 비슷한 소득수준을 가진 도시와 유사한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당연한 말입니다). 그러나 식료품과 의류는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한 도시보다 더 비싸고 반대로 공공요금(교통 통신 교육비)과 외식비는 상대적으로 더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된 이유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의류의 가격은 대부분이 유통비용이거나 마진입니다. 원재료비가 높지 않습니다. 유통비용이 높은 이유는 수입의류의 경우 관세와 부가세가 높은 것, 그리고 소비자들이 고가 의류를 사기 위해 얼마나 기꺼이 지갑을 여는지에 대한 성향 차이 등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식료품이 비싼 이유는 농수산물을 생산하는 농어촌을 보호하기 위해 정책적으로 관세를 높게 유지하기 때문입니다. 수입농산물이 쉽게 들어오지 못하고 식재료 가격이 높다보니 가공식품의 경우도 가격을 높게 유지할 수 있는 여력이 생깁니다(예를 들어 라면의 가격이 더 내려가지 않는 이유는 라면의 대체재인 쌀밥의 원가가 높게 유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렴한 수입쌀은 쌀농사를 짓는 농민들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수입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외식 가격이 다른 도시에 비해 저렴한 것은 낮은 인건비와 더 치열한 경쟁 탓으로 해석됩니다.

금수저 신혼부부에게 서울 아파트를?

신혼부부 특별공급이라는 제도는 소득이 낮은 신혼부부들에게 아파트 당첨 우선권을 주는 제도입니다. 굳이 <소득이 낮은> 신혼부부라고 제한한 이유는 가난한 분들에게 혜택을 더 주자는 취지 때문입니다.

그런데 서울에서 공급되는 아파트는 <소득이 낮은> 신혼부부는 엄두도 안 나는 가격입니다. 그래서 금수저 신혼부부 특혜제도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저출산 대책을 만들기는 해야겠고 별다른 아이디어가 없다보니 이곳저곳에 신혼부부 우대 정책을 끼워넣다가 생긴 일입니다. 신혼부부 특별공급에 따른 차익이 워낙 크다보니 아예 직장을 그만두거나 연봉이 낮은 곳으로 옮겨서 신혼부부 특별공급의 소득제한을 피하려는 경우도 생깁니다.  분양가 상한제 등으로(분양가 상한제 비적용지역도 HUG가 분양가 심사를 하면서 분양가를 계속 억누릅니다) 당첨만 될 경우 시가에 비해 워낙 차익이 크기 때문입니다. 

금리, 더 내려갈까?

한국은행이 지난주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를 1.25% 그대로 동결했습니다만, 내년쯤에는 한두번 금리를 더 내릴 것이라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컨센서스입니다. 물론 그 예상이 틀릴 수도 있습니다.

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원 4명(전체가 7명입니다)의 임기가 내년 봄에 끝나고 새로운 금통위원들이 들어오는 것도 변수입니다. 내년에 금리가 더 내릴 것으로 보는 이유는  경기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과 우리와 비슷한 금리수준을 유지하던 호주가 기준금리를 계속 내리고 있다는 것 (올해 3번의 인하를 통해 0.75%까지 내려갔습니다) 등이 꼽히고 있습니다.

데일리 체크

20대의 소비가 양극화하고 있습니다. 가성비 소비가 여전하지만, 한 조사기관에 따르면 명품 소비도 2년새 3.5가량 늘었습니다. 백화점 업계는 젊은 세대에 인기가 많은 브랜드를 들이고, 20대를 위한 VIP 등급도 만들면서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중남미 지역에 극심한 가뭄이 들어 커피 원두 가격이 급등하고 있습니다. 최근 두 달 사이 20% 이상 올랐는데요. 시장에서는 커피 원두 가격이 앞으로도 더 오를 걸로 보고 있습니다.

새로운 제품·서비스에 일정 기간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해주는 ‘규제 샌드박스’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까다로운 조건부 승인을 내주면서 새로운 규제를 덧붙이고 있어서인데요. 택시 합승을 중개해주는 서비스인 ‘반반택시’는 서울과 경기 전역에서 서비스하게 해달라고 신청했지만, 서울 6개 권역만 허용됐습니다. 서비스 시간도 오후 10시부터 오전 4시까지로 한정됐습니다. 규제 샌드박스는 통과했지만, 다른 기관의 심의를 통과하지 못한 유전자 진단업체의 사례도 있습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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