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멤버 나우’는 국내 최고의 경제 전문가들이 매일 아침 최신 경제 이슈에 대해 설명드리는 콘텐츠 레터입니다. 최근 합류한 거시경제와 IT 트렌드를 다루는 필진이 궁금하시다면, 클릭하세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우리 경제가 2.2% 성장하기도 쉽지 않다고 했습니다. 지금 한국 경제가 처한 위기는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위기를 타개하려면 어떡해야 하는지 설명드립니다. 특정 보험사에 소속되지 않고 다양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전문 판매회사가 힘을 얻으면서 보험업계의 지형도가 바뀌고 있습니다. 9월 30일 ‘리멤버 나우’입니다.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요즘 우리 경제 어떤가요?
“경기가 좋지 않으며 더 나빠질 우려가 크다. 어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요즘 우리나라 경제상황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전문가들’의 범위와 종류가 워낙 다양해서 누구의 분석이냐에 따라 다르지만 일단 한국은행의 입장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주말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언급들을 좀 곱씹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 올해 성장률 2.2% 달성이 녹록지 않다(이미 꽤 많은 민간 연구소들은 1%대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 무역분쟁, 브렉시트,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 연내에는 글로벌 경기 흐름이 반등 모멘텀을 찾기 쉽지 않겠다
– 내년 경기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변수인 미중 무역분쟁의 전개 양상과 반도체 경기가 어느 정도 회복할 것인지는 지금 자신 있게 말하기 곤란하다
–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끝나기 전까진 경제가 나아지기 힘들다는 뜻인가요?
한국은행 총재의 이런 발언들은 현재의 우리 경제의 고민을 잘 요약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기 시작한 것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불거지기 이전의 일이어서 별도의 고민과 대책이 필요한 문제지만 일단 당장 눈앞에 펼쳐진 세계 경기의 침체는 두 강대국의 갈등 때문입니다. 이들의 갈등이 어떻게 전개될지 확실하지 않은 시점에서 투자를 늘리거나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과거보다 리스크가 큰 일 입니다. 환율과 유가가 어떻게 될지 불확실할 때 모든 기업들은 보수적인 결정을 내리고 그 과정에서는 생산이 위축되고 고용이 줄어들기 마련입니다. 불확실성이 가장 큰 악재입니다.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린 가장 큰 요인은 수출의 감소이고 투자의 감소인데 그 원인은 반도체 가격 하락입니다. 반도체 가격이 올라가야 수출액도 늘고 반도체 관련 투자도 늘어날 텐데 이 역시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의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요약하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경제는 요즘 이 문제가 언제 어떤 계기로 풀리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 길어지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다른 이유가 있더라도 이미 그보다는 이 문제가 더 큰 원인이라고 사람들이 믿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가 풀려야 합니다. 경제는 그래서 심리현상 입니다)
반도체 경기가 언제 풀릴지에 대한 논란도 뜨거운 편입니다만, 최근 1주일 사이에는 올해 안에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쪽으로 전망이 다시 기울고 있습니다. 반도체 생산업체 마이크론이 내놓은 전망 역시 그런 쪽입니다. 한국은행 총재도 ‘자신있게 말하기 곤란하다’고 표현했습니다.
– 요즘엔 디플레이션이 올 거라는 걱정도 나오던데요.
최근에 신경 쓰이는 지표 가운데 하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입니다. 지난 8월에 조사된 기대인플레이션율이 1.7% 로 신저점을 경신하면서 사람들의 마음속에 형성된 저물가가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생겼습니다. 당장은 아니지만 미래의 언젠가 올해 가을을 뒤돌아보면서 그때가 디플레이션의 시발점이자 전조였다고 돌이켜보게 되는 일이 생기지 않을지에 대한 걱정입니다 . 한국은행 총재는 이 문제에 대해 “물가하락이 장기화하고 가격이 내려가는 품목이 매우 늘어나 확산되어야” 디플레이션으로 볼 수 있다고 원론적인 설명으로 답을 대신했습니다. 아직은 디플레이션이 아니라는 의미지만, 아무도 이미 디플레이션이라고는 주장하지 않습니다.
– 그럼 어떡해야 경제성장을 촉진할 수 있죠?
이런 불경기를 벗어나는 방법은 두가지입니다. 1. 똑같은 상품을 생산하더라도 수요가 늘어나는 운이 좋은 경우 2. 새롭고 업그레이드된 상품을 생산해서 수요를 자극하는 경우입니다. 1번은 그냥 기다리는 수밖에 없고 2번은 우리가 만들어가야 하는 일입니다. 새롭고 업그레이드된 상품을 생산하려면 (이미 자본과 노동의 공급은 충분하니) 기술혁신이나, 규제완화나, 제도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기술혁신, 규제완화, 제도의 변화는 하나 하나가 쉽지 않은 과제입니다. 규제나 제도의 변화 역시 특정 계층의 이익을 다른 계층으로 이전하는 과정을 수반하기 때문에 늘 정치적 갈등을 유발합니다. 노동유연성 제고, 의료 보건산업의 규제 완화 등이 그런 예입니다.
예를 들어 똑같은 직원이 보다 업그레이드된 상품을 만들어내려면 더 좋은 컴퓨터나 SW가 제공되거나(설비투자) 직원들의 능력이 업그레이드되어야 합니다. 직원들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방법으로 근로시간을 줄이고 인간다운 삶을 살게 해주면 나아질 것이라는 주장과, 성과가 나오지 않는 직원을 해고하고 다른 직원으로 자유롭게 대체할 수 있게 하면 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습니다. 새롭고 업그레이드된, 그래서 수요를 자극할 만한 상품으로 거론되는 것 가운데 하나는 원격의료서비스입니다. 그런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자본과 설비가 대규모로 필요하니 투자를 받고 투자자들에게 배당을 할 수 있는 영리의료법인 제도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런 서비스를 허용하면 특정 기업이 모든 의료 정보를 독점하면서 이윤을 키울 것이라는 걱정과 의료 서비스의 부익부 빈익빈을 가속화한다는 비판이 함께 제기되고 있습니다.
– 그런데 경제는 왜 꼭 성장해야 할까요?
경제성장률이 0%라는 건 그 나라 전체가 1년 동안 번 소득이 작년과 똑같다는 말인데요. 인구는 계속해서 늘기 때문에 이럴 경우 문제가 생깁니다. 우리나라 인구는 요즘 30만명 정도씩 매년 늘어납니다. 인구가 늘어났는데 버는 돈이 똑같으면 국민 개개인의 1인당 소득은 오히려 줄어들죠. 그래서 1인당 소득을 유지하려면 적어도 인구가 늘어나는 만큼은 경제도 성장해줘야 합니다.
더 중요한 이유는 현실적으로 세상에는 부지런하거나 운이 좋거나 머리가 좋거나 욕심이 많은 사람들 또는 그런 사람들이 모인 기업들은 경제가 안 좋아도 작년보다 돈을 더 많이 번다는 점입니다. 이 말은 작년보다 돈을 더 많이 버는 사람들은 늘 있기 마련인데 전체 경제성장률이 0%면 작년보다 돈을 적게 버는 사람들도 꽤 많다 는 뜻이 됩니다.
그래서 경제성장률은 높아야 되고 높을수록 좋습니다. 그래야 아주 잘나가는 기업과 개인들이 열 발자국 전진할 때 돈 버는 능력이 떨어지는 서민들도 한두 발자국이라도 앞으로 나가죠. 그 나라에서 제일 가난한 사람이 작년보다 그래도 올해 살림살이가 좀 더 나아지려면 그 나라에서 잘나가는 사람들은 작년보다 돈벌이가 훨씬 잘돼야 됩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한줄로 쭉 서서 강을 걸어서 건넌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키가 아주 큰 사람이야 수심이 150cm이든 160cm이든 별 차이가 없는데 키가 작은 사람은 그 1cm 차이 때문에 살기도 하고 죽기도 합니다.
경제도 마찬가집니다. 경제성장률이 5% 하다가 1%가 돼도 부유한 사람들은 그냥저냥 별 차이 없이 살 수 있는데 가난한 사람들은 경제성장률 1% 차이 때문에 정말 살기도 하고 죽기도 합니다. 경제성장률을 높여야 되는 이유는 우리 국민들 중에 소득 하위권에 있는 분들이 좀 덜 고통스럽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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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브리프
힘세진 보험 중간유통상
과거에는 과자를 사먹을 수 있는 곳이 구멍가게(작은 상점) 뿐이었습니다. 과자를 만드는 회사는 전국의 구멍가게들을 돌아다니며 과자를 납품해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과자를 안 받겠다는 가게 주인이 있으면 일일이 설득해야 했습니다. 이런 유통망 때문에 과자만 잘 만드는 소규모 과자공장은 과자사업을 못했습니다. 과자를 전국 구멍가게에 납품할 유통망을 만드는 게 너무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대형마트나 편의점들이 전국의 골목 상권을 장악하면서 두 가지 변화가 생겼습니다. 신생 과자회사도 과자를 잘 만들면 매출을 쉽게 올릴 수 있게 됐습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본사만 설득하면 되니까요. 반면 유명한 과자 회사는 을이 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대형마트나 편의점이 과자를 진열해주지 않으면 다른 곳에는 팔 곳이 없으니까요.
요즘 보험업계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GA(특정 보험사에 소속되지 않고 다양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전문 판매회사)라는 보험업계의 대형마트가 힘을 키우면서 갑자기 소형 보험회사가 점유율이 높아지기도 하고 대형 보험회사의 실적이 추락하기도 합니다.
대형마트나 편의점에 밉보이면 아무것도 못 파는 상황이 되면 대형마트와 편의점이 떼가는 마진은 높아지겠죠. 보험업계도 GA 회사가 떼가는 수수료가 급격히 높아졌습니다.
특정 보험회사가 자사 보험설계사 조직을 키우기 위해 높은 몸값과 수수료율을 내세우며 GA 소속 설계사들을 스카웃하자 GA는 그 특정 보험사 상품을 팔아주지 않는 것으로 대응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보험상품 중 판매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높아지고, 설계사가 여기저기 옮기면서 고객 관리도 부실해집니다. 금융당국이 GA의 힘을 줄이기 위해 수수료 체계 개편안을 얼마 전에 내놨고, GA 업계는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윽고 금감원이 대형 GA들에 대한 종합검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입니다. 금융당국은 <보험사-GA-소비자>로 연결되는 고리에서 GA가 가져가는 이익이 많아지면 보험사가 부실해지거나 소비자가 피해를 입으니 어떻게든 GA의 힘을 빼고 싶은 상황입니다.
데일리 체크
적자기업 쿠팡의 자금 조달에 변수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주요 투자자인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의 불확실성이 커진 탓입니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는 쿠팡을 비롯해 우버와, 슬랙, 위워크 등 전 세계 주요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는데요. 이들 기업의 실적이 좋지 않아 펀드 전체에 위기감이 번지고 있습니다. 올해 상장한 우버와 슬랙은 주가가 곤두박질쳤으며, 상장을 앞두고 있던 위워크 상장 자체가 무산될 위기입니다. 골드만삭스는 소프트뱅크가 만들기로 한 비전펀드 2호에 투자하는 비중을 줄이고 있습니다.
전동킥보드 등 개인 이동수단 시장이 빠르게 커지면서 안전사고도 늘고 있습니다. 이 시장의 규모는 2015년 4000억원에서 2030년 26조원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는데요. 현재 서울 시내에 있는 공유 전동킥보드 수는 1만대로 추산됩니다. 안전사고도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삼성화재 부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따르면 2018년 접수된 사건 수는 258건, 피해금액 8888만원으로 2016년 49건, 1835만원과 비교해 크게 늘었습니다. 법적으로 전동킥보드는 인도가 아닌 차도에서 주행해야 하지만, 전동킥보드로 차도에서 달리기는 무리입니다.
63빌딩 갤러리아면세점이 모레 폐점합니다. 2015년 말 개장한 이 면세점은 면허권 기간도 채우지 못했습니다. 갤러리아면세점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끊기고 따이궁(보따리상) 중심으로 시장이 바뀌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롯데(명동)·신라(장충동)·신세계(회현)에 비해 지리적 위치가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점과, 강남권 면세점처럼 송객수수료 경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점도 매출 부진의 원인이 됐습니다. 송객수수료는 외래 단체관광객의 구매 건에 대해 면세점에서 여행사에 지불하는 수수료를 말합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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