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5.수] 닷컴버블, 또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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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지수는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 당시 지수를 아직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거품이 생겨난 이유는 신기술에 대한 과도한 기대와 통화 완화 때문이었는데요. 현재 상황이 당시와 비슷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말 그런지 따져봤습니다. 9월 25일 ‘리멤버 나우’입니다.

이철민의 리멤버 밸리

닷컴버블, 또 올까

시계를 20여년 전으로 돌려 보도록 하겠습니다. 1995년부터 본격적으로 인터넷의 상업적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퍼지면서, 관련 기업들이 큰 주목을 끌기 시작했습니다. 벤처캐피털들이 과감하게 그런 기업들에 투자를 집행했고, 나스닥, 코스닥 등 장외주식 시장 상장도 아주 쉬웠습니다. 상장된 주식에는 기관들은 물론 개인들까지 몰려들어 묻지마 투자를 하며 주가를 끌어올렸습니다.

2000년대 ‘벤처 버블 붕괴’의 악몽

1997년 말에 아시아 금융위기가 있었음에도, 1995년부터 2000년까지 나스닥 지수가 무려 400%나 상승했던 이유입니다. 이는 비단 미국만의 상황이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비슷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IMF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하나의 방편으로 정부가 코스닥시장과 벤처기업육성책을 쏟아내면서, 코스닥 시장은 그야말로 투기 열풍에 휩싸였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개들도 입에 닷컴 기업의 주식을 물고 다닌다’는 말까지 나돌던 2000년 초가 되자,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관련 기업들의 가치가 고평가되어 있다는 우려가 공포로 변하면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닷컴 버블의 붕괴가 시작된 것이었죠.  2000년 3월 10일 5049로 정점을 찍었던 나스닥 지수는 2004년 10월 9일 1114를 찍을 때까지 무려 78%나 폭락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Pets.com, Webvan, Boo.com 등 온라인 쇼핑몰들과 Worldcom, NorthPoint Communications, Global Crossing 등 많은 통신 관련 회사들이 문을 닫았습니다. 시스코, 퀄컴, 이베이, 아마존 등은 다행히 살아남았지만, 한동안 매우 어려운 시기를 겪어야 했습니다. 국내에서도 물론 유사한 상황이 발생했고요.

벤처 버블 붕괴의 원인

그렇게 한 시대를 휩쓸고 간 닷컴 버블의 생성 및 붕괴의 원인으로는 크게 세 가지가 꼽을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금융 완화입니다. 앨런 그린스펀 의장이 이끌던  당시 연방준비제도가 금리 인하와 자본 소득세율의 감축에 적극적으로 나서 경제의 거품을 키웠습니다. 

두 번째는 신기술에 대한 과도한 기대였습니다. 당시에는 전화선을 통한 인터넷 접속이 일반적이었는데도, 너무나 많은 닷컴 기업들이 검증되지도 않은 사업모델에 과도한 투자와 비용을 집행했습니다. 그로 인해  상장된 기업들 중 상당수가 적자 였고, 극히 일부 흑자를 보고 있는 경우에도 PER(주가수익율)이 수백 배가 넘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마지막은 증권사와 언론의 과도한 부추김이었습니다. 그들은 보고서와 기사를 통해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으며, 이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수익과 가치를 평가하는 데 있어서 새로운 기준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주장을 서슴치 않았습니다.

‘2000년대 초반’ 연상시키는 요즘

그런데 최근 들어,  현재의 경제 상황이 닷컴 버블 당시와 매우 유사하다는 주장이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 진원지는 지난 몇 년간 전세계 경제의 가장 큰 화두가 되었던 이른바 유니콘 기업들입니다. 그들은 ‘O2O, ‘공유경제’, ‘핀테크’, ‘AI’ 등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이며 천문학적인 자금을 끌어 모아 1조원 이상의 주식 가치를 기록한 비상장 기업들입니다.

유니콘발 경제 위기설이 나오는 이유는,  최근 상황이 앞서 언급한 닷컴 버블 당시의 상황과 유사하기 때문 입니다. 우선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시작된 전 세계적인 양적 완화 기조가 10년 이상 지속되면서 시중에 너무 많은 자금이 풀렸습니다. 동시에 잠재 성장율을 높이기 위한 각국 정부의 스타트업 육성 정책이 지속되어 왔습니다.

거기에 모바일로 대변되는 새로운 기술 기반이 급격하게 확산되면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들이 나온 점도 비슷합니다. 문제는 업계 내 선도적인 입지를 구축한  유니콘들조차 대부분이 아직 수익성을 증명하지 못했다 는 점입니다. 올 여름 기준으로 전세계 350여개가 있다는 유니콘 중, 게임 개발사 등 몇몇을 제외하면 모두 대규모 적자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마지막으로는 벤처캐피털, 사모펀드 그리고 언론이 그런 잠재적 유니콘 기업들을 발굴하고 홍보하는데 적극적이었다는 점도 똑 같습니다. 닷컴 버블 당시엔 유명 닷컴들 대부분이 상장 상태였기 때문에 증권사들이 버블을 만드는데 큰 역할을 했지만, 유니콘들은 비상장 상태에서벤처캐피털과 사모펀드들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것만 다를 뿐입니다.

‘초대형 유니콘’ 위워크의 상장 무산

유니콘들의 위기설이 급속도로 확산된 것은, 유명 유니콘들의 상장이 본격화 되면서부터였습니다. 최근 상장에 성공한 승차 공유 기업 우버, 리프트 그리고 협업 소프트웨어 기업 슬랙의 주가가, 상장 당시보다 현격히 떨어진 것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그러다 지난 주 오피스 공유의 대표주자인 위워크(WeWork)의 상장이 무산되면서, 위기설이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게 된 것입니다.

그 여파는 자연스럽게 위워크를 비롯한 다양한 유니콘들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주도해 왔던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와 비전펀드에 대한 의구심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중입니다. 비전펀드가 대주주로 있는 국내 유니콘 쿠팡도 위기설의 예외일 수는 없는 이유입니다.

‘스타트업 버블’이 불황 단초 될 수도

물론 현재의 상황이 닷컴 버블 때와는 현격히 다르다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그간의 관련 기업들에 대한 과도한 가치평가가, 경기 침체와 맞물려 일부 조정되는 중이라는 것입니다. 문제가 될만한 유니콘들 대부분이 비상장 상태고, 개인이 아닌 대형 기관들이 투자했으며, 차입도 거의 없기 때문에, 설사 문제가 되어도 닷컴 버블 때와는 피해의 정도나 양상이 다를 것이라는 점에는 동의할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강국면으로 진입한 것으로 보이는 세계 경제를 불황으로 내몰 단초 정도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폴 크루그먼 교수의 경고는 반드시 눈여겨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10여개의 국내 유니콘과 그보다는 작지만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자받은 수많은 스타트업들의 향후 사업 전개와 실적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사모펀드 VIG파트너스의 대표이며, 투자ㆍ테크ㆍ미디어 분야에 대한 글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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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브리프

여행사, 쇼핑몰 망하면 내 돈 물어주나?

영국의 대형 여행사 토마스쿡이 파산했습니다. 여행사가 망한 것이야 어쩌다 그렇게 됐나보다 하고 넘길 수 있는 문제지만 문제는 이 불똥이 여행객들에게 튄다는 겁니다.

여행사는 여행객으로부터 선불로 돈을 받고 호텔이나 현지 여행사 항공사 등에 돈을 지불하고 숙박권과 항공권을 구입하고 현지 가이드를 고용해서 손님에게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토마스쿡처럼 유명한 여행사는 대개 그런 비용을 후불로 지불 합니다. 손님을 재워주고 태워주고 안내해주고 나면 토마스쿡이 얼마 후에 돈을 보내주는 구조인데 그 토마스쿡이 파산하면 돈을 받을 길이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손님들에게 직접 호텔비와 숙박비, 현지 가이드비를 받아야 하는데 손님들은 이미 그 비용을 토마스쿡에 모두 치르고 여행을 왔습니다. 서로 분쟁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일부 호텔들은 체크아웃을 시켜주지 않고 토마스쿡의 전세기가 뜨지 않으니 일부 지역에서는 여행객이 귀국을 못합니다. 결국 유럽의 각국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서 전세기를 띄우고 여행객을 ‘구출’해야 합니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서는  여행사들에게 그 규모에 따라서 평소에 일정액의 보험료를 강제로 내게 하는 게 필요 합니다. 과거에 한진해운이 파산할 위기에 처했을 때도 돈을 못받을 것을 우려한 부두의 하역회사들이 화주들의 짐을 내려주지 않아서 정부가 그 돈을 치른 적이 있습니다. 해운사들도 평소에 그런 이벤트에 대비한 비용을 적립해놓는 게 필요합니다.

온라인 쇼핑몰들 가운데는 판매된 제품의 판매대금을 1~2개월씩 늦춰서 지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간에  온라인 쇼핑몰이 파산하면 거기서 물건을 판 상인들도 피해를 입습니다 . 역시 평소에 그런 문제에 대비해서 비용을 마련해두는 게 필요합니다.

은행들이 평소에 <예금보험공사>에 보험료를 내고 있다가 은행이 망하는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 예금보험공사가 5천만원까지 예금보호를 해주는 것이 정확히 그런 목적으로 작동하는 시스템입니다.

보험료 낮추려는 정부, 잘될까?

여러 보험사들의 상품을 판매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보험판매전문회사(GA)가 수수료 규제와 관련해서 정부와 갈등을 벌이고 있습니다. 정부는 GA에게 보험사가 지급하는 수수료를 종전보다 줄이라는 입장입니다. GA에 지급하는 수수료 때문에 보험상품의 가격(보험료)이 올라간다는 겁니다.

그러나 GA의 규모가 커지고 판매효율이 높아지면서 보험사는 GA를 통하지 않고 보험을 판매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이미 보험사들의 자체 설계사 조직보다 GA 조직의 규모가 더 커졌습니다.

보험사들은 자사의 판매조직에 주는 수수료보다 GA에게 주는 판매수수료를 더 높게 책정하고 있는데요.  정부가 월보험료의 1200%를 넘는 수수료를 지급하지 말라는 규제를 도입하려고 하는 중 입니다.

GA쪽에서는 보험사로부터 받는 수수료가 단순히 설계사들에게 지급되는 수수료가 아니라 GA 회사 조직을 운영하기 위한 각종 비용이 모두 포함된 것이어서 보험사가 자사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수당 정도의 수수료로는 운영이 안된다는 입장입니다.

홈쇼핑 백화점 대형마트가 떼어가는 판매수수료가 제품 가격의 30-40%에 이르는 것에 대한 고민도 이와 유사한 맥락입니다.

마트에 납품하는 제품을 제조하는 회사는 수천 수만곳이어서 수수료를 낮추라는 담합과 압박이 불가능하지만(싫으면 납품하지마세요..)  보험사는 그 숫자가 제한적이니 금감원이 도와주면 해볼만한 저항이라는 게 정부와 보험사의 생각 입니다.

보험회사들 가운데 “배신자”가 생기지 않는 게 관건이기도 하고, GA가 의욕이 사라질때 보험산업 규모가 유지될 것이냐도 관건입니다.

데일리 체크

다른 프랜차이즈를 따라하는 카피 브랜드를 근절하기 위해 정부가 기준을 강화했습니다. 대왕카스테라, 생과일주스 등 유행을 따라 준비 없이 난립한 프랜차이즈 브랜드에 투자했던 가맹점주의 피해가 속출했기 때문인데요. 정부와 여당은 가맹본부가 최소 1개 점포를 1년 이상 직접 운영한 뒤에 가맹점을 모집할 수 있게 하는 제도를 발표했습니다. 단 시장 충격 완화를 위해 신규 출점 시에만 적용하고, 1년 이상 유예기간을 줄 방침입니다.

다음달부터 일본에서도 한국의 단말기유통구조법(단통법)과 유사한 법이 시행됩니다. 지원금 상한제, 위약금 제한, 이용요금 차별 금지 등 우리나라에서 시행 중이거나 하려고 했다가 못한 제도들이 상당부분 포함돼있습니다. 단말기 지원금은 최대 2만엔으로 제한됩니다. 아이폰 판매의 1등 공신이었던 단말기 지원금이 제한되면, 애플이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일본의 스마트폰 시장도 요동칠 예정입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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