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3.월] 집값이 내려가면 생기는 문제들

‘리멤버 나우’는 국내 최고의 경제 전문가들이 매일 아침 최신 경제 이슈에 대해 설명드리는 콘텐츠 레터입니다.

일본은 시골 뿐 아니라 도심에서도 ‘빈집촌’이 생겨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에게도 시사점이 있는 문제라,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대출 금리를 적잖이 낮출 수 있는 정부의 서민안정대출이 조기에 마감되면서, “이거 내년에도 나올까”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습니다. 9월26일 ‘리멤버 나우’ 입니다.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집값이 내려가면 생기는 문제들

일본에 빈 집들이 많다는 이야기는 새로운 뉴스는 아닙니다. 이미 우리나라의 농어촌들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인데요. 다만 일본의 빈 집들은 도시 외곽의 신도시나 심지어 구도심에서도 발견된다는 게 차이점이자 우리에게 생소한 포인트입니다.

이 소식이 중요한 이유

만약 서울 외곽에 텅 빈 낡은 아파트 단지가 방치된채로 머문다면 간단치 않은 문제가 될 겁니다. 해당 아파트에 살던 세대들은 갈곳을 잃어버리게 되고, 범죄 위험도 높아질 겁니다. 일본의 사례는 반면교사로 삼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 도심에는 왜 빈집이 생겼나요?

도시에 빈 집이 집단적으로 생기는 이유는 도시의 집들이 낡았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 집이 개인이 소유한 단독주택이라면 부수고 다시 짓거나(재건축) 부수고 그냥 땅으로 남겨두거나(멸실) 아니면 부분적으로 고쳐서 쓰거나(리모델링)를 개인이 결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집이 우리나라의 아파트같은 공동주택(일본에서는 맨션이라고 부릅니다)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

우리나라는 낡은 아파트는 이른바 재건축 아파트라고 해서 아주 비싼 가격에 거래됩니다. 다시 지으면 비싸고 좋은 새 아파트가 되니까요. 그런데 일본의 일부 지역의 맨션은 재건축이 어렵습니다. (그런 집이 낡아가지만 재건축은 안되니 사람이 살기 어려워서 빈집으로 남습니다)

-왜 재건축이 어렵죠? 한국에서는 재건축 못해서 난리인데.

예를 들어 아파트를 부수고 새로 지을 때 우리나라는 평당 1천만원 정도가 듭니다. 30평짜리 아파트는 3억원 정도가 철거 및 재시공의 원가라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어떤 동네의 30평 아파트 가격이 2억원이라면 이 동네에서는 아파트 재건축이 불가능합니다. 부수고 새로 지어서 새 아파트 프리미엄을 받더라도 3억원짜리 아파트가 될 지 안될지 불확실하기 때문입니다. 부수고 다시 지었을 때 4억원짜리 아파트가 될 것 같더라도 3억원을 들여서 4억원짜리 아파트를 만드는 결정에 그 아파트의 모든 소유자들이 동의할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적어도 5억원은 될 가능성이 커야 아파트 소유자들 가운데 대단히 보수적이고 위험회피성향이 강한 소유자들을 설득해서 아파트를 새로 지을 수 있습니다 .

재건축을 하기 싫거나 너무 나이가 들어서 몇년을 다른 곳에서 살기 어려운 소유자들은 그 아파트를 팔고 떠나면 좋겠는데, 그것도 쉽지 않습니다. 그 아파트를 사서 들어갈 경우 재건축이 될 지 안될지 불안한 이런 아파트는 그 아파를 사려는 새 투자자를 찾기도 어렵습니다.

다시 짓는 게 어려우면 고쳐서 살면 좋은데 그러려면 수억원의 재건축 비용은 아니더라도 가구당 수천만원 수준의 수선비가 투입되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 역시 부담할 능력이나 의사가 없는 가구가 생기면 공동으로 사용하는 인프라(예를 들면 수도 전기나 구조의 문제)에 대한 수선도 어렵습니다. 돈이 없는 게 죄는 아니니 강제로 받아낼 수도 없고 그렇다고 다른 소유자들이 남이 낼 돈까지 내서 고칠 수도 없습니다.  그러면서 주민들이 떠납니다. 주민들이 하나 둘 떠나기 시작해서 20% 정도의 주민들이 떠나면 나머지 80%의 주민들도 떠나야 합니다. 가구당 관리비가 비싸지기 때문입니다 .

-우리나라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요?  혹시 이런 상황을 막으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아파트 분양가가 계속 올라야 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동네에 20층짜리 40년된 낡은 30평 아파트가 한채에 10억원이고 똑같이 20층짜리 막 지어진 30평 새 아파트가 13억원이라고 가정해보죠. 이 동네의 낡은 아파트는 재건축이 되기 어렵습니다. 재건축 비용은 평당 1천만원으로 가구당 3억원인데 10억원짜리 아파트 소유자는 3억원을 들여서 새로 지으면 13억원짜리 아파트가 되니 그런 일을 해봐야 아무 도움이 안됩니다.

새 아파트가 15억원이 되거나, 헌 아파트가 8억원쯤으로 값이 떨어져야 비로소 소유자들이 재건축에 동의할 가능성이 열립니다. 새 아파트가 더 비싸지거나 헌 아파트가 더 싸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헌 아파트에 거품이 끼어있지 않는 한 헌 아파트가 더 많이 싸지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새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수 밖에 없습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일부 대도시에서 나타나고 있는 새 아파트 선호현상은 역설적으로 낡은 아파트의 재건축을 통한 도시의 재생 가능성을 높여줍니다. 서울에서는 이런 분위기라면 일본처럼 빈 아파트가 나오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 가격이 비싸지지 않는 동네는(비싼 아파트가 팔리지 않는 동네는) 기존 아파트도 재건축을 하기 어려워진다는 뜻 입니다.

개인이 소유한 단독주택은 새집이 되더라도 값이 별로 오르지 않는 상황이라도 그 개인의 결단에 따라 새 집으로 다시 짓거나 리모델링을 할 수 있지만 집단의 합의가 필요한 아파트는 새집이 되었을 때 그 가격이 크게 오를 거라는 확신이 더 많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어쩌라는 거죠? 집값을 계속 올리기라도 해야 한다는 건가요?

물론 그렇진 않습니다. 집값을 안정화 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모든 지역의 집값이 비싼 건 아닙니다. 그리고 ‘비싼 지역만’ 골라서 싸게 만드는 정책이라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는게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정부는 지금 다주택자들의 부담을 가중하는 쪽으로 부동산 정책을 세워놨습니다. ‘갭투자’를 줄여 집값을 잡겠다는 생각이지만, 이 결과
서울 요지의 집값은 오히려 상승하고 외곽지역은 하락합니다.

다른 규제로 요지의 집값을 잡더라도 그 경우 외곽지역은 더 많이 하락한다는 게 고민입니다. 이렇게 되면 재건축이 안되고, 도시 공동화 위험이 높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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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형 안심전환대출’ 또 나올까?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신청자가 당초 예상보다 많이 몰릴 것 같습니다. 1주일간의 신청액이 당초에 예정했던 20조원을 훨씬 넘겼습니다.

이 대출상품은 과거에 변동금리 대출을 받았던 경우에만 신청이 가능합니다. 혹시 신청액수가 적어서 여분이 생기면 종전에 정부가 만든 고정금리 대출 상품에 가입했던 경우도 신청을 할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지금도 너무 신청이 몰려 그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럼 앞으로는 이런 좋은 조건의 대출 갈아타기 기회가 다시는 없을까요.  그걸 알기 위해서는 이 대출상품의 구조와 출시 이유를 알아야 합니다 .

이 대출상품은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이자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만든 상품이 아닙니다. 만들고 나니 그런 효과도 있긴 하지만  당초 이 대출을 출시한 배경은 주택담보대출이 너무 줄어서 생긴 부작용을 막기 위한 것 이었습니다. 정부가 주택가격을 잡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하면서 고정금리건 변동금리건 주택담보대출 자체가 줄었습니다.

그런데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만기가 긴 장기 고정금리 대출은 소비자들의 대출약정서를 기반으로 장기 고정금리 채권으로 변신시켜서(이걸 MBS라고 합니다) 시중의 장기채권 수요자들(연기금 은행 보험사들)이 사도록 합니다.

그런데  주택담보대출이 줄면서 그런 장기채권 공급이 줄어서 채권시장에서는 장기채권 가격이 급등하는 채권 고갈 현상 이 생겼습니다. 이걸 막기 위해서는 주택담보대출을 새로 받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하는데  그렇다고 정부 정책을 거슬러서 새로운 주택담보대출을 일으킬 수는 없으니 기존 주택담보대출이라도 이쪽으로 옮기자는 생각으로 만든 상품 입니다.

내년 이후에도 장기 채권 고갈 현상이 이어지면 이런 고정금리 전환 상품이 또 나올수도 있습니다만, 그 가능성은 경기가 얼마나 나쁜가에 달려있습니다. 경기가 나쁘면 정부도 적자재정을 시도할 것이고 그러면 장기 국채를 많이 발행할 것이고 채권 수요는 정부의 국채로 어느정도 채워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즉 내년에 경기가 좀 좋아지면서 대출규제가 생기면 또 나올 수 있습니다 .

데일리 체크

해외 국가 펀드 중 중국 펀드가 올해 가장 양호한 수익을 냈습니다. 주식시장이 좋았다기 보다는 지난해 워낙 많이 떨어져서 일부 낙폭을 만회했다는 설명이 더 적절합니다. 아울러 계속된 중국 정부의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도 반영됐습니다. 하지만 미중 관계는 여전히 안갯속이어서, 상승세가 계속 될 것이란 낙관은 금물입니다.

지난해 한국 근로자의 평균 연봉은 3634 만원이었다는 한국경제연구원의 조사 결과 입니다. 연봉이 6950만원은 돼야 상위 10%에 해당됐습니다. 상위 10%의 평균 연봉은 9931만원으로 1억원에 근접했습니다. 전체적인 임금근로자의 연봉인상률은 전년대비 4.6%였는데, 한경연은 이 인상률이 경제성장률(2.7%)보다 빨라 불균형이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박상준 와세다대 교수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아파트 값에도 과거 일본처럼 거품이 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집값이 오르려면 경제가 성장하거나 인구가 늘거나 둘 중 하나여야 하는데, 한국은 둘 다 아닌 상황에서 아파트 값이 올랐다는 겁니다. 서울의 인구가 계속 줄고 있는 것도 “집값을 이기지 못해서”라고 분석했습니다. 집값이 언제까지 내려야 ‘정상’이냐는 질문에는 “도쿄의 경우 처럼 높은 집값에 못이기고 도쿄를 떠났던 사람들이 돌아오는 시점 정도가 정상이라고 볼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일본은 한국 경제와 비슷한 흐름으로 움직일 때가 많으므로, 한번 참고해 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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