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3.화] 분양가 상한제, 시행 이후엔?

‘리멤버 나우’는 국내 최고의 경제 전문가들이 매일 아침 최신 경제 이슈에 대해 설명드리는 콘텐츠 레터입니다.

정부가 사실상 사문화됐던 분양가 상한제를 되살리기로 했습니다. 대상이 되는 서울 아파트값은 단기적으론 잡히겠지만, 장기적으론 오히려 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세부 시행안에 대해서도 설명 드립니다. 우리나라의 임금근로자들이 진 빚은 1년새 7%가량 늘었습니다. 8월 13일 ‘리멤버 나우’입니다.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분양가 상한제, 시행 이후엔?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됐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도입됐다기 보다는 이미 도입되어 있었으나 현실에서는 그 적용 기준이 까다로워서 실제로는 적용하기 어려웠던 분양가 상한제를 보다 쉽게 적용할 수 있게 기준을 낮춘 것입니다.

그러나 요약하면  결국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던 아파트들에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것 이니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됐다고 표현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 새로 분양하는 모든 아파트에 적용되는 건가요?

당장 내일부터 분양하는 아파트에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동네에서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들 중에 정부가 판단해서 분양가 상한제 적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 입니다. 그러나 10월 이후에 분양하는 투기과열지구 아파트들은 대부분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의 아파트 분양가는 “현재 상황에서 팔릴 만한 가격(A)”으로 정해지지만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는 아파트의 분양가는 정부가 정한 분양가(B)로 분양해야 합니다. 정부는 현재 분양가보다 20~30% 정도 낮아진 분양가가 적용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A와 B의 가격 차이는 운 좋게 그 아파트를 분양받은 당첨자들에게 돌아갑니다.  (이 부분이 분양가 상한제의 첫번째 논쟁거리입니다) 이 차액을 회수하는 방법은 아직 정해지지는 않았습니다만, 그 차액의 대부분을 국가에 납부하는 채권입찰제보다는 10년간 그 아파트를 팔지 못하게 하는 정도의 규제가 적용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 철거가 진행 중인 아파트에도 적용되나요?

아직 분양은 안 했지만 이미 철거가 시작되고 주민들이 이주한 재건축 아파트들도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됩니다. 재건축 아파트들은 건축비가 모자란 부분을 새로 짓는 아파트 일부를 일반에게 분양해서 조달하기 때문에 분양가 상한제로 분양가가 낮아지면  기존 아파트 소유자들은 예상하지 못했던 추가 부담금을 더 내야 합니다.  이미 재건축에 대한 손익계산을 마치고 그 계산에 따라 동의 여부를 결정한 후 철거와 이주가 시작된 아파트까지 소급해서 적용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반발이 큽니다만 정부는 이 부분에 대한 배려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 부분이 분양가 상한제의 두번째 논쟁거리입니다.)

– 아파트 가격이 잡힐까요?

시장의 관심은 분양가 상한제가 아파트 가격 상승을 막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매우 단기적으로는 상승세를 막는 효과가 있다는 것, 그리고 매우 장기적으로는 공급을 줄어들게 해서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작용할 것 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다만 2~3년 정도의 기간에는 이 제도가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가 관건입니다.

서울 인기 지역의 새 아파트는 희소재로서의 투자 가치가 부각되며 가격에 그 가치가 반영되고 있습니다. 거주 목적의 실수요로 인한 가격 상승이라면 서울 주요 지역 새 아파트의 전세가율이나 월세 수익률이 그렇게 낮기가 어렵습니다.  투자 목적으로 서울 주요 지역의 새 아파트를 구입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재건축 재개발 대상 아파트를 매입하는 것 입니다. (재건축 재개발 대상 아파트는 미래의 분양가와 현재 거래가격의 차이에 투자하는 것이어서 기존 새 아파트를 사는 것보다 투자 수익률이 높습니다.)

분양가 상한제는 이런 재건축∙재개발 아파트들의 투자 수익률을 인위적으로 끌어내리는 제도입니다. 적어도  분양가 상한제가 유지되는 한 재건축∙재개발 아파트에 투자해서 수익을 내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의 입장에서 볼 때 남은 방법은 이미 완공된 새 아파트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꿩 대신 닭을 노리는 투자 흐름(풍선효과)이 어느 정도로 나타날지가 관건입니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세계 경기는 다행히(?) 침체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습니다. 그러나 금이나 비트코인 같은 희소성이 가치의 근본인 자산들은 경기와 무관한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서울 인기지역의 아파트에 희소성을 부여하는 정책은 그래서 늘 조심해서 다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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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브리프

근로자들이 진 빚이 늘었다고?

우리나라의 임금근로자들이 진 빚은 평균 4076만원이며 최근 1년 사이에 7%가량 늘었고 숙박음식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의 연체율이 좀 더 높아졌다는 통계입니다. 이런 통계는 여러 기관에서 공개주기에 따라 정기적으로 발표되며 이를 뉴스로 보도하는 경우가 많지만 대부분 별다른 의미나 정보를 제공하지 못합니다.

경제규모가 커질수록 빚의 규모도 함께 늘어나니(엄밀하게 말하면 빚의 규모가 늘어나는 것이 경제규모가 커지는 것입니다. 오히려 선후관계에서는 빚이 먼저입니다)  부채가 늘어난 것 자체에서 우리가 얻을만한 정보는 따로 없습니다. 

부채 증가율 역시 마찬가집니다. 시중 이자율이 낮을수록 부채가 쉽게 늘어나니 부채 증가율이 7% 쯤인 것이 단순히 저금리 현상의 반영인지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인지도 알 수 없습니다.

심지어는  경기가 좋을수록 부채가 늘어납니다.  그러니 부채가 늘어난 게 좋은 현상인지 부채가 늘어난 게 걱정해야 할 일인지도 알 수 없습니다. 체온이 정상보다 약간 높다는 것 그 자체로는 감기에 걸린 것인지 조금전에 운동을 하고 와서 그런 것인지 알 수 없는 것과 비슷합니다.

부채는 부채를 끌어간 쪽이 충분히 갚을 만큼 생산적인 활동을 하면 아무 문제가 없거나 심지어 바람직한 현상입니다. 반면 부채의 양이 적더라도 그 부채를 갚을 능력이 부족하면 문제가 생깁니다.  부채를 빌려간 주체가 어떤 상황인지가 대단히 중요하다는 의미 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자주 인용하는 1인당 부채의 평균금액 또는 부채 총액 증가율 통계는 그걸 구별해줄 아무런 정보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거의 무의미한 소음이라는 뜻입니다.

대출과 관련한 통계 가운데 뭔가 중요한 정보로 느껴지는  연체율 역시 현재 연체 중인 금액을 집계한 것이어서 별 의미를 갖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대출받은 고객이 원금이나 이자를 연체하면 은행 등 금융회사들은 그 고객이 돈을 갚기를 기다리다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 그 연체 채권을 헐값에 팔아버립니다. 그러면 그 순간 그 연체 고객은 은행의 연체자 장부에서 사라지고 연체율 통계에서도 빠집니다.

은행이 마음만 먹으면 연체가 시작된 즉시 그 채권을 다른 곳으로 팔아넘겨서 연체율 0%를 계속 유지할 수도 있고 연체 고객을 계속 장부에 끌어안고 있으려고 하면 연체율은 더 올라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두 상황에서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연체율 숫자는 큰 차이를 갖지만 실질로는 아무런 차이가 없습니다.

물론 연체고객을 정리하는 주기나 방식은 늘 비슷하므로 비슷한 조건에서 연체율이 변화한다는 건 대출을 받아간 고객들의 상태에 뭔가 이상 신호가 생겼음을 암시하긴 합니다. 그러나 이런  대출금 연체는 늘 경기 침체가 나타난 후에 후행적으로 일어나는 일 이어서 ‘예보’로서의 기능은 거의 하지 못합니다.

(굳이 이런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겉으로는 뭔가 복잡해보이지만 아무 의미가 없는 소식에 시간을 낭비하지 마시라는 뜻을 전하기 위함입니다. 경제뉴스들 중에는 이런 것들이 대단히 많습니다.)

데일리 체크

지난달 구직급여 지급액이 7589억원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1년새 30%가량 늘었습니다. 고용부는 구직급여 지급액 증가세는 고용보험 피보험자가 늘어 구직급여 수급 자격을 가진 사람도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구직급여 지급 기준인 최저임금 인상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작년 한국의 M&A 시장 전체 규모가 330억달러(약 39조원)를 기록했습니다. 이 중 사모펀드가 참여한 거래의 규모가 전체의 43%를 차지하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사모펀드가 매수·매도자로 나서는 사례가 많아지자 ‘M&A 보험'(진술 및 보증 보험) 시장도 커졌습니다.

지난 10년간 서울 직장인의 출근 시간은 늦어지고 퇴근 시간은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서울 모든 지역에서 오후 7시 이전 퇴근 비중이 늘어났습니다. 특히 시청지구 직장인의 오후 6시대 퇴근 비중은 10년 전보다 6.8%포인트 높아진 42.8%였습니다. 출근시간은 서남권(여의도·영등포)은 오전 7시대 비중이 높아진 반면 강남권은 오전 9시대 비중이 높아졌습니다.

카드가맹점수수료 인하 등으로 인해 수익성이 나빠진 카드사가 혜택이 좋은 카드를 출시 3년 만에 발급 중단했습니다. KB국민카드는 결제금액의 최대 2%까지 포인트를 적립해주던 KB국민 리브메이트 카드를 20일부터 발급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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